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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 11 | 호치민 뚜레쥬르 카페 - Tous Les Jour | 호치민 세계 음식 문화 축제 | 호텔 도미토리 서양인 룸메이트들과 동서양 문화에 대해 나눔
Olivia올리비아 2022. 2. 2. 20:17호치민 여행 | 호치민 뚜레쥬르 카페 - Tous Les Jour | 호치민 세계 음식 문화 축제 | 호텔 도미토리 서양인 룸메이트들과 동서양 문화에 대해 토론
아침을 챙겨먹고 글을 쓰러 카페에 왔다. 여행을 하면서 굳이 한국 기업을 이용하고 싶진 않은데 Tous Les Jour(뚜레쥬르) 베이커리 & 카페는 역시 분위기가 좋긴 하다.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만점인지 베이커리에는 사람들이 늘 있다. HIGHLANDS COFFEE(하이랜드 커피)의 커피 값이 아무리 저렴하다고는 해도 사람은 환경이 중요하기도 하므로 나는 밝은 분위기의 뚜레쥬르 카페를 찾았다.
별로 먹고 싶은 빵이 없어서 그냥 우유 하나 샀다.
베트남 고원지대인 Da Lat(달랏)에서 생산된 우유인가보네. 근데 한국어로도 '달랏 파스퇴르 우유'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아 한국인이 운영하는 우유 공장인가 싶기도 하고...
이 우유는 설탕이 포함된 우유이다. 한국에는 딸기맛, 쵸코맛, 바나나맛 등의 우유가 있지만 흰 우유에 설탕이 들어간 우유는 없는데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설탕이 첨가된 흰 우유도 판매한다. 워낙 달게 먹는 것이 습관이 되서 그런가... 아무튼 달달한 우유가 있으니 미숫가루 등의 선식을 먹을 때에는 다른 꿀이나 설탕을 첨가하지 않아도 되서 간편하다.
그런데 인터넷 연결이 안되고 있다. 큰 맘 먹고 일부러 비싼 카페에 왔는데 인터넷이 잘 안 되다니... 옆에 앉아있던 내가 잠시 경계했었던 베트남 남자의 랩탑도 흘끔흘끔 보는데 그도 연결이 안되는 눈치다. 그러다가 그 남자가 직원에게 문의해서 인터넷 연결에 성공. 나도 직원에게 물어보려고 하는데 그 남자는 선뜻 내게 wi-fi password를 가르쳐준다. 으... 이럴 때마다 내가 또 깨진다. 난 왜 이렇게 항상 못났을까. 사람을 경계하고, 의심하고... 필요할 때는 또 아쉬워하고... 내 체질을 발견하고 또 갱신하게 되는 시간이다.
열심히 글을 쓴다.
이 카페의 빵 값과 음료 값은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닌데 베트남 사람들이 참으로 많이도 온다. 그만큼 베트남 사람들의 구매 능력이 높아진 것일까..? 아니면 단지 상류층들이 많이 찾는 곳인걸까.. 이곳 특유의 희고 파란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도 이곳에 와서 tablet pc 등을 보며 여유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뚜레쥬르 베이커리 특유의 체크 컬러.
빵에 대한 설명과 가격이 표시되어있는 팻말에 한국어가 없다면 이곳이 한국 베이커리인지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뚜레쥬르가 동남아에 진출할 때에는 경영권을 현지인들에게 맡기고 한국 브랜드라는 어떤 홍보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밀가루 회사로 출발한 제일제당이 오늘 CJ라는 큰 그룹을 일구고 이렇게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베이커리로 동남아에 진출해 있다니.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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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다 쓰진 못했지만 배가 고픈지 머리가 어질어질해진 나는 카페를 나섰다. 여행자 거리에서 꽤 유명해보이는 broken rice and rib을 사서 세계음식축제가 열리는 cong vien thang 23/9 park 로 향했다. 공원은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더더욱 발 디딜 틈이 없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거려서 앉을 곳 하나 찾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다가 밥을 먹기에 참 적절한 곳에 있는 빈 벤치를 발견! 그곳에서 나는 밥을 야무지게 맛있게 먹었다. 고기를 선호하지 않았던 내가 립을 다 먹고 있다니.. 그 립은 참으로 부드럽고 또한 맛있어서 나는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매일 느끼는 것이지만 밥을 이렇게 잘 먹는 내가 나도 너무 신기하다.
