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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39-2 | 심라(Shimla) 여행 - 칼리 바리 사원(Kali Bari Temple) | 철도 위원회 빌딩(Railway Board Building)
Olivia올리비아 2021. 12. 10. 17:08Lower Bazaar(시장)에서 참 저렴한 아침을 먹고, Lower Bazaar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Middle Bazaar로 쭉 걸어갔다. 길이 좁고 사람들이 많아 북적북적한 이곳은 Chapati. Chwomein 등을 파는 간이 식당, Sweets, Jalebi 등을 파는 간식 가게, 전자제품 가게, 여성들의 아름다운 전통 의복인 Saree(사리)를 파는 가게, 이름 모를 사원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시장이었다. 뭔가 고풍스럽고 세련되어 보이는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즐비한 Shimla(심라)인데 이렇게 사람 냄새 가득한 시장을 발견하니 참 정겹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Middle bazaar에 위치한 이름 모를 이 사원은 사원 분위기가 풍기는 입구가 아니라면 사원인지 알아볼 수 없을만큼 건물 그 자체가 참 평범했다.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보면 작은 공터가 하나 있고.. 그 공터를 중심으로 여러 건물들이 둘러서 있는데.. 이곳은 사원이라기보다 여러 집들이 모여 있는 아파트 느낌이 났다. 어디에 신당(神堂)이 있는지도 잘 몰라서 그냥 겉만 구경하고 나왔다. 어쨌든 사원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마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시장 쪽에 많이 위치해 있음을 또 다시 깨달았다.
깔리 바리 사원을 지나 쭉 올라오면 다시 이렇게 the Ridge(리지)로 갈 수 있는 길이 나타난다. 인도에서도 왠지 참 이국적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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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ely planet 가이드북을 보며 발길 닫는대로 the Mall road를 따라 서쪽으로 걸었다. 심라에는 워낙 멋진 건물들이 많아 산책하듯 걷는 재미가 참 쏠쏠했다.
얼마간 걷자 지도에 Kali Bari Temple이 표시되어 있는 것을 봤다. 묵고 있는 호텔에서부터 꽤 멀리까지 온 김에 이 사원을 구경하기로 하고 찾아가봤다. 계속 나오는 말이지만 심라는 워낙 구불구불, 지그재그 언덕으로 이루어진 가파른 도시라 그런지 언덕마다 조그만 사잇길이 많이 나 있었는데 미로 같은 길들을 탐험(?!)하는 것 역시 쏠쏠한 재미를 주었다. ㅎㅎ
지도상 Kali Bari Temple로 향하는 사잇길로 접어들자 정면에 어떤 한 Dhaba(다바, 간이 식당)가 보였다. 한 사람이 열심히 짜파티인지.. 뭔가를 만들고 있었고 조수로 보이는 옆에 선 사람들은 차를 끓이고 있었다. 열심히 짜파티를 만드는 인상 좋은 아저씨에게 다가가 깔리 바리 템플이 어딘지 묻자, 좋은 인상만큼이나 환한 미소로 템플 방향을 가르쳐 주어 기분이 참 좋았다. 역시 선한 미소는 상대방을 참 기분 좋게 하는구나. :-)
가파른 언덕을 올라 도착한 Kali Bari Temple이다. 사진은 템플 입구에서 바라다 본 모습.
사원 입구에서는 사원에 바치는 코코넛과 바나나, 향 등 각종 봉헌물(인도에서는 이를 Prasad(쁘라사드)라고 부르는 것 같다.)을 파는 천막 상인들이 줄지어 앉아 음식물을 노리는 원숭이들을 열심히 쫓아내고 있었다. (이 상인들은 외국인들을 겨냥해서 그런건지.. 아님 이 또한 쁘라사드의 일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책도 팔고 있었다.)
사원은 가파른 곳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사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참 장관이었다. 이건 총독 관저인가..? 아무튼 주요 관공서 같았다.
사원 안에 들어와서 본 Kali Bari Temple 모습이다. 참 깨끗하고 단정한 느낌을 주는 이 사원은 맨발로 다녀도 될 정도로 대리석 바닥이 정말 깨끗했다. 청소 또한 종교 행위의 하나로 간주해서일까? 깨끗하고 말끔한 사원을 보니 신자들의 신을 향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 했다.
전망이 좋은 사원 한 쪽에는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벤치도 있어서 잠시 쉬며 사진을 찍었다. 아.. 정말 어떻게 이런 가파른 산에 이런 도시를 지을 생각을 했을지..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곳은 아까 the Mall road를 걸어오다가 본 곳인데, 어떤 곳인지 궁금하여 사진을 찍으려다가 "no picture"하고 제지를 당한 곳이었다. Army이기 때문이 사진 허용이 안 되는 곳이라던데 초록색 지붕으로 덮인 곳들이 다 군부대인 모양이었다. 어쨌든 멀리서나마 어떤 곳인지 궁금하여 줌해서 찍어봤는데 이름이 잘 보이지 않았다.
