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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여행 Day 12 : 하푸탈레(Haputale)의 차 밭 산책 / 엘라(Ella)에서 즐긴 스리랑카 가정식
Olivia올리비아 2021. 11. 13. 21:13스리랑카 여행 - 하푸탈레(Haputale)에서. 그리고 엘라(Ella)
반팔을 입어서인가... 오늘 아침은 스리랑카 여행 중 제일 춥다!
역시 Hill country의 아침, 저녁 공기는 정말 쌀쌀하다.
한국에서도 그렇고, 인도에서의 6개월 동안 몸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았었는데,
인도에 있을 때 스리랑카 비행기표를 끊으러 Bangalore(뱅갈로르)로 아침 일찍 나가려는데
몸이 좋은 신호를 보내왔었다.
정말 몸이 너무 힘들어서 미칠 것만 같았는데 몸 상태가 최악일 때 몸이 좋은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그동안 작동하지 않던 몸의 기관이 작동하기 시작했던 것!
그런데 이게 일시적인 것이면 어쩔까.. 걱정도 되었는데
다행히 스리랑카 와서도 계속 몸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스리랑카 티켓을 끊으러 가던 그 날부터 스리랑카에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스리랑카가 내게 좋은 기운을 주고 있나보다:)
정상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 내 몸이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
아침은 메인로드 빵집에서 빵과 주스를 사와서 먹었다.
스리랑카 와서 정말 빵을 많이 먹는 것 같다.
원래 소화가 잘 안 되서 밀가루 종류를 잘 안 먹는 편인데,
여기 베이커리들 빵은 이상하게 괜찮다.
좋은 밀가루를 써서 그럴까?
어떤 종류의 밀가루를 쓰는 것일까?
스리랑카 자국의 밀가루일까? 아니면 수입 밀가루일까?
아님 품질 좋은 밀가루 탓이 아니라, 여행 중이라 기분 좋게 먹어서 그런가?
마음이 웃으면 위장도 웃는다던데 정말 그러한듯도...
아침으로 빵을 먹고 나서 뭔가가 허전하기도 하고 날도 쌀쌀하여
근처 베이커리에 가서 블랙티를 마셨다.
베이커리에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출근길에 빵을 사갔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베이커리에 앉아 따뜻한 차와 함께 아침을 즐기고 있었다.
사진이 없어서 참 안타깝지만
스리랑카 베이커리 수준은 정말 높다.
케익도 정말 수준급이고
무엇보다도 여긴 빵이 많이 발달해 있는데
그냥 플레인 빵보다는 샌드위치 종류가 많이 발달해 있다.
핫도그 번이나 크라상 같은 빵을 갈라 속에 보통 양상추나 토마토를 넣는데,
섬나라라서 그런지 새우나 피쉬 종류가 들어간 빵들도 있다.
신기한 것은 생고추도 들어가있는 샌드위치도 있다는 것!
빵 사이 사이에 길~쭉하게 끼워져 있는 고추를 보면 왠지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뭐야, 고추까지 빵에 넣었어?ㅎㅎ' 요런 느낌이랄까?
얼마나 이 나라 사람들이 고추를 좋아하면 생고추를 샌드위치에 넣어 먹는단 말인가! ㅎㅎ
아무튼 고추가 들어간 빵을 먹어보진 않았지만
왠지 빵과 고추의 궁합도 잘 맞을 것 같다.
블랙티 마시러 가는 길.
스리랑카에는 이렇게 붉은색 버스가 많더라.
사람들이 있는 저 너머 아래에 차밭이 있다.
참 좋은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
자기네들 사는 곳에 이 사람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난 그런 생각을 했었다.
태어난 환경이 원래부터 이렇게 맑고 좋은 곳이면
다른 곳들도 으레 그러려니.. 하는 생각 때문에서라도 자신이 사는 곳을 감사해하고 소중히 여긴다기보다..
그냥 그 환경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공기 좋고 자연 좋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정말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자연과 가까이 살기에 오히려 더 자연에 경외심을 느끼고 감사할 수 있는 것일까...
아침을 먹고는 차밭을 산책하러 갔다.
