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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44-3 | 마날리(Manali) 산책 | 아유르베딕(Ayurvedic) 치료 할아버지, 한국 남자와의 만남
Olivia올리비아 2021. 12. 12. 19:48
인도 배낭여행 - 마날리(Manali) 여행 중
아침 겸 점심으로 '별로 안 매운' Alla Arrabbiatta spaghetti를 먹고 호텔 근처부터 시작해서 슬슬 Manali(마날리)를 산책해보기로 한다.
이곳은 산간 언덕 마을이라 집들이 계단식으로 있다. 남의 집 옥상이 내 집의 마당이 되는 구조.
이 길은 마날리에 도착해서 호텔을 잡으면서 내가 'homely'한 게스트 하우스를 원한다고 했을 때 남자가 안내했던 길. 이곳을 따라 올라가면 마날리 전통 가옥(?)의 가정집 겸 게스트 하우스가 나왔다. 이런 산 속에 집이 있으니 경치 하나는 정말 보장되는 셈이다.
마을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마날리의 집들. 돌기와를 얹은 마날리 전통인 듯한 가옥들이 눈에 띄었다.
내려가던 길에 본 한 집. 이 집은 새로 지은 신축 건물인 듯 했다.
옥상 위에 피어 있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꽃들이 인상적이었다.
참 정겨운 빨래 널려 있는 풍경. :)
길가에 많이 있는 나무. 이것은 무슨 나무인고 하니~
바로 사과나무다! 사과 산지답게 길가에 사과나무들이 흔했다. 바로 따서 먹어볼까도 싶었는데.. 길거리에 흔한 것이 사과더라도 혹시 혼날까봐 그냥 보호하기로~ ㅋ
소들을 보니 이곳이 농촌 마을이라는 것이 더더욱 실감났다. 내가 참 좋아하는 평화로운 분위기, 풍경... ^^
할아버지가 내가 묵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 쪽으로 소를 몰고 오셨는데 그 모습이 아름다워 보여서 염치 불구하고 멀리서 사진 촬영^^; 아.. 원래 이렇게 막 찍으면 안 되는데 할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내 욕심에 촬영을 해버렸다.. 여행을 하면서 생기는 딜레마.. 아름다운 것을 사진 안에 가두고 싶은 욕심과.. 현지인들의 삶을 존중하고 함부로 해하지 않을 의무...
길은 왼쪽으로 꺾어지고.. 이런 풍경이 나타난다.
이렇게 특별히 높게 만든 것을 보니 이 건물은 틀림 없이 어떤 상징적인 건물일 터. 이것은 사원이다.
돌 기와가 얹어져 있는 전통(?) 가옥 모습.
마을 쪽으로 가다가 Folk Art Museum을 갈 생각이었다. 내려가는데 마날리의 전통 가옥인지 멋진 지붕과 템플, 피부가 하얀 북쪽 여인들의 의상.. 갓 수확한 사과를 메고 지나가는 남자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고, 때마침 날씨도 엄청 좋아 사진을 찍으니 사진이 완전 그림...
감탄하면서 지나가는데 어떤 남자들이 모여 앉아 있는 것이 반갑게 인사하니, 그 무리에 있던 한 할아버지가 이리로 오라고 손짓을 하며 테이블에 앉으란다.
할아버지가 있던 그 곳은 양, 염소, 야크 등의 털로 숄을 만드는 작은 직물 공장 겸 가게였다. 나는 이미 지나쳐 온 Almora(알모라)의 Panchachuli weaver's factory(판짜줄리 직물 공장)에서 아십게도 자세히 볼 수 없었던 직물기술을 여기선 자세히 볼 수 있으려나? 싶은 마음에 가슴이 설레여 이 공장을 연신 기웃거리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자꾸만 날 붙들고 이야기를 한다.
