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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시엠립의 Seeing Hands Massage - 블라인드 마사지(Blind Massage) 가게

 

시엠립에 Seeing Hands Massage라는 블라인드 마사지 가게가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 분들(맹인 분들)이 마사지사로 일하는 가게인데, 그 분들은 눈이 보이지 않는만큼 한편 촉감이 매우 발달하여 종종 고객이 인지하지 못하는 지압 포인트까지도 시원하게 짚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항상 '시각 장애인'이라는 표현과 '맹인'이라는 표현을 쓸 데에는 망설임이 생긴다. '장애'라는 표현 자체가 다소 극적 표현으로 들리기 때문인것도 같은데.. 뭔가 장애를 가진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닌 것이라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좀 더 나은 용어가 있으면 좋겠다.)

 

캄보디아 시엠립에 2박 3일 일정으로 출장을 온 김에 나는 이 Seeing Hands Massage를 체험해 보기로 했다.

 

 

 

나이트 버스(night bus) : 프놈펜 - 시엠립

 

시간을 아끼려 자정에 출발하는 night bus를 프놈펜에서부터 타고 시엠립에 도착했다.

 

밤시간이라 차도 별로 없고 하여 빨리 달릴 줄 예상을 하였으나, 버스는 생각보다 천천히 달려 오전 6시에 시엠립 도착하였다.

 

낮에 장거리 버스를 타면 자칫 지루할 수 있는데 밤버스를 타보니 한 잠 자고 일어나면 목적지라 시간이 아아껴지는 효과가 있어 좋았다.

 

다만 대부분의 승객이 여행자라, 장기 여행자들 특유의 반갑지 않은 냄새가 풍긴다는 것이 단점.

 

그러나 버스 내부에서 계속 환풍 장치 같은 것이 돌아가서 어느 정도 냄새가 제거되는 효과는 있었다.

 

 

 

현지 협력 기관 방문 및 인터뷰

 

현지 협력 기관을 방문하여 선생님과 학생 인터뷰를 했다.

 

Ms. Happy 선생님은 이 기관에서 교육을 받았던 학생이었는데 교사 훈련 과정을 거쳐 이 기관의 선생님이 되었다. 학생이 리더로 성장하여 또 다른 잠재력 리더들을 교육하고 훈련하고 있는 것이다.

 

한 학생(24세)은 부모님의 이혼과 가난이라는 상처가 있지만, 4남 4녀의 든든한 형제들이 있고 누나의 지원으로 이 기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공부 시기를 놓쳐서 다른 학생들보다는 늦깎이 학생이다.

 

그는 아직은 부족하긴 하지만 영어를 말할 수 있음에 상당한 자신감과 이에 따른 행복한 소감을 이야기 했다. 앞으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자신의 형제들에게 가르쳐주고 싶고, 본인은 비지니스맨이 되어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 집도 지어드리고 형제들 호강시켜주고 싶다고.

 

그 학생이 인상적인 멘트를 했다.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지식은 우리의 미래를 바꿉니다."

 

맞는 말이다.

 

지식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에 온전히 동의하지 못하겠는 것은, 지식은 인간의 근본적인 불행을 해결할 수 있는 완전한 답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Seeing Hands Massage

 

(사진 출처 : TripAdvisor)

 

(사진은 참고일 뿐, 본인이 방문한 마사지 숍과는 무관함)

 

어제 현지 협력 기관을 방문한 뒤, 저녁 무렵 Seeing Hands Massage 가게를 찾았다. 전문적 마사지 기술을 가진 눈이 먼 분들이 마사지 해주는 곳인데 프놈펜에도 이 가게가 있어 늘 궁금하던 차에 새로운 경험을 해보게 되었다. Seeing Hands.. '보이는 손'이라니... 이름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가게는 그냥 허름한 일반 가정집을 나름 마사지 숍 같이 구색을 맞춰 개조하였고 4개의 마사지 배드가 있었다. 마사지사들은 보이지 않음에도 능숙하게 수건과 베개를 깔고 우리가 누울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었다.

 

여자 마사지사를 원했는데 모두 바빴고 난 강한 마사지를 선호하므로 그냥 남자 마사지사에게 마사지를 받았다. 마사지 기법은 참 독특했다. 엎드려서 마사지를 받는데 마사지사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나의 뼈와 뼈 사이 구석구석을 자극하고 지압해 주었고, 시종일관 손가락의 굴곡을 이용하여 원을 그리듯 자극하는 방법을 썼다. 정말 온 몸 구석구석이 자극되고 무엇보다 그간 뭉쳐있던 부분이 아프도록 자극이 되니 내 인생 최고 만족스러운 마사지였다. 신세계 경험! 알고 보니 이 마사지 기법은 일본의 Shiatsu(시아추)라는 기법이라고 했다. 뜻은 finger pressure라고.

 

나를 마사지 해주신 분은 13년 동안 이 일을 했왔다고 했다. 눈이 먼 분을 직접 대하여 대화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 분들은 소리에 민감하여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사람의 캐릭터를 잘 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상담사를 해도 참 좋겠다 싶은 생각도 얼핏 들었다. 그리고 촉각 또한 발달하여 내가 아파하는 곳을 정확히 아시고 마사지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이 성한 사람들(정안인)은 보이는 것에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시각적으로 약한 분들은 소리, 촉각, 후각 등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 기관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달한다. 하나를 잃은만큼 다른 부분에서 채워지는 것이다.

 

인생도 그러한 것 같다. 하나를 잃는다고 모든 것을 잃는 것이 아니다. 잃은 만큼 다른 부분에서 반드시 채워지기 마련인 것 같다. 그러니 무언가를 잃었다고 하여 다 잃은 것처럼 과장하여 생각할 필요도, 슬퍼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실제로 잃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8 Aug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