차밭으로 내려가는 길.
구름이 꼭 설산 같았다.
차밭으로 내려가는 길.
메인 로드에는 베이커리나 슈퍼마켓, 은행 등이 있고
이렇게 아랫쪽에는 마을이 있는 것 같았다.
이 길을 걷다 보니 현지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vivid한 풍경..
그 풍경에 넋을 잃는다.
내가 있는 곳이 저 멀리 보이는 구름보다도 높다.
쑥쓰러움 많은 스리랑칸들이 대부분인데,
이 청년들은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잎사귀들~
찻잎이 참 부드러워 보인다.
식물을 보고 있자니 보는 것만으로도 참 흐뭇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저 멀리 능선의 시커먼 부분들은 구름이 드리운 그늘들이다.
난 그저 골짜기 같이 패인 곳인줄 알았는데
Tei 말에 의하면 구름이 움직일 때마다 저 그늘들이 옮겨 다닌단다.
음... 높은 곳에서 멀리 보면 이런 모습이구나..
삶도 마찬가지겠지.
내가 저 구름 아래 그늘에 서 있으면 내 삶은 왜 이렇게 어두컴컴해. 할수도 있겠지만,
구름도 잠시 뒤면 저 편으로 옮겨갈테고
구름의 위에는 항상 이런 따뜻한 햇살이 비취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사는 것 같다.
이런 풍광을 보고 있자니 이런 삶의 교훈과 함께 조그만 위로도 얻는다.
이런 아름다운 장소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이 정말 믿겨지지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 곳에 함께 서있고 싶다.
좋은 풍경을 보니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다.
이 청년들은 어릴적부터 여기서 살았는지
이런 거친 비탈길을 거침 없이 달리고 잘 뛰어논다.
저 가까이에 또 구름이 드리운 그림자가 보인다.
재빠르게 움직이며 지나가는 구름.
꼭 화면이 오버랩 되는 것 같았다.
정말 기분 좋았던 오전의 차밭 산책.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내 자신이 참 겸손해진다.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난 무슨 복을 받았길래 이 좋은 곳에서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일까?
행복하다는 사실이 순간 불안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것인가..
.
.
.
이제 또 다시 길을 나서야 한다.
또 다른 Hill country, 엘라(Ella)로 가기 위해 기차역에 왔다.
Haputale(하푸탈레) 기차역.
정말 조그만 간이역이다.
기차가 연착되어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에 난 엽서를 썼다.
어쩌면 오늘이 스리랑카에서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날일지도 모르는
H, T, Q에게 그동안 못다했던 말들을 적었다.
인도에서 또 만나기 위해 내 연락처도 적고~
자유연애 국가인 스리랑카.
연인이 기찻길을 걷고 있다.
1시간여 기다리니 기차가 왔다.
스리랑카에서 아름답다는 구간인 Kandy - Ella 열차에 몸을 실었다.
가는 길은 역시나 아름다웠다.
아쉬웠던 것은 스리랑칸들과 대화를 많이 못 나눴다는 것..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물론, 대도시에 가면 좀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싱할라어(Sinhala)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참 난감하고 아쉽다.
중간에 기차가 섰다.
Bandarawela(반다라웰라) 라는 꽤 큰 도시이다.
우리말로 하면 '읍내' 정도라고 해야 할까..
이 곳에는 은행, 대형 상점, 베이커리, 학교 등 없는 것이 거의 없다.
Ella에는 CITY bank card를 사용할 수 없는 ATM 환전소가 없어 이곳까지 나와야 한다.
역 간판에는 싱할라어, 타밀어, 영어가 써 있다.
인도의 영국 식민지 시절 당시 영국은 스리랑카의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하여
인도 남부에 살고 있는 타밀(Tamil) 족들을 스리랑카로 대거 이민시켰다.
한마디로 영국의 타밀족 이주 정책으로 인해
힌두교계의 인도 타밀(Tamil) 족들과 불교계의 스리랑카 싱할리족(Sinhalese)이 만나 종족, 종교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싸움은 수차례의 내전으로 이어졌고,
때문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스리랑카 정세는 상당히 불안정했었다.
