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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 후기 | 노래방 | 스시(Sushi) - dk의 선물 3종 세트로 행복했던 날 :-)
Olivia올리비아 2021. 11. 16. 21:19
간만에 dk랑 데이트 하는 날~
해외에 1년간 다녀왔더니 dk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겨있었다. 매일매일 남자친구를 만나는 dk. 행복에 가득 찬 dk가 매우 부러우면서도 이전의 괴로웠던 것들, 극복해야 할 것들을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극복해 나가는 것 같아서 참 기분이 좋고 잘 됐다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나랑 놀아주지 않아 좀 섭섭할 때도 있었던 것이 사실. 1년간의 해외 생활을 통해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함께 나누며 dk의 조언이나 생각도 들으며 나의 것들을 발전시켜 나가길 원했었는데.. 그것들이 귀국 후 곧바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웠다고 해야 하나.. 지금은 dk의 행복해하는 모습에 잘됐다 싶으니 이전만큼의 섭섭함은 좀 사라졌지만 그래도 dk와의 대화 시간은 언제나 나를 돌아다보게 하고 내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깨닫게 해 주는 시간이기에 언제나 즐겁다. 그리고 서로 잘 하게 되는 인문학에 관련된 이야기들도 흥미롭고:)
아무튼 dk와의 대화시간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는 사이이기에 그걸로 괜찮다. 가끔은 직접적인 대화보다는 메일이나 쪽지로 주고 받는 생각들을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도 되고.. 아무튼 직접적인 interaction이 좀 부족하다 하더라도 우린 서로의 마음과 의지를 지지해 주는 친구 같은 좋은 사이이다. 굳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제 마음이 잘 통한달까. 마음만은 잘 아는 사이이기에 든든한 존재, 나의 지지자, dk. :)
dk와 함께 아침부터 서둘러 나왔다. 한 20여분 걸어 도착한 곳은 신촌의 vertigo tower(버티고 타워) 9층에 위치한 '어둠 속의 대화' 공연장. 이 공연은 일정 기간 동안만 하고 접는줄 알았는데 아예 층별 안내판에 '어둠 속의 대화' 라고 박혀 있는 것을 보니 상설 전시로 갈 예정인가 보다.
어둠 속의 대화. Dialogue in the Dark.
dk가 2~3년 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이 공연을 관람하고 참 좋았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내가 한국에 온 이후부터 dk가 계속 여길 가자고 이야기 해왔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계속 못 가고 있었는데 가자고 이야기만 하다가 dk가 결심을 한듯 공연 하루 전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하여 공연장을 찾게 되었다. 나는 '나중에 해야지' 라는 마음 때문에 놓치고 사는 것이 많다.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Carpe Diem.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삶에 충실해야 자신을 충만히 느낄 수 있고, 자신을 충만히 느끼면 하루하루가 기쁘며 꽉 찬 하루를 살았다는 만족감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보이는 것, 그 이상이 과연 무엇일까? 보이지 않는 것, 어둠 속에서 사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이 공연을 통해서는 시각 장애인들의 삶을 경험해보게 되는 것일까..
dk가 재관람을 결심할만큼 하도 좋다고 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오긴 왔지만 공연이 어떤 느낌일지에 대해서는.. 어떤 것을 경험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이디어가 없었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로비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깔끔하고도 밝은 느낌의 로비.
로비는 크지 않은 아담한 규모인데, 방명록을 적거나 공연 후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곳이 이렇게 마련되어 있고, 한 쪽엔 공연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두었다.
Brand shop. 이렇게 black & white로 디자인 된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다. 수첩과 펜, 가방, 티셔츠 등이 있었는데 이 자체로도 예쁘지만, 그냥 수첩이나 연필에 Dialogue in the Dark 라는 제목을 새겨넣은 것에 불과해 보여서...뭔가가 좀 아쉽다. 좀 더 creative한 기념품을 팔았으면 참 좋았을텐데...
