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캄보디아 이야기 163 |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할 해외 단기봉사에 대한 인식 - 캄보디아 현장 실무자로서의 의견
Olivia올리비아 2022. 1. 19. 19:31절대적으로 바뀌어야 할 해외 단기봉사에 대한 인식 - 캄보디아 현장 실무자로서의 의견
25th, December, I've come to work on the very day of Christmas!!
캄보디아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지 않다.
회사나 기관에 따라서 12월 24일/25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하지만, 법정 공휴일은 아니다.
캄보디아는 11월 우기가 끝난 이후 아침, 저녁으로는 꽤 쌀쌀한 바람이 불고 낮 햇빛은 '따스하다'고 느낄만큼 날씨가 좋아졌다.
이렇게 좋은 날씨와 함께 달력 년도의 마지막 자리가 바뀌는 연말/신년 시기라서 그런지, 캄보디아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전세계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고 이렇게 수요가 많은 만큼 호텔/숙소의 가격을 치솟지만 어느 곳이나 예약을 하려고 하면 이미 full. 예약도 어렵다.
.
.
.
해외 단기봉사. 누구를 위하여 하는 활동인가
이렇게 누군가는 연말/연시를 즐기고 있는 동안 나는 오늘도 사무실에 출근했다.
누구는 노는데 나만 일한다는 침울함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데 내 기분이 이미 조금 가라앉아 있다.
바로 다음주부터 그 계절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해외 단기봉사팀의 계절이.
본부도 오늘은 쉬는데 열심히 현장에서 단기봉사팀 준비를 하고 있으려니 여러 가지 생각이 많다.
본부가 못마땅하기보다 단기봉사 프로그램. 이것을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환경이 참으로 못마땅하다.
현장에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애써서 준비하고 진행시켜야 한다는 것이 내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현장 수요조사를 위해 월요일날 다녀온 출장도 못내 아쉽고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아무리 나의 의견과 생각을 어필해 보려고 해도 크메르어가 안 되니까 현지 관계자들에게 내 생각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현지인 직원을 통해 전달한다 해도 현지인 직원은 내 말을 쏙쏙 걸러서 관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 크메르어 실력을 완벽히 갖추고 있지 않은 내게도 느껴진다.
현장에서 일하며 기존에 느꼈던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이 기관 내에서는 한계를 많이 느끼며 답답한 마음에 글을 쓴다.
우리 기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현장 활동가는 단기팀 활동 준비와 진행에 적지 않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그것도 일년에 단 두 차례 오는 단기봉사팀을 위해서 말이다. 현장 활동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보조 격의 사업이 주가 되고 있는 격이다. (물론 그 수많은 경제를 투자하여 해외로 오는 단기봉사팀 사업 역시 중요하고 이는 결코 작은 사업이라 할 수는 없을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야 하는 단기 봉사 활동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솔직히 현장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서, 이거 하기 싫다.
사람들이 쓰고 있는 Volun'tourism' (볼런투어리즘)이라는 말이 정말로 마음에 와닿는다.
누군가는 봉사도 하고 여행도 할 수 있다며 이 단어를 사용하지만, 현장 활동가 입장에서는, 봉사자 한 명이 항공, 교통비, 활동비 등 그 많은 돈을 들여 이 현장에 다녀가는데 현장에는 실제적으로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참으로 답답하다.
대학생들의 '해외'단기봉사가 하나의 유행처럼, 또 스펙을 위한 필수 단계로 간주되며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엇인가 느끼고 경험하고 돌아오겠다는 것인데... 그 나라의 선택조차도 아래 기사에 따르면 '가깝고 덥지 않은데다 풍토병도 없어 봉사활동에 적합하다'는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봉사자들의 마음도 문제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퍼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인데.. 자신의 경험과 스펙을 쌓기 위해, 가난한 자들에게 한 줄기 빛을 주기 위해 이곳에 온다는 생각.. 자신이 무엇이라도 된 양 우쭐되기 쉬운 딱 그 포지션, 그 생각으로 이곳에 온다는 것. 그리고 헤어질 때는 그 잠깐의 만남과 이별을 아쉬워하며 질질 짜며 현지민에게 더 큰 소외감과 상처를 주고 떠나간다는 것.