음식 축제가 열리고 있는 공원.
몇 명의 청년들이 오더니.. 어..? 바로 내 앞에서 밴드가 결성되고 있네..? ㅎㅎ
음식의 맛과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더 풍요롭게 할 음악을 연주할건가보다.
실력도 수준급인걸!
베트남 청년들의 음악. 잘 들었다!
인도 음식 부스를 찾아갔다.
마살라 도사(Masala Dosa)를 만드는 불판. 인도인(!) 요리사!!!!
호치민 시민들은 인도인 요리사가 도사를 만드는 모습을 온 신경을 집중하여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인도~~ㅠ.ㅠ 베트남에서 만나는 인도 요리라니 엄청 반가워. 근데 이미 밥을 먹은 직후인걸. 힝...
인도~ 잠시만 안녕. 베트남 경험하고 나서 그곳에 다시 갈게.
머핀 파는 가게.
직접 부스 안에서 머핀을 구워낸다.
'밤'이라는 한국어가 익숙하군.
솜씨도 좋아. 수박을 어떻게 이렇게 조각했을까..
축제가 열리는 공원.
두리안 팬케익...!!! 배만 안 불렀다면 먹어봤을 것이다.
오늘은 호치민 시내 유명 호텔의 조리사들과 주요 인사들이 모여서 세계음식문화 축제 기념 행사를 가졌다. 각 호텔에서 준비한 거대한 과자 집과 table decoration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푸드 페스티벌을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향신료가 들어간 이슬람 나라 음식과 일본 스시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태국 등의 주변국 음식은 이들의 음식 문화와 비슷해서인지 별 반응이 없지만, 이들이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로의 호기심과 관심이 엄청났다. 근데 한국 음식은 어디에 있을까.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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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왔다.
나는 같은 도미토리 룸을 쓰는 트레이시, 밀리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2년 동안 태국 치앙마이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밀리는 한국에서 2월부터 살 예정이라고 했다. 그녀는 나를 볼 때마다 잘 기억나지 않는 한국어 문장들을 말하려 애를 썼는데, 나는 문득 그녀가 왜 한국에 관심이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녀는 서울에 대해 잘 알는 편이었다. 내가 홍대 근처에 산다고 하자 그녀는 반가웠했다. 강남에도 외국인들이 많지만 홍대에도 외국인들이 많다면서 그녀도 홍대 근처에서 살았다면서 자신이 살았던 곳 지도를 보여주었다. 와.. 연남동,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구나..! 비록 나는 그 시기에 캄보디아에 있긴 했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한국에 일자리를 먼저 구하고 가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대학을 안 나왔기 때문에 bachelor degree가 없어서 공립학교 교사로는 신청이 불가능하다면서 아무래도 사설 학원에서 일하게 될 것 같고, 그럴 경우 학원에서 집 렌트 값을 커버해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독특한 제도인 전세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deposit이 엄청 높은 이 전세 제도가 외국인들에게는 특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겠지. 아무튼 그녀는 홍대 인근에 살고 싶어했는데, 연세대 어학당에도 외국인들이 많으므로 신촌 지역에도 외국인들이 많다고 하자, 그녀는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를 모두 안다고 했다. 그녀가 태국에서 처음 만나서 실제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된 부천에 사는 27세 한국 남자도 서강대를 나왔다고.
그녀는 내가 혼자서 아세안 지역을 여행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27세 부천 사나이는 동남아를 여행하고는 싶지만 용기가 없고, 회사에 얼른 취직해서 안정을 찾길 바라는 부모 눈치를 많이 보는 것을 봤을 때 모든 한국인들이 다 이런 모습일까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란다. 그녀는 나의 모습을 보고 모든 한국인들이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녀는 실제로 말은 통하는데 자신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부천 남자의 생각도 싫어하였다.