밝은 느낌의 공간이 나를 기분 좋게 한다. 정면 흰 스크린에서는 공연에 관련된 짧은 영상이 비춰지고 있었다. 이 공간을 보며 내가 나중에 열 나만의 카페와 공간을 상상해봤다. 나도 이런 밝은 느낌의,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다. 이런 곳에서 사람들과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희망차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과 프로젝트들을 나누고 싶다:)
dk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덧 공연 시간이 되어 공연장에 들어갔다. 이 공연은 한 타임당 7~8명의 소규모 인원이 투어하는 방식이었다. 오전 11시 15분에 참여했던 인원은 7명. 공연장 입구에서 간단한 설명을 들은 우리는
시각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지팡이를 일반인들이 적응하기 쉽도록 개선한 지팡이를 하나씩 들고 드디어 어둠 속으로 입장하였다. 정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두근, 약간 긴장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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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들어갔다. 정말로 하나도 안 보이는 칠흑 같은 어두움. 하나도 안 보인다는 것을 알고 들어갔지만 난 본능적으로 자꾸 보려고 눈을 뜨게 되었다. 하지만 계속 눈을 뜨고 체험을 하면 나중에 어지러울수도 있고 어차피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눈을 감고 체험하는 편이 더 낫다는 로드 마스터의 말에 따라 눈을 감으려고 했지만 자꾸만 눈을 뜨게 되더라. 무엇인가를 자꾸 보려는 인간의 마음과 본능.. 흠...
우린 어둠 속에서 한 명씩 자기 소개를 하고 팀을 지어 공연을 체험하였다. 팀은 'Bass' 라 이름 지은 dk와 나, 혼자 따로따로 와서 함께 팀이 된 두 여자분의 '토끼' 팀, 사촌 형과 함께 온 두 형제의 팀, 이렇게 3팀이 되었다. 어둠 속에서 각자 소개를 하는데 온전히 목소리만 들리기에.. 그 목소리들이 참 특별하게 들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욱 더 민감하게 살아나는 청각. 이렇게 어둠 속에서만 지내다 보면 목소리만 통해서도 각 사람의 캐릭터를 파악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입장한 곳은 깊은 숲 속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다. 입장하자마자 향기가 달라졌음을 바로 느꼈고 새 소리, 물 소리가 들렸다. 손을 뻗어 주변에 뭐가 있는지 느껴보라는 로드 마스터의 말에 따라 손을 뻗어보니 주변에 나무가 있었다. 나뭇가지와 잎.. 만져보니 확실히 이것이 생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각을 배제하고 이렇게 손의 감촉으로만 느껴보는 살아 있는 식물에선 생명이 느껴졌다. 이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면 눈을 감고 이렇게 촉각을 통해서만 식물을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을 그렇게 만져보고.. 아무것도 안 보이니 조금은 두려웠던 흔들다리도 건너.. 물소리가 들리는, 옹달샘 근처로 느껴지는 곳의 벤치에 잠시 앉아 휴식시간을 가졌다. 이 곳은 왠지 내 머리 위로 키가 큰 나무들의 잎들이 드리워져 하늘을 가리고 있는.. 그렇지만 빛이 그 잎들 사이로 쏟아져 내릴것만 같은 공간이었다. 잠시 동안의 대화 시간이 주어져 dk랑 이것저것 만져보며 대화를 나눴다. 근처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철망 같은 것도 있었고.. 벤치는 반들반들한 느낌이었다. dk는 벤치가 참 위험한 물건이 될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은 공연장이니까 벤치의 나무 느낌이 반들반들 하고 만져도 다치지 않게 되어 있는데 실제의 상황에서 시각 장애인들이 이런 벤치들을 만지면 나무가시에 찔려 다칠수도 있고 벤치 주변에 나뭇가지나 위험한 물건들이 있으면 쉽게 다치기도 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자꾸 안 보이는데도 눈을 뜨는 현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슈퍼스타 K 시즌 1에 출연했던 한 시각 장애를 가진 남자분은 앞이 안 보이면서도 항상 눈을 뜨고 있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시각 장애인들은 눈을 뜨고 있는데.. 보이지 않지만 보려는, 보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이 이토록 강한 것인가.. 라는 대화를 나눴다.