Shimla(심라, 쉼라, 시믈라)라는 도시 이름은 1845년에 지어진 이 사원에 모셔진 Shayamla(Kali) 신의 이름을 따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Shimla와 Shayamla 발음이 비슷하다.
사람들은 신당을 드나들며 손으로 이 종들을 땡-땡- 치던데..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참 궁금했다.
나도 신당에 들어가볼까.. 싶었는데, 엄숙해 보이는 종교적 분위기에.. 단지 호기심에 들어가 보는 것이 이 사람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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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the Mall road로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아는 척을 했다. 어...?!! 어제 그 기차역에서 만났던 호텔 가이드잖아!
가이드가 어딜 가냐고 물었다. 좀 당혹스러웠다. 사실 저 앞에 보이는 Hotel Dalziel에 가서 방값을 물어보려고 하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냥 산책 중이라고 둘러댔다.
가이드는 이 거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일행이 산행과 horse riding을 신청했다면서 그 일행을 기다린댔다. 심라에서 말도 탈 수 있냐며 관심을 보였더니 가이드는 자기가 호텔 가이드 뿐만 아니라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 그렇지.. 이렇게 '영업'을 하고 있는 거였어!! 가이드는 심라 중심가에 사무실이 있다며 언제든 찾아오라고 명함을 내밀었는데, 이 명함을 받는 순간 내 머릿속의 가이드의 이미지는 확 바뀌었다. 커미션으로 돈을 챙기는 약간은 사기꾼적인 사람에서 비지니스 마인드가 확고한 영업맨으로.
사실 호텔이나 무엇인가를 안내하고 커미션을 받는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닌데.. 내가 사람들을 너무 경계하고 있지는 않았나.. 싶은 마음에 반성하게 되었다. 열심히 일하는 자가 그 댓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내 마음이 참 좁았다 싶다.
아무튼 내가 어제 너무 경계를 한 탓인지, 이 가이드 역시 내게 약간의 거리감을 두는 눈치였는데.. 그것이 약간 좀 섭섭했다. 나도 참 속물적인 인간이지.. 어젠 그냥 이 사람을 아무렇게나 대하다가.. 번듯한 사무실이 있는 명함을 받자 이 사람을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니... 사람을 이렇게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데.. 싶으면서도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가 싶어 마음이 순간 복잡했다.
어쨌든 가이드가 보는 앞에서 다른 호텔을 탐색하긴 싫었으므로 주변 건물을 좀 주의 깊에 감상하기로 했다.
이 붉은 색의 고풍스러운 건물은 뭐하는 곳일까?
할수만 있다면 심라에 있는 모든 건축 양식들을 자세히 배우고 싶었다. 어떤 역사와 어떤 미학으로 지어진 건물인지도 참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걸 알면 인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내 지식의 목마름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인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State Bank of India가 이런 멋진 건물에 위치해 있음이 참 독특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이 느낌은 마치 우리나라 고궁 건물 속에 '우리은행'이 위치해 있는 모습이랄까..?
참 아름다운 건물. 뭐하는 건물인고...
알고 보니 이 건물은 Railway Board Building이었다. (현재는 passport office도 겸하고 있다고 함.) 영국 건축가에 의해 지어진 심라 내에서 최고 건축물이라 꼽히는 100년이 넘은 이 빌딩은 오늘날까지 정부에 의해 잘 보존되고 있으며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에도 참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고 있다.
또 다른 위치에서 본 Railway Board Buil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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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Railway Board Building 근처에 위치한, 론리 플래닛에 전망이 좋은 호텔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Hotel Classic을 찾아가 방을 봤다. 지금 묵고 있는 호텔에서 4일을 머물기로 한 상태이긴 하지만 아직 돈을 지불하지도 않았고.. 다소 습하고 침침한 방이 싫어서 가격이 적당하고 좋은 호텔로 옮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론리 플래닛에 언급된대로 Hotel Classic은 참 깔끔하고, 밝고, 전망이 좋은 호텔이었다. 주인 아저씨는 새하얀 침대 시트와 환한 방, 케이블 방송을 볼 수 있는 TV를 보여주며 자신의 호텔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췄다. 이 호텔은 특히 서양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모양이었다. 아저씨는 하나 남은 이 방도 언제 나갈지 모른다면서 옮기길 원하면 어서 옮기라고 했다. 그런데 가격이 좀 비쌌다. 고민해보고 다시 오겠다며 호텔을 나왔다.
주인이 아기자기한 꽃들을 심어 놓아서 참 정겨운 시골집을 연상시키는 듯한 호텔 입구... 이 곳에 머무른다면 정말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돈과 분위기 사이에서 또 다시 갈등하기 시작했다. 사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옮기지 못할 이유도 없지만.. 어머니의 영향으로 최대한 절약해서 사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나로썬, 당장의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호텔 방을 옮기는 것이 단지 쉽고 간편한 문제만은 아니었다.
(to be continued...)
11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