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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선거철로 민심이 흉흉한 캄보디아

 

얼마 전 모토 기사와의 사건을 겪고 그 다음날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현지인 직원이 내 손바닥의 상처를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 일은 바로 아래의 포스트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캄보디아 이야기 113 | 프놈펜 생활 - 오토바이 택시 기사에게 느낀 위협

모토 기사(오토바이 택시 기사)에게 위협을 느끼다. 오늘 모토 기사에게 밀어트림을 당해 길거리에 나자빠지는 충격 사건을 겪었다. 약 두 시간 전에. 다행히 손바닥만 조금 까졌고 크게 다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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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낯선 나라에서 이런 일을 겪으니 누군가에게 푸념을 늘어놓고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별로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서 입을 꾹 닫고 있었는데 그녀가 묻자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녀가 이런 말을 했다.

 

 

 

 

현지인 직원 : "그 모토 기사 나이가 어느 정도였어?"

 

나 : "한 40대? 50대? 40대 중반이 넘어 보이는 나이였어."

 

현지인 직원 : "오토바이 컨디션은 어땠어?"

 

나 : "그냥 중간 정도..? 아주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나쁘지도 않고."

 

현지인 직원 : "다음부터 모토 택시를 타려거든 조금 나이 든 모토 기사 그리고 낡은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사람 것을 타는 것이 좋아. 그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가격을 부름에 있어 정직하거든."

 

 

 

실제 내 경험에 의해서도 그랬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로 해어진 옷에 굳은살이 박인 거친 맨발에 낡은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기사들은 정말로 가격을 착하게 부른다.

 

그 정직함에 고마운 마음까지 들어서 난 내릴 때 그들에게 내 마음을 담아 돈을 조금 더 드리곤 한다.

 

 

 

현지인 직원 : "나이가 젊고 좋은 컨디션의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은 가격을 높게 부르는 경우가 많지. 그리고 그들은 갱스터일 확률이 높아. 그들은 외국인뿐만이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착취와 폭력을 가해."

 

 

 

그렇구나.

 

그래 맞아. 오토바이 기사들을 보면 종종 정말 좋은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지.

 

그들 전부가 다 나쁜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저런 수준의 모토를 가지고 다니면서 굳이 왜 기사로 일을 할까? 하고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가끔은 음식이나 음료수를 모토 손잡이에 매어 달고 가는 기사들도 만날 수 있는데, 음식을 사서 본인들의 가정으로 막 향하는 듯한 느낌을 풍기는 이 사람들이 정말로 기사인지는 가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들은 마치 집으로 가려다가 갑자기 나를 만나서 즉흥적으로 용돈벌이를 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 (순전히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음)

 

그리고 이전에도 이런 글을 썼었지만, 모토를 탈 때에는 가급적 골목 모퉁이에 뚝뚝 기사들과 함께 있는 오토바이보다, 길에 서서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모토를 잡아서 타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다.

 

 

 

항상 그 길에 서 있는 기사들은 나의 행동반경을 언제나 주시하고 있는 확률이 높다. 특히나 외국인들에게 더욱 시선이 가는 것은 인간의 본능(?) 상 당연한 것.

 

그리고 그들은 가격도 비싸게 부른다. 사람들은 으레 혼자 있으면 약하지만 숫자가 많아지면 당당함이 생기는 법. 그들은 손님이 높은 가격에 모토나 뚝뚝을 이용하도록 순간적으로 연합한다. (낮은 가격을 부르면 그 앞에서 눈을 흘기며 야유를 부리고 자기네들끼리 막 쑥덕쑥덕 거린다고! -_ ㅡ; 물론 넉살 좋은 내 친구(여자)는 모토 아저씨 팔을 찰싹찰싹 때려가며 가격을 잘 깎아 가곤 했지만..^^;;)

 

그래서 난 집 근처에 서 있는 뚝뚝이나 모토 택시를 절대로 타지 않는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걸어가서 마침 지나가는 모토를 잡아탄다.

 

 

 

나는 현지인 직원에게 요즘 모토 택시 기사들의 가격 횡포가 심하다고 푸념을 했다. 내가 외국인이니까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막 부른다고. 그런데 의아한 것은 모토 택시를 탄 현지인들을 잘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현지인 직원에게 이야기하자,

 

현지인 직원 : "모토 기사들은 외국인들에게뿐만 이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해를 가하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현지인들은 모토 택시를 이용하기보다 좀 비싸더라도 자신들이 직접 끌고 다닐 수 있는 전용 모토를 선호해."

 

 

 

 

그렇구나. 그래서 모토 택시를 탄 현지인들이 그렇게 드물었던 것이었어..

 

하긴 이 이야기를 해 준 현지인 직원만 해도 4인 가족이 각각 다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으니... (물론 이 친구의 경우는 저축은 하지 못하지만(버는 대로 다 씀), 그래도 생활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ㅡ집, 차, 노트북, 스마트폰ㅡ 등 있을 것은 다 있는 경우지만.)

 

 

현지인 직원 : "그리고 지금 7월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어서 밤에 돌아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해. 선거철이 되면 범죄와 사고가 늘어나거든. 외국인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사람들도 요즘 늦은 시간 외출을 자제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도 늦은 밤 걷지 말고, 집에 들어갈 때도 주위를 잘 살피고 들어가야 해."

 

으으~~ 현지인이 이런 말을 하니까 요즘 사회 분위기가 정말 좋지 않긴 하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 : "당분간 무서워서 모토 택시는 못 탈 것 같아. 걸어 다니거나 바퀴가 작은 자전거를 사서 타고 다녀야겠어. 근데 워낙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오토바이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니 그것도 겁이 나더라."

 

현지인 직원 : "처음에는 무섭겠지만 인도 쪽으로 붙어서 천천히 주행을 하면 점점 자신감이 붙을 거야. 그리고 믿을만한 모토 기사를 구해서 한 달 단위로 페이를 하고 타고 다니는 것은 어때?"

 

나 : "하루하루 모토 택시비가 모이면 한 달이면 엄청나서 나도 그렇게 해보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아무리 믿을만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의 행동반경을 모토 기사가 다 알고 있는 것이 영 불편하고 불안해서 그렇게 못했어.)

 

괄호 안에 있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현지인을 불신하는 말로 들릴 수 있어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기에.

 

 

 

어쨌든 7월 28일 캄보디아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한때 '왕당파 정당'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위세가 쪼그라든 캄보디아의 푼신펙(FUNCINPEC.민족주의연합전선)당이 

최근 사망한 노로돔 시아누크 전 국왕의 막내딸 아룬라스미(57)를 당수로 앞세워 당세 회복에 나섰다고 한다. 

(연합뉴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6162694 )

 

하지만 푼신펙 당이 이길 확률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현재 캄보디아의 여당인 CPP(Cambodia People's Party) 당이 이번 총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캄보디아의 지식인 층이라 할 수 있는 우리 사무실의 현지인 직원들도 같은 방향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금까지 쭉 캄보디아 정치를 이끌어 온 현 정권이 다른 정권으로 교체되리라는 이상 징후는 잘 보이지 않고 있지만, 선거철을 앞둔 캄보디아 사회에 긴장 및 불안감이 고조되고 각종 사고와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으니, 특히 캄보디아에 있는 외국인들은 안전과 신변보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0 May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