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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야기 62 | 프놈펜 왕궁 앞 - 캄보디아 전 국왕 노로돔 시하누크(Norodom Sihanouk)를 향한 국민들의 애도의 물결
Olivia올리비아 2022. 1. 5. 18:52
# 일주일의 긴 휴가를 프놈펜에서.
일주일의 긴 Pchum Ben(프춤번) 휴일 동안 친구(Irish)와 함께 Sihanoukvill(시하누크빌)이나 Kirirom(끼리롬)도 가고, Kien Svay(키엔 스와이), Oudong mountain 등 프놈펜 근교도 놀러 가고.. 목요일부터 3박 4일간은 우리 센터 현지인 직원의 친구 NGO에서 주관하는 Mondulkiri(몬둘끼리) Eco-tour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휴일이 딱 시작될 무렵인 지난 금요일부터 열+몸살 감기가 걸려서... ㅠ.ㅠ (꼭 중요할 때 아프다.) 지방 여행이나 몬둘끼리 투어는 무리라는 의사 선생님의 충고에 따라 결국은 친구와 함께 프놈펜에서만 휴일을 보내게 되었다.
# 날씨
프놈펜은 지난주까지 거의 매일 같이 비가 내리다가 프춤번 연휴가 시작되자 딱 지난 일요일부터 매일 햇빛이 쨍쨍. 날이 좋아졌다. 특히 지난 일요일, 월요일은 봄날같이 날씨가 참 좋아서 걷기도 좋았고 참 상쾌하여서 데이트 생각이 절로 났다. ㅎㅎ 그런데 점점 날이 뜨거워져서는.. 한낮에 돌아다니면 숨이 헉헉거리게 될 정도로 날이 더웠다. 거의 캄보디아의 혹서기인 4월 날씨에 근접.. @.@ 친구와 함께 프놈펜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히 햇빛 아래 많이 노출되게 되었고.. 햇빛 알러지를 피하느라 언제나 긴 팔을 입고 다니지만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얼굴과 손가락은 점점 더 새카맣게 변해가고 있어 참 슬픈... ㅠ.ㅠ 그러나 친구 덕분에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니면서 프놈펜에 7개월간 있었어도 알지 못하고 즐기지 못했던 여러 문화들과 음식들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 독립기념탑 & 캄보디아 전 국왕 Norodom Sihanouk(노로돔 시하누크)를 향한 애도의 물결 (Friday. 19, Oct, 2012)
휴일 내내 프놈펜 시내를 엄청 돌아다녀서 발가락에 물집+피(사실 피가 났는지도 몰랐었는데 밤에 신발 벗고 양말에 묻은 핏자국을 보았음), 발 전체 통증과 발목 통증까지 생겼다.
이러다가는 못 걷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발 통증이 있었지만 몸이 자꾸 쳐지고 무겁게 느껴지니 좀 우울했다.
결국은 아픈 발을 절뚝거리면서라도 걷기로 했다.
역시 걸으니까 기분이 상쾌했다. 처음 걸을 때만 해도 발을 절뚝거려서 그냥 오토바이 택시를 타야 되나 싶었는데(절뚝거리니까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이 더 나를 그냥 못 지나치는 듯했어ㅠ.ㅠ 자꾸 "헬로?" "떠으 어와이(어디 가요?)"), 어느 순간이 지나자 고통 자체를 즐기면서 걷게 되었다. 그러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어쩔 수 없는 우리 아빠 딸인가 보다.
아빠도 몇 년 전 마라톤에 푹 빠지셨었는데 그로 인해 무릎 통증이 심해졌었고 의사는 마라톤을 자제할 것을 권유했다. 아빠는 잠깐 마라톤을 쉬시는가 싶더니 어느새 또 달리고 계셨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달리셨던 듯. 절뚝거리면서 걷는 아빠를 보면서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다 싶은 생각까지 들었는데, 아빠는 달리기에 참 열정적이셨고 그때에 난 신문의 Health section에서 'Runner's high'라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운동을 할 때 힘든 순간을 지나면 일종의 상쾌함, 쾌감, 황홀감, 도취감을 느껴, 사람들이 운동에(특히 힘든 운동) 일종의 '중독' 증상을 보인다고. 이 기사를 보고 나니 난 아빠가 왜 무릎 통증에도 불구하고 계속 마라톤을 하시며, 아침. 저녁으로 헬스장에 그렇게도 열심히 다니시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봐 왔었던 내가 이제는 아빠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똑같은 증상을 느끼다니.. 부전여전인가.. ㅎㅎ;
아빠의 영향 때문인지 난 하고 싶은 일은 끝까지 하고야 마는 고집이 있다. 그건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 (고집이란 말은 부정적인 뜻으로 더 많이 쓰이는 거 같아서 사실 고집이라고 표현하고 싶진 않지만, 지금은 고집이란 말이 적당한 것 같다. ㅎ) 이런 고집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지만, 덕분에 난 내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상당하고 어떤 한 일에 대한 열정과 집중력이 대단하다. 난 지금까지도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될 거야! ㅎㅎ
아무튼, 그렇게 친구와 함께 프놈펜 시내를 걸었다.
