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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개발 협력은 전문성을 갖출 때 효율적

 

더운 캄보디아 날씨. 

 

몇 시간을 집중하여 일하다가 점심시간, refresh를 위해 평소 좋아하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고자 플레이어를 켰는데 갑자기 새로운 음악이 나오는 것이다.

 

그 음악은 바로 스크리아빈 피아노 협주곡 f단조.

 

1악장을 듣고 있자니 기존 고전과 낭만과는 확실히 다른 화성 진행들이 들려와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어! 이 음악 참 좋은데! 하고 3악장이 궁금하여 들어보니 정말 좋음!!

 

스크리아빈 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웠다니! 학교 다닐 때에는 스크리아빈이 참 powerful 하고 약간 뭐랄까.. wild 하다고 느꼈었는데, 피아노 협주곡 f단조를 들으니 그에게도 이런 섬세한 감정이 있었구나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숙모 밑에서 자란 그는 키도 작고 좀 허약했던 데다가 신경질적인 인물이라고 들었다. 

 

위대한 음악가들을 보면 대부분이 육체적, 정신적 질병이나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이 아픔들을 통해, 또는 아픔을 극복하며 만든 작품들은 후대에까지 전달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과 자극을 주고 있다.

 

음악 하는 동료들과 작곡가의 삶에 대해 공부하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그가 경험한 아픔은 상당한 고통이었겠지만 그 고통 덕에 우리는 이와 같이 빛나는 작품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어떻게 보면 청중 입장에서 말로 쉽게 내뱉는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잔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든다.

 

아픔을 상처 그대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것인가.

 

 

 

 

Alexander Scriabin (1872-1915) -Piano concerto in f-sharp minor opus 20 III. Allegro moderato piano: Anatol Ugorski Chicago Symphony Orchestra conducted by Pierre Boulez

 

이 음악은 러시아 피아노 학파로부터 강하게 영향을 받은 한국의 피아니스트 안미현 씨 버전도 좋고, 독일 출신 피아니스트인 Michael Ponti(마이클 폰티) 버전도 좋다. 특히 Michael Ponti 버전은 파워풀하고 시원시원한 것이 딱 내 스타일!

 


 

음악을 듣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다시 음악 공부가 그리워진다.

 

학문적으로 정말 깊이 공부하여 전문가가 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음악 평론도 하고 싶고, 소외계층을 위한 음악교육 시스템에 참여하거나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정치. 외교에도 관심이 가고, 문화 인류학도 하고 싶고... 사회적 기업에도 관심이 있고... 국제 개발 협력 그 자체도 공부하고 싶다.

 

경제적으로 힘을 가져서 정말로 그 돈이 필요한 데에 잘 배분되게 할 수 있는 롤 모델이 되고도 싶다.

 

국제학, 경제학, 국제 정치학.. 또 세계사 역사 공부....

 

모든 것이 나의 관심 분야, 흥미 분야.

 

 

 

하고 싶은 것은 참 많은데 어떤 것이 정말로 내가 깊이 갈 수 있는 분야인지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한마디로 나의 전문성 고민.

 

10년 넘게 나는 음악 공부를 해 온 사람인데, 그렇다면 과연 나는 서양음악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이쪽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서양음악, 또는 대학 졸업 즈음 심각하게 고민했던 학문인 문화인류학. 이 분야에 정말 전문성을 가져서 개발 분야에 협력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깊은 학문적 지식을 가지고 현장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2년 넘는 현장 경험을 가지고 지역 전문가가 될 것인가.

 

 

 

요즘 드는 생각.

 

지식과 전문성 없는 국제개발협력은 결국은 허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전문성'을 가지고 개발협력 분야에 들어가야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전문성 없이 개발 개발, 협력 협력... 하는 것은 결국은 요즘 누군가가 잘 이야기하는 표현인,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앞이 정확히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걷고 있는 느낌.

 

현지의 언어, 문화, 교육, 정치, 경제.. 등등 사회 전반에 대해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한국에서 조금 흘려듣고 온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현지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서 현장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닌 이상 모든 사람들은 결국 다 '자원활동가'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가 일종의 롤 모델이랄까.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국제개발협력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결국 나의 길은 이것 같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정치. 외교 쪽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 되는 것.

 

 

7 Apr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