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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누와라 엘리야(Nuwara Eliya)에서의 세 번째 아침.

 

난 또 다시 길을 떠난다.

 

 

다음 목적지인 또 다른 Hill country, 하푸탈레(Haputale)에 가기 위해서이다.

하푸탈레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

이 곳은 누와라 엘리야의 중심가이다.

 

 

 

 

마지막으로 이 예쁜 우체국을 한번 더 봐주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Kandy(캔디)의 Pink house에서 만난 shy한 뽀얀 피부의 western guy를 또 만났던 것!

그 남자도 우리를 알아보는 눈치였고

우리도 그 남자가 반가워서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여전히 shy했던 그 남자~

버스 정류장에서 재회한 것도 반가웠는데,

이 남자도 우리와 같이 Haputale(하푸탈레)에 가는 버스 안에 몸을 싣는 것이 아닌가!

참 작은 나라 스리랑카에서 보통의 여행자들의 루트는 다 거기서 거기인가보다.

 

 

 

난 다시 버스를 타고 달린다.

누와라 엘리야를 벗어나기 전에 다시 만난 Gregory lake(그레고리 호수).

 

 

 

잔잔한 물, 푸른 하늘과 구름.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하푸탈레 가는 길은 참 굽이굽이 아름답다.

푸르른 풀 속의 노랑나비,

이곳이 산간지방이지만 열대의 나라라는 것을 알려주는 바나나 나무...

참 자연이 아름다운 스리랑카이다.

 

그렇지만.. 내가 잘 몰라서 그럴수도 있는데

스리랑카는 이 곳이 스리랑카인지, 아님 다른 동남아의 태국, 미얀마 같은 나라인지 좀 헷갈리게 한다.

한마디로 스리랑카의 Identity가 불분명하다고 해야 할까?

솔직히 스리랑카 21일 여행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딱히 '이것이 이 나라 모습이다!'라고 생각할만한 요소가 부족했다.

자신만의 색깔이 참 강한 나라인 인도에서 생활하다 와서 스리랑카의 모습이 덜 강렬하게 느껴졌을수도 있지만

어깨에 '프릴'이 달린 전통복 Saree(사리), 그리고 특유의 주름 치마를 입은 스리랑카 여인들의 모습 외엔

별다른 특징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아마도 짧은 일정의 여행자의 경험 부족 탓이리라...

 

 

아무튼 스리랑카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나의 미래, 나의 배우자...

스리랑카 여행 이후에 다시 돌아가서 하게 될 나 혼자만의 인도 여행...

인도 여행 후 한국에 돌아가 복학 후 계속하게 될 나의 학업... 그리고 진로...

 

그렇게 버스 안에서 푸르른 자연을 보며 감상하며 가는데

갑자기 Q가 뒤돌아 보더니 "누나, 저것 좀 봐요!" 한다.

구름이다. 

우리는 어느새 구름 속을 달리고 있었다.

차가 산 위로 꽤 많이 올라온 것이다.

와.. 구름일까.. 안개일까.. 헷갈리는 자연환경을 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갑자기 차가 멈춰섰다.

앞 차랑 부딪친건가.. 사고가 난 것 같기는 한데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다.

조금만 기다리면 해결이 되겠지.. 하고 기다려도 운전기사는 떠날 생각을 않는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스리랑카 사람들이 갑자기 한사람씩 자리를 뜨길래 무슨 연유인지 알아보니,

앞에 마련된 봉고차로 갈아타란다.

버스가 더 이상 갈 수 없어 버스를 대신하여 우리를 최종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봉고차가 온 것이다.

이미 봉고차 안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어 앉을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우린 무거운 배낭을 멘 채로 그 좁디 좁은 봉고차 안에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따로 손잡이도 없어 차 천장에 손을 간신히 짚어 몸을 지탱하며

터덜거리는 지그재그 산길을 올라가는 차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이 길이 더 이어질까?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당장이라고 내리고 싶었다.

 

나의 체력과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을 무렵,

차는 우리를 하푸탈레에 내려주었다.

아휴! 다행이다!

