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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여행 Day 3 : 캔디(Kandy) 가는 길 - 스리랑카 기차 여행 | 캔디에서 숙소 찾아 헤매다.
Olivia올리비아 2021. 11. 11. 12:16
스리랑카 여행 둘째 날이자 7월의 첫 날. 우린 Negombo에서 스리랑카의 제 2의 수도라고도 할 수 있는 Kandy(캔디)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렀다. 캔디에 가기 위해서는 수도인 Colombo(콜롬보)를 거쳐야 했다. 왜냐, 우린 스리랑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 중 하나라는 Colombo-Kandy 열차를 타고 싶었기 때문이다.
네곰보에서 콜롬보까지는 한 40~50여분이 소요됐다. 사실 우리는 스리랑카 공항에서 바로 네곰보로 이동했기 때문에 사실상 이 날 처음으로 스리랑카의 수도인 콜롬보를 밟았다. 확실히 콜롬보에 가까워질수록 높은 빌딩과 기업체들과 각종 음식점들, 패스트 푸드점들이 보였다. 피자헛과 맥도날드를 보니 왜 그렇게 반갑던지.. 사실 이런 국제적인 기업에 호감도 별로 없고 개인적으로 즐겨 먹지 않으나 왜 특히 맥도날드를 보면 안심(?)이 되는 것일까? 그것은 낯선 외국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했을 때의 안도감이리라...
그렇게 도착한 콜롬보. 여느 나라의 대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붐비고 혼잡한 모습이었다. 차들은 빵빵거리고 시민들은 출근하느라 바쁘고.. 아침부터 열린 어느 마트의 가판대는 사람들로 붐비고... 잠깐 그렇게 스친 콜롬보는 다른 나라의 수도에 비하면 뭔가 작고 소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콜롬보 역에 가서 캔디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스리랑카에서는 기차표를 끊을 때 외국인은 무조건 1등석을 준다는 말을 들었기에, 우리는 굳이 1등석의 자리가 필요하지도 않아 3등석 표를 달라고 했더니 표를 파는 아저씨가 1등석이 좋은데 왜 3등석을 끊냐며 의아해했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외국인이니까 편하고 좋은 것을 선호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배낭여행자였다. 배낭 여행자이기 때문에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클래스인 3등석을 타 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표를 끊어 플랫폼에서 기다리는데 어떤 아저씨가 우리를 보고 캔디 가냐면서 숙소를 소개해준다며 팜플렛을 건넸다. 우린 캔디에 대한 아무런 숙소 정보도 없었고 가이드 북도 없었기 때문에 순간 솔깃하긴 했으나.. 커미션을 챙길 것이 분명한 아저씨를.. 캔디로부터 기차로 3시간 떨어진 이 곳에서부터 달고 갈수는 없는 일이었다. 딱 잘라 거절하고.. 생각보다 기차가 일찍 와서 다급하게 기차에 올랐다.
3등석. 90도로 딱 각진 좌석. 이 의자에 앉아 몇 시간을 타고 갈 생각을 하니 피곤하긴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모습에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기차에 올랐는데 몸이 약간 불편해 보이는 장애를 가진 스리랑카 사람들이 우리를 도왔다. 언어는 잘 안 통했지만 선풍기를 가리키며 저 자리가 좋다고 하는 손짓.. 배낭은 저 선반에 얹으면 된다는 손짓.. 소위 바디 랭귀지를 통해 그들은 우리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그렇게 정리하고 기분 좋은 친절에 감사하며 자리에 앉아 쉬려는 찰라, 창 밖에서 어떤 사람이 우리에게 도네이션 박스와 이름과 서명을 할 수 있는 종이를 내밀었다. 스리랑카에도 이런 분들이 있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창 밖의 그 분과 차 안에서 우리를 도와주던 스리랑카 사람들이 한 무리였다. 갑자기 기분이..........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스리랑카에서도 장애를 가진 분들이 이런 식으로 도움을 받아 생계를 유지해 가고 있구나.. 우리 나라랑 별반 다를 것이 없네.. 라는 그 분들이 돈을 벌고 얻는 방식에 대한 씁쓸함.. 둘째, 기분 좋은 친절이었는데.. 그것이 '의도'를 가진 친절이었다는 것.. 의도를 가지고 친절을 베풀었다는 것에 약간 화가 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분들이 왜 이럴수밖에 없나 생각했을 때.. 크게 생각해서 스리랑카의 사회구조가 이들을 이렇게 몰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씁쓸함..
