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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여행 | 베트남 변호사와의 만남 - 베트남 여행 중 유의해야 할 사항들 - 고마운 한국인 아저씨 | 맛있는 껌 땀(Cơm tấm) | 인상적이었던 카메라 수리공

 

베트남 변호사와 만나기로 한 아침. 나는 이상하게도 계속 졸음이 쏟아졌다. 약속 시간은 8시인데, 첫 약속 만남에 늦을수는 없어서 7시 15분쯤 겨우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베트남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까, 나는 심히 피곤한 몸과 마음 상태였지만, 이 만남을 통해 어떤 새로운 일이 일어날까 기대감을 가지고 졸음을 뿌리치고 약속에 나가기로 했다.

 

 

 

 

오늘은 조식을 못 먹었으므로.. 약속 장소에 가면서 나는 어제 사놓았던 베트남 간식을 먹었다. 겉은 젤리 같은 식감에 안은 콩 소와 코코넛 채가 들어있었는데 사각사각 씹히는 코코넛과 젤리 같은 식감의 겉면의 조화가 참 재밌기도 하고 맛있기도 했다. 가격은 4000동(약 US$0.20). 참 저렴하다.

 

 

변호사와의 약속 장소인 카페에 도착했다. 2층에 올라와보니 변호사가 안 보였다.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안 나온 것일까. 그러나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변호사가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안쪽에 앉아 있었구나. 변호사는 미리 와서 아침으로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고 노트북으로 뭔가의 작업을 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사실 변호사의 명함을 보고 명함 속 있었던 변호사 사무실의 홈페이지를 먼저 살펴보고 왔다. 그녀가 운영하고 있는 Law firm은 싱가포르에 한 사무소를, 호치민 시에 2개의 사무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 3개 지부의 director가 바로 그녀였다. 이렇게 대단한 사람을 내가 다 만나게 되다니...? 그녀에게서 더더욱 어떤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가 기대되었다. 상류층의 입장에서, 변호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베트남은 또 어떤 모습일까. 하지만 동시에 긴장이 되기도 했다. 호치민은 경제가 개방된 도시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사회주의 색깔이 남아있어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나는 왠지 모를 긴장감이 슬쩍슬쩍 들곤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벌써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난 뒤였다. 시간이 벌써 8시가 넘었는데 출근 안 해도 괜찮냐고, 내가 이렇게 시간을 뺏어도 괜찮냐고 물었는데 그녀는 괜찮다고 했다. 

 

이런저런 인사들을 건네면서 그녀와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의 영어가 생각보다 유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 나는 내가 하는 NGO 활동에 대해서도 다른 이야기는 자세히 안 하고 조심스럽게 그냥 fact만 건네기로 했는데, 그녀는 children education이라는 단어도 못 알아들어서, 자신의 vocabulary가 약하다면서 google 번역 페이지를 열어 나로 하여금 타이핑하게 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나라의 정치나 경제, 외교 등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그냥 변호사로써 하루하루 살아가는 듯 했는데.. 어떻게 사회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없으면서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그래서 비즈니스 잘 되냐고 물었더니 베트남 정부의 부패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정부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지만 자신들의 사업이 유지되고 또 번창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음은 내키지 않지만 때로는 정부에 좋게 보여야 할 때도 있다고 했다.

 

그녀는 한국인인 내가 반가웠는지, 자꾸만 한국인 이야기를 했다. 사실 베트남 내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 대해서도 나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 관심사는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에 와서 그냥 보고 느끼는 것보다 현지인을 통해서 생생한 베트남의 오늘날에 대해 듣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사는 지역이 District 7, phu my hung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또한 그곳에 있는 Lotte mart(롯데 마트)가 참 좋다면서, 그 마트에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는 호치민 시를 무료로 돌아볼 수 있게 해주니 자신의 딸이 엄청 좋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Angel in us(엔제리너스) 카페에서 산 텀블러도 꺼내보이며 그 카페가 HIGHLANDS COFFEE (하이랜드 커피)보다 훨씬 더 분위기도 좋고 값도 싸다고 했다. 