그것은 내 피부에 관한 이야기였다. 할아버지가 얼마 전에 어떤 서양 남자도 피부가 참 안 좋았는데 Ayurvedic(아유르베딕) 자연 약을 먹고 치료를 했다면서 나도 1달 동안 여기 마날리에 머무르면서 해 보란다. 자신이 아유르베딕 치료자라나? 자기 선생의 장소에서 치료를 한다는데.. 1주일 먹어보면 자기 말을 깨달을 거라면서.. 일주일 먹고 좋으면 약을 1달치를 먹으란다. 계속 가격을 물어보는데 대답을 안 하길래.. 직물공장 쪽을 구경하고 있으니 그제서야 가격을 말해준다. 1주일에 5천루피란다. 말도 안돼... 물론 약이 효능이 있을수도 있고, 그 효능에 비해 5천루피는 아무것도 아닌 돈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효능을 일단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일단 약을 복용해보고 돈을 내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믿고 돈을 내야 하는 것인데.. 도인의 포스를 지니고는 있으나 장사꾼인 것 같기도 하고 왠지 미심쩍은 할아버지. 계속 뭔가를 물어도 동문서답이길래 그냥 무시하고 직물공장 옆 가게에 가서 공장에서 생산한 양말, 장갑, 숄 등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할아버지와 이야기 하는 사이 줄곧 길가에 앉아서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던 동양인 남자가 있었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갑자기, "안녕하세요." 하길래 한국인이구나.. 별 감흥 없이,"안녕하세요." 인사하고 그냥 구경하려는데.. (한국 특유의 '몰아가는 정서'에 질린 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는 것이 그렇게도 싫었다.) 남자 역시 가게에 들어와 델리에서 산 숄을 이 곳에서 교환해 보려고 시도했다. 근데 가게의 아저씨는, 한국 남자가 산 숄은 공장에서 만든 거라면서 자기들이 만든 수공예품과 비교를 해 준다. 숄의 끝부분을 태워 이게 공장에서 인조실로 만든건지, 정말 동물의 털로 만든 것인지 비교를 해 주는데.. 동물의 털로 만든 실은 태우니 정말 동물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났다. 어쨌든 난 아저씨의 영어를 비교적 잘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한국 남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고 해서.. 하하~ 은근 영어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내가 인도 사람의 인도식 영어를 잘 알아 들을 수 있을만큼 인도에 오래 있었구나 싶다.
난 오늘 베이지색 반팔 티셔츠에 Bangalore(뱅갈로르)에서 구입한 코끼리와 낙타 무늬가 그려진 흰 치마를 입고 연두색 Dupatta(두빠따, 인도 여성들이 가슴을 가리기 위해 덮는 숄)를 두르고 갈색 쪼리를 신었다. 한국 남자가 아까부터 내 차림을 힐끔힐끔 보더니 내 차림이 마음에 드나보다. ㅎㅎ 오늘은 전체적인 내 스타일이 꽤 괜찮긴 했지~ 이젠 아예 대놓고 나를 보며, 내가 두르고 있는 숄을 어디서 샀냐면서 예쁜걸 잘 샀단다. 그래서 이건 숄이 아니고 추리다의 덥보따라고 이야기 했다. (원래는 Punjabi dress(펀자비 드레스)의 Dupatta(두빠따)가 맞는 표현인데 남인도에서 쓰던 지방어대로 이야기 해줬다.) 어쨌든 이 두빠따의 짝꿍인 내 연두색 추리다는 현지인들도 볼 때마다 예쁘다고 했었다. 덥보따에는 보석이 안 박혀 있지만 추리다 상의엔 보석이 박혀 있어서일까? 암튼 시장 'Saree sale'에서 200루피 주고 산 천으로 맞춰 입은 것인데~ 잘 산 것 같다^^
남자는 결국 숄 교환에 실패했다. 남자는 어머니와 아버지 선물로 각각 다른 두 종류의 숄을 샀는데, 내가 보기에도 그 숄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싸구려 숄이었다. 남자는 뜨내기 여행자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여행지의 상인들 상술에 넘어가 그걸 몇 백루피 주고 비싸게 산 모양이었다. 남자는 가게 아저씨에게 차액을 지불하고 더 비싼 숄을 사겠다고도 해 보았지만, '진짜' 동물 털로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짠 '진짜' 숄을 아저씨가 가짜 숄과 바꿀리가 없었다.
