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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가 스펙이 되는 세상 속에서

- 해외 봉사의 목적은 해외 자원 확보 및 해외 일자리 창출...?

 

아래와 같은 기사를 보게 되었다. 페이스북에 짧게 남기려고 한 글이 생각보다 길어지게 되어 블로그에 글을 남겨본다.


 

“아프리카와 한국 ‘브릿지’ 만들었어요”

 

‘검은 대륙’에서 2년간 일하고 온 유네스코 청년활동가들

2013년 01월 01일 (화) 03:07:52

 

 

“아프리카는 우리의 친구가 있는 곳이죠.”

 

지난 2010년 10월부터 2년간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한국위원회의 ‘아프리카 희망 브릿지’ 사업에 파견됐다 돌아온 18명의 청년활동가들이 한목소리로 하는 말이다. 아프리카의 지역사회 발전과 풀뿌리 교육 등을 지원하러 떠났지만, 봉사보다는 친구를 만들고 왔다는 데 더 자부심을 느낀다고 이들은 말했다.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 국가와 국가를 잇는 소통과 화합의 다리’라는 의미의 브릿지(Bridge) 프로그램 1기생인 이들은 최근 ‘네오 브릿지’라는 후속 모임을 만들어 다음 발걸음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 브릿지 활동가의 최우선 선발 요건은 '문화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이다. ⓒ 김문주

 

 

레소토 르완다 등 6개국에서 18명 활동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브릿지 사업단은 2010년 4월 창설된 뒤 첫 프로젝트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레소토, 르완다, 말라위, 잠비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6개국 18개 마을에 보낼 청년활동가들을 선발했다. 르완다 빌링가가(Biringaga)로 떠난 오지희(31·여·성공회대 대학원) 씨는 현지 청년들과 함께 영어교실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쳤다. 소통을 위해 현지어를 배워가며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았지만 그만큼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 오씨는 영어교실 운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현지 주민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양계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양계 사업과 영어교실은 지난 2년간 지역 주민의 일자리를 만들면서 충실한 아동교육의 장이 되었다고 한다. 

 

“기존의 중·단기 해외 파견활동들이 ‘봉사’의 개념을 중심으로 학교나 병원을 지어주고 식량을 지원하는 구제사업 등에 치우쳤다면 브릿지 사업은 현지 주민들의 자립역량을 길러주는 데 초점이 있어요. 현지 비정부기구(NGO)들, 주민들과 함께 사업을 꾸려나가면서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죠.” 

 

 

 

▲ 오지희 활동가와 마을 아이들. ⓒ 오지희

 

 

잠비아의 치시코(Chishiko)에서 활동한 정지은(24·여·대학생)씨도 오씨처럼 ‘자립역량 지원’을 강조했다. 정씨는 현지의 문맹자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교실을 운영했는데 자신이 귀국한 후에도 지역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잘 꾸려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데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레소토의 디피링 말라쩨마(Liphiring Maletsema) 마을로 간 김문주(27·여·자원활동가)씨는 전공인 광고홍보학을 응용해 현지 중학교의 방과 후 활동으로 학교신문 만들기 교실을 열었다. 이들이 만든 신문은 레소토의 현지어 세소토와 공용어인 영어로 제작됐는데,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나 행사 소식을 주로 전했다. 학생들은 취재기자 5명, 사진기자 2명, 편집자 3명, 홍보담당 4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신나게 참여했다. 신문 제작은 축구 외엔 방과 후에 특별히 몰두할 활동이 없었던 아이들에게 활력소가 됐고, 나중에 마을 홍보책자를 만드는 사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 신문을 만들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지면 시안과 기사를 확인하고 있다. ⓒ 김문주

 

 

김씨는 또 교사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았던 마을의 유치원을 복구하는 데 공을 들였다. 1년의 시간을 들여 마을 안에서 인재를 찾아 큰 도시의 교사 양성 프로그램과 연결해 주고, 마을 사람들과 힘을 모아 방치돼 있던 유치원 건물을 보수했다.

 

“유치원 건물 공사를 하면서 급식 공간을 지었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밥 먹는 문제야말로 아이들이 빈부 격차로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일이었거든요. 이런 일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건 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소통이 잘 됐기 때문이죠.”

