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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음악 - 파데레프스키의 폴란드 환상곡 (Ignacy Jan Paderewski, Polish Fantasy. Op.19)

 

 

Paderewski(파데레프스키)의 이 곡은 듣고 있다보면 순간순간 Liszt의 Hungarian Fantasy S.123이 떠오르는 프레이즈들이 몇 군데 있다. 파데레프스키의 폴란드 환상곡은 Polish folk music(폴란드 민속 음악)에 영향을 받은 선율들이고, 리스트의 헝가리 판타지 역시 Hungarian folk music(헝가리 민속 음악)에 영향을 받은 선율들이라는데, 두 선율 간 유사점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그런가... 아무튼 그렇게 특유의 민속 선율들이 만들어내는 신비감이 드는 곡. 그리고 피아니스트 Janina Fialkowska(야니나 피알코프스카)의 땡글땡글 야무진 타건이 이 밤에 듣기에 참 좋다.

 

 

 

폴란드와 헝가리의 위치.

 

 

 

 


내가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그녀의 Chopin Etudes Op.10, Op.25 전집 음반을 통해서였는데, 또랑또랑한 터치와 유려한 음악성은 물론, 쇼팽 에튀드의 교과서 격인 Maurizio Polini(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연주 템포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감에도 무척 놀랐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그녀가 음악인으로써의 경력을 시작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던 Arthur Rubinstein(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그녀를 두고 "a born Chopin interpreter"라고 이야기했을만큼 그녀의 쇼팽 연주는 명연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녀가 half-Canadian, half-Polish라고 하니 과연 폴란드 음악을 해석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피아니스트인가 싶기도 하다.(부모의 피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적 경험은 무시를 못한다.)

 

 

 


놀라운 사실은 2002년 왼쪽 팔에 생긴 암으로 팔을 들어올리는 근육과 중요 신경들을 절단해야 했던 수술로 한동안 팔이 마비되어서 손가락은 살아있지만 팔은 전혀 컨트롤할 수 없었던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수년간의 피나는 재활 치료에 성공한 그녀는 2010년 북미와 유럽에서 무려 60여 차례의 연주를 마쳤으며, 그녀의 Chopin Recital 2 음반은 2013년 BBC Music Magazine Awards에서 Best Instrumental CD로 선정되었다.

 

 

 

 파데레프스키의 폴란드 환상곡 음반은 수술 전 2000년 연주 음반.

 


나도 한때 사고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봐서 아는데 연주자가 이런 부상과 재활을 견뎌내고 연주에 복귀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이다. 나는 어린 나이에 다쳐서 비교적 회복도 빠르고 나중엔 X-ray에서 부상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동안이나 어색한 손가락과 마주하며 힘들었었는데, Fialkowska(피알코프스카)는 팔을 움직이는 주요 근육들을 절제해내야 했다니 수술 후 얼마나 재활을 했었어야 했는지 감히 상상도 가지 않는다. 사라 장, 안네 소피 무터와 함께 3대 Violinist로 조명받던 나자 살레르노 소넨버그(Nadja Salerno-Sonnenberg) 역시 손가락 절단사고로 죽음을 생각해야 할만큼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결국 멋지게 복귀해내었는데, 자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가며 내면의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승리해낸 그녀들의 삶에 정말 경의를 표하고 싶다.

4 Jul 2018

 

야니나 피알코프스카가 연주하는 파데레프스키의 폴란드 환상곡 

https://youtu.be/QoVZgL6xHkQ

 

피아노 : 야니나 피알코프스카 (Janina Fialkowska)

지휘 : 안토니 비트 (Antoni Wit)

오케스트라 : 폴란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Polish National Radio Symphony Orchestra)

 

막힘 없이 흐르는 유려한 피아노 선율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