한국이라는 공통된 화제를 이어나가며 밀리와 나는 서로 이야기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트레이시가 샤워를 하러 들어간 사이에 우린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녀는 생선까지는 먹는 베지테리안인데 한국에서 살 경우 밤에 치킨과 고기 등을 먹는 야식 문화에 대해서 자신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을 했다. 그리고 자신도 나와 같은 early bird인데 한국에서 그게 가능하겠냐고 물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나는 서양인들이 한국에 와서 한식을 먹고 살이 많이 빠진 사례를 봐왔어서 그 이야기를 했는데, 밀리와 트레이시의 경우에는 흰 쌀밥을 안 먹던 문화권에서 자라 동남아시아에 와 흰 쌀밥을 먹으니 배가 나오고 살이 쪘다고 한다. 쌀밥을 먹으면 배가 나오는구나... 탄수화물이 다이어트의 적이라더니.. 신기하군. 밀리의 말에 의하면 아마 매일매일 패스트푸드를 먹고 살던 서양인이 한식을 계속 먹게 될 경우 살이 빠지는 것이 맞을 것이란다. 그녀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항상 양이 많아서 자신의 양보다 많이 먹게 되어 살이 쪘다고 했다.
밀리가 한국에 와서 거주할 생각을 하고 한국 발음이 어려운 고민들을 털어놓자 나는 TV 프로그램들이 생각났다. 나는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비정상회담>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 와서 사는 한국 말을 잘하는 서양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라고, 한국 거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니 그녀는 예전에 본 적이 있는 토크쇼 이야기를 했다. 내 생각엔 그녀가 아마 <미녀들의 수다>를 본 것 같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씩 한국에서 살고 있는 서양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페이스북에 '한국남자'로 활동하고 있는 런던 출신의 남자를 보여주며 이 사람은 페북에도 한국어로 글을 올리고 있다면서 놀라워했다. 프랑스에서 살았었던 그녀에게 이다도시에 대해 아냐고 물었더니,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에게 이다도시에 대해서 묻는데 이다도시는 프랑스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녀는 플뢰르 펠르랭 (Fleur Pellerin)을 아냐면서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 이 여자는 한국 출신인데 부유한 프랑스 가정에게 입양되어 현재 정치계에서 활동하는 여성으로 내 일종의 롤 모델이기도 한 여자이다! 너무 반가워서 그녀를 안다면서 그녀가 정치를 잘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밀리의 말에 의하면 플뢰르 팰르랭을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고 했다. 플뢰르 팰르랭이 자신의 정당과 반대 당의 사람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그를 놓고 정치적 전략으로 보는 사람들은 플뢰르 팰르랭을 곱지 못한 시선으로 볼 것이었다. 참, 밀리는 프랑스 청년 줄리앙도 알고 있었는데 왜 그 청년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하여, 태권도에 관심 가졌다가 한국에 와서 눌러살게 된 줄리앙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나의 롤모델 중 한 사람인, 내가 좋아하게 된 플뢰르 펠르랭 (Fleur Pellerin | 김종숙).
그녀는 프랑스 중소기업 디지털경제부 장관(2012.05~2014.04), 프랑스 통상관광 국무장관(2014.04~2014.08)을 거쳐 현재는 프랑스 문화부 장관직을 맡고 있다.
그녀의 당당하고도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참 좋다.
그녀의 패션이 화재가 되기도 하나보다.
밀리와 이런저런 한국 이야기들을 하며 문화 이야기, 정치 이야기들을 하니 참으로 재밌었다. 그러다가 밀리는 음악을 좋아하는 트레이시에게 한국 K-pop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밀리는 내게 no offence라면서 자신에게 한국 가요가 웃기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니 한국 가요 문화가 시시하게 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리는 시종일관 웃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트레이시에게 가수 비(rain), 소녀시대, EXO 등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트레이시는 영상을 보긴 보지만 별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우리는 서양 가수들로 화제를 돌렸다. Jason Mraz, one destination, taylor swift 등등을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냐고 밀리가 물었다. 한국 이야기만 줄곧 나누다가 서양 가수들 이야기가 나오자 트레이시도 흥이 나서 계속 말을 보탰다. 많은 가수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노래도 불러가며 우리는 신이 났다. 그리고 한국에서 요즘 미국 드라마가 정말 인기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나는 문득 스코틀랜드에서 온 트레이시, 영국 문화가 궁금하여 예전에 본 <Black book> 영국 코미디를 떠올려 이야기했다. 그 남자 주인공이 멋있지 않냐고 했더니 밀리는 놀라면서 그 남자 주인공이 진짜 멋있게 보이냐고 했다. 사실 나는 그 외모보다 그 성격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었는데, 밀리는 진지하게 왜 한국의 미녀들이 자신들의 관점에서는 하나도 잘생겨 보이지 않는 서양 남자들과 사귀는 것인지 궁금해했다. 그래서 요즘 한국 여자들은 자신들의 이상형은 있지만, 실제로 연애하고 결혼할 때에는 남자의 성격을 더 많이 본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밀리에게 한국의 <개그 콘서트>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미스터 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서양인들은 사실 <미스터 빈>에서 웃긴 코드를 잘 찾지 못하겠단다. 한국인들이 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국 특유의 개그 코드가 슬랩 스틱이어서 그렇지 않냐는 이야기도 했다.
