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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 바나나 잎 간식
8월이었던가, 지방 출장 시 '놈 트나옷(Nom Tnaot)'이라는 간식을 먹어본 적이 있다. 그 버전은 바나나 잎에 쌀과 코코넛 밀크를 넣고 찐 심플한 것이었는데, 바나나 잎에 싼 이런 종류의 간식은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와 모양을 가지각색으로 variation이 가능한 음식이다.
얼마 전 Psar Thmey(프사 트마이) 중앙 시장에 갔었는데, 그렇게 다녀도 잘 보이지 않던 놈 트나옷이 신기루같이 눈앞에 나타나서 나도 모르게, "어? 놈 트나옷이다!" 하고 사진을 찍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진 중앙 정도에 놓인 푸르른 것들.
그런데 사실 바나나 잎에 싼 이런 종류의 간식들은 다 '놈 트나옷'이 아니라 각각의 이름이 있다. 우리 사무실의 현지인 스텝에게 물어보니 이 모든 것을 지칭하는 단어가 따로 없다고 했다.
어쨌든 다양한 종류의 바나나 잎에 싼 간식들. 바나나 잎에 쌀, 찹쌀, 콩, 고기, 코코넛 채, 바나나 등 다양한 재료를 넣고 쪄서 만든다.
사진 위쪽 선명한 초록색 간식은 '슬럭 스러' 라는 간식이다. '스러'는 fresh라는 뜻인데, 이는 솥에 찌지 않은 간식이다. 확실히 사진 하단에서도 찐 바나나 잎과 생 바나나 잎의 색 차이가 난다.
사진 하단 왼쪽의 세모난 모양의 간식은 '놈 꼬옴'이라 부른다. 찹쌀과 코코넛 채, 설탕을 넣고 만드는데 소금은 넣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의 떡과 비슷하다.
사진 하단 오른쪽의 네모난 것(흰 것)은 '놈 쩨익'. 바나나를 으깨어 찐 것이다.
사진 중앙 붉은색, 무화과를 반 쪼개놓은 것 같이 생긴 것은 '놈 로뻐으'. 사진상으로 붉게 보이지만 사실 노란색을 띠고 있기도 하다. 야자를 껍질 벗겨 삶은 뒤 종려당(palm sugar)과 코코넛 채와 섞어 찐 것이다. 때로 찹쌀을 섞기도 한다고 한다.
재미난 것은 바나나 잎 간식의 모양에 따라 그 맛과 재료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라미드 모양으로 생긴 간식은 달달한 종류. 피라미드 밑변 크기의 직사각형 모양의 간식은 소금과 후추, 그리고 때때로 녹두와 같은 콩을 넣고 만든 종류. 사진 하단 오른쪽의 직사각형 모양의 간식은 바나나나 야자 채가 들어간 종류.
'놈 꼬옴'. 코코넛 채와 설탕, 참깨를 약간 넣고 만든다. 한국 사람들이 참깨를 갖가지 음식에 두루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캄보디아 사람들은 간식 만들 때에만 참깨를 사용한다고 한다.
또 다른 바나나 간식 쟁반.
위쪽 피라미드 모양은 '언써엄'인데, 캄보디아와 중국 스타일이 합해진 간식이라고 한다.
사진 왼쪽 줄이 묶여져 있지 않은 날씬한 것은 '놈썸 크나우'. '크나우' 또는 '크너우'는 Jack fruit(잭 프룻)라는 뜻이란다. 과일 Jack fruit 슬라이스와 함께 코코넛 채가 들어간다.
그리고 그 옆에 줄로 묶여져 있는 네모난 것은 '놈 언써엄'.
가게 주인은 친절하게도 간식 위에 샘플을 하나씩 벗겨 놓아 안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가장 왼쪽의 속이 노란 것은 고기가 들어간 것. 중간은 바나나. 오른쪽은 콩 종류가 들어간 것.
이 중 캄보디아의 전통 '놈 언써엄'은 왼쪽의 두 가지. 즉, 고기와 바나나가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 콩이 들어간 버전은 중국이나 베트남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써 소금을 넣고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캄보디아 사람들은 tie 할 때 보통 플라스틱 끈으로 묶지 않는다고 한다. 바쁘고 시간 없는 도시 사람들만 이렇게 한다고. 전통 방식으로는 바나나 밑동 쪽에 있는 잎 부분을 잘라서 그걸로 묶는다고 한다. 바나나 잎을 햇볕에 말리면 쉽게 끊어지지 않고 더 강해진다고 한다.
한편, 바나나 잎 위에 왜 한 번 더 끈을 묶어두었는지 궁금했는데, 이는 삶는 동안 물이 바나나 잎 안에 든 재료에 물이 스며들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항상 길에서 많이 보긴 했지만 안에 고기가 들었을까 봐 시도해 보지 않았던 음식.
이것은 '놈 쩨익'의 grilled version이라고 한다. 안에 바나나만 넣고, 고기는 넣지 않는다고.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시도해 보는 것인데..!!
사람들은 왜 '찐' 것보다 '구운' 것을 더 선호하는 것일까? 재료가 불에 그을리면서 나는 향과 '불맛'을 사람들은 더 선호하는 듯하다. 세계여행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세게 어느 나라나 불에 구운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캄보디아는 숯의 가격이 저렴해서일까..? 고기나 생선, 해산물을 굽는 향내가 골목 구석구석, every corner에서 피어올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이것은 내가 산 바나나 잎 간식. 바나나가 들어있다고 해서 사쿤 어머니가 만드신 것과 같이 쌀가루와 바나나를 섞어서 찐 것인 줄 알았는데, 찹쌀과 바나나, 콩을 넣고 찐 간식이었다. 처음에는 맛이 좀 심심하다고 느껴졌었는데 먹을수록 감칠맛이 돌았다. 허기를 채우기에 참 든든한 음식!
7 Nov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