그곳을 벗어나서 우린 골목길로 들어가 한 남자의 집 앞에 다다랐다. 초인종을 눌러 본인을 handsome이라 지칭하는 목소리 좋은 한 남자와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여러가지 것들을 만지고 밟아보며 다양한 것들을 경험했다. 계단이나 오르막길, 내리막길의 경사도 느껴봤고 바닥이 흙바닥인지 돌바닥인지.. 지팡이나 발의 감각을 통해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반질반질한 보닛, 와이어를 만지며 이것이 차구나! 하는 것도 느끼고.. 건널목 신호등의 시각 장애인을 위한 안내 버튼도 처음 눌러 길을 건넜고 길을 건너면서는 맹인들의 지도가 되어주는 점자 블록도 지팡이로 체험해 봤다. 건널목을 건너면서는 로드 마스터의 목소리를 따라 그 분을 의지하며 건넜기에 별 두려움이 덜했지만 만약 내가 정말 맹인이어서 혼자 차들이 빵빵거리는 도로를 건너는 상상을 해 보니 커다란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렇게 도로를 건너서는 도착한 곳은 시장이었다. 슈퍼마켓에 들어가서 콩, 미역, 말린 생선, 가방, 치마 등을 만지고 느껴봤다. 확실히 안 보이니 촉각이 더 민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역이나 쫄면, 당면 같은 것들은 느낌이 비슷해서 구분하기가 참 어려운데도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잘 알아맞췄다. 이 마켓에서 우리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이미지에 맞는 물건을 찾아 선물하는 게임도 했다. dk가 져서 dk가 날 위해 어둠 속에서 한 물건을 찾아왔는데 그것은 바로 콩이었다. dk가 내게 콩을 건네며 "두유 먹고 키 커:)" 라고 말했다. 로드 마스터가 왜 콩을 선물했냐고 묻자 "두유 만들어 먹으라고요." 라고 했다. 내가 평소에 건강식을 즐겨하고 건강음식에 관심이 많은 나를 위한 dk의 배려의 마음이 보여 콩을 받은 내 마음은 감동의 도가니였다. dk~!! 넌 내게 대체 무슨 존재길래 날 이렇게 감동시키는 것이니! 어둠 속에서는 dk의 나에 대한 마음이 더 잘 느껴졌다.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이렇게 사람의 마음과 진실이 잘 전달되는구나..! 어둠 속에서 이것저것을 더듬어 나를 위해 콩을 찾아왔다는 것이 정말 감동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배를 타러 갔던 것 같다. 어딘가에 도착을 했는데 뭘 만져보라고 하길래 만져봤더니 구명 조끼였다. 주변에 난간이 있는걸 봐서 우린 선착장에 왔구나! 배라는 공간에 앉아 우린 로드 마스터가 운전하는 배를 탔다. 보트에 시동을 걸고.. 보트가 후진을 해서 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느낌이 리얼하게 들었다. 보트의 엔진 소리를 들으면서는 지금 이 보트가 시동을 걸고 있구나, 후진하고 있구나, 한창 달리고 있구나, 정착하려고 속력을 줄이고 있구나.. 등등이 정말 리얼하게 느껴졌다. 아.. 눈이 안 보이니 주변에 이렇게 들리는 소리가 많구나.. 그동안 너무 많은 소리들을 느끼지 못하고 무시하며 살았던 것 같다. 눈으로 보는 세상이 참 감사하기도 하면서.. 눈에 의지하여 참 많은 것들을 간과하고 살았었구나... 앞으로는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소리들을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를 타고 도착한 곳에서 벽을 짚어보니 벽돌과 함께 무슨 식물 같은 것이 느껴졌다. 공연 초입에서 만진 식물은 살아 있는 식물이었는데 확실히 이 식물은 조화라는 것을 촉각만으로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눈으로 볼 때는 식물이 조화인지, 생화인지 분간이 안 갈때도 있는데 촉각을 사용하니 이렇게 명확하게 구별이 되는구나. 신기했다. 로드 마스터가 이 곳이 어디였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차(TEA)를 파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더니 차(CAR)를 팔았으면 좋겠냐며 마스터가 농담을 한다. 로드 마스터가 주변의 뭔가를 만져 보라기에 또 만져보니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dk가 DARK 까지 읽었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글자를 조합해 보니 그 곳은 DARK CAFE였다. 와~ 카페에 왔구나!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초콜릿 향, 커피 향이 물씬 풍겼다. 기분이 좋아졌다. 와~ 후각으로 느끼니 그 향이 더욱 행복하게 느껴지는구나. 앞으로 무엇인가를 느낄때 눈을 감고 후각도 많이 사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한 느낌으로 카페에 들어서니 카페 주인이 한 테이블로 우리를 인도했다. 목소리도 좋고 영어 발음도 참 좋았던 카페의 주인. 알고 보니 이 분은 아까 골목에서 만났던 자신을 handsome이라 지칭한 집주인이었다. 