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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갈 때마다 늘 궁금했지만 읽지 못했었던 책, 라틴어 수업(Lectic Linguae Latinae)를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다.
학창 시절, 합창 수업 때 라틴어로 된 합창 곡들을 배우면서 라틴어가 발음도 재밌고 간혹 이런 라틴어에서 이런 언어가 파생된 것이구나 싶을 정도로 영어나 또는 이탈리아 등의 다른 언어들과의 유사점이 발견될 때마다 무척 흥미롭긴 했었다. 기회가 되면 한 번 배워봐야지 싶긴 했었고, 최근 꽃과 식물의 라틴명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데 어원을 알면 더 기억에 남긴 하겠다 싶었다.
이 책이 라틴어를 직접적으로 가르쳐주는 책은 아니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직접적인 라틴어보다도 라틴어 자체가 어떤 언어인지부터 설명을 해주니 생각보다 더 흥미로운 책 같다.
책을 보면서는 막 심장이 두근두근, 아니 Hindi(힌디어)가 여기서 왜 나와..!! 뭔가 흥미로움에 책 읽는 눈이 더욱 빨라지고, 결국 라틴어는 인도 유럽어의 뿌리인 Sanskrit(산스크리트), 인도 고대 언어에서 기원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접했다.
처음에 물(न, na)의 표현을 보면서부터 완전 exciting!
물만 보았다 =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물이 부정 부사 no, non이 시작. 실제 힌디에서 no라는 표현은 नहीं(nahin, 네히(ㅇ))로 사용되며 न의 음소가 들어가있다. 물이라는 표현 자체에도 पानी(paanee, 빠니)에 이 न의 음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와~~ 그렇구나!! 정말 흥미롭고 재밌다. 그럼 라틴어를 배우기 이전에 나는 이미 Sanskrit 기원의 Hindi를 조금 배웠으니까 라틴어는 그럼 금방 배울 수 있는걸까? ㅎㅎ 언어는 뭔가 돌고 도는 것 같다. 언어와 언어 간의 유사성, 상관 관계, 문화적 뿌리와 기원들을 살펴보는 일이 재밌다😆 아직 배워가는 단계이긴 하지만 역시 힌디어를 배워놓길 잘한 것 같다~
어느 나라가 되었든 그 언어를 알지 못하면 아무리 영어가 통하더라도 그 나라 사람들의 생각, 사고, 사상, 문화는 절대 알 수 없다고 생각하여 가능하면 특히 관심있는 지역의 언어들은 배우려고 하고 있는데, 서양 철학이 인도 사상과 맞닿아 있다고도 하니, 과연 역시 언어란 소통 이상의 그 무언가이구나, 과연 그런 것이구나 싶고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우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금방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에서, 유럽 나라에서 라틴어를 배우는 의미에 대한 설명을 했다. 이탈리아에서 라틴어는 인문계 학생들이 배우는 언어이며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maturita'라는 졸업 시험을 본 뒤 디플로마를 받아야 하는데, 이 디플로마 받기는 상당히 까다로우며 이때 첫 째 날, 첫 번째로 치르는 시험이 고전어 능력으로 라틴어와 그리스어 실력을 평가, 즉 라틴어를 잘 하지 못하고는 대학 진학이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Hermann Hesse(헤르만 헤세)의 Demian(데미안)이 읽고 싶어져서 읽는데, "라틴어 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경험" 이라는 문구에서 주인공의 사회적 신분 및 문화적 배경이 벌써 이해가 되었다. Hermann Hesse는 친절하게도 라틴어 학교를 다닌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뒤에 더 설명을 해놓았다. 라틴어 학교는 상류층의 자녀들이 다니는 곳임을 설명하며 주인공은 공립 초등학교 아이들을 타자화, 자신과 구분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친구들 아버지의 직업들이 무엇인지도 자세하게 나타냈는데 그를 통해 각 직업군 별의 당시 사회적 지위를 가늠해볼 수 있다.
우와.. 아주 약간의 문화적 베이스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서양 세계의 문학이 이렇게나 깊숙하게 다가오는구나..! 사소한 듯 싶지만 결코 작지 않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었다. 지인이 영국 무슨 소설을 읽다가, 주인이 메이드의 눈치를 봤다는 대목에서, 아니 왜 주인이 자신이 부리는 메이드 눈치를 보는거지? 하고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감정선이었는데, 이런저런 나라에서 메이드를 고용해 본 나로써는 너무 알 것 같은 감정이었다. 그래서 나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자 지인은 그제서야 그 소설 속 주인공 심리가 이해된다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는 비록 영국 소설 이야기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를테면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의 중동 이야기, 프랑스 언어와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은 북아프리카의 정서는 무척 생소한 정서이다. 러시아는 또 어떻고, 중국은 또 어떠하며, 하물며 이미 친숙하게 여기고 있는 미국 문화에 대해서도 생소한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아주 작은 소재나 사건들 역시 그 나라들의 문화적 배경에 기반해있는 것이기에 그것들을 이해한다면 소설을 더욱 더 깊이 읽는 묘미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뭔가 지식과 지식이, 정보와 정보가 서로 연결되어가고 짜맞추어지는 이 현상이 참 재밌다. 대학 다닐 때도 이 수업에서 이 강의를 들으면 저 수업에서 이 수업 강의 내용이 맞물려지는 일이 꽤 있었는데 참 재미있는 경험이다😁
아,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은 한 장 한 장 빠르게 넘기가 어려운 작품들이라서 간만에 음미를 해보고 싶었는데, 데미안(Demian)... 역시.. 서문부터 표현력이 엄청나다.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한 것일까..?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가로부터 그 예술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듯이,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 역시 그러한 것 같다. 글로 느끼는 카타르시스!
21 May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