결국 Q는 용지에 서명을 하고 약간의 기부금을 냈다. 음... 이렇게 잠깐의 기부금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잠깐 잠깐의.. 이런 도움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밖에 안 되는 것 같다. 그들이 가난을 해결하려면,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밑 빠진 독을 근본적으로 고치려면,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들에게는 직업 훈련이나 교육이 필요하다. 갑자기 스리랑카의 사회.복지제도가 궁금해진다.
약간은 찌푸린 마음으로 나는 캔디로 향했다. 칙칙폭폭. 기차를 타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넓은 창 밖으로 펼쳐진 초록의 자연은 좀 전의 찌푸렸던 나의 마음을 다시 환하게 해준다.
창 밖의 풍경은 우리나라에서 기차 타고 시골 가는 풍경과 닮았다. 논과 밭, 나무.. 이런 것들이 우리네와 닮았지만 간간이 보이는 바나나 나무와 열대 나무들은 이 곳이 스리랑카임을 깨닫게 한다. 인도 기차를 타면 인도의 정말 끝없이 넓게 펼쳐진 평원을 볼 수 있는데, 스리랑카는 참 규모가 작고 아기자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곧게 뻗은 철길. 철길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나의 삶, 나의 미래... 내가 가고 있는 길...
캔디는 해발 5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도시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서늘해지고 날은 흐려진다.
한바탕 비가 내렸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풀잎들.. 싱그럽기 그지없다.
스리랑카는 기차도 참 작고 귀엽다. 이렇게 달리는 기차의 문을 열고 풍경을 구경하고 있자니 갑자기 4월에 인도 다질링(Darjeeling) 갈 때의 느낌과 풍경이 떠오른다. 인도나 스리랑카나 고산지대로 향하는 기차 밖의 풍경은 참 다채롭다. 더운 기후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와는 또 다른 종류의 식물들. 그리고 점점 차가워지는 공기.. 나는 그것을 느끼며 달리는 열차의 문간에 한참을 서 있는다.
그렇게 서 있다 보니 어떤 스리랑카 남자가 다가온다. 서툰 영어지만 내게 이름을 묻고 자신을 소개한다. 군인인데 휴가를 얻어 집에 가는 길이라는 이 사람, 날 지켜보고 있었다며 내 옆에 앉아 있었던 사람이 남자친구인지, 남편인지 묻는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나에 대해 호감을 표현해 주는 이 사람이 기분 나쁘진 않았다. 난 여행을 할 때 유적지, 관광지만을 도는 여행보다는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 진짜 여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스리랑카에 왔지만 스리랑카 사람과 부딪칠 일이 없어서 그것이 아쉬웠었다. 그러던 찰나에 이렇게 이런 기회를 통해서 스리랑카 사람과 조금이나마 더 대화를 할 수 있었고, 스리랑카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고 감사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계속 나누다 보니 이 남자의 눈빛이 더욱 짙어진다. 그가 자꾸 내게 더 가까워진다. enough. stop 하기 위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도 계속 내가 좋다면서 I love you. 라고 말한다. 한국에 언제 가냐고 하면서 자신과 함께 한국에 가잖다.. 음.. 점점 얘기가.... 안 되겠다 싶어 정말 스탑하기 위해 이름과 이메일을 물었다(나중에 연락하겠다며 둘러댈 요량으로).