 

그녀는 자꾸만 Lotte mart(롯데 마트) 이야기를 하면서 나더러 그곳에 와보라고 했다. 사실 나는 지난 번 동료 간사들과 그곳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가서 한국 음식도 먹고 영화도 봤었다. 하지만 자꾸만 그 주변 지역에 한인들이 많이 산다고 하니 과연 베트남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모습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녀는 자꾸만 나더러 호치민 시에서 일자리를 구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내 정도 영어면 아이들을 가르쳐도 되겠다면서, phu my hung(푸미흥) 지역에도 한국인들이 많으니 일자리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거라고 했다. 여행자 거리에도 월 400~500불이면 렌트할 수 있는 방들이 많다고 했다. 

 

나는 슬쩍 베트남의 급여가 궁금해서 커피숍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월급이 얼마냐고 물었다. US$100이 조금 넘는 돈을 받는 그들은 생활하기가 아주 어렵다고. 이야기가 나온 김에 변호사의 급여도 물어봤다. 그런데 그녀는 현명하게도 말을 돌렸다. 자신은 자신과 딸이 먹고 살 돈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남편과 5년 전 이혼하고 혼자서 딸을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그녀 역시 나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여행하는 것을 몹시 즐긴다면서 캄보디아, 태국, 싱가포르 등을 여행했던 작년 기억을 떠올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닌다고 했고, 한 5살쯤 되어보이던데.. 아이를 임신했을 때 남편과 이혼을 한 것인가.. 그녀의 아픔이 보이는 듯도 하여 그녀가 잠시간 측은해보이기도 했지만, 동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가려면 비자 받는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고 한국 가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내가 얼마 전 비자 연장 신청을 해두었다고 하자, 자신의 친구가 이민국에서 일하고 있어서 비자 문자는 쉽게 처리할 수 있다면서 자신의 한 손님과 카카오톡을 통해 비자 연장 업무를 처리한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비자 관련해서 어려운 점이 있으면 얼마든지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라는데, 나는 선뜻 그녀에게 내 여권을 맡기기가 왠지 모르게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비자 연장 신청한 남자는 서양인이었는데 어디 출신이냐고 물으니 싱가포르 출신이랬다. 왜 하필 싱가포르일까. 싱가포르에 자신의 law firm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왜 하필 싱가포르 손님 비자 업무 대행을 자꾸만 내세울까.. 혹시 손님이라는 그 남자는 자신의 동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녀는 시종일관 자신의 곱슬거리는 긴 머리를 손가락으로 돌돌 말면서 내가 궁금한 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그도 이해가 되는 것이.. 영어가 잘 안 되니까 각종 시사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없기도 했다. 아, 한가지는 들을 수 있었다. 지금 베트남은 한국과도 같다고 했다. 사회 체제가 북베트남은 북한과 같고, 남베트남은 남한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계속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호치민 시 출신이 아닌 지방 출신이며 호치민에서 대학을 나온 뒤 호치민에 집을 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묵고 있는 호텔 가격을 묻더니, 자신이 그보다 더 저렴한 호텔을 알고 있으니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다가는 아예 자신의 집에 와서 지내면 어떠냐고 했다. 집이 크진 않지만 TV도 있고, 인터넷도 되니 불편하지 않을거라고. 어떤 베트남 사람이 이렇게 선뜻 만난 지 한 시간도 채 안 된 사람을 자신의 집에 초대해서 머무르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녀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내가 영어를 잘 하니, 자신의 딸이 호주 교사에게 배우는 영어를 나와도 연습할 수 있을 것이고 딸이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내가 영자 신문을 보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영어 연습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는 또 아냐면서, 자신이 나를 도와주면, 내가 자신을 한국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지 않냐고 했다. 어쩐지.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가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관심이 있고, 한국에 가고 싶어했다. 그러니까 선뜻 나를 자신의 집으로 들이고, 나에게서 한국에 갈 수 있는 무엇인가를 얻길 원하는 듯 했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주말에 다시 연락하겠다면서 이야기를 대충 얼버무렸다. 그녀는 지방에서 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집에 와서 머무르기도 한다면서 내가 자신의 집에 와서 지냈으면 하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꾸만 한 한국 남자 이야기를 했다. 나이는 많은데 4년 전에 베트남에 왔고 지금은 공항 근처에서 월 400달러 룸을 렌트해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 한국 남자는 영어도, 베트남어도 못하니까 자꾸만 한국어로 이야기를 한다면서 대화가 안 통하니 그녀는 심지어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자꾸만 그 남자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 한국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듯도 했다. 그러더니 선뜻 그 남자에게 전화를 해서, 여기 한국 여자가 있으니 함께 와서 커피 마시자고 제안을 했다. 나는 통화하는 동안의 그녀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마치 연인과의 통화를 하는 듯한 그런 얼굴이었다. 그런데 한국 남자와 대화가 잘 안 됐는지 전화를 끊더니, 왜 한국어가 통하는 나를 바꿔줄 생각을 못했을까 하며 한국 남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나를 바꿔주었다.