이곳에 다녀가고 본인 경험 했으면 그것이 다냐. 참 책임 없게시리.
은근 화딱지가 난다.
단기봉사팀 활동도 너무나 뻔하다.
개발도상국에 예체능 교육이 없으니까 미술, 음악 등의 수업과 체육, 영어 수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어떤 팀은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중에서 특히 한국어 수업은 왜 진행하는 것인지, 과연 현장의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것인지 정말로 궁금하다고 말하고 싶다.
교육이라는 것은 엄청난 영향력이 전달되어지는 것인데, 해외에 나와서 본인 스펙 쌓겠다고 본인이 원하는 교육을 아이들에게 단기간 동안 주입시키는 것이 과연 정말로 살아있는 교육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든다.
솔직히 나도 2008년 1월에 인도로 단기 봉사를 다녀왔다.
나는 그때 해외에서 단기봉사라는 것을 처음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처절히 느끼고 깨달았다. '단기봉사는 정말 현장의 에너지를 많이 빼앗고 해를 끼치는 활동이구나. 빈곤 극복에 어떤 도움이 얼마나 될까?' 하는 회의감과 반성.
물론, 나 역시 철 모르고 갔던 해외봉사였고, 이러한 기회가 없었다면 이런 생각과 반성조차 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현장에서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 하는만큼 해외 단기봉사팀이 긍정적 효과, 시너지 효과도 많다면 이 활동이 참 좋을 것 같다.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고, 봉사팀의 마을 방문이 마을민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동기 부여가 된다면 단기봉사팀의 활동은 적극 추진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식은 하나의 투어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현지민들 가슴에 스크래치를 남기고 가는 투어.
하필이면 이곳까지 와서 굳이 현지 식당에서 고추장, 참치 꺼내놓고 현지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는 그런 모습들, 이곳까지 봉사하러 와서 4성급 호텔에서 머무르겠다 하는 이들, 이곳까지 와서 내가 보기엔 궁전 식당인데 식당이 허름하고 비위생적이라며 불평하는 이들, 교통편이 이렇다 저렇다.. 이건 이렇네 저렇네.... 정말 현지 코디로써는 힘빠지는 소리들이다.
그럴거면 차라리 오지들 마세요.
한 사람 비행기 값이면 극단적으로 말해서 이곳 현지인들이 반 년에서 일 년도 먹고 살 수 있는 금액.
그런데 그 항공 값에 호텔, 고급 식당, 앙코르와트 투어, 마사지, 관광, 쇼핑까지...
나는 현장에서 이런 시스템을 바꿔보려고 노력을 안 해본 것이 아니다.
본부에서도 열심히 고민하고 계실 것이고, 내가 생각하기도 이전에 이미 이런 고민을 시작하셨을 것이다.
본부 차원에서는 어려운 문제라면 현장 활동가가 끊임 없이 현장을 연구하여 본부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나는 여러가지 생각도 해보고 현지 스텝과 대화도 나누어 보았지만, 결국에는 본부와 현지 지부가 함께 가야만 하는 구조라면 현장 활동가가 제아무리 노력을 한다 해도 현장을 바꾸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러니까 고민만 열심히 하고, 결국에는 기존 하던 활동을 '어쩔 수 없이'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만다.
나는 정말로 현장을 살리고 이 일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하고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고 싶다. 또는 이런 생각을 다른 기관들과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현장에서의 수많은 노력과 수고, 경제적으로 현장에 많은 도움을 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현장에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 이것들의 끊임 없는 반복과 딜레마가 계속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보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26 Dec 2013
스펙 쌓기로 변질된 대학생 해외 봉사활동
‘대사협’ 지원 프로그램 보니
대학생 해외봉사가 몽골·동남아 지역 국가로 쏠리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이용하려는 일회성 이벤트에서 벗어나 해외봉사의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이 8일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대사협)가 매년 실시하는 ‘대학 자체개발 해외봉사 프로그램 지원사업’ 하계 5년치(2009~2013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227건의 봉사활동 가운데 몽골에만 53건이 몰렸다. 캄보디아 40건, 필리핀 36건, 베트남 27건으로 4개 국가에서 실시된 봉사활동이 전체의 68.8%에 이르렀다.