이름을 적더니 사랑의 큐피트 화살까지 그린 이 남자. 아무튼 이 남자의 적극적인 사랑 표현에는 좀 당황스러웠으나 이렇게 만난 스리랑카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에 주소를 물었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궁금하기도 했던차에 이 남자를 계기로 더 많은 스리랑카 사람들을 사귀고도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편지를 보내보고도 싶었고.. 그러나.. 알아볼 수 없는 영어 글씨체에.. 시도는 해 보겠지만.. 아무튼 이 남자와 편지를 주고 받거나 다시 만나기는 힘들 것 같다(당시에는 이 사람을 이상하지만 그래도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2021년 지금 돌아보니 참 위험했던 생각이었다. 외국 남자의 호의를 아무런 의심 없이 선의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요즘 같으면 하지도 않을 생각...).
비가 온 뒤 더더욱 싱그럽게 피어난 꽃들. 이제 산과 내 눈높이가 비슷한 것을 보니 기차가 정말 많이 올라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전 10시 반에 출발한 기차는 오후 2시에 나를 캔디에서 내려주었다. 숙소 정보가 없었던 우리는 일단 역에 짐을 맡기고 숙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숙소도 숙소지만 아침도 안 먹고 배고팠던 우리. 우린 캔디에 피자헛과 KFC가 있다는 사전 정보가 있었다. 그냥 로컬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어도 되긴 했지만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정서적 안정이 필요했던 우리는 피자헛이나 KFC라는 익숙한 음식점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좀 걸어도 피자헛이 안 보이길래 몇몇 사람들에게 피자헛 위치를 물어봤다. 그런데 모르는 눈치.. 결국 학생들이 잘 알지 않을까? 싶어서 학생들한테 물어봤는데 외국인들에게 수줍음이 많은 소녀들은 부끄럽게 피하거나 잘 모른다는 대답을 한다. 결국 발품을 팔아 알아보기로 하고 몇 발자국 더 걷는데 길 건너에 KFC가 보였다! 와~ 우리 드디어 밥 먹을 수 있는거야? ㅎㅎ
각 나라의 다국적 기업의 패스트 푸드점을 살펴보면, 정말 흥미롭게도 그 나라의 음식 스타일에 따라 변형되거나 합쳐진 메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불고기 버거' 라는 것이 있듯, 채식인(vegetarian)들이 많은 인도에는 향신료가 들어간 'veg burger' 라는 메뉴가 있다. 스리랑카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로컬 문화를 반영한 'chickin biryani(치킨 비리야니)'라는 것을 팔았다. biryani(비리야니)는 강황과 향신료를 넣고 볶은 노란색 fried rice이다. 난 햄버거도 안 좋아하고 치킨도 안 좋아해서 결국 닭다리가 하나 올라간 치킨 비리야니를 시켰는데, 치킨은 안 먹고 볶음밥만~ 아무튼 각 나라마다 패스트 푸드점들의 메뉴가 각 나라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개발되어 있다는 사실. 한마디로 localization. 기후에 따라 사람 몸에 필요한 음식이 달라 먹는 음식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참에 세계 식문화 탐방도 해볼까? ㅎㅎ
얘기가 나온 김에 음식과 기후 이야기를 해 보자면, 난 인도에서 1년을 지내본 후에야 인도 사람들이 왜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지, 왜 'dahi(다히)'라고 하는 요구르트를 즐겨 먹는지, 왜 모든 음식에 소금을 추가로 넣어 짜게 먹는지, 왜 'sweet(스윗)' 같은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단과자를 즐겨 먹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습하지는 않고 건조하면서도 더운, 특히 팬을 돌리면 더운 바람이 훅훅 도는 인도의 여름 4월엔 시장만 다녀와도 너무너무 지친다. 그냥 난 걷기만 했을 뿐인데 더운 날씨가 날 knockdown 시킨다. 사람도 힘 없이 축 쳐져 있고, 개들도 길거리의 그늘을 찾아 '늘어져' 있다. 날씨가 이렇게 더우면 물도 많이 찾게 되거니와 무엇보다도 짜거나 단 음식이 당긴다. 한참 더울 때 요구르트를 발효시킨 달콤한 음료 'lassi(라씨)'를 먹으면 더위가 싹 가신다. 요구르트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사람의 속을 시원하기 해주기 때문이다. 짜게 먹는 이유는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리면 몸은 자연스럽게 염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위에 지쳐 헤롱헤롱 거릴 때 달콤한 스윗을 먹으면 정신이 번쩍! 