 

 

하푸탈레에 내려 게스트 하우스를 잡았다.

하루만 머물 곳이기에 시설이 그냥저냥 준수하면 머물기로 하고

아주 좋은 곳은 욕심내지 않았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점심으로 veg.curry&rice를 먹고(이 곳의 dal이 참 맛있었다!)

내일 Ella(엘라)로 가는 기차 시간도 알아볼 겸 기차역에 가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기차역에서 만난 스리랑카 꼬마 아이들.

외국인들을 만나는 것이 쑥쓰러운지 영 다가올 기색을 안 보이는 것이 스리랑카 꼬마들이지만

이 아이들은 매우 적극적인! 아이들이었다.

사진 찍어달라고 다가온 아이들.

귀엽다:)

학교 교복도 참 흥미롭고~

 

 

 

이 나라 아이들이나 인도 아이들이나 다리가 참 길다.

저렇게 긴 양말을 신는 것이 참 인상적이다.

 

 
 

기찻길에 피어 있던 꽃.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꽃:D

 

 

 

 

기차역 근처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것이 바로 Ella(엘라)로 가는 스리랑카 기차~

1등급, 2등급은 없는 3등급칸만 있는 기차이다.

아무래도 짧은 구간만 오가기 때문에 3등급 칸만 있는 듯했다.

 

 

 

 

 

 

아름다운 하푸탈레의 전경.

뭉게구름이 참 아름답고,

저 멀리 보이는 산과 능선들의 푸르른 부분이 꼭 호수나 바다 같다.

 

 

 

 

여기서부터는 나를 제외한 Q, H, T의 산책.

난 이날은 피곤해서 먼저 숙소로 들어가서 씻고 빨래를 했고,

다음날 이 풍경을 봤다.

함께 갔더라면 즐거웠을텐데.. 아쉽다.

 

 

 

차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전경.

 

 

 
 

 

이 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흰색의 꽃이 참 눈부시다.

 

 

날씨가 좋더니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시야를 가린다.

지나가던 구름이 온 마을을 덮는다.

 

 

차밭에 도착!

 

 

 

 

푸르른 차밭의 전경.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차밭에 흩어져 있는 나뭇가지들을 모으셨단다.

이걸 모아 땔깜으로 쓰신다고.

 

 

 

 

차의 수확 시기는 아닌 듯 차밭이 한적하다.

 

 

 

또 다시 구름이 몰려와...

 

 
 

차밭을 뒤덮는다..

 

 

 

 

차밭을 터전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

정직한 땀과 정직한 노동 때문인지

이곳 사람들의 미소는 건강하기만 하다.

 

 

저녁에 음악을 들으면서 쉬는데 비가 왕창 내리면서 정전이 되었다.

노트북으로 <세계테마기행> 스페인 북부 1편을 보다가

노트북 배터리마저 방전이 되어..

손전등을 켜놓고 그냥 침대에 편히 앉아 이야기를 나눴던 듯..

그러다 그 어둠 속에서 '저녁 사러 다녀오기' 원카드 복불복 게임을 또 하였다. 

비도 오고 날도 어두워서 정말 나가기 싫었는데

나가기 싫은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였는지.. 역으로 내가 져서 T와 함께 밖에 나가게 되었다.

동네가 다 정전이라 밖은 너무나 어두웠다.

 

그러나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와!!!

하늘의 수많은 별들!!!!!!!!!!!!!!!!!!!!!!!!!

정말 별천지가 따로 없었다.

와.... 정전이 되니 밤하늘의 별들이 더욱 더 밝게 보였다.

순간 게임에 졌다는 사실이 역으로 나에게 기쁨이 되었다.

게임이 졌기 때문에 이런 밤하늘의 쏟아질 것만 같은 아름다운 별도 볼 수 있었다구^^

 

메인 로드에 저녁거리를 사러 갔는데

정전이기도 하고 시간이 약간 늦은 탓인지 대부분의 가게들이 닫혀 있었다.

그래도 촛불을 켜놓고 음식을 파는 곳이 있어 그곳에 갔더니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 Hello, my friend~ 하며 반갑게 맞아준다.