 

그 한국 남자 분은 몹시 피곤한 목소리였다. 공항 근처라 소음이 심하고 근처에 나이트클럽 등이 있어 밤에 잠을 잘 못 잔다고 했다. 피곤한 목소리였지만, 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잠을 방해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니, 그 남자 분은 호치민에 혼자 왔냐면서 내 일정을 묻더니 혼자라고 하니까 염려가 되서 말해준다면서 내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이야기 해주었다. 스마트폰은 길거리에서 절대로 들고 다니거나 통화하지 말고 카페 같은 비교적 안전한 장소에서만 확인하라고 했다. 호치민 시가 매우 위험하고, 아직까지 사회주의국가 분위기가 있어서 알게 모르게 사람들이 외국인들을 살피고 감시하고 자신이 본 내용들을 이웃에게도 전달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내가 돈을 어디에선가 꺼내면 그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저 여자 돈이 얼마 정도 있더라는 이야기를 이웃들에게 전달한다는 것. 또한 길을 걷다가 위험을 느끼면 바로 택시를 타라고도 하셨다. 택시는 VINASUN 택시가 믿을만하니 개인택시를 타지 말고 꼭 이름 있는 택시를 타라고 하셨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지금까지 내 스마트폰은 저렴한 것이니까 누구도 탐을 안 내겠지라고 생각했었던 그 생각 또한 위험했음을 감지하게 되었다. 또한 그 남자 분은 변호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카페에서 처음 만나 몇 번 만나긴 했지만 손 한 번 안 잡아본 사이라고 했다. 변호사가 남자 분에게 자꾸만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하고, 돈을 원하는 것 같다고.. 호치민에서는 이렇게 한국인에게 접근해서 돈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니 절대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피곤한 목소리의 아저씨는 변호사에게는 이야기 말고 나만 알고 있으라면서 자신의 나이와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혹시 모르니 자신의 전화번호를 저장해놓고 있으랬다. 시간이 되면 저녁 한 끼 함께 하자는 말씀도 하셨는데 통화가 길어지자 변호사는 뭐가 불안했는지, 10분이 지나면 전화가 끊긴다면서 자신의 전화를 내게서 확 낚아채갔다. 

 

나는 갑자기 긴장감이 생겼고 변호사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갖게 되었다. 물론, 겪어보지 않는 이상 누구의 이야기가 맞는지는 잘 알 수 없기에 나는 통찰력과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는 화가 난 표정이었다. 그 남자가 나한테 뭐라고 했냐고 물어서 남자가 내게 자신 소개를 했다고 대충 얼버무렸다. 여자는 아무래도 그 남자와 영어도 한국어도 잘 안 통하니까 나를 통해서 그 남자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도 같다. 그 남자와 몇 번이나 만났냐고 물어보니 4년 동안 4~5번쯤 만났고 자신의 딸과 셋이서 롯데마트에서 영화도 봤다고 했다. 