그러면서 이 섬의 이름이 핸'섬' 이란다. ㅎㅎ 어쨌든 우리가 카페 오픈 후 첫 손님이라며, 첫 손님은 공짜로 대접해야 앞으로 장사가 잘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차를 무료로 대접해 주겠단다. 와.. 이 곳에서는 어둠 속 미각을 체험하는 곳이구나. 카페 주인장이 목소리를 듣고 그에 맞는 음료를 제공해 주겠다고 하여 핸섬 주인장과의 1:1 인사를 통해 음료수를 하나씩 받았다. 그러고는 테이블이 있는 한 방에 들어가서 앉았는데 '공간감' 이 느껴졌다. 로드 마스터가 방의 '문을 닫았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받은 캔음료를 따서 마셔 보았다. 마시고선 이것이 무엇인지 각자 말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난 무슨 tea 음료를 받은 줄 알았다.처음엔 실론티인줄 알았다. 그런데 먹으면 먹을수록 뭔가 복숭아 맛이 나는듯도 하고.. 혹시 이게 2%인가 싶었는데.. 2%가 맞단다. 신기했다. 난 평소에 2% 음료수가 너무 심심한 맛인 것 같아 잘 안 사먹었었는데 어둠 속에서 상표를 보지 않고 미각으로만 느끼니 이 음료수가 참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난 평소에 음식을 '에너지원' 이 아닌 혀를 통해 충분히 맛을 느끼는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중이다. 음식을 먹을 때에는 음식에만 집중하여 그 맛을 충분히 느껴야 음식을 제대로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서 오는 즐거움을 느껴야 내 위가 웃고 몸이 건강해지며 그것이 스스로를 위한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눈을 감고 음식을 충분히 많이 씹으며 음식이 가진 고유의 맛을 최대한 느껴보려고 노력을 하는데 눈을 감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 위에서도 계속 언급 했듯이 무엇인가를 보려는 인간의 본능 때문일까.. 눈을 감고 몇 번 음식을 씹다가도 자꾸 눈을 뜨고 먹게 되거나.. 아님 밥을 먹으면서 영상을 본다거나.. 책을 본다거나.. 자꾸 다른 일을 하게 된다. 음식 자체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 그런데 이런 체험을 하니 앞으로 더욱 더 미각에 집중하여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시판 음료나 제조 식품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렇게 먹으니 음식 본연의 맛이 충분히 잘 느껴지며 이것이 맛있게 느껴지다니.. 자연식을 추구하지만 사회생활 등 살다 보면 때로는 다소 몸에 그리 안 좋은 식품도 섭취하게 되는데 이런 음식들도 기쁜 마음으로 먹으면 몸에 약이 되고 맛있나.. 라는 생각과 함께 무슨 음식을 먹든 맛을 느끼며 먹는 것이 최고고 그게 깊은 만족감과 행복을 주는구나.. 싶었다.
이렇게 미각 체험을 한 곳은 이곳은 공연의 마지막 장소였다. 로드 마스터가 우리에게 궁금한 것이 없냐고 물었다. 토끼팀 중 한 분이 로드 마스터님은 우리가 보이냐고 물었다. 로드 마스터님은 이것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라며 마스터와 관객은 동등하게 안 보이는 입장을 취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마스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안 관객들이 배신감을 느낄수도 있으니 보고 있어서는 안된다며 자신은 우리가 안 보인단다. 난 공연을 체험하는 내내 어둠 속에서 내가 헤맬 때마다 로드 마스터가 나를 바른 길로 이끌어 주었고, 각 팀이 어디에 서 있는지 정확히 짚어내길래 로드 마스터가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야간 투시 안경 같은 것을 쓰고 우리가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안전하게 이끌고 생각했었다. 거의 확신했었다. 그런데 이런 반전이라니.. 로드 마스터님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면 우리의 손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지금 어떤 자세로 앉아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미지가 그려진단다.
그러면서 마스터는 우리에게 어떤 사람들이 로드 마스터 일을 하고 있는지 혹시 추측이 되냐고 물었다. 앗.. 그럼 혹시 정말 앞이 안 보이시는 분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로드 마스터가 맞단다. 이곳의 로드 마스터들은 앞이 정말로 안 보이시는 분들이란다. 자신은 낮에는 물체가 희미하게 보이고, 밤이 되면 안 보이는.. 오토바이의 빨간 불빛은 보이지만 앞에 타고 있는 사람은 안 보이는, 중간에 걸쳐 있는 시각 장애인이라고 했다. !!! 머리에 느낌표가 떴다. 아.. 시각 장애인 분들이 이곳에서 이렇게 일을 하고 계셨구나. 공연에 앞서 공연 브로셔에 '사회적 기업' 어쩌고.. 하는 것을 봤었는데 알고 보니 이 공연이 소외계층의 고용 기회를 돕는 (주)엔비전스와 함께 하는 공연이었구나.
