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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39-1 | 심라(Shimla) 여행 - 아름다운 영국식 건축물들 | 아침 식사로 알루 파라타와 홍차
Olivia올리비아 2021. 12. 10. 14:52Shimla(심라 또는 쉼라)에서의 이튿날. 어제 호텔 방을 보니 창문이 꽉 안 닫혀서 매니저한테 닫아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잘 닫히지 않은 모양이다. 추워서 밤새 머리까지 침낭을 뒤집어쓰고 잤다.
아침 6시 반쯤 일어났다. 허기가 졌다. 추워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가 긴바지에 잠바까지 챙겨입고 밖에 나갔다. 다소 어두운 호텔에 머무르고 싶지 않아서였다.
안개가 가득하지만 밖의 공기는 봄.. 이른 봄의 공기와도 같았다. 아침 공기가 아주 차진 않지만 상쾌했다. 밖에 나오니 기분이 좋아졌다.
심라 중심가로 내려가는 길. 언덕에 어떻게 이렇게 집들을 지었는지... 참 신기하면서도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이다.
심라는 영국 식민시절의 영향을 받은 도시여서 그런지 유럽풍 건물들이 많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라 중심가 광장에 도착했다. 이 곳은 the Ridge(리지)로, 도시의 공식적인 중심지인 Scandal Point(스캔들 포인트)에서부터 Christ Church까지 탁 트인 평지이다. 워낙 지그재그 언덕길로 이루어진 도시여서 그런지 이렇게 탁 트인 평지인 리지에 오면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졌다.
심라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Christ Church(크라이스트 처치)다. 다분히 영국적인 이 교회는 인도 북부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교회라고 한다. (가장 오래된 것은 Hariyana의 Ambula에 있다고 한다.) Lonely planet를 보니 이 교회는 1846~1857년 건축되었으며, 라즈 시대의 기념물과 훌륭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다고 한다.
교회 입구. 지금은 여는 시간이 아닌가보다. 일요일 오전 9시에 영어 예배가 있다고 하니 일요일날 와봐야겠다.
이건 교회 옆에 있는 무슨 건물인데.. 아름다운 모습에 한번 찍어봤다. 저렇게 창문에 나무를 덧댄 것을 무슨 양식이라고 한다는 것을 교양 시간에 배운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기억이.. ㅎㅎ; 이 건물 뒤엔 심라의 현대적인 영화관인 mayur cinema도 보인다.
이것은 교회 옆에 있는 공공 도서관이다. 이런 예쁜 도서관에 들어가면 책이 절로 잘 읽힐것만 같다.
도서관과 Christ Church.
광장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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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를 오른쪽에 두고 길을 쭉 따라 Lakkar Bazaar(시장) 쪽으로 갔다.
길을 걷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담벼락에 이런 조형물이 있었다. 돌과 식물의 조화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고, 심라는 왠지 환경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도시이지 않을까 싶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청소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어딘가로 출근하는 듯한 남자들.. 교복을 입고 엄마나 할아버지 손을 잡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산책하듯 걸으며 이것저것 둘러보니, 산간 지역이라 그런지 언덕과 언덕 사이사이 계단이 참 많고 그 사이 사이에 학교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신기한 건 시장에도 학교가 있다는 사실.. 시장엔 호텔, 문방구, 기념품 가게, 식당 등등 없는 것이 없었다. 항상 외국인으로 붐비는 도시여서 그런지 아이들은 외국인을 별로 안 신기해 했다.
이곳저곳 사진을 찍으며 멋진 건물들을 구경하다가 분주한 bazaar를 지나 약간 한적한 곳에 있는 Hotel white를 발견했다. 긴 통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프론트가 나오는 형태의 이 호텔이 참 흥미롭기도 하고 건물이 예뻐서 방 가격이나 알아보자 하고 가봤는데, 론리 플래닛에 중급으로 소개된 호텔인만큼 가격이 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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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중심가인 the Ridge로 돌아왔다. 인도인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친 Mahatma Gandhi(마하트마 간디)의 동상이 이곳에도 있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한적한 리지.