 

나는 여행 초반에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어 무척 감사했다. 아저씨는 목소리는 피곤했지만, 연장자로써 나이 어린 사람에게 여러 주의사항들을 따뜻하게 알려주니 얼굴은 모르지만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런 이야기를 듣게 하시려고 나로 하여금 이런 만남을 주신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듣자 변호사에 대해 또 헷갈리는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내게 호치민에 날치기 강도들이 많으니 늘 조심하라고 했다. 자신도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데, 호치민에서 살려면 오토바이는 꼭 필요하며, 오토바이 안장 안에 중요 물품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한 오토바이가 좋다고 했다. 오토바이는 얼마냐고 묻자, 새 오토바이는 US$1,000 정도면 구입하고 중고는 그의 반 가격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그녀는 과연 경계해야 할 대상인가, 아니면 한국 남자 분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괜시리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일까... 나는 조금 헷갈리는 마음이 들었지만, 어쨌든 그녀의 집에서 지내는 것이 그리 내켜지지는 않았다. 물론, 현지인의 가정집을 경험해보는 것으로써는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잠까지 자는 것은 그 사람이 아무리 어린 딸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라고는 해도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김치를 좋아한다고 하니 주말쯤 방문해서 요리나 함께 하고 대화 시간이나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와 헤어지기 전 그녀의 사진을 기념 차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경계심을 보였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미 사진이 올라와 있으니 그것을 보면 된다고 했다. 그녀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

 

나는 카페를 나와서 더욱 단단히 나의 가방을 여몄다. 아슬아슬 크로스백을 메고 다니다가 백팩을 산 것은 상당히 잘한 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법 큰 내 랩탑도 노트북 안에 꽉 맞게 들어가니 더더욱 가방 산 일이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당분간은 이 카페는 찾지 않기로 했다. 종업원들이 이미 내 얼굴에 익숙해져 있고, 내가 카페에 와서 무엇을 하는지가 노출되었으며, 변호사를 다시 만날까 경계가 되기도 했다. 여행자 거리의 모든 모토 드라이버들도 경계되기 시작했다. 

 

 

아침을 먹지 않은 나는 변호사와의 만남을 마치고 나자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 마실 수 있는 곳이 참으로 많은 여행자 거리.

 

 

 

 

상당히 깔끔한 Family Mart(패밀리 마트) 편의점.

 

이곳에서는 삼각김밥과 초밥도 판매한다.

 

 

 

 

Soya milk는 캄보디아에서도 익히 먹었던 것이니까 그 맛이 짐작이 되지만, 저 새까만 nước sam은 뭘까..? 궁금해서 사먹어봤다. 맛은 구수하기도 한 것이... 어릴 적에서 외가댁에서 먹었던 무슨 맛과 닮은 듯도 한데.. 미숫가루인가..? 아닌데... 나는 연신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뭔가 익숙한 맛이긴 한데 이게 뭘까..?

 

 

 

 

이곳에서는 가지를 이렇게 직화구이 해서 많이 먹나보다. 더 단맛이 우러나올까..?

 

 

 

 

빛이 쨍 해서 잘 찍히진 않았는데, 뭔가 젤리 같은 단 간식도 많이 판다.

 

 

 

 

 

딸기 가격이 캄보디아에 비해 저렴하다. 캄보디아는 Lucky market(럭키 마트)에서 딸기 250g이 US$6이 훨씬 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날이 더우면 딸기 생산이 잘 안되므로 서늘한 라타나끼리(Rattanakiri)나 몬둘끼리(Mondulkiri) 등지에서만 딸기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더욱 비싼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베트남에는 이렇게 딸기가 많고 저렴하다니...? 호치민 인근에 딸기 재배하우스가 있나...