밀리와 트레이시가 음악 관심사로 빠진 동안 나는 샤워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는 건너편 윗 침대에 누워 있던 밀리에게 문득 어디 출신이냐고 물었다. 그간 출신을 잘 몰랐었네. 출신을 시작으로 그녀의 생각과 인생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1991년생으로 23살이라고 했다. 미국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여권은 미국과 프랑스 2개의 여권이 있고, 프랑스에서 태어나서 미국, 영국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녀는 아시아에 와서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아시아는 서양보다 가족 공동체적이고 어른들을 잘 모실 줄 안다고 했다. 서양에도 한 100여 년 전만 해도 자식이 부모를 돌보고 함께 모이는 것이 당연시 되었었는데, 미국에서도 이제는 부모가 나이들면 더 이상 돌보지 않고 요양원에 많이 보내고 있는 사실을 밝히며 매우 슬픈 일이라고 했다. 미국에 사시는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어려운 시절도 겪고 자수성가하여 지금은 번듯하게 잘 살고 연세도 있지만 골프도 치시고 아주 건강하게 잘 살고 계시다고 한다. 경제적으로도 넉넉하기 때문에 손자들에게도 용돈도 generous하게 넉넉하게 쉽게 잘 주시지만, 성공한 미국인들 특유의 오만함(?) 같은 것이랄까.. 무엇인가 알게 모르게 드러내는 부분이 있으시다고는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서양의 다른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동양 사람들은 더치페이를 잘 안 하고 남들에게 밥을 잘 사는 반면 서양 사람들은 더치 페이를 잘 한다. 음식을 먹는 습관도, 미국에서는 음식을 따로 더치 페이하여 주문하는 것이 당연하더라도 음식을 나눠먹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가족 간이라도 아버지가 먹을 음식과 내가 먹을 음식의 경계는 무척이나 분명하단다. 이는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면서 자란 밀리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한국에서 왜 남자와 여자가 연애할 때 무조건 다 남자가 돈을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궁금해했다. 그것은 남자의 자존심이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 데에서 나오는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둘 다 했다. 밀리는 또한 동양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 항상 나눠먹는 것이 신기했다고 한다. 자신은 어릴 적 학교에 갈 때마다 어머니께서 간식을 꼭 챙겨주셨고, 그것은 '내 것', 내가 정당하게 먹어야 할 것이었기에 다른 사람들과 나눠먹는 생각은 못하고 혼자 먹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고 했다. 음식을 곁에 있는 사람과 나눠먹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설령 음식을 혼자 먹게 된다 하더라도 과연 그것을 이기로만 볼 수 있을 것인가..?
동양은 가족 공동체적이며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훌륭한 문화가 있지만, 한 사람의 개인 인생이 다 가족의 문화와 뜻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을 서양인들은 신기해했다. 그리고 특정 나이대가 되면 어떤 일을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상당히 강한 것 같다고. 그러면서 밀리는 27세 부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그 남자는 자신은 동남아를 여행하고 싶어하면서도 부모의 뜻에 따라서, 한국 사회가 정해놓은 정형화된 삶을 살고 있지 않냐고 했다. 그리고 부모가 이혼하거나 싱글맘인 것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매우 터부시되고 있다는 것도 이야기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온 트레이시는 36세지만 그 누구도 왜 그 나이에 아직도 결혼 안했냐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레이시는 싱글맘 밑에서 자랐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누군가로부터 특별한 시선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밀리 역시 자신이 참 자유롭게 컸다고 했다. 부모님은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고 딱 2가지만 제한했다고 했다. 첫째,모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되 대학에는 꼭 갈 것. 둘째,독립(경제 활동을 할 것).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은 이혼을 했지만 밀리 역시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single parent의 자녀라는 낙인이 찍혀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밀리, 트레이시와 대화를 나누면서 영국, 미국, 프랑스, 스코틀랜드, 한국, 일본, 중국 등 다양한 전세계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공감도 하고 다른 점도 발견했다. 참으로 재밌었다. 이런 이야기들.. 나는 대화를 통하여 참으로 많은 부분들을 배웠다.