배가 고파와 빨리 밥이나 차, 토스트 등 아침을 먹고 싶었다. 그런데 오전 9시가 넘어야 식사가 가능한 곳이 많아 9시까지 시내를 구경하기로 하고 걸었다.
the Ridge와 평행으로 위치하고 있는 리지 바로 아래쪽의 The mall로 내려가봤다. 이것은 경찰서 건물이다.
어떤 특징을 '영국적'이라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확실히 인도의 다른 지역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이국적인 풍의 건물들이 참 많은 도시인 심라였다.
이것은 시청 건물이다. 론리 플래닛에는 시청을 '공포영화 속 저택을 연상시키는 시청'이라고 표현해 놓았다. 내 눈엔 참 아름다워만 보이는데...... 아마 심라가 고산지대라 흐린 날이 많아서 이 어두운 색의 건물이 다소 괴기스러워 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보는 건축물들보다 모두 어찌나 아름다운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매일매일 이런 건축물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행복하다고 느낄까?영국 식민시절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인식의 차이일까..? 우리나라는 식민시대의 잔재들을 다 허물고 우리만의 새로운 건축물들을 짓느라 바쁜데... 물론 아픈 과거이긴 하지만.. 그 과거를 부정하는 것은 나 자신 역시 부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식민시절 역시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인도인들이 대단하면서도 부럽게 느껴졌다.
시청과 경찰서 건물이 맞닿아 있다.
리지에서 서쪽으로 가면 이런 풍경이 나온다.
이것은 우체국. 튜더 양식으로 지어진 영국 건축 양식이라고 한다. 흰 색과 빨간색의 대조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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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9시가 넘었다. The mall에서 다시 동쪽으로 Sabzi Mandi(채소 시장)와 Lower Bazaar가 있는 쪽으로 가보니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시장엔 서민적이고도 소박한 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아 반가웠다.
음식을 만드느라 맛있는 연기가 풍기는 한 식당을 발견했다. 아침이 가능하냐고 물으니 가능하단다.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정말 저렴하면서도 메뉴가 많아 놀라웠고 메뉴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러오고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Paratha aloo(알루 파라타)와 tea를 시켰더니 시큼새큼한 인도 채소 피클인 Achar(아짜르 또는 아차르)도 함께 나왔다.
Paratha(파라타)는 영어식으로 말하자면 stuffed chapati로 속을 채워 구운 짜파티인데, 내가 주문한 Paratha aloo는 각종 향신료를 넣고 양념한 감자를 안에 넣었다. (aloo가 '감자'라는 뜻) 그런데 이름은 같은 Paratha라 하더라도 지역마다 그 모양이 다른 모양이다. Haridwar(하리드와르)에서는 Paratha 모양이 패스트리 같이 결이 뜯어지는 모양이었는데 이 곳의 파라타는 그냥 짜파티 같다.
우유가 들어가서 약간 비린 tea는 비교적 맛있었는데 이상하게 SHIS에서 마셔봄직한 Chai(짜이) 생각이 났다. 알루 파라타는 Jeera(지라, 영어로 Cumin이다.)가 들어가 약간은 자극적긴 했지만 맛이 꽤 좋아서 없어지는 것이 아쉬울 만큼이었다. 파라타를 하나 더 먹고 싶긴 했지만 하나를 더 먹기엔 양이 너무 많아 rice를 주문해서 아차르와 함께 먹었다. 밥은 금방 해서 그런지 달달한 냄새만큼이나 참 맛있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달달한 밥을 먹고 있자니 밀려오는 행복감~ 역시 아침엔 밥을 먹어야 해!! 그런데 인도인들은 기본적으로 밥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밥을 시키면 양이 내겐 너무나 많다.. 결국 밥은 아깝게 반이나 남겼다.
Paratha aloo는 Rs.10 tea는 Rs.5 밥은 Rs.20 한화 약 1,000원 정도인 Rs.45로 참 풍성한 아침식사를 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선 창문 너머로 언덕마다 집과 각종 건축물들이 빼곡히 꽉 들어찬 심라 도시 경관이 쫙 펼쳐져 있었는데 맛 좋은 음식들과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하니 소소한 행복감이 밀려오면서 기분이 참 좋았던 아침이었다. :-)
(to be continued...)
11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