 

 

 

 

 

좁디 좁은 시장 골목에 오토바이가 들어서는 것은 캄보디아나 베트남이나 똑같다. 안그래도 좁아서 정신 없는 골목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관심사에 따라 한눈 팔려 있어서 그들을 헤치고 나아가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현지인들과 어깨도 부딪치게 되기도 하는데, 그를 통해서 베트남 사람들의 습성을 파악해보기도 한다.

 

 

 

 

오늘도 나는 골목길에 들어선다. 가정집 분위기가 느껴지는 골목길이 참으로 좋다. 

 

집 앞에 이렇게 아주 작은 앞마당과 높지 않은 울타리가 쳐져있는 가정집들. 규모도 참 작고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골목길 한 쪽에 마련된 이발소.

 

작은 바구니 안에 매니큐어/패디큐어 도구들을 들고 다니면서 사람들의 손.발을 가꿔주는 상인들도 있다.

 

 

 

 

하루종일 길에서 생활해야 하는 시클로 운전자들은 과연 이 길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여행자 거리 한복판에서도 베트남 사람들의 삶은 흘러가고 있다.

 

 

 

 

잡지와 신문 가판대. 

 

영자 신문이 없어서 사지는 못하고 늘 구경만 하고 간다.

 

 

 

 

 

나는 밥과 반찬이 먹고 싶어서 com tam(껌 땀) 집에 왔다. 

 

 

 

 

사실 고기를 먹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아저씨가 추천하므로 돼지고기 구이와 밥을 먹는다. 

 

캄보디아에서도 안 먹어본 바이싿쭈룩(캄보디아어로 '밥과 돼지고기'란 뜻)을 베트남에서 처음 먹어보는구나. 맛있긴 맛있네. 고기를 먹게 된 이후로부터 열리는 맛의 신세계. 지난 10년 동안 잃었었던 나의 맛의 세계. 이제는 더 많은 다양한 것들을 먹어보고 싶어진다. 더 나이가 들어 미각이 덜 민감해지기 전에 말이다.

 

나는 누추한 길거리 레스토랑이지만 이곳에서 아주 맛있게 밥을 먹었다. 안타깝게도 다 먹고 싶었지만 잠시 숟가락을 놓고 쉬었더니 머리는 이미 배가 찼다는 신호를 보내서 아쉽지만 맛있는 고기를 남긴 채 밥값을 계산하고 일어섰다. 가격은 25,000d(약 US$1.20).

 

 

 

 

아저씨의 주방.

 

 

베트남에 와서 나는 자주 배고프다. 그래서 자주 먹게 되는데, 이는 평상시 내가 먹던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얼굴은 말라있는 것이 신기하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가?

 

 

밥 먹고 나서 한 2시간쯤 지나면 나는 어김 없이 다시 출출해진다. 꼭 2시간만에 출출해진다는 것이 신기. 

 

나는 Family Mart에서 파는 ABC bakery의 choco baguette로 허기를 달래면서 호스텔 1층에서 글을 쓴다.

 

 

 

 

호스텔 1층에 마련되어 있는 컴퓨터. apple이 디자인이 심플, 이쁘긴 해.

 

 

 

 

 

호텔 1층에서는 밖의 풍경이 이렇게 보인다. 지나가는 상인들, 사람들, 차와 오토바이, 자전거... 호텔로 들어오는 투숙객들.. 그리고 그 손님들을 상대하는 호텔 직원들의 영어와 그들의 대화.. 그냥 가만히 듣거나 구경만 하고 있어도 재밌다.

