티스토리 뷰
semi-deluxe 버스를 타고 Shimla(심라)에서부터 달려오는 길. 나의 여행길은 점점 더 인도 북서부 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새벽 5시 반에 잠이 깼다. 마날리 가는 옆에 Beas 강이(아마도) 성이 났는지 엄청 무섭게 불어난 모습이었다. 비가 오고 있고 날이 안 좋았다. 간밤에 비 많이 왔나보다. Katrain이라는 마을을 지나서 금새 마날리 도착. 6시 반인가? 도착했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하여 당황스러웠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중간에 20~30분씩 2번인가.. 세 번 휴식 했는데도 약 9시간 걸렸다. 1시간 단축!
장대 같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마날리와 첫 만남, 버스 정류장. 날은 춥고.. 비는 많이 내리고.. 같이 버스를 타고 왔던 화목한 모습의 부러운 일가족(엄마, 아빠, 성인 딸 2명)과.. 기타 다른 사람들은 각자 제 갈 길을 가는데.. 나만 홀로 이 곳에 남겨진 느낌이 들었다. 아직 7시도 되기 전인 이른 시각이라 게스트 하우스들이 문을 열었을까 싶었다. 그러나 일단 한번 가보자는 생각으로 오토릭샤 한대를 잡아 론리 플래닛에서 본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릭샤비를 협상하고.. 아저씨에게 old Manali(올드 마날리)의 Veer guest house로 가달라고 했다. 아저씨는 그곳을 익히 잘 알고 있는 듯 내 말을 듣자마자 릭샤를 출발시켰다. 비가 많이 와서 오토릭샤는 손님 젖지 말라고 가죽 같은 검은 커텐을 출입구에 쳐 주었지만.. 비가 어찌나 많이 오던지 커텐도 무용지물.. 릭샤 달리는 내내 안으로 들이치는 비에 가방과 바지가 젖었다.
.
올드 마날리까지 릭샤비 Rs.50에 합의를 봐서 갔는데, Rs.50 치고는 올드 마날리가 버스 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렇게 금방 올드 마날리 도착했다. 내가 릭샤에서 내리자 풀들을 가득 짊어진 농부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내가 내린 릭샤를 타고 어디론가 갔다. 마날리에 오자마자 농부 아저씨를 만나니.. 이곳은 인도의 다른 지역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침이라 동네는 참 조용했고, 난 좁은 골목을 지나 Lonely planet에서 가장 좋다고 말한 Veer guest house에 가봤다. 론리 플래닛에서 좋다고 하더니 과연 이 게스트 하우스는 깔끔한 풀밭에 나무 건물로 된.. 가정집 분위기의 게스트 하우스로 외관상으로 보기에는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런데 아직 7시도 안 된 시각이라 그런지 주인도 안 보이고 안이 참 조용했다. 나는 게스트 하우스로 쭉 들어가 정면에 보이는 문을 두드렸다. 잠시 뒤 중년의 서양인 여자가 나왔는데 이 집 주인은 오른편 건물에 있을거라고 했다. 고맙다고 말하고 오른편 건물로 가서 주인을 찾았는데.. 시골 마을 회관 분위기의 집 거실에서는 사내들이 옷을 편하게 입고 잠자고 있었다. 문을 두드려 그들을 깨워 방을 보러 왔다고 했다. 한 남자가 주섬주섬 옷을 입더니 열쇠를 들고 아까 서양인 여자가 나왔던 건물로 가서 방들을 보여주었다. 론리 플래닛에는 싱글룸이 150Rs.로 저렴하게 나와 있어서 가게 되었는데, 직접 와보니 공동욕실을 써야 하면서 습하고 냄새나는 어두운 반지하 방이 Rs.250 이란다. 말도 안돼.
다음 후보로 정해놓은 Negi's wooden house에 가기로 하고 그곳을 빠져나오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와 "cheap hotel?" 하더니 욕실이 딸렸고 핫샤워 가능한 방이 200루피란다. 공동욕실을 쓰는 100루피짜리 호텔도 알고.. 자기 호텔 건너편에 Negi house가 있다기에 따라가는데.. 비도 오고.. 가방도 무겁고.. 생각보다 멀게 느껴져서 짜증이 났다. 론리 플래닛 지도를 보니 Negi's house는 한참 지난 것 같은데도 계속 걸어가길래.. cheap hotel이 대체 어디냐며 의혹의 눈초리로 중간중간 가던 길을 멈춰가며 물어보니 자기는 브라민이라며 돈을 안 좋아한단다. 내가 여자 혼자고 자긴 남자니 도와주는게 당연하다나? 남자는 내 가방이 무거워 보인다며 들어준다고 했지만.. 도움 받았다가 괜히 발목 잡힐까봐 끝까지 고집을 부려 혼자 멨다.
