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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도를 좋아하는 이유 | 관용이 부족하고 획일적인 한국 문화에 대한 아쉬움

 

아래의 글은 인도에서 1년을 보내고 와서 복학했을 2011년 당시 어느 봄날의 이야기를 기록해 둔 것인데, 현시점의 생각을 덧붙여 재기록해 본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언니가 솔직히 왜 그렇게 인도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요즘 언니가 인도 이야기를 나한테 얼마나 하는지 알아? 인도에도 분명 좋지 않은 모습이 있을 텐데, 언니가 무조건적으로 인도를 너무 좋게만 보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되네. 뭐 때문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는데... 언니가 인도라는 환상 속에 너무 빠져 사는 것 같아서 그게 싫어."

 

그래. 내가 요즘 인도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었지.. 사람들이 아직도 인도를.. 일반적인 편견으로는 '더러운 나라', 기독교적인 입장으로는 '신들이 많은 나라, 그래서 '불쌍'한 사람들이 가득한 나라', '명상의 나라', '깨달음의 나라', '여자 혼자 여행하면 위험한 나라', '미지의 세계', '알 수 없는 특이한 사람들이 사는 세계' 등등등.............. 사람들이 인도를 경험해 보지도 않고 다른 이의 여행 경험과 시선을 통해, "인도는 OO다."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그런데 dk는 그건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경험을 해 보지 않았으니 책이나 매체를 통해서 몰랐던 것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그런데 난 그게 불만이었다. 사람들은 '여지'를 두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이야기하면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문화에선 특히 권위자..에 대해 많이 약한 것 같다. 지식 있고, 실력 있고, 경험 있는 누군가가 "이것은 이래요."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 이야기를 많이 믿고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대세'가 되어, 그것이 마치 '정답'이라도 되는 양 그것에만 열렬한 지지를 보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그것은 마치 '틀린 것'으로 간주된다. 이럴 땐, '권위자가 그 부분을 주름 쥐고 있는데 네가 어디서 감히.'라는 느낌이 든다.

 

빛의 색깔이 다양하듯,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이 존재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왜 '다른' 생각을 '틀린' 생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 보니 소신 있는 소수들은 '감히' 자신의 의견을 입 밖에 내지 못한다. '틀렸다'라는 이야기를 듣기가, 질타를 받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생각 있는 소수의 발언권들은 점점 더 줄어들고.. 힘과 권위를 가진 자들의 발언권 영역은 점점 더 확장된다.

 

이런 사회가 참 안타깝다. 사회가 많이 바뀌어서 '개성'과 '다양성'이 중시되는 사회라고는 하지만.. 표면상으로만 그럴 듯,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이상향'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우리 사회는 아직도 많이 보수적인 것 같다.

 

나의 힌디어 선생님, Santosh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 사람들 외양은 많이 서구적으로 가고 있는데, 속은 아직도 많이 보수적이라고... 

 

서구적인 외모를 지향하는 것이 나쁜 것이고, 틀린 것이고,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보수적이라는 것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사실 '보수'라는 것도 여러 가지 맥락으로 짚어봐야 할 문제기에.. '보수적=나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내가 이야기하는 우리 사회의 보수는 '많이 열려있지 못하다는 것'. 겉으로는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다고는 하지만... 요즘 사람들 사고하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지 못해서 안타깝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많은 기사들과 가십거리들...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은 점점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사건과 기사들을 대문에 보여주고 있다. 끔찍하다.. 웹페이지를 열면.. '누가 자살했다', '누가 시위를 하고 있다','누구의 패션', '누구의 1등' 등등........... 수많은 넘쳐나는 정보들과 기사들이 나의 눈과 마음을 어지럽게 한다. 그래서 한때는 한 웹사이트를 열지 않기도 했었다. 인터넷 머리기사들의 제목만 봐도 참 아찔하고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용하지 않으려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니.. 지금은 어찌어찌하여 거의 매일 같이 드나들고 있는데.. 이렇게 접속이 잦으면.. 솔직히 보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도 내가 보게 된다는 것이 참 문제다. 굳이 알지 않아도 될 것까지도.. 그런 정보에까지도 내가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dk는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이 보수적임을 인정하자 진보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그런 것 같다. 나 자신이 아무리 열린 사람 같아도 내가 생각하는 것 역시 보수일 수 있음을.. 나는 인정한다.

 

 

 

나는 왜 인도를 좋아할까? 요즘 들어(2014년)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정말 인도라는 국가를 좋아하는 걸까? 아님 인도라는 환경 속에 있었던 나를 좋아하는 걸까? 나는 2008년 인도에서의 열흘간의 단기봉사 이후 인도에 반하여, 인도를 너무 사랑해서 다시 그곳에 갔다고 너무나도 명백하게 말했지만 사실 인도에서의 시간은 한국이라는 현실 속에서 잠시 도피할 수 있었던 꿈만 같던 시간은 아니었을까? 또는.. 그곳에서의 시간 동안 다양한 환경과 관계 속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며 나는 타인에게 있어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 배웠기 때문..? 인도인을 좋아했던 것도 한국이라는 사회, 문화권에 잠시 지친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은 생각도 든다. 일종의 환상같이.. 어쩌면 그곳에서 또 다른 나를 찾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 인생의 신선하고도 충격적인 자극이 프랑스에서 있었다면 나는 프랑스를 인도만큼이나 좋아하게 됐을까? 

 

 

확실히 나는 인도를 생각할 때 감정적인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때론 상식적으로도 통용이 안되는 사실조차 맹목적으로 감싸고 지지하기도 했었던 것 같으니까... 

 

흠.. 그런데 말이다. 그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도를 좋아한다. 도서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도에 대한 글과 인도 작가들이 쓴 문학.. 요즘 영화관에서 제일 보고 싶은 작품은 인도의 <Lunch box>.. 뉴스를 보면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것이 인도에 대한 기사... 이렇게 인도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언어.. 등 끊임없이 관심이 가는 이유는 인도가 잠시 동안이라도 내가 몸담았었던 내 인생의 한 정거장이자 한 시간표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족.. 인도 영화 <Lunch box>를 상영하는 CJ의 CGV 무비콜라주는 참 훌륭한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로 하여금 독립영화, 비주류 예술에도 관심 갖게 하니까 말이다. 비록 상업적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는다 할지라도 말이다.)

 

 

무비콜라주 :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등 많은 다양성 영화들을 보듬는 CGV 다양성 영화 전문 브랜드.

( CJ E&M CJ E&M 공식 블로그 http://blog.cjenm.com/m/post/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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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도를 좋아하는 이유, 그 답은 어쩌면 끝까지 못 찾을지도 모른다. 또는 언젠가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흥미가 뚝 떨어질지도 모를 테지.. (이것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인도를 잊기에는 너무나 많은 나, 나에 관련한 추억과 경험이 인도 속에 많다.) 

 

현시점에서 무엇인가에 대해 어떻게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그럴 필요도 없고 말이다. 인도를 감정적으로 대하든 아니든 그 문화권, 그 시간표 속에 있었던 나를 사랑하고 지지한다. 좋은 기억이든 아니든 그 과거 또한 나의 경험으로 인정하며 나의 경험과 만남, 생각, 깨달음이 앞으로 남은 내 인생 가운데 어떻게 풀어져갈지 기대가 된다.

 

 

10 Apr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