든다. 어떤 사람들은 인도의 스윗을 맛보고는 '인도인들은 왜 이렇게 extreme하게 단 것을 먹느냐, 이러니까 인도인들이 채식을 하지만 살이 찌지.' 부터 시작하여 당뇨병까지 거론을 하기도 하고, 인도인들이 요구르트를 마실 때에는 '몸에 좋은 건강 음식을 먹는 인도인을 보고 우리도 배워야 한다'며 칭송하기도 하는데, 거두절미 하고, 인도인들이 무엇을 먹고 마시던 그들이 그 음식을 먹는 데에는 다 이렇게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하면 할수록 더 길어질 것 같으므로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인도 생활.여행기를 쓸 때 많이 이야기 하게 될 듯) KFC에서 배를 채운 우리들은 캔디에서 며칠간 지낼 숙소를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어렴풋이 내어 어떤 한 블로거가 묵었다는 유치원+숙소를 운영하는 곳을 찾아가 보니 방 값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비쌌다. 심지어 그 블로거가 주고 묵었다는 그 금액보다도.. 러블리한 프릴과 커텐이 달린 침대에 화장실 깨끗. 시설 깔끔하고 좋긴 좋았는데.. 아무래도 우린 budget 여행자였던터라.. 발품을 팔아서 좀 더 도시를 둘러 봤는데 도시를 아무리 돌고 돌아도 숙소나 호텔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캔디 시내 모습. 순박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어촌 마을 네곰보와는 달리, 캔디는 정말 '도시' 그 자체였다.
호수 주변의 산책로. 왼편에 거대한 호수가 있다. 잉어의 한 종류로 추정되는 빨간색 물고기들이 사는 호수에서는 원하면 보트도 탈 수 있다.
하도 돌아다녀서 점심 먹은 배가 꺼질 때쯤, 우린 잠시 쉬어 가기로 하고 어떤 한 주스 가게에 들어갔다. 그 가게는 쇼윈도에 간단한 케익이 있고 의자 몇개가 들어찬 별로 크지 않은 가게였는데, 꽤 많은 현지인들이 그 곳에서 먹고 있길래 맛있는 집인가 싶었다. 그런데 주방이 안 보이던 가게. 과연 쥬스를 어디서 만드는 걸까? 궁금해하며 주문한 주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위에서 무슨 양동이가 쑥 내려오더니 거기에 담긴 주스잔을 꺼내서 우리에게 주는 가게 점원. 아~ 다락 같이 생긴 윗층에 주스 만드는 곳이 있구나! 신기했다. 사람들이 주스를 시킬 때마다 위에서 주스가 담긴 야동이가 쑥~ 하고 내려오다니~ 숙소 찾느라 다소 지쳤었는데 달콤한 wood apple 주스와 함께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같은 그 양동이에 기분 좋은 break time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주스를 마시고 또 다시 숙소 찾기 시작. Lonely planet(론리 플래닛)을 펴낸 Tony Wheeler(토니 휠러)가
초창기의 스리랑카 가이드 북을 만들 때 머물렀다는 pink house 숙소가 생각나서 이 곳을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현지인들도 이 곳 위치를 잘 몰랐다. 찾고 찾아도 너무 숙소가 안 보이길래 어떤 현지인 아줌마께 주변에 게스트 하우스나 숙소가 없냐고 여쭤봤다. 그 분은 영어를 꽤 잘 하셨었는데, 본인은 아무래도 여행자가 아니니 그런 정보에 익숙치 않은 듯 했다.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이방인 학생들이 숙소를 애타게 찾고 있는 모습에 how can I help you.. 라며 안타까워 하셨던 그 분..그 마음만으로도 감사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러다 짐을 맡긴 역 근처로 다시 돌아갔는데, 날은 어두워지고 있고, 짐 찾을 시간은 다가오고 있어서 약간 걱정이었는데.. 숙소를 찾냐면서 우리에게 어떤 남자가 다가왔다. 그 남자에게 혹시 pink house를 아냐고 물었더니 안다고 했지만 그 곳은 지저분하고 좋지 않은 숙소란다. 그러면서 다른 숙소를 자꾸 권한다. 그런데 우리가 계속 핑크 하우스에 가고 싶다고 우기자 여러 개의 게스트 하우스를 나열하며, 만약 핑크 하우스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곳에도 데려다 주겠단다. 숙소를 알려주고 커미션을 받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남자였지만, 숙소 찾기가 너무 어려웠으므로 우린 결국 이 남자를 통해 숙소를 잡기로 했다. 그 사람은 택시(봉고차)를 운영하기도 해서 그 사람의 차로 핑크 하우스까지 갔다. 하루 종일 이 도시를 얼마나 걷고 또 걸었었는데.. 차를 타니 금방 호수 근처의 핑크 하우스에 도착.. 핑크 하우스는 우리가 갈까 말까 망설였던 호수 근처의 한 골목에 있었다.