.
남자가 안내한 호텔은 넓고 깔끔, 깨끗했다. 봐줄만 했다. 100루피짜리 방도 보여달라고 하니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란다. 난 그래서 homely house를 원한다고, 그게 내가 원하는 곳이라고 했더니 남자가 그곳으로 안내를 했다.
남자의 호텔 뒤로.. 물이 졸졸 흐르는 완전 가파른 바위산을 힘들게 올라갔다. 이렇게 높은 곳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라면 경치 하나는 끝내주겠다 싶었다. 내가 무거운 가방을 메고 헥헥거리니 남자가 앞서가며 기다려주었다. 길은 험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웬 가정집 하나가 나타났다. 이 지역의 전형적인 전통가옥인 듯한 그 집에 들어서니 빠알간 사과와 사과박스가 마당에 가득이고, 머리에 두건을 쓴.. 흰 피부의 이색적인 모습의 여인이 그곳에 있었다. 아.. 이런 사람들이 론리 플래닛에 나온 Kinnaur valley(낀나우르 계곡) 쪽에서 사과를 재배한다는 아리안족인가? 싶었다. 남자는 마당에 잔뜩 깔린 사과를 가리키며 지금이 사과 수확철이라고 했다.
시골집 같아 마음에 들었던 이 집은 2층짜리 가정집인데, 방 몇 칸을 내어서 여행자들을 받고 있었다. 여행자들을 위해 구비한 얼마 전에 최신식으로 다시 손을 본 듯한 공동 화장실은 깔끔하고 핫 샤워가 가능해서 좋았다. 방은 정말 크긴 한데.. 어둠고 침침하고 습한 듯 하고.. 두꺼운 담요를 갈아놓은 침대 위엔 혹시나 벼룩이나.. 각종 벌레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 곳에서 묵는 것이 꺼려졌다. 뭐.. 지내려면 못 지낼 것도 없고..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었기에 주인 아주머니가 정말 잘 해주실 것 같았고.. 마날리의 전통 가옥 체험을 할.. 그리고 인도인 가족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곳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러나 그냥 남자의 호텔로 가기로 했다. 100루피짜리 방에 싸게 묵는 것도 좋으나 남자의 200루피 호텔이면 꽤 싼 편이고 쾌적하게 묵을 수 있어서 그 곳을 선택한 것이다. 남자가 이 이웃은 좋은 이웃이니 마날리에 있는 내내 이 집으로 종종 놀러오라고 했다. 정말 그러고 싶었다. 이곳에 와서 사과 수확하는 모습, 포장하는 모습 등 사과 작업하는 모습도 구경하고.. 여인들과 차 한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 두건을 쓴 흰 피부의 여인들에게 "I want to be your friend." 라는 친근한 말을 남기고 남자의 호텔로 다시 내려갔다.
처음엔 짜증을 냈지만 남자의 호텔이 경치도 veer guest house보다 훨~씬 좋고 깔끔, 깨끗하여 결국엔 마음에 들었다. 이곳은 알고 보니 내가 150번째 방문자인, 생긴지 3달 된 Rocky's guest house였다. 생긴지 얼마 안 되서 남자가 직접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홍보를 하려고 가이드를 한 것이란다. 근데 처음엔 커미션 받는지 알고 긴장 했었는데.. 어쨌든 호텔 관계자라 커미션은 없어 좋다.
이곳은 cafe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continental food, pasta, falafel, porridge 등 여러가지 메뉴도 정말 많고 (좀 비싸고 음식이 늦는게 흠이지만) wi-fi도 되고.. 볕도 좋고.. 정말 경치 좋고 깔끔하여 나중엔 떠나기 싫어질 것도 같다. ㅎㅎ; 테라스에서 책 읽기도 참 좋고.. 음식 종류도 정말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를 정도.. 바로 위 산에선 트레킹, 패러 글라이딩도 가능.. 정말 좋게 느껴진다.
생긴지 얼마 안 되어 정말 깔끔한 방. 하얀 벽, 침대 시트도 깔끔, 담요도 깔끔해서 좋았다. 어쨌거나 난 내 침낭을 깔고 누울거지만. ㅎㅎ;
이런 방이 Rs.200면 사실 정말 저렴한거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되서 싸게 내놓는 거라고 했는데, 한 Rs.400~500 받아도 될 정도로 방과 화장실이 정말 넓고 크고 깨끗, 깔끔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산.. 구름.. 풀들이 보여서 좋았다.
(to be continued...)
16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