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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digar(찬디가르)의 상징(!)인 Nek Chand Fantasy Rock Garden(넥 찬드 판타지 락 가든)을 보고 나와서 그 근처의 Sukhna lake(수크나 호수)에서 오리 보트도 타 보고 싶었는데..ㅎㅎ 시간이 없어서 못내 아쉬웠던... ㅠ.ㅠ 어쨌든 어제, 오늘 짧은 시간이나마 Chandigarh(찬디가르)라는 도시를 참 알차게 잘 구경한 것 같다.

 

Chandigarh(찬디가르)... 참 더웠지만.. 그리고 계획된 도시.. 너무 딱딱 틀에 맞춰진 도시이다 보니 인정이랄까.. 情이라는 것은 잘 느낄 수 없었지만... 이 도시에는 인도의 다른 '도시'들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엄청난 나무들, 숲, 공원들이 많아서 그런지 참 쾌적했다. Lonely planet에 나와있는 말대로 흙먼지 날리는 인도의 다른 지역과 달리 'pleasant'한 곳이었던 것이다. 도심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여러가지 독특한 건물과 공원을 보며 기뻤고 정말 기분 좋았다. Rishikesh(리시케시)에서처럼 지나가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나를 많이 쳐다봐 기분이 나빴지만 관심과 호기심, 예쁘다고 해주는 사람들이 떠올라 그런 눈빛이 차츰 즐겨지기도 했고 연예인이 된 듯한 심정도 느끼고..ㅎㅎ(인도 여행 중 흔한 연예인병) 한편으로는 소위 공인이라 하는 사람들이 때로는 사람들의 관심과 눈빛을 얼마나 힘들고 부담스러워할지도 생각해 보았다.. ㅋㅋ

 

 

오늘 하루종일 참 열심히도 돌아다녔다. 이젠 찬디가르와 안녕을 하고 Toy Train(토이 트레인!)을 타고 Shimla(심라)로 향한다! 야호~!!

 

넥 찬드 정원 앞에서 찬디가르의 최신식 버스를 타고 sector 17의 버스 정류장에 왔다. Cloak room에서 맡겼던 배낭을 찾고, 버스 터미널에서 veg. burger를 사서 sector 43의 ISBT를 찾았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길을 헤매기 싫어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어떤 한 젊은 아저씨에게 Kalka(깔까) 역 가는 버스 플랫폼 번호를 물었다. 그쪽으로 가보니 난 힌디어를 모르는데 버스에는 목적지가 온통 힌디어와.. 또 다른 언어로 적혀 있었다. 또 다시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버스 근처에서