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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mla(심라)로 가는 새벽 5시 30분 기차를 타기 위해 Kalka(깔까) 역에서 머무른지도(밤샘) 어느덧 8시간이 훌쩍 넘고.. 그렇게 날은 점점 밝아왔고.. 밤을 꼴딱 샜다. 날이 너무 추웠다... 역을 돌아다니는 아저씨는 사람들이 가방을 훔쳐간다며 어디 가지 말라고.. 자리를 뜨지 말라며 낯선 여행자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어느 사람들이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걱정해줄까 싶어.. 이 아저씨의 당부가 참 고마웠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하다 보니.. 짐을 지켜 줄 누군가가 없으니 화장실 가는 것이 문제였다. 중간에 그냥 과감하게 다녀올까도 싶어 체인으로 가방과 의자를 꽁꽁 묶어두긴 했지만.. 영 불안하기도 해서 화장실에 결국 못 갔다..

 

(한번 가려고 정말 화장실 앞에까지 가긴 했지만.. 돈 받는 사람이 앉아서 지키고 있기도 했고..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에 영 찝찝하기도 하고, 짐도 걱정되어.. 그냥 참을만해서 가지 않았다.) 그리고는 매점에서 Chai(짜이) 한잔 간신히 마셨나.. 과자 하나 사먹었나... (잘 기억이 안 난다..)

 

Kalka 깔까역에는 나 같이 아침 기차를 기다리며 밤을 새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어 위로는 되었지만.. 밤새 노숙을 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큰 규모의 북적이는 역과는 확실히 달랐던 깔까역이었다.. 새벽의 깔까역은 정적과.. 인적이 드문.. 외로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날이 너무 추웠다. 피치 못할 상황이라면 또 역에서 밤샘을 할 수도 있겠지만.. 웬만하면 다음에는 절대 이렇게 밤샘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벽 4시 30분이 넘자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먼동이 틀 무렵이 이렇게 반갑게 느껴질수가!! 저 멀리서 기차 소리가 들렸다. 아! 드디어 이제 기차를 탈 수 있나 보다! 싶었는데.. 기관차들이 다른 객차들을 끌어와서 깔까역에 정차시키는 것이었다. 아마 오늘 운행할 열차들을 차고지에서 끌어와서 정렬해 놓는 모양이었다. 기관차들이 끌어온 객차들.. 거대한 철제 덩어리들이 챙-챙- 연결되는 소리가 새벽의 적막을 깨웠다.

 

기차 여정의 시작역에는 항상 열차들이 출발 시간보다 먼저 와서 대기해 있곤 했으므로.. 내가 탈 Shivalik Express. 역시 아무리 늦어도 5시쯤엔 올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미리 기차에 올라 자리를 잡고.. 잠시 눈이라도 붙일 수 있겠다 싶어 언제 기차가 오려나 목 빠지게 기다렸다. 저 멀리서 기차 오는 소리가 들리면, '아! 내 열차인가 보다!' 반가운 마음이 들면, 그 기차는 꼭 다른 플랫폼으로 들어가곤 했다... 아.. 내가 탈 기차는 언제 오는거냐구..ㅠ.ㅠ Shimla 갈 사람들은 점점 기차역에 몰려드는데.. 기차 출발 시각인 5시 30분이 되어도 기차는 안 왔다.. 기차에 빨리 올라 휴식을 취할 수 없음도 문제였지만.. 달리는 새벽 기차에서 동이 터오는 모습을 놓치게 될까 내심 조바심이 났다.

 

 

 

 

결국 Shimla행 기차는 30분이나 연착되어 6시가 되어 도착했다. 어찌 보면 인도에서 30분 기차 연착은 정말 양호한 편이긴 했다.  (위 사진은 Wikipedia에서 가져온 것인데, 역 풍경은 다르지만 내가 탄 열차와 동일한 Shivalik Express. 토이 트레인 타는 것을 오랫동안 고대해 왔었는데 카메라 배터리가 나간 관계로 사진을 찍지 못해 정말 많이 아쉬웠다.) 6시.. 이미 날이 밝아와서 달리는 기차에서 여명은 볼 수 없겠다 싶어 못내 아쉬웠다.. 사실 그 여명을 보고 싶어서 새벽 기차를 선택한 것도 있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기차가 도착했으니 탑승해야 하는데.. 기차 문은 쉽사리 열리지가 않는다.. 뭐가 문제가 있는지.. 기차 안에서 일하는 듯한 직원들이 창문을 손보고.. 출입문을 손보고.. 내 마음은 조바심 한가득인데 문이 열릴 생각은 않는다.. 1등급 기차라서 그런가.. 참 뭔가 깐깐스럽기도 했다.