권역별로는 ▲인도네시아, 라오스, 태국 등을 포함한 동남아 126회(55.5%) ▲중국과 몽골 63회(27.8%)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17회(7.5%)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남부아시아 13회(5.7%) ▲가나, 우간다,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6회(2.6%) ▲미국과 몰도바 등 기타 2회(0.9%)였다.
학생들의 해외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들은 봉사활동이 수월하다는 이유로 몽골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째 여름방학 해외봉사 장소로 몽골을 택한 강릉원주대 측은 “몽골은 가깝고 여름에 덥지 않은 데다 풍토병도 없어 봉사활동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홍익대 관계자 역시 “2004년부터 여름방학마다 몽골 봉사를 다녀오고 있다”면서 “지원 경쟁률이 3대1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 대사협 측은 “낙후된 몽골 지역에 봉사 수요가 많고, 대학이나 학생들의 호응도 높다”고 설명했다.
몽골과 동남아가 인기를 끄는 다른 이유는 저렴한 비용 때문이다. 항공편이 잘 갖춰진 데다 항공료도 저렴하다. 올해 몽골로 학생 25명을 보낸 한 대학의 경우 학생 1인당 비용이 150만원 정도였다. 대학은 모두 3000만원 정도를 냈고, 대사협에서는 700만원을 지원했다. 대학 관계자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학생을 보내려면 결국 몽골이나 동남아밖에 답이 없다. 아프리카로 학생을 보내려면 항공료만 200만원이 넘기 때문에 해외봉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봉사가 2~3주 안에 이뤄지지만, 아프리카는 오가는 데만 4일을 잡아야 하는 점도 봉사단이 동남아를 선호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학의 해외봉사 형태가 단순화되고 프로그램이 획일적으로 운영된다는 데 있다. 서울지역 대학의 한 봉사지원센터 직원은 “대사협 프로그램뿐 아니라 대학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해외봉사 프로그램 역시 대부분 몽골과 동남아로 목적지를 맞추고 있다”면서 “해당 국가들에서는 봉사 지역이 사실상 포화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봉사 프로그램도 마을청소나 무료급식, 영어·컴퓨터 교육 등으로 비슷하다. 그는 “해외봉사를 단순한 ‘스펙’으로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많아 손쉽게 다녀올 수 있는 단기 해외봉사가 양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 해외봉사가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월드프렌즈 총괄팀의 서미영 과장은 “2~3주간 단기 봉사의 체험을 살려 중장기 봉사로 이어가야 한다”면서 “청년들이 진정한 세계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이 마련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출처 : 서울신문 2013-08-09 8면)
'국제개발협력 > NGO경력-캄보디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캄보디아 이야기 175 | 캄보디아 내 중국 새해 - 쫄츠남 쩐(Chaul Chnam Chen) - Chinese New Year (0) | 2022.01.21 |
---|---|
캄보디아 이야기 173 | 해외 단기봉사팀에 고함 - 활동을 위한 활동에만 바쁘지는 않으셨습니까 (0) | 2022.01.20 |
캄보디아 이야기 161 | 프놈펜 톤레 바삭 레스토랑 - Tonle Bassac Restaurant | 다양한 캄보디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뷔페 (0) | 2022.01.19 |
캄보디아 이야기 156 | 캄보디아 커피 문화 - 커피 마시는 즐거움 (0) | 2022.01.18 |
캄보디아 이야기 155 | 프놈펜 십자수 열풍 | 캄보디아 내 화교의 영향력 (0) | 2022.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