한국 남자는 휴학을 하고 한달 계획으로 인도에 와서, 뭄바이 아웃까지 1주일 남았단다. 여행하는 내내 이탈리아 친구도 만나서 1주일 동안 같이 지내기도 하고, 한국인 친구들도 만났단다. 남자는 숄 협상에 실패한 뒤 가방을 주섬주섬 싸면서 자신이 산 여러 기념품들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한국에 돌아갈 때가 되서인지 마날리에서는 향도 구입하고 예쁜 보석돌도 샀다며 내게 구경 시켜줬다. 향은 파란색 팔각형의 긴 통이었는데, 상자가 고급스러우면서 가격이 저렴해 선물용으로 참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걸 산 정당성(?)에 대한 동의를 구하듯 내게 자신의 생각을 엄청 어필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로 향이 최고의 선물인 것처럼 느껴졌다. ㅋ 약장사 해도 되겠어. 난 원래 여행지에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석 돌에 관심이 없었는데, 남자가 샀다면서 보여준 히말라야 돌.. 자세히 요리조리 들여다보니 돌에 삐죽삐죽 투명한 수정 같은 것이 매달렸는데 정말 예뻤다. 남자는 길거리 가게에서 버스 타기 전에 급하게 정말 싼 가격에 샀다는데.. 수석과 난 수집광인 아빠의 영향으로 돌이라면 어렸을 적부터 지겹게 봐와서 그런지 돌과 보석에 정말 관심이 없던 내가 관심이 생길 정도로 돌은 정말 예뻤고, 다른.. 그냥 열쇠고리나 이런 것보다 훨씬 좋은 선물이라 여겨졌다.
난 남자에게 마날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호텔 값이 비싸서 방 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랬더니 남자는 바라나시 등에서 이탈리아 여행자와 하루 50, 60루피씩 주고 싸게 머물렀던 여러가지 경험들을 이야기 하며, 호텔값 비싼 마날리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Rs.50 정도의 도미토리 가격으로 머물렀단다. 그러더니 내게 명함 하나를 내민다. 자신도 호텔 매니저랑 끈질기게 이야기한 끝에 싸게 머물렀다면서.. 이 호텔은 아무에게나 알려주지 말고.. 이 호텔을 찾아가게 되더라도 자신이 소문을 냈다고 절대 이야기 하지 말라고 했다. ㅋ 아무에게나 알려주면 안 되는데 나한테 특별히 알려주는 것이라며.. ㅎㅎ 지금 있는 호텔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가격이 그냥저냥 괜찮고.. 또 짐을 이리저리 옮기는 것이 너무 피곤하여 웬만하면 이 곳에 계속 머물 생각이었지만, 마운 마음에 카메라로 남자가 내민 명함을 한 방 찍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국인이 그렇게 만나기 싫었는데도 이 남자는 좋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같은 대학생이기도 했고.. 좀 더 알아가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 남자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남자가 어떤 가게에서 Momo(모모)를 주문해 두어 그 곳에 가서 기다려야 한단다. 남자가 모모를 사는 곳은 직물가게 대각선 방향이 있던 크지 않은 가게였는데, 모모가 10pcs에 Rs.30였다. 어제 Shimla(심라)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들른 Chinese restaurant에서 모모 6개가 60~70이었던 걸 기억하고 그 가격을 말해주며 여기 정말 싸다고 했더니.. '레스토랑'에 가서 그렇다며, New Manali(뉴 마날리) 시장 쪽에 모모집이 나란히 3개가 있는데 자신이 3군데를 다 가 본 결과, 가운데 집은 Thukpa(뚝빠)가 맛있고 왼쪽 가게는 모모가 맛있단다. 한번 그 시장 가봐야지~ (놀랍게도 우리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직물 가게에서.. 직물 가게 아저씨 앞에서 나누었다. ㅎ;;)
(to be continued...)
16 Aug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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