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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에서 3D 영화 보던 시절 2005년 - 편리해져가는 세상 속 아날로그적 정신문화 상실 염려
점점 편리해져가는 시대의 변화 속 아날로그 감성이 이따금씩 그리워지기도 한다. 2005년 말이었던가.. 2006년 초였던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그 즈음에 동생과 함께 CGV에서 3D Movie를 봤다. 위의 사진 기록으로 미루어보아 3D 안경도 착용하고 관람했던 것 같다. 안경을 벗고 스크린을 바라보면 두 번째 사진처럼 시야가 꼭 심한 난시 시야가 되지만, 안경을 착용하면 선명하게 보였던 것 같다. 막 3D 기술이 영화관에 도입되기 시작했던 시점이라 그가 흥미로워 사진 기록을 남겨놓은 것 같다.
그로부터 약 10년 뒤, 2014년 한국 (일시) 귀국 시, 동생이 아직 Frozen(겨울 왕국, 2013)도 안 봤냐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나를 영화관으로 데리고 가서는 영화를 관람시켜 줬었는데, 당시에는 또 이제 막 4D가 나온 시점이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중간중간 바람 효과까지 나오는 의자에 앉아서 색다른 관람을 했던 기억도 난다. 그땐 4D지만 아직 많이 미흡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조만간 카메라에 냄새나 향기까지 담을 수 있는 그런 시대까지 도래할까 하는 상상도 했었다.
인간의 후각은 기억과도 연결고리가 커서 특정 향기는 특정 시점으로의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내 경험으로는 시각보다도 더욱 강렬한 것이 후각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지금도 특정 향신료 향만 맡으면 2008년 처음 방문한 인도에서 맛보았던 음식과 추억들이 즉각적으로 떠오른다. 그것은 1초도 안 걸리는 1초 미만의 즉각적인 기억 회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후각과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기억 감각은 참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한다.
그런데 막상 사진을 보고 있자니, 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해리포터와 불의 잔, 2005)을 보긴 봤는데, 내용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해외에 가기만 하면 해리포터 원서를 사들고 오긴 왔었는데.. 동생만 열심히 읽고 나는 중간 정도 읽으면 관심이 시들어지곤 했었다. 해리포터는 성인 매니아도 많아서 저 열광의 중심에 어떤 특징이 있을까 궁금해져 나도 영화를 다시 봐 보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들지만, 동영상 매체의 발달 속 워낙 1시간 이내의 세계 각국의 드라마와 10-15분 내외의 Youtube 영상들로 시청 시간에 학습력이 생긴 탓인지 긴 영화를 보려면 2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정도이다. 동영상이라고 하면 이제 집중력의 저하와 질림 현상이 생기려고 해서 특히 2시간 이상의 영화는 시작조차 참 어려운, 마음 먹고 시간 내서 봐야 하는 동영상이 되지 않았나 싶다.
요즘에는 생활 속 짧은 Tip들조차 동영상으로 제작된 것이 많아서 블로그보다는 Youtube로 더욱 빠르게 검색하여 정보를 접근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내가 다시 시작하는 이 블로그의 긴 글들이 과연 어떻게 보일지는 잘 모르겠으나, 오래간만에 글을 쓰다보니 내가 문장력이 많이 줄어든 것 같기도 해도 괜시리 위기 의식마저 느껴진다. 입학 후 1년 동안은 독서 토론 수업만 한다는 미국의 명문대학 이야기들을 들으며, 바로 젊은이들은 저렇게 책을 읽고 사고하고 토론해야 한다는 데에 상당 부분 동의를 하는 마음이었는데, 시대가 지날수록 그런 독서 문화는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씁쓸해지기도 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에서 물론 시대의 흐름을 무시할수는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점차 로봇 가전이 가정에 보편화되기 시작하고 식당, 호텔 등에서도 작은 업무들은 로봇들이 돌아다니면서 수행하는 업무들을 볼 때면 그것이 반갑다기보다는 조금 섬뜩하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시대의 흐름을 탓할 수는 없겠지만, 한편 인간의 아날로그적(?) 정신 문화는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조금 시려온다.
2010년 정도만 하더라도 스마트폰 없이도 Lonely Planet(론리 플래닛) 가이드북만 가지고 말 그대로 지도를 보면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가면서 여행하던 시기였는데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의 Google Map(구글 맵)을 켜셔 스마트폰에 의존하여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여행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좀 인간미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타깝다. 또 한가지 덧붙이자면, 지인 언니의 말에 4시간 내내 사람 한 명 등장하지 않고 자연의 모습만 담은 다큐멘터리가 영화관에서 상영되기도 했었는데 그게 신기하리만치 지루하지 않고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도 과연 그 감성을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COVID-19로 인하여 비대면 시대가 길어지다보니 한국에서도 자연을 즐기는 캠핑 문화가 급속도로 퍼졌는데, 캠핑 관련 Youtube들을 보면 장비 소개 또는 광고에만 집중이 되어있고, 진짜 자연을 즐기는 그런 모습들을 정말 보기가 드물던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의 즐거움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쉼보다는 빨리빨리, 휴식보다는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더 조성하는 부분도 없잖아 있는 것 같아서 또 마음이 씁쓸해진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3D 영화의 발전에 대해서 약간 조사를 하면서 그런 방향의 글을 써볼까 하다가, 글 쓰기도 전에 지칠 것 같아서 그냥 가볍게 글을 올리려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했는데, 결론은 20분 넘게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나는 왜 이렇게 씁쓸한 것이 많을까?😥😅 블로그 제목을 '올리비아의 사색 공간'이 아닌 '시니컬 올리비아'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또는 '올리비아의 재잘재잘'로..? 🙃
아무튼! 편리한 세상으로의 변화는 분명 나쁘지는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두 팔 다 벌려 환영하기에는 조금 우려되거나 심지어 무섭다고까지 느껴지는 부분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또한 자연스러운 세월의 흐름이니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세월의 흐름을 잘 타고 잘 읽어나가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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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초 작성 : 13.Feb.2006
재작성 및 덧붙임 : 24.Sep.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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