나와 Q는 숙소도 살펴보고 가격도 알아보고 우리가 원하면 키친도 쓸 수 있는지를 묻기 위해 커다란 철창 대문 너머로 숙소에 들어가 봤는데, 한 방에 침대가 기본적으로 2개씩 있고 비교적 깔끔하며, 키친 쓸 수 있을 듯 하고, 시골집 같이 back yard가 있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어 Q와 단번에 의견 일치! 게다가 약간 무섭지만 덩치가 큰 검둥이 개도 있고, 주인인지 매니저인지.. 어쨌든 우리를 안내한 사람이 영어도 잘 하고 서구적으로 생겼으며 인상 또한 깔끔.. 한마디로 잘 생긴 주인 또한 마음에 들었다는 사실은 숨길수가 없다~ㅎㅎ 커미션 맨에게는 이 곳까지 이동한 택시비만 지불하여 돌려보내고 우린 이 곳에 짐을 풀었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고생한 것에 비해서 좋은 숙소에 빠른 시간 안에 결정하여 짐을 풀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행복했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드디어 휴식을 취하며 한 숨 돌리게 된 우리들. 그렇게 쉬고 있는데 주인이 와서 저녁을 먹겠냐고 물었다. 원하면 자기 숙소에서 저녁을 제공한단다. 물론 돈을 주고 먹는 것이었지만 딱히 나가서 먹을 특별한 계획도 없었고 피곤했던 우리는 이 곳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메뉴는 밥과 망고 커리(사진 맨 왼쪽 큰 것),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고구마 요리(사진 중앙), 그리고 Sambal 삼발(향신료로 만든 소스, 사진 맨 위 정 가운데 밥 옆에 빨간 것)이었는데 우린 부엌에 들어가서 각 메뉴를 부페식으로 조금씩 덜어와서 먹었다.
난 이 밥을 먹으면서 완전히 감동을 했다. 향신료가 강하게 들어간 인도 음식과 달리, 향신 재료가 들어가긴 했지만 마일드 했던 스리랑카의 첫 가정식 음식은.. 마치 먼 타국에서 먹는 고국의 집 밥 같다고 해야 할까.. 인도에서 향신료가 강하게 들어간 음식만 먹다가 이렇게 마일드 한 음식을 먹으니 속이 편안하고 입맛에 잘 맞았고, 이게 맛있다고 느껴졌다. 실제로 정말 맛있기도 했다. 아.. 이것이 스리랑카의 맛이구나! 스리랑카 최고!!! 아무튼 우리 넷은 다들 이 날의 식사에 감동하며 한 접시씩 더 먹었다. 주인이 밥이 부족하다고 빵도 챙겨 주시고, 식후에는 바나나에 뜨거운 물까지 주셔서 우리가 챙겨 온 tea를 마시며 정말 relax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이 순간이 실로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낮에 숙소 찾느라 다소 지쳤었는데.. 따뜻한 밥에, 맛있는 음식에, 정말 잘 챙겨 주셔서 황송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이 때의 이 음식을 떠올리노라면 당장이라도 핑크 하우스로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든다. 내 생의 잊을 수 없는 순간 중 하나 :-)
1 Jul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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