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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바라보는 왜곡 편향된 시선 또는 착각들 

 

지난 토요일에 도서관에 갔었는데 아무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곳은 인도에 대한 이야기가 모인 책장.

 

고전소설 몇 권과 함께 나는 인도를 쓴 여러 권의 책을 빌렸다.

 

눈은 아직 피곤하긴 하지만 무엇이라도 자꾸 읽고 싶은 생각에 책을 조심조심 읽는데, 인도에 대해서 또는 인도를 여행하는 자들에 대한 시선을 풀어낸 몇 군데 구절을 보면서 나는 마음이 참 답답해져 왔다. 내가 본 인도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는데 그 사람은 마치 그것이 사실의 전부인 양 묘사해 놓았기 때문이다.

 

 

 

가령 아래와 같은 구절들.

 

 

나 역시 인도를 여행했지만, 나는 1등석도 타보고 3등석도 타보았다. 몇 등석을 선택하느냐의 판단 기준은 각 여행자가 다 다를 것이다. 나는 인도의 상류층과 하층민의 삶 모두를 두루두루 체험해 보고 싶어 다양한 클래스에서 여행을 했지만, 어떤 이들은 책에 기술되어 있는 대로 인도인의 가난을 바라보는 본인의 불편한 감정 때문에 1등석을 선택할 것이다. 또는 인도를 여행하고 싶은데 건강상의 문제나 편리함 등으로 1등석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도 기차 클래스 선택은 여행자 각각의 이유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지, 위의 글처럼 절대 획일적이지 않다.

 

 

 

 

 

위에서 말하고 있는 바와 달리, 내가 인도에서 생활하던 2010년 당시 남인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는 <세 얼간이> 포스터보다 텔루구어로 더빙까지 한 <아바타> 포스터가 더 많이 붙어 있을 정도로 열풍이어서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력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여러 종류의 인도에 대한 책과 개개인의 글들을 읽다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내가 경험했던 인도를 그대로 묘사해놓은 글을 볼 땐 공감과 함께 반가운 마음이 들고, 한 가지 현상에 대해 나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글을 볼 때면 인도엔 그런 모습과 문화도 있다는 것을 배우며 내 사고를 확장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인도에 대해 지나친 환상과 추측, 개인적 감정이 난무하여 인도의 진짜 모습을 가리는 듯한 글을 볼 때에는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서 욱하는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사실, 난 인도에서 아주 오래 살아본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나의 편견과 주관적 견해를 배제하고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인도를 바라보고자 했었다. 하지만 현지인이 아닌 이상 내가 아무리 인도를 제대로 봤다 한들 일정 부분은 사실이 아닌 왜곡된 시선과 나의 주관적 경험과 감정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인도를 바라본 측면도 있을 것임을 인정한다. (사실 한국 사람인 나도 한국을 잘 모르는데 인도인이라고 해서 단일민족인 한국보다 더 다양성을 가진 인도에 대해 사실상은 얼마나 많은 부분을 고찰하고 있겠는가 싶지만.)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주관적 경험에 의지해 하나의 대상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누구나 다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도 사실적인 정보 외에 개인의 주관성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바라본 대상을 마치 그것이 사실이고 전부인 양 단정해버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이러한 글이 공공성과 전파력을 가진 출판, 미디어 등을 통해 노출된다면, 대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하거나 부족한 대중들은 주관적 견해를 객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기정사실화해버리기 쉽다. (그러니까 대중들은 뉴스, 미디어를 접할 때 분별력과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페이스북이나 뉴스에 자극적 제목의 기사가 실릴 때 기사의 전문은 읽어보지도 않고 그 제목에만 무조건 반응하거나, 특정 성향과 견해를 가진 대중매체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 때론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견해가 배제된 맹목적인 지지를 통해 마치 그것이 곧 자신의 견해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경우다.)

 

 

 

이 세상에 100% 완전한 일은 없을 것이다. 결국에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과 가치 판단에 따라 한 대상을 바라보는 각 사람의 인식 체계는 무척이나 달라질 것이다. 그러니까 누구의 견해도 완전하지 못하다. 다만 이야기하는 어법과 성향에 따라, 당 시대의 기치와 기준에 지지를 더 받고 못 받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당대에는 지지 받지 못했던 견해나 예술 작품들이 후대에는 지지 받고 떠받들여지기도 하나 본데, 분명한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조화를 위해선 common sense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

 

 

 

나 또한 불완전한 견해를 가진 사람이기에 나는 욱하는 마음이 들더라도 이 또한 작가가 바라본 인도임을 인정하는 마음으로, 내 생각이 전부가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사진 속 책을 끝까지 읽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나는 책 속 인도 풍경을 담은 사진 몇 장을 사르륵 흟어보고는 책을 덮어야만 했다. 더 이상 그 누가 봐도 명백하게도 사실이 아닌 작가의 주관적 견해에 따른 인도의 모습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나 또한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알게 모르게 이것이 옳다고 사고하고 있는 생각과 글이 과연 많은 이들에게 수용되고 이해될 수 있는 common sense를 갖췄는지 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블로그지만 공공성도 가진 공간이기에 사실 어떤 면에서 보면 글을 쓰는 데에 책임감과 부담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는 나의 글에 대해 발톱을 세우고 달려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또한 내 생각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는, 나의 사고를 넖히는 계기가 될 것임을 알기에 나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내 글들을 기꺼이 올린다. 또 누가 아는가. 어느 누군가는 나의 글을 보면서 자신의 사고를 넖힐 계기를 마련하게 될는지. 인간은 대화 즉 언어를 통해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는 존재이니 글 역시 상호 영향력을 가진 것이라 생각한다. 

 

 

 

글이 너무 시니컬했나?사실 생각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는 느낌은 아니다. 사고가 너무 확장되었나 싶기도..

 

그래도 인도에 발 '조금' 디뎌봤다는 이유로 얄팍하기 그지없는 정보들을 소위 '인도 경험'이라며 책으로 출판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글을 읽고 가감없이 읽고 수용할 대중들을 생각하자면 내가 이런 일에 분노하고 비판하는 일은 아주 틀린 일은 아닐 것이다. 잘못된 정보와 편향된 정보로 대중들에게 올바르지 못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에 그 누구라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다면 사회는 더 큰 혼란과 오해 속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인도를 얼마를 경험했든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과 생각은 존중한다. 그러나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 속에서 '기정사실화'된 인도의 모습은 한번쯤 더 검증을 받아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dk의 말이 떠오른다.

 

"철학자 KSJ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짜증이 나. 그는 인류애가 없어."

 

그렇다.. 말은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말하는 사람이 가진 가치관과 철학에 따라 말의 영향력은 달라진다. 요즘은 말 잘하는 사람이 잘 나간다던데. 갑자기 사람을 세워주고 살리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

 

9 Apr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