 

얼마간 기다렸다가 드디어 기차 탑승.

 

 

 

 

1등급 기차의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나는 혼자라서 그런지 왼쪽 한 사람씩 앉는 좌석을 배정 받아 배낭을 내려서 잘 앉아 있는데, 어떤 인도인 아저씨가 와서 내 자리가 자기 자리라며 나오라는 듯 손짓을 한다. 무슨 소리냐며 내 기차표를 보여주니 자기가 무슨 차장이라도 되는 양 ㅡ _ㅡ+ 내 손에서 표를 휙 뺏어가 꼼꼼히 검사하는 것이 아닌가!! 길어지는 표 검사(!)에 신경이 예민해지려 하는데 아저씨의 부인인 듯한 사람이 와서 자기네 자리가 거기가 아니라고 귀뜸을 한다. 쳇.

 

 

 

아침 이슬이 맺힌 숲 사이를 달리는 협궤열차, Kalka-Shimla Toy Train(깔까-심라 토이 트레인). Darjeeling(다르질링)에서 못 탄 토이 트레인을 여기서 타는구나 싶었다. 1903년부터 달리기 시작한 이 기차는 현재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현재 인도 전역에 토이 트레인 증기 기관차는 단 3개만 남아 있다고 들었다.)

 

 

Kalka(깔까)부터 Shimla(심라)까지 96km. Shivalik Express를 타면 약 5시간 정도 소요된다.

 

 

 

 

5시간의 여정 동안 Bridge는 무려 800여개, Tunnel은 103개에 달한다.

 

 

 

 

(사진은 Google 어딘가에서 가져온 것.. 분위기가 너무 우울하게 나왔는데 이건 저녁 기차인 듯..)

 

 

 

1등급 열차답게 기차 서비스는 참 좋았다. 한 객차당 한 사람씩 남자 승무원이 배정되어 있고, 기차를 타자마자 승객들에게는 tea와 비스킷, 생수 1리터에 신문까지 제공되었다. 초특급 서비스다.

 

아무튼 이 1등급 열차에는 대부분 외국인들과 부유해 보이는 인도인들이 탔다. 사실 1등급과 3등급 열차의 가격은 단 Rs.300 내외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우리 돈 한 8,000원 정도로 귀빈 대접을 받고 안 받고가 갈린다니...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3등급 열차를 타야만 할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자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가장 긴 터널을 통과하자(Barog Tunnel로 1.1km란다.) 열차 음식 공급을 위해 Barog station에 기차가 길게 정차했다. 배가 슬슬 고파왔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던지 현지인들, 외국인들 다 기차에서 잠시 내려서 기차역 상인들이 파는 tomato soup과 potato cutlet을 사서 먹었다. Rs.10에 2조각을 주는 길거리표의 potato cutlet이 소박하지만 너무나 먹음직스럽게 생겨서 나도 사먹지 않을 수 없었는데, 약간의 케찹과 함께 먹었던 이 감자 커틀릿 맛은 정말 멋졌다.

 

아까 열차 승무원이 내게 veg. or non veg.를 묻길래 meals가 나오려나.. 하고 기대했는데, 아침 식사는 식빵 2조각에 butter, mixed fruits jam, 10루피 주고 아까 먹은 것과 같은 potato cutlet 2조각과 케찹, tea가 전부였다.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던 1등급의 식사.. Shimla에서 Kalka로 내려가는 저녁 기차를 타면 메뉴가 다를까..? 궁금해졌다.

 

 

토이 트레인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달렸다. 아침의 태양.. 기차 안에서의 식사... 정말 환상이었다. 그러나 혼자 이렇게 가니 약간 좀 쓸쓸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갔더라면 더 즐겁고 재밌었을텐데.. 내가 관심 있는 그 아이와 함께 이 기차를 꼭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자 긴장이 풀렸는지, 창 밖의 풍경이 너무나 멋짐에도 불구하고 졸음이 쏟아졌다. 어느새 풍경들은 황홀한 풍경이 아닌 그저 그런 풍경에 그치고.. 다르질링을 갈 때만큼의 흥분되고 설레이는 감흥이 없는 내 자신을 발견하였다.

