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 미하일 플레트네프 연주 Mikhail Pletnev |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
Olivia올리비아 2022. 7. 27. 14:58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 미하일 플레트네프(Mikhail Pletnev) 연주
Pyotr Ilyich Tchaikovsky의 Piano Concerto No.1 in b-flat minor Op.23
하도 많이 들어서 그냥 뻔한(?) 차이코프스키겠거니.. 하고 사실 별 기대 없이 들었다. 그런데 이거이거 완전 보석 같은 앨범이잖아! 많은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가 똑같이 낭만적으로 풍성하게만 표현해내는 어쩌면진부한(?) 부분들을 이 Mikhail Pletnev(미하일 플레트네프)라는 러시안 피아니스트는 통통 튀는 표현들로 색다른 듣는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그에 발맞추어 The Philharmonia(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는 러시안 지휘자 Vladimir Fedoseyev(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는 또 어떻구..! 1악장부터 2악장, 3악장까지 시종일관 스피커에 귀 쫑끗! 완전 몰입해서 들었다. 와... 차이코프스키 1번이 이렇게나 흥미로운 음악이었다니..! 요즘 자꾸자꾸 음악의 재발견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유명한 1악장의 화려한 introduction 부분, 그 장대한 음향이 끝난 뒤 조용해지면서 제2주제가 시작되는 부분부터의 전개를 오늘처럼 이렇게 깊이 있게 감상해본 적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은 하품하게 되는 부분들이 시종일관 버릴 것 하나 없이 너무너무 좋았다.
자칫 boring해지기 쉬운 2악장 역시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Mikhail Pletnev(미하일 플레트네프)의 연주였다.
3악장은 또 어떻구..! 위에 올린 영상 부분을 듣는데 진짜 심장이 터져버리는줄 알았다. 오케스트라가 약 50초 간이나 계속 상승하다가 피아노에서 탁 터지는 저 부분은, 피아니스트가 단순히 기교를 잘하기 때문에 놀라운 것이 아니라 일순간 터져나오는 응축된 에너지와 파워에서 느껴지는 그 감동이 커서였다.
Pletnev의 연주가 재밌고 새롭게 들렸던 것은 기존에 들어왔던, 어쩌면 뻔하고 일률적인 해석의 차이코프스키, 그냥 으레 자동적으로 예상되는 그런 차이코프스키가 아니라 음악 곳곳, 특히 프레이즈와 프레이즈 사이의 호흡과 타이밍, 연주기법, 타건 등 이곳이 이런 부분이었나 싶도록 전혀 새로운 음악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통통 튀어나와서 자꾸만 다음엔 또 뭐가 나올까 하고 귀를 기울이게 하는 몰입감을 가져다주는 음악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Pletnev의 몇몇 음반들을 들어보긴 했었는데 이 차이코프스키는 정말 새롭다. 억지로 쥐어짜내는 음악이 아니라 흘러가는 음악이도록 하되 때로는 무심한 듯 과감하게, 섬세하게 자신의 생각 또한 명료하게 드러내고있는 균형 갖춘 음악이라는 느낌.
오늘 한 학생을 레슨하면서도 해준 이야기이지만,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단순히 음표를 읽는 작업이 그 이상이다. 당대를 살아낸 음악가와의 조우이며 그 시대의 흐름 속 음표와 음표 사이에 담겨진 context를 읽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내가 그 시대의 작품을 읽어내는 일은 또 하나의 창조적 작업이다. 등등 연주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조금 이야기해주었다. 15살 학생에게 해준 이야기인데 얼마나 이해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거창하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학교에서 급하게 Claude Debussy(클로드 드뷔시)의 곡을 발표해야 하는데 전혀 음악적 맥락도 모르고 기교적으로만 연주하면서 Debussy에 대해 전교생 앞에서 설명하고 연주해야 한다니, 당장 인상주의란 무엇인가부터 그 인상주의가 음악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설명해주며 윤곽을 잡아주니 한마디 해주었을 뿐인데도 소리의 컬러와 느낌이 완전히 변하여 레슨하면서 놀라고 즐거워하는 학생을 보게 되었다. 음악을 전공하든 안 하든 쉬운 곡이든 어려운 곡이든 누구든지 음악을 배우는 학생이라면 이 정도의 즐거움은 있어야하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연주자는 단순히 악보에 있는 것을 악기로 재현해내는 기계가 아니다. 말 그대로 예술가이자 작곡가와는 또 다른 의미의 creator이다. 더 깊은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그렇게 낮에 한 경험과도 연결이 되면서 이 Mikhail Pletnev의 차이코프스키 연주가 마음에 다가오고 깊이 새겨진다.
(이 음반은 몇 년동안 개인적인 최애 음반이 된다.)
22 Sep 2018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 Pyotr Ilyich Tchaikovsky의 Piano Concerto No.1 in b-flat minor Op.23
피아노 : 미하일 플레트네프 (Mikhail Pletnev)
지휘 :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 (Vladimir Fedoseyev)
오케스트라 :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Philharmonia Orchestra)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 Allegro non troppo e molto maestoso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 Andantino semplice - Prestissimo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3악장 Allegro con fuo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