이런 위험으로 인해 스리랑카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여행 기피 국가였는데
최근에는 그래도 많이 안정되어 관광객 수가 늘었다.
아무튼 다수족 싱할라족과 소수족 타밀족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스리랑카에서는
대부분의 간판에 이렇게 싱할라어, 타밀어, 영어의 세 언어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갑자기 슬프다....
영국의 이익을 위하여 스리랑카로 이주당한 타밀족들의 나라 없는 설움과..
또 자국의 종족과 종교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던 스리랑칸들의 아픔에
갑자기 내 마음이 다 쓰려온다.
1시간여쯤 지나 Ella에 도착했다.
Ella(엘라)는 생각보다 작고 아기자기한 동네였다.
그러나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외국인 여행자들이 많은 동네였다.
이런 작은 동네에서 과연 뭘 할 수 있길래 이렇게 여행자들이 많을까?
정말 의아하고 궁금했었는데 나의 궁금증이 풀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린 여행 내내 kitchen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숙소를 원했었다.
NGO에서 돌아가며 밥당번도 했던지라 요리에는 다들 웬만큼 일가견이 있고,
왠지 여행길에서 먹고 싶은 것들을 시장에서 재료를 사와 자유롭게 해먹으며
우리만의 추억을 남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Q가 미리 알아놓은 부엌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점심을 먹기 위해 밖에 나와 어떤 스리랑카 가정식 레스토랑에 갔다.
메뉴가 이것저것 많아서 고르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지만
음식이 참 마음에 들었다.
예쁜 그릇에 정성스럽게 서빙되었던 맛깔나는 스리랑칸 가정식.
brown rice에 dal도 맛있었고..
Q가 챙겨온 통조림 깻잎도 먹고..
마살라 향신료도 강하지 않고, 간도 그리 강하지 않아서 참 흡족했던 식사였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주방장 겸 주인 아저씨가
음식을 미리미리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니라
주문 즉시 손수 만들어 주신다는 것.
그리고 이 아저씨, 우리에게 밥도 푸짐하게 많이 주시고 모자라면 더 주시기도 해서 참 감사했다.
아저씨도 친절하고 음식이 맛있어서 그런지
이미 다녀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방명록 글들이 상당했다.
Q는 우리 각각 다른 글씨체로 우리 네 사람의 방명록을 작성했다. ㅎㅎ
야외의 발코니 식탁에 앉아 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가정식을 즐기니 참 기분이 좋았다.
캔디의 핑크 하우스에서 먹었던 식사 다음으로 이 밥이 참 마음에 들었다.
집 밥을 떠올리게 하는 스리랑카 가정식.
이 레스토랑의 밥은 이후 여행길 내내 나의 '그리운 목록' 중 하나가 되었다.
툭, 투둑-
밥을 다 먹고 일어서려는데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졌다.
이런.. 비 많이 오기 전에 얼른 숙소에 들어가자고 계산을 재빠르게 하고 밖에 나왔는데
비가 더 많이 쏟아진다!
장마비 수준이다!
우린 숙소까지 냅다 달음질을 했다.
비가 오니 땅에서 아지랑이 같은 것들이 피어 올랐다.
뜨거운 아스팔트의 열기가 차가운 빗물과 만나 생기는 현상 같았다.
초록의 자연으로 둘러 싸인 엘라에서 내리는 비와 함께 거리의 아지랑이를 만나니
참 분위기가 이국적이고 뭔가 몽환적이랄까...
저녁은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간단하게 장을 봐서 부엌에서 직접 해 먹기로 했다.
우린 저녁메뉴를 요리할 팀과 뒷정리할 팀을 나눠 또 원카드 게임을 했다.
난 Q와 함께 설거지 팀!
밥하기 은근 귀찮았었는데 야호~!!
T와 H가 요리할 동안 방 안에서 잠시 쉴 수 있었다.
그렇게 저녁에 감자 삶은 것도 먹고 (이거 정말 맛있었음!)
쌀이 들어간 호박죽도 해 먹고..
'직접' 해먹은 저녁으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이 날은 침대가 많고 넓어서 정말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
10 Ju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