 

 

Toy Train을 타고 Kalka(깔까)에서 Shimla(심라)가는 길.

 

 

아침의 태양을 받은 산의 온갖 생명체들이 참 싱그럽게 느껴졌다.

 

 

 

내 자리가 분명 맞는데 자기 자리라고 주장하며 내 표를 휙 가져가 꼼꼼히 확인하며 생색을 내는 것이 거슬렸던 옆자리의 아저씨. 이 아저씨와 나는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말을 터고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아저씨는 여타 다른 인도인들과 똑같이 내게 국적, 직업, 인도 방문 몇 번째? 등을 묻더니.. Rekong Peo(레꽁 뾔), Sangla(상글라) 등 Himachal Pradesh(히마찰 프라데시 주(州))에 속해있는 각종 여행지를 추천해 주었다. 그리고는 Dalai Lama(달라이 라마)가 있는 Dharamsala(다람살라)에 꼭 가보랬고 (아저씨의 종교는 불교는 아니었는데 달라이 라마를 존경한다고 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Leh(레)에 꼭 가고 싶어 레의 상황을 물으니 지금은 홍수 때문에 지금은 위험하니 1달 후쯤 가면 아무 문제 없을거라고 했다. 북인도를 여행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목적지였던 Srinagar(스리나가르)는 워낙 가이드북에서 위험하다고 경고를 했던터라.. 현지인들이 생각하는 스리나가르에 대해 물었더니, 아저씨는 so cool하게 힌두와 무슬림 갈등은 전세계 이슈라며 스리나가르 여행 no problem이란다. 자기 아들도 무슨 racing 때문에 1달 전에 아무 문제 없이 다녀왔다면서... 가이드북에선 외국인 여행자를 노리는 테르리스트들이 많다며 스리나가르로의 여행이 생명까지 담보로 한 여행이라며 엄청 경계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다고 말하니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무튼 말문을 트자 아저씨는 귀찮으리만치 내게 많은 말을 했다. 나에 대해 어떤 것을 묻기보다 주로 자기 이야기를 했다. 자긴 올해 나이 62세인데 거주지인 Delhi에서 Shimla까지 차 운전도 한단다. 자신이 이렇게 건강할 수 있는 것은 Yoga(요가)와 호흡, 채식이 비결이란다. 아저씨의 부인은 잘난척쟁이 아저씨에 비해 참 단아한 외모의 고운 분이셨는데(약간은 서양인스러운 외모),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니 마음 또한 아름다운 분이신 것 같았다. (이런 부인을 아저씨가 엄청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두 사람의 행동이나 말투에서 잘 느껴졌다. 비록 힌디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어도...)

 

 

Kalka 역에서 밤샘을 했던터라 중간중간 졸긴 했지만.. 승무원이 나눠 준 신문도 읽고, 신문의 Sudoku(스도쿠)도 풀어가며(인도에서도 스도쿠가 인기인지 신문마다 스도쿠 퍼즐이 많았다.) 차창 밖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11시.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일어나길래 밖을 보니 벌써 Shimla(심라)역이었다. 기차가 연착되어 Shimla에 늦게 도착할거라 생각했는데 벌써 심라역이라니... 5시간만의 토이 트레인 여행이 아쉽게 여기서 끝났다.

 

(to be continued...)

 

10 Aug 2010

 

 

 

Kalka-Shimla UNESCO World Heritage Toy Train (from Wikipedia)

 

THE Kalka-Shimla rail route, which has completed 100 years offers the charm of old-world travel amidst lofty pines and lush green, misty mountains. This is one of the four narrow gauge rail routes on hill terrain in the country, the other three being the Darjeeling , Ooty and Pathankot - Jogindernagar routes. In fact, the Darjeeling route was used as a model for the Kalka-Shimla route, which was proposed in 1891. 

Started during the reign of Lord Curzon in November 1903, this rail route features in the Guinness Book of World Records for offering the steepest rise in altitude in the space of 96 kilometers. More than two-thirds of the track is curved, sometimes at angles as sharp as 48 degre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