사실 질문은 하진 못했지만 궁금했던 것 중 하는 그 공연장 전체의 크기였다. 우린 시장도 가고, 건널목도 건너고, 배도 타고, 핸섬이라는 섬에도 도착하면서 참 긴 여행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 어둠 속에서 매우 짧은 거리를 이동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로드 마스터가 지금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린 것 같냐고 물어서 한 40분쯤 지난 것 같다고 하자 어둠 속에서는 시간이 참 더디게 간다며 공연 시작한지 1시간 25분을 지나고 있단다. 와.. 시간이 그렇게 참 빠르구나.. 그러나 난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시각을 제외한 나의 모든 감각들에 집중하며 그것들을 사용하다 보니 1분 1초가 참 충실하게 느껴졌다. 나에게 집중하고, 나의 것들을 사용하면 이렇게 충실한 느낌이 드는구나.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로드 마스터가 공연을 체험하며 어땠냐고 물어서 나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dk의 추천으로 이 공연에 오게 되었는데,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나는 음악을 연주하면서 음악 그 자체의 느낌, 내가 연주하는 음악의 느낌을 더 잘 느껴보기 위해
때로는 일부러 눈을 감고 연주를 해 보기도 한다고. 이런 어둠 속에서 민감하게 사용하지 않던 다른 감각들을 사용해 보는 경험이 재밌었고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랬더니 로드 마스터가 이런 말을 했다. 어둠 속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더 마음을 잘 열고 더 진실된 대화를 할 수 있고, 서로의 마음이 더 잘 전달이 되서 공연팀이 회의를 할 때는 이 어둠 속에서 회의를 한단다. 어둠 속에서는 사람들이 시각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거나 볼 수 없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 대한 편견 없이 좀 더 진실된 대화를 할 수 있고,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고 평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드 마스터님은 또, 한 번은 어둠 속에서 하는 음악회를 계획해서 한 적이 있었는데 전자 키보드의 불빛이 안 새어나오도록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실제로 이 어둠 속에서 음악회를 연 적이 있단다. 그래서 앞으로도 또 했으면 좋겠다며 나의 연주 의향을 물어서 난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런 기회가 있으면 당장 연주할 의향이 있노라고 대답했고 그럼 나갈 때 명함을 프론트에 남겨달라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다.
참 기뻤다. 이런 공연을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새로운 공연에 대한 가능성이 열렸다니. 새로운 경험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고 흥분되었다. 이런 공연을 내게 추천하고 선물해 준 dk에게 무한 감사를 느꼈다.
어둠 속에서 우리 7명의 관객들과 로드 마스터는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그리고 잠깐 동안의 짧은 대화였지만 그 대화와 목소리를 통해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것을 느꼈다. 진심과 진심. 마음 속의 진실이라는 것이 어둠이라는 공간 안에서 깊은 울림이 되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이제 카페 방을 나와 다시 빛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로드 마스터님은 우리가 다시 빛으로 돌아가면 지금 느꼈던 감각들이 재빨리 희미해질거라고 했다. 보는 것이 삶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우리는 보이는 것에만 의존을 많이 하게 되는데 빛으로 나가더라도 보이지 않는 것들, 시각 이외의 나의 다른 감각들을 적극적으로 느껴보고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 공연에서의 경험과 체험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마지막 나가는 길은 점자 블록을 지팡이로 짚으며 나가는 길을 찾게 되어 있었다. 살짝 경사가 있는 길들을 걸으면서는 위에 천장이 있는 느낌이 들어서 난 자꾸 몸을 수그리게 되었다. 왜 경사진 길을 걸으면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dk를 의지하여 길을 찾다보니 어느새 희미한 빛이 보였다. 빛이 참 희미한데도 그렇게 눈이 부실수가 없었다. 우린 잠시 빛이 있는 한 공간에 앉아 눈이 빛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공연은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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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면서도 내게 큰 감동을 주었던 이번 공연. 방명록을 쓰지 않을수가 없었다.
dk가 배고프다 하여 급히 방명록을 남겼다. 피아노 전공자라고 쓰면 내가 누구인지 김혜성 로드 마스터님이 기억하기 쉬울 것 같아 저렇게 남겼다.
시각을 안 쓰니 확실히 내 몸의 다른 감각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됨을 느꼈다. 다른 감각들을 사용하니 1분 1초의 시간이 더 귀하게 느껴졌고, 그동안 쓰지 않았던 감각들을 다시 꺼내어 사용을 하니 내 자신에 대한 관심이 더 생기면서 앞으로는 내 자신을 더 보듬고 돌봐주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시각적인 것에 정신적인 유산을 많이 빼앗기며 사는 듯 하다.