Villa Lanka가 있는 BKK1에서 벗어나자 이렇게 아름다운 밤의 풍경이..!! 개인적으로 캄보디아는 아직까지 조금은 무서운 나라라고 느꼈었는데, (크메르 루즈 정권, 훈센 총리, 피가 철철 흐르는 아직 살아 꿈틀거리는 생선 머리가 흔한..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던 다소 살벌한 시장 풍경, 친절한 듯하면서도 화가 나면 가차 없이 돌아서 버리는 국민 정서, 길거리 코너마다 대기하고 서서 손님들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까딱 손짓을 하거나 위협이 느껴질 정도로 "Hello!" 하고 소리를 지르는 모또/뚝뚝 아저씨들 등등..) 캄보디아에 와서 거의 처음으로 '와.. 정말 아름답다.. 캄보디아도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지 정말 아름다운 나라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멋진 야경이었다.
이런 멋진 야경을 보니 그동안 항상 걷던 길로만 아닌, 다른 길로 걷고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독립기념탑을 중심으로 있는 공원을 산책하듯 걸으며 머리를 식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왕궁 쪽으로 향하게 되었는데, 왕궁이 가까워져 올수록 검은색 하의에 흰색 상의, 그리고 가슴에는 검은색 리본을 단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캄보디아의 전 국왕인 Norodom Sihanouk(노로돔 시하누크)가 서거했다. 이틀 뒤인 17일에는 시하누크의 시신이 캄보디아에 도착했고, 그날엔 많은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너도나도 검은색 하의에 흰색 상의, 그리고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왕궁 앞으로 가서 애도를 표했다. 캄보디아 친구인 Samnang의 말에 의하면 캄보디아 사람들은 7일 동안 이렇게 애도를 표해야 한다고 했다.
왕궁으로 향하던 길에 이렇게 큰 초상화와 함께 애도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았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전 국왕 시하누크의 죽음이 캄보디아의 큰 손실이라고 생각하며 슬퍼하는 모습인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초상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나는 장례에 관한 모든 것이 참 조심스럽게 느껴지고.. 사실 장례식을 아직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터라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몰랐었는데, 죽은 자들은 잘 보내주되 산 자들은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왕궁에 몰려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풍선이나 음식을 파는 상인들이 있었고, 왕궁을 벗어난 사람들은 음식도 먹고 이야기꽃도 피우며 평소와 다름없는 행동을 보였다.
불을 밝힌 왕궁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왕궁 정면.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를 거의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 휴대는 용이할지라도 화각이 너무 좁아서 항상 전면 사진을 찍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ㅠ.ㅠ
그래서 사진을 왼쪽으로 오른쪽까지 여러 장을 찍어 요렇게 포토샵으로 사진을 이어붙여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었다. 좀 아쉬운 점은 있지만.. 포토샵에 대한 별다른 지식 없이 그냥 충동적으로 만든 것 치고는 왕궁 전체 모습과 분위기를 담는 데에는 성공한 듯.
왕궁 바로 맞은편에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이 났을 리는 없고, 사람들이 무엇을 하나 궁금해서 그쪽으로 다가갔다.
사람들이 촛불을 밝히고 향을 피우면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아직 죽음이 무엇일지 잘 모를 어린아이도 이렇게 나와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향을 붙들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남녀노소 모두가 늦은 시각까지 왕궁 앞에 모여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이때가 저녁 8시쯤 되었었는데 캄보디아 사람들은 보통 밤 9시에 잠을 일찍 자므로.. 8시는 늦은 시각이라 할 수 있음.)
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전 국왕 시하누크의 초상화가 걸린 왕궁 입구.
향에 불을 붙이는 손에 정성이 들어가 있다.
이렇게 초상화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소리 없는 기도.. 또는 불교 경전을 외며 기도를 했다.
스님들도 이렇게 와서 기도를 하고...
기도 후에는 향을 이곳에 꽂아 놓는다.
향을 가득 품은 단지는 너무 뜨거우므로 경비원들(? 왕궁 소속인지..)이 이렇게 물을 종종 뿌린다.
전 국왕 시하누크는 나라 걱정이 많았던 사람일까..?모습이 인자해 보이지만, 어딘지 근심. 걱정이 있는 표정이다..
왕궁 입구에는 이렇게 많은 꽃 화환들이 늘어서 있었다.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는 이렇게 연꽃과 향을 팔고 있는 상인들이 있었다.
이상하게 향냄새가 편안하고 좋게 느껴져서 나도 하나 샀다. 10개 한 다발에 500 riel.(less than 0.25 cent)
왕궁 주변에는 Police와 Emergency car가 있었다. 그리고 손에 고급 카메라를 든 많은 외국인들이 있었다. 아마 AP 통신 등에서 나온 외신 기자들도 있을 거라 짐작했다.
이렇게 왕궁 앞에서 추모의 열기를 느낀 후 Night Market으로 향했다. 왕궁 근처는 차량이 통제되어 걷기에 좋고 한산했으며, 시기가 시기인지라 강변 근처 레스토랑들은 시끄러운 음악도 틀어놓지 않고 참 조용했다. 이른 저녁부터 강변 공원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최신곡 댄스(K-POP이 특히 인기)를 선보이는 젊은 무리나, 1000 riel을 내고 참가할 수 있는 중국풍의 건강 운동 춤이나, 이에서 약간 변형된 캄보디아 popular dance를 즐기는 무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20 Occ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