이것저것 가격을 묻고 음식을 사려는데 자꾸 원치도 않는 음식을 강매하려 한다.

그것도 비싼 가격으로. 계속 my friend, my friend 하면서.

기분이 나빠서 그 가게에서 curry&rice 커리&라이스만 사고 나와

이리저리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가

기차역 가는 길에 길거리 스낵카가 있길래 그곳에서 먹음직스러운 dal fry(달 튀김)을 몇 개 사고..

또 다른 가게에 가서 빵 종류를 사서 숙소에 들어갔다.

 

여전히 정전이라 촛불을 켜놓고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데..

my friend라고 부르면서 강매하려 한 아저씨 때문에 기분도 별로고..

음식도 그다지 맛있진 않다.

결국 Q와 H가 나가 초코 과자와 다른 먹을 것을 더 사와서

후식 겸 해서 달달한 것들을 먹고..

 

그러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의 미래, 비전, 하고 싶은 일, 생각 등...

그리고 앞으로의 여행 일정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Q, T, H는 2주 일정으로 스리랑카에 왔고, 나는 3주 일정으로 온거라

난 어디까지 그들과 함께 동행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끝까지 함께 동행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스리랑카에 1주일을 더 있어야 하는 나로써는 갔던 곳을 또 가야 하는..

약간은 비경제적인 루트로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어쩌면 오늘이 함께 있게 되는 마지막날 밤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6개월 간 NGO에서 함께 했었고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스리랑카 여행을 함께 했는데

막상 헤어지게 될 생각을 하니 무척 섭섭했다.

나의 섭섭한 마음이 전달 되었는지 친구들도 섭섭해했는데

그 섭섭해 함이 참 고마웠다.

 

그러나 안타까움이 있었다.

함께 여행을 하고 있고, 함께 함이 참 즐겁지만

정말 속 깊은, 진실한 이야기는 서로 오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일 밤 원카드 게임을 하면서 진실 게임을 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상대의 연애사에 너무 무게가 실려

다른 사람의 속 깊은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 못내 아쉬워

자려고 누운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좀 해보자고 제안을 했지만

결국은 또 연애 이야기를 하다가 잠들게 되었다.

아.. 우리가 넷이 이렇게 잘 수 있는 마지막날 밤이 될지도 모르는데..

이 밤도 그냥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싶어 정말 안타까웠다.

 

사실 스리랑카에 있는 동안 이들과 여행을 끝까지 하려면 할수도 있었지만

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뭔가 섭섭한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난 뭔가를 계속 표현하고 싶고, 대화를 하고 싶고, 소통을 하고 싶은데...

NGO에서 지쳐 나온 그들에게 제발 이렇게 좀 해보자고 제안하기가 참으로 곤란했었다.

그들 마음에 여유가 없어보여 그들을 push할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유롭게.. 상황 흐르는대로 가게 두긴 두었었는데...

대화와 소통이 없다는 사실은 내 마음을 참으로 답답하게 하였다.

아.. 몸은 옆에 있고, 계속 함께 하긴 하지만 참으로 먼 당신이랄까...

아무튼 그래서 난 아쉽지만

그냥 이렇게 이쯤에서 헤어지는 편이 어쩌면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했던 것이다.

어차피 모두가 다시 인도로 돌아가 각자의 여행을 할 터이니..

계속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연락을 하면

인도에서 다시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아쉽더라도 헤어져서 각자의 space를 가지고 각자의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하는 시간을 보낸 뒤에

다시 만나면 뭔가 상큼하고 서로가 좀 더 회복된 마음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던 것이다.

 

하긴.. 속마을 제대로 털어놓지 않으면 누가 그 사람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본인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상대방이 어떻게 본인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고 상대방이 알아주기만을 바라는 것..

상대방이 못 알아봐주면 또 서운해서 스스로가 스스로의 상처와 원망을 키우는 것...

이것이 참 어리석은 일임을 정말 뼈저리게 느낀다.

 

미안해...

감정 표현에 서투른 내가 너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었어....

 

9 Ju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