Switch Off the Sight, Switch On the Insight.
보이는 것 그 이상을 보다. 어둠 속의 대화.
어둠 속 연주할 그날 기대하며 김혜성 로드 마스터님께 내 연락처를 적은 쪽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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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밥을 먹으러 가면서 dk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dk는 로드 마스터가 시각 장애인임을 알고 있는 재관람자를 로드 마스터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 보니 dk는 로드 마스터가 시각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재관람을 한 것이었네!
그러고 보니 아까 카페 방에서 로드 마스터님이 재관람을 한 dk에게 다시 관람하니 어땠냐는 질문을 하자 dk가 다시 관람해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었다. 같이 온 언니 분이 많이 의지가 되었냐고도 묻자 dk는 그렇다고 이야기 했는데, dk~ 나를 의지했다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우린 공연 내내 dk, 언니님. 하고 서로를 부르며 어둠 속에서 손을 뻗어 손을 잡곤 했었는데, 그 느낌도 좋았고 어둠 속에서 콩을 찾아 두유 만들어 먹으라며 내게 콩을 선물했던 dk의 마음도 참 고마웠다. :)
사실 우린 그동안 서로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고 생활을 했었다. 사랑해, 고마워. 이런 말들이 손발이 오그라드는 표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뭔가 쑥쓰럽고 어색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린 서로의 마음을 많이 표현하기 시작했고, 며칠 전에는 생전 잘 안 끼던 팔짱도 끼고 거리를 걸었다. 참 행복하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며 사는 것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마우면 고맙다고 이야기 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 하고.. 이런거 참 긍정적이다! 8eight의 [심장이 없어] 노래 가사 중에, '아프다고 말하면 정말 아플 것 같아서, 슬프다고 말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냥 웃지.' 라는 가사가 있다. 때론 이야기 하지 않아도 마음이 잘 전달될 때도 있지만 아프면 아프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기쁘면 기쁘다고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그 사람과 상대방에게 참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공연 이야기로 돌아가서.. 사실 dk의 첫 공연 관람 때에는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실 때 돈을 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먹는 형식이었다고 한다. 그럼 사실 음료수의 상표를 알고 먹는 것이기에.. 어둠 속에서 그렇게 하는 미각 체험은 좀 아쉽다고 생각 했었는데 이번에 그렇게 상표를 모르게 하고 하는 미각 체험으로 바뀌어서 바뀐 점이 좋다고 말했다.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들에 집중을 하다 보니 허기가 졌다. dk도 배고프다고 하여 홍대까지 이동하여 밥을 먹을까 하다가 이동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기도 하고, 인도에서부터 내내 그리웠던 공학원 순두부가 먹고 싶기도 하여 dk의 학교로 갔다. dk는 치킨 카레 돈까스, 난 순두부 찌개를 먹기로~
와~ 반가운 순두부 찌개! 이게 얼마만이야!! 가격은 옛날보다 300원 올랐지만 오랜 기간동안 공학원의 고정 메뉴이자 인기 메뉴인 순두부 찌개! 인도에서 종종 이게 생각나서 이걸 먹고 싶다고 dk에게 쪽지를 보내곤 했었다. 겨울이라 찌개가 빨리 식어서 아쉬웠지만 먹어보니 역시 그 맛~ 바지락으로 맛은 낸듯한 베이스에 순두부, 파, 약간의 다짐고기, 달걀, 고추기름이 들어가 정말 맛있다.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서 좀 그렇긴 하지만 그건 뭐~ 안 먹으면 되니깐. 고기와 달걀이 싫으면서도 이걸 먹게 되는 이유는 공학원의 밥에서는 왠지 만드는 분들의 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매일 음식을 하다 보면 항상 모든 음식에 정성과 마음을 쏟을수는 없겠지만 맛을 보면 이것이 정말 정성을 넣어 만든 것인지, 안 그런 것인지 느껴진다. 그냥 대충 만든 음식과 마음을 들여 만든 음식에는 분명히 맛의 차이가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곳의 밥을 먹을 때면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나를 위해 누군가가 차려준 특별한 밥상을 받는 듯 마음이 기쁘고 든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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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는 근처 노래방에 갔다. 각종 할인쿠폰이 있는 cocofun에 소개되어 있는 노래방에 갔는데.. 사실 난 노래방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노래방은 계단을 내려간 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고.. 담배 냄새에.. 연기에.. 또 어두침침한 방에.. 술에.. 별로 좋지 않은 이미지가 내게 상당히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오래간만에 찾은 노래방은 상당히 깔금하면서도 건전한 이미지의 노래방이었다. 밝고, 환하고, 따뜻한 느낌의 카페 같았던 노래방. 할인쿠폰을 써서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 하였는데 주인은 우리에게 아이스 티도 제공해 주고 1시간이나 더 서비스 타임을 주셨다.
