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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이야기 111 | 캄보디아의 공립 병원 의료 수준 | 크메르 소비에트 프렌드십 국립병원 - Khmer Soviet Friendship Hospital
Olivia올리비아 2022. 1. 12. 13:53캄보디아 프놈펜 공립 병원 의료 수준 - Khmer Soviet Friendship Hospital(크메르 소비에트 프렌드십 국립병원)
아동 후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는데, 그 아이의 어머니가 오랫동안 갑상선 질환을 앓아오셔서 이번에 수술 지원을 했다.
어머니 수술 예정 시각이 오전 8시였는데, 부족한 수술실 때문에 시간이 계속 미뤄지고 미뤄져서 결국 오후 4시에 들어가셨다.
수술 전까지 어머니는 오랜 시간을 긴장된 마음으로 기다리셔서 기진맥진.. 나도 더운 날씨 속에 하루 종일 병원 안을 방황하며 기진맥진... 그러다가 같은 층 병동에서 머무르고 있는 한 환자의 어여쁜 딸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아이가 스스로 카메라를 만져보고 본인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담아봤으면 좋겠다 싶어서 카메라를 건네주었는데, 아이의 지식 습득력은 놀라우리만치 빨랐다.
이렇게 조금만 가르쳐주면 금방 일어날 수 있는데.. 캄보디아는 아직 많이 가난하다. 경제력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는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어머니의 병원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병원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게 되었다.
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병원은 Khmer-Soviet Friendship Hospital, 일명 러시아 병원이다.
이 병원에서는 대부분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온 의사들이 일을 하고 있다. 과거 캄보디아가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은 그 영향 때문인지 캄보디아 지식인 층들 중에선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고 왔고 불어에 능한 사람들이 꽤 된다.
어머니가 수술을 막 마치시고 ICU(Intensive Care Unit, 집중 치료실)에 하룻밤 입원을 하셨다. 그런데 ICU 분위기가 한국과 너무 달랐다. 한국에선 철저히 소독하고 안에 들어오는 방문자의 인원 및 시간까지 제한하고 있는데, 이 병원의 ICU는 문 앞에서 경비원 한 명이 사람들의 출입을 약간 제지를 하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규칙 없이 ICU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다가 우르르 몰려나오는 모습이었고 냉방시설이나 환기시설이 빈약하였다. ICU 안에 심전도 기기 등의 특수 장비가 없다면 이는 거의 일반 병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리고 ICU 바로 앞 공간에는 환자의 면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거나 누워 있었고, 그 돗자리 옆에 도시락, 물통 등(거의 살림을 차렸음)을 놓고 끼니 때마다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었다. 당연히 ICU 문을 여닫을 때마다 바깥 사람들이 몰고 들어온 각종 먼지며, 밥 냄새.. 각종 박테리아들이 드나들 것이었다.
병실을 회진하는 의사들의 모습도 지켜봤는데, 선배 의사가 후배 의사에게 알콜 솜을 맨손으로 그냥 건네주고, 후배 의사는 그것을 받아서 환자를 케어했다.
병원 건물 구조는 위 사진과 같이 병동과 복도를 보호할 만한 벽이 없이 그대로 뚫려 있어서 간호사들이 가지고 다니는 의약품 카트에 먼지와 햇빛이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하루에 2.5 USD~ 5 USD 하는 병동은 병실 수가 모자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환자들이 병실 안에 머무를만한 사정이 안 되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더러는 병실 바깥 복도에서 환자 침대 하나 가져다 놓고 입원한 사람들도 있는 것을 보았다.
무엇인가를 낮은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참 싫어하는 나이지만, 이런 병원의 상황만큼은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공립 병원 중 한 곳이 이런 정도의 수준이라니... 캄보디아의 발전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를 조금은 체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참고로, 캄보디아의 공립 병원 시설은 많이 낙후된 모습이지만, 프놈펜 시내 사설 병원인 SOS Clinic이나 Naga Clinic, Royal Rattanak hospital 등은 그 수준이 과연 'international'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발전된 모습이고 외국인이 자기네 나라 병원 찾듯 찾아도 될 정도의 고급 시설과 수준을 갖추고 있다.)
11 Ma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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