하지만 케이팝을 우습다고 생각하는 밀리가 조금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는 앞으로 한국에 가서 살 생각이 있으므로 그녀가 한국에 대해서 더 많은 부분을 보길 바랬다. 그녀의 인성은 상당히 괜찮고 그녀는 내가 친구로 삼고 싶은 욕심이 나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관계 맺음을 잘 해야지.
나라와 문화, 인종과 사회는 다르더라도 전세계 사람들이 처해있는 문제는 결국 한가지에서 비롯되었다. 이 관점으로 세상을 봐야 세상을 제대로 보는 것임을 나는 또 붙잡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호텔 비즈니스를 더더욱 하고 싶어졌다. 전세계 여행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사업은 참으로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문득 탁자 위에서 라임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나는 매일매일 물을 사먹으면서 물 맛이 조금 이상한 듯 하여 차라리 라임을 사서 물에 짜넣어 마셔볼까 싶기도 했었는데 이미 서양 여행자들은 이렇게 여행하고 있었구나.
서양인들의 참 장점은, 그들은 여행을 하면서도 무척 '잘' 챙겨먹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양적으로 잘 먹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질적으로 잘 먹는다는 것이다. 트레이시도 얼마 전 캐슈넛을 구매했는데 소금기가 없는 생 캐슈넛을 구하느라 한참을 헤맸다고 한다. 밀리는 과일 스무디 한 잔을 마시더라도 설탕을 배제하고,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여 두부와 채소를 챙겨먹는 등 굉장히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는 동남아시아권 사람들과 대조되는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지역권에 사는 사람들도 건강한 식습관에 관심이 많고 잘 챙겨먹고는 있지만, 서양인들은 어릴 적부터 어떤 식품에 어떤 영양소가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가질 수 있는지를 어릴 적부터 교육받아 그것이 체질화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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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이야기 할 복이 터졌나보다. 어젯밤 한국에서 들어온 한국 여자와 나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예전에 베트남 냐짱(Nha Trang)에서 6개월 간 일을 했다고 했다. 오늘 호텔에서 취업 박람회가 있기도 하고, 냐짱에도 다시 들릴 겸 여러 가지 미션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고 했다.
나는 그간 베트남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그녀에게 물어봤다. 어제 한국 분에게 이런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로 베트남이 아직 사회주의국가로서 이웃을 감시하는 분위기이냐. 정말로 주변인들을 감시하냐고 묻자 이곳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를 감시해서 고발하는 것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녀도 냐짱에서만 생활을 했기 때문에 베트남 전체에 대해 다는 알고 있지 못하다고 했지만 베트남에 잠시라도 살아 본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베트남 사람들이 성적으로 개방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일상 이야기 하듯이 성 이야기를 하고, 한 남자가 두 살림을 차린 일에 대해서도 터부시 하는 분위기는 아니며 그럴만한 능력이 있으니까 그렇게 할 것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베트남 내 화교들에 대해 묻자 베트남 사람들이 중국인들을 정말 싫어하는거 몰랐냐면서 올해 4월 경에도 호치민 시에서 사람들이 중국 공장에 불을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했다. 한국 공장에서도 태극기를 내세우며 공장을 보호하려 했지만 중국 공장으로 오해받고 피해를 당한 곳들도 많다고. 그렇구나. 화교가 유일하게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곳이 베트남인 것일까.
언어와 문화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 베트남어는 이제 더이상 예전 글자를 사용하지 않고 현재의 알파벳을 기초로 한 문자를 사용하여서 한자 모양은 많이 사라졌지만, 이미 발음 안에 중국 한자의 흔적들이 많이 있다고 했다.
나는 그녀와 통성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수많은 여행자들과의 모든 만남에 의미를 두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내게 정말 필요한 만남이라면 그녀가 먼저 내 이름을 물어오고 만남이 지속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면 얼마 뒤면 캄보디아 시엠립에 다녀올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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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토리 룸. 참으로 매력적이네. 만약 싱글룸에서 혼자 머물렀다면 들을 수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각각의 배경과 경험을 가지고 모인 전세계 여행자들을 통해서 나는 배운다.
오늘은 참으로 fruitful한 날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하여 나는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성장해나가고 있다.
5 Dec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