완전 친절 서비스에 감동.
난 요즘 가요들도 잘 모르고 해서 dk랑 어떻게 놀아야 되나.. dk 노래나 들어줄까.. 했었는데 노래들을 찾다 보니 이것저것 아는 노래들이 튀어나와 생각보다 많은 노래들을 불렀다.
박정현의 그바보.
R.Kelly의 I believe I can fly.
Mandy Moore의 Only hope.
John Legend의 Ordinary people.
Queen의 Dancing queen.
M2M의 Everything과 Everything you do.
이적의 다행이다.
BMK의 꽃 피는 봄이 오면.
IU의 미아.
8eight의 심장이 없어. 등등...
옛날 노래들이 대부분이지만 참 많은 노래들을 불러서 dk도 좀 놀랐다. ㅎㅎ dk는 보아 노래와 일본 노래를 주로 불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대부분의 노래들이 음정이 높은 것인가!! 가수들이 갑자기 대단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별로라고 평하는 가수들도 가수는 가수구나. 싶었다.
마지막 10분은 자우림의 노래로 마무리. '매직 카펫 라이드'와 '팬이야' 를 불렀는데.. 와.. 가사가 왜 이렇게 예술이냐!
[자우림의 매직카펫라이드]
신경쓰지 마요. 그렇고 그런 얘기들
골치아픈 일은 내일로 미뤄버려요.
인생은 한번 뿐 후회하지 마요.
진짜로 가지고 싶은걸 가져요.
기회는 한번 뿐 실수하지 마요.
진짜로 해내고 싶은걸 찾아요.
용감하게 씩씩하게 오늘의 당신을 버려봐요.
진짜로 가지고 싶은걸 가지고
진짜로 해내고 싶은걸 찾으라는 노래가사가 인상적이다.
[자우림의 팬이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애써 웃음지어 보여도
나는 알고 있어, 때로 너는 남들 몰래 울곤 하겠지.
특별할 것 없는 나에게도 마법같은 사건이 필요해.
울지않고 매일 꿈꾸기 위해서
언젠가의 그날이 오면
Oh let me smile again in the sun
내보일 것 하나 없는 나의 인생에도 용기는 필요해.
지지않고 매일 살아남아 내일 다시 걷기 위해서
나는 알고 있어, 너도 나와 똑같다는것을
주저앉지 않기 위해 너도 하늘을 보잖아.
언젠가의 그날을 향해
I see the light shining in your eyes
I'm my fan
I'm mad about me
I love myself
매일 거울 안의 내게 말하곤 해.
어디론가 남들 몰래 사라져 버릴수만 있다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내보일 것 하나 없는 나의 인생에도 용기는 필요해.
지지않고 매일 살아남아 내일도 내일도
언젠가는 그날이 올까
아직 어둡게 가려진 그날
I'm my fan
I'm mad about me
I love myself
Day after day
I'm saying
same prayer for me
I see the light shining in my eyes
난 사람들이 자우림을 왜 좋아하는지 이해를 못했었다. 밴드음악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도 했었고, 난 노래를 듣더라도 가사가 없는 클래식 음악에 익숙해서 그런지.. 노래의 가사보다는 음악의 선율이 귀에 더 잘 들어와서 (어릴 적부터 TV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이 노래 부르는 것을 들으면 가수들이 대체 뭐라고 발음하는지 그 가사가 잘 안 들렸었다. 그래서 가사, 특히 랩을 잘 알아듣는 동생이나 친구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냥 선율이 좋으면 노래가 좋다고 판단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그런 노래구나.. 하고 가사를 잘 들을 생각을 못 했었는데 이렇게 화면으로 가사를 눈으로 보면서 노래를 부르니 와.. 왜 이렇게 가사들이 예술인 것인가! 노래가사 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와 닿았는데,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라는 내용의 가사 내용이 참 마음에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은 I'm my fan, I'm mad about me, I love myself. 삶을 살아감에 있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참 중요한데... 정말 좋은 내용의 가사라는 생각이 든다.