 

그러면서 또 한가지 꿈을 꾼다. 나는 서비스업이 나에게 맞을거란 생각을 안 했었는데, 인도의 NGO 카페에서 일을 하면서 내가 상당히 서비스업을 즐기고 재밌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35세 이전에 호텔 주인이 되고 싶은 꿈. 이 호텔 직원들이 손님을 상대하는 것을 보며 또 꿈꾸게 된다. 얼토당토 않은 꿈 같지만.. 과연 이뤄질까..? 35세가 되었을 때 이 포스트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

 

 

 

 

요즘 들어 매일 마시는 물. 물을 하루에 한 잔도 안 마시던 내가 물을 마시고 있으니 나 정말 건강해지고 있나봐. 작은 것 같이 보이는 이런 변화 하나하나가 내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Finepix 카메라에 자꾸 줄이 생기는 노이즈 현상이 발생해서 더 늦기 전에 카메라 수리를 맡기러 가기로. 아무래도 수리를 하려면 몇 일이 소요될 수도 있는 일이니 호치민을 떠나기 전에 얼른 카메라를 고치러 가야지 싶었다.

 

 

가는 길에 나는 또 허기가 졌다. 저녁을 따로 먹을 생각은 안 들고, 든든하게 삶은 오리알 하나 사서 먹었다.

 

 

 

 

나는 참 감동을 잘 받는 사람. 5,000d짜리 오리알 하나 샀는데 상인은 비닐봉투에 오리알과 소금도 넣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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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Bitexct financial tower(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 근처에서 괜찮은 카메라 수리집인 것 같아서 눈여겨 보았던 곳에 들어갔다. 가게는 번듯한 것도, fancy한 것도 아닌 심지어 허름해보이기도 하는 가게지만 카메라를 다루는 주인의 손이 상당히 전문적으로 보였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모습에 신뢰가 가서 그곳을 방문했는데, 카메라 수리공은 내 카메라를 보더니 30초도 안 되어서, 카메라 안의 무슨 부품을 갈아끼우면 된다면서 자신 있는 말투로 "I can fix it." 이라고 했다. 가격은 600,000d을 불렀다. 오... 60만동이라.. 나는 상당히 망설여졌다. 하루에 6만동 쓰는 것도 아까워하는 내가 60만동을 내고 카메라를 과연 꼭 고쳐야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망설이고 있는데 수리공은 또 당당하게 말을 한다. "If no good, no money."라고, 아주 단호한 얼굴 표정으로 이야기를 한다. 이 아저씨는 베트남 사람이 맞아? 일본인 같이 생기기도 했고, 말투는 중국 사람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아저씨의 얼굴 표정과 말투를 들으면서 신뢰를 얻은 나는 다른 가게는 더 둘러볼 생각도 않고 아저씨에게 내 카메라를 맡겼다. 

 

수리 기간은 이틀 정도 걸리니 토요일날 찾으러 오라고 했다. 카메라를 고쳐야 주요 관광지를 갈 수 있을 것이므로.. 그럼 토요일까지는 여유 시간이 더 생겼네. 아저씨는 내 카메라의 시리얼넘버까지 영수증에 꼼꼼이 옮겨적고는 자신의 가게 명함과 영수증을 스테이플로 고정시켜 당당하게 내게 넘겨주었다. 아저씨 영어는 유창하진 않았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당당히 하는 아저씨가 너무나 멋져보여 감동하면서 그 가게를 빠져나왔다. 나도 저런 사람이, 저렇게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것이 아닌가.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벤탄 시장(Ben Thanh Market) 공원 앞에서 한국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공원에서 한창 까만 도복을 입고 무술 연습중인 베트남 사람들에게 시선을 두고 있었다. 벤탄시장 야시장과 Saigon Square(사이공 스퀘어)에서도 이들을 만났었는데.. 봉사단인가...? Coffee bean & Tea leaf (커피빈) 카페에 들어가니 역시 이들을 또 만날 수 있었다. 흰 제복을 입고 몰려다니니까 눈에 확실히 띄긴 한다. 그리고 팔에 태극기가 붙어있으니 더더욱 한국인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과연 한국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4 Dec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