 

 

▲ 브릿지 사업으로 부임하게 된 유치원 선생님과 디피링 마을 아이들이 야외활동을 하고 있다. ⓒ 김문주

 

 

금방 결과 나오는 ‘폴라로이드’ 대신 ‘함께 큰 그림 그리기’

 

브릿지 청년활동가들은 이밖에도 다양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마을회관 개보수, 농업교육 프로젝트, 대안생리대 제작, 컴퓨터 교실, 마을 도서관 활성화 등에 현지 주민들과 힘을 모았다. 지금까지 여타 국내 기관들이 주도한 해외봉사 활동이 곧바로 결과가 나오는 ‘폴라로이드 사진’과 같았다면, 브릿지 사업은 ‘천천히 그리는 큰 그림’과 같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활동가 한 명이 한마을에 2년간 정착해 살면서 자율적 사업의 토대를 함께 만드는 것이기에 그 성과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청년들의 해외 파견 활동은 요즘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도전하고 싶어 하는 일이고, 취업을 위해 갖춰야 할 ‘스펙(조건)’으로 꼽히기도 한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기업 브랜드를 내걸고 해외 봉사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고, 하나은행과 카페베네처럼 자사 해외 봉사 활동에 참여한 지원자에게 입사 가산점을 주는 회사도 있다. 이렇게 해외봉사활동이 하나의 스펙이 되면서 참가 경쟁도 치열해지고, ‘봉사’의 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2년이라는 긴 시간을 쏟아 어려운 환경 속에서 ‘현지인의 삶’을 살다 온 브릿지 참가자들의 이야기는 돋보이는 측면이 있다. 

 

 

▲ 유치원 미술시간에 자기 자신을 그린 그림을 들고 미소 짓는 아이. ⓒ 김문주

 

 

“저희는 어려운 사람을 도우러 간 ‘외부인’이 아니라 함께 사는 ‘친구’가 되고 싶었죠.”

 

예전에 ‘보여주기’ 식의 해외 봉사 활동에 실망한 경험이 있다는 오지희씨는 “그런 의미에서 브릿지 사업은 근본적으로 달랐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해외봉사가 활동가들의 거주공간을 따로 만들거나, 활동은 마을에서 하되 숙식은 도시에서 하는 식으로 외부인을 자처했다면 브릿지에서는 활동가가 마을 주민과 함께 생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오씨는 “2년을 함께 지낸 마을 아주머니가 귀국길에 배웅하며 눈물 흘리던 모습이 떠오른다"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회고하기도 했다.

 

 

▲ 2년간 머물렀던 르완다를 떠나며 가깝게 지냈던 마을 주민과 작별 인사를 하는 오지희 활동가. ⓒ 오지희

 

 

현지 주민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생활에 불편함도 없지 않았지만 젊은이들은 큰 문제 없이 극복했다고 한다. 르완다 은상가(Nsanga)에서 활동한 박준권(32·자원활동가)씨는 정보통신의 불편함이나 낙후된 의료시설 등 애로가 적지 않았지만 다 예상했던 일이라 담담했다고 말했다. 다만 ‘먼 아프리카 땅에 한국인은 나 하나’라는 생각에 외로워질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을마다 조금씩 다른 아프리카 현지어 습득이 모두에게 힘든 도전이었다.

브릿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현지 적응을 위해 체계적인 선발과 교육 과정을 거쳤다. 2박 3일 합숙을 통한 심층 면접 과정에서는 다른 문화에 대한 편견이 없고 타지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뽑는데 주력했다고 한다. 4개 국어를 했던 지원자가 탈락하고 외국어 성적이 썩 뛰어나지 않은 지원자가 뽑힌 경우도 있었던 것은 이런 맥락이다. 브릿지 사업단은 아직 2기 모집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후속 활동가를 선발할 경우 ‘20세에서 35세’라는 나이 제한 외에 특별한 조건을 두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어의 경우도 어느 정도의 외국어 구사는 필요하지만 특별히 높은 공인점수를 요구하지 않고, 현지어 습득의 잠재력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 네오 브릿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모인 1기 브릿지 활동가들은 사진전과 정기 모임을 통해 다음 발걸음을 모색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지은, 김문주, 오지희 활동가. ⓒ 허정윤

 

브릿지 1기 참가자들은 지난해 11월 19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안국동의 문화공간 해빛에서 아프리카 사진전을 여는 등 왕성한 후속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중에는 박준권씨처럼 다시 아프리카로 가서 지역 활동을 본격적으로 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청년도 있고 정지은씨처럼 국내 지역 활동으로 관심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

 

(기사 출처 : 단비뉴스 http://www.danbinews.com)

 


 

해외 단기봉사활동이 소위 '스펙'이 되어가는 사회 문화 속에서 격하게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

 

사람들은 말한다. 봉사활동을 통해서 내가 줄 수 있는 것보다 받는 부분이 더 많다고. 하지만 활동을 통해서 이력서 줄 하나 더 채우겠다는 숨은 동기와 계산은 언제나 안타까운 생각을 갖게 한다.