관심이 생긴 김에 자우림을 검색해보니 자우림은 언더에서 오버로 부상한 밴드란다. 난 자신의 마음과 가치관을 자유롭게 노래하는 인디 가수들을 좋아하는데, 자유롭게 노래를 하려면.. 가난을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작년에 인도에서 pastor Lee와 했던 생각이 문득 난다. 중세의 수도사들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 깊은 산 속 수도원으로 들어가 가난한 삶을 '선택' 했다던데... 왜 자신의 신념을 펼치며 살기 위해서는 가난을 선택해야 할까.. 슬프고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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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을 나와서는 현대백화점에 들러서 dk의 가방을 사고.. (원래는 내 옷과 가방을 사러 간 것이었는데 dk가 득템을 했다. ㅎㅎ) 다이소에 가서는 dk의 신학기 도시락을 위해 도시락통과 도시락 케이스, 수저세트와 수저 케이스를 사고.. 홍대로 이동, dk가 그렇게 가자고 몇 번이나 이야기 했던 스시&롤 부페인 Sushi iN Sushi에 갔다. 이곳은 언제나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는 곳인데 날이 그렇게 춥지 않은 데다가 시간제 부페이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주르르 퇴장하므로 조금 줄을 서서 기다리더라도 여기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기다리다 입장했다.
이곳은 내가 가지고 있던 스시 부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말끔히 없애 주었다. 지난번에 찾은 신촌의 한 스시 부페는.. 음식이 괜찮기는 했으나 뭔가 허접한 느낌이었는데, 이곳은 부페가 생각했던 것보다 깔끔했고 분위기도 괜찮았다. 회전초밥집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 라운드로 된 오픈 키친에서 일하시는 조리사 분들의 복장이나 위생상태도 청결해 보였다.
이곳의 음식들은 종류가 과하지 않으면서도 신선하고 깔끔하고 맛있었다. 부페에는 각종 샐러드 채소와 드레싱, 허브마늘구이, 메밀국수, 장국수, 스프, 스시, 롤, 냉동연어, 떡, 쿠키, 떡볶이, 과일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는데 이중에서도 독특했던 것은 와플과 팥빙수 코너였다. 디저트 코너의 한 쪽에 마련된 와플 기계가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였는데 와플 하나 굽는데 4분밖에 안 걸렸고, 다 구운 후에는 생크림, 시나몬+설탕, 시럽 등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마음대로 토핑해 먹을 수 있어서 사람들이 거기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제빙기까지 갖춘 팥빙수 코너 또한 찬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인기, 통팥에 찹쌀떡도 있고 콩가루까지 다양한 토핑이 있어 취향대로 팥빙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었다.
사실 생선 종류는 비려서 잘 안 먹는데.. dk가 가자고도 하고.. 요리를 공부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경험하는 것도 한 공부가 되겠구나 싶어 가게 된 부페. (가능하면 정말 채식만 하고 싶은데 가끔씩은 이렇게 사람들과의 조화를 위해 비채식 음식을 먹게 되는 날도 있다.)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다. 스시 중에선 훈제송어 스시가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럽고 맛있었고, 양송이 스프와 롤 종류가 맛있었다.
이것은 딱 한 번만 이용할 수 있었던 튀김. 깻잎과 감자, 새우 튀김이었는데 새우는 진짜 새우가 아니라 맛살 종류였던 듯 싶다. 바삭바삭 과자 같은 깻잎튀김은 맛은 있었지만 너무 기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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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가 남자친구를 만난다고 해서 남자친구가 올 동안 잠시 집 근처 카페에 들렀다. 항상 갈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북카페 겸 커피 카페:)
나도 나중에 나만의 공간을 이렇게 꾸미고 싶다. 원목의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수납겸용 책장.
바라만 보아도 기분좋게 하는 장식품과 책이 있는 공간. 난 언제 이렇게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을까?
원래 식후에 카페에 앉아 dk와 이런저런 인문학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미처 그 대화를 하지 못해 좀 아쉬웠다. 그래도 날이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언제든지 또 이야기 할 수 있으니까 이 날은 그냥 dk의 남자친구에게 시간을 양보하기로 했다. dk가 남자친구를 만나면 행복해 하니까 내가 양보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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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dk 덕분에 정말 여러 가지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dk의 선물 3종 세트라고나 할까~ '어둠 속의 대화' / 노래방 / 스시&롤 부페까지... 평소에 잘 하지 않는 경험들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주고 함께 해준 dk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고 했는지..^^ dk가 있어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16 Feb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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