 

이해도 된다. 스펙으로 시작한 해외봉사라 할지라도 현지 경험을 통해 한 사람의 사고와 가치관 및 미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일단 경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언제나 위험한 것은 목적이 불분명해지는 것. 이것을 왜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목적이 사라지면 알 수 없는 방향의 쳇바퀴 속에서 의미 없는 행동들의 나열만 될 뿐이다.

 

얼마 전 신문에, 청년 실업 해결을 위해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사업과 관련해 해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기사가 났었다.

 

 

 

 

다음은 기사 일부.

 

'... 청년들에게 가장 관심 있는 주제가 ‘글로벌’이다, 해외 견문을 넓히면서 생계형 일자리가 생긴다면 모르긴 몰라도 많은 젊은이들이 반길 것으로 본다...'

 

 

 

처음에는 이 기사가 참 부정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맞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청년 일자리도 늘리고, 개도국에 기술 이전도 하고,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회가 되며, 이를 통한 수출시장 개척 및 안정적인 해외 자원 확보 가능.

 

ODA를 하는 목적이 개도국에 도움을 주는 단순한 공여 및 봉사의 차원을 넘어선 국가 외교, 특히 국제사회에서의 지위 확보 및 해외 자원 확보 등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왜 최근 ODA의 비중이 아프리카 쪽으로 점점 더 무겁게 실리고 있는지를 보더라도 말이다.

 

봉사의 의미와 가치는 어떤 개인에 의해 규정될 수 없다. 정답은 없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개개인에 의해서 규정되는 봉사의 의미 및 가치가 다 정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정답을 딱 정해놓고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강요할 수 없다.

 

그러나 스펙을 위한 경험의 일환으로 봉사를 하겠다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서 화가 나기까지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터전, 그들의 생활을 담보로 그곳에서의 경험을 자신 삶의 '스펙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이해하기가 많이 어렵다. 나의 가치와 기준만이 세상의 정답이 아님을 앎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인정하기가 참 어렵고 화가 난다.

 

그러나 그 사람들도 끝없이 비판하기 어려운 것은 이 사회가 우리를 그런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 다 하니까 나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경쟁심과 사회 내에서의 생존 본능은 인간이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봉사의 가치, 의미 및 목적이 더 이상 '회사에 입사하기 위한 이력서 한 줄 채우기'의 수단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사회에서는 나쁜 수단과 목적이 늘 나쁜 방향이 아닌 선한 방법으로 달성되기도 하고, 좋은 수단과 목적 역시 언제나 좋은 방향으로만 결과 지어지진 않는다. 

 

그러나 인생을 삶에 있어 '마음의 습관' 이 참 중요하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봉사의 참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생각해 보기도 이전에 '봉사=스펙'이라는 가치관이 심어지고 있는 이 세대의 문화가 참 안타깝다.

 

주저리주저리 글을 썼는데 결국 또 생각하게 되는 것은, 교육이 참 중요하다는 것.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의 방향과 가치, 목적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해 보기도 이전에 영어유치원에서 '영재' 교육을 받고, 취학 이후에는 방과 후 여러 개의 학원을 전전하며 무엇인가에 포로 된 듯 피곤하게 기쁨 없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참 안타깝다. 수능과 좋은 대학, 좋은 직업이 결코 인생에 답을 줄 수 없는데 우리는 마치 그것만이 인생의 전부인 듯 아등바등 하루하루 힘겹게 살고 있다.

 

이런 교육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무엇이 되기 위해 사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누구이고, 나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나의 참된 행복은 어디로부터 오는지를 가르치는 참된 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서 개개인이 올바른 자아 정체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여 또 우리의 후대를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지도자, 교육자의 위치에 서야 한다. 그리고 병폐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은연중에 문화 속에 깊이 파고들어 있는 잘못된 가치관들을 올바른 가치관으로 바꾸는 문화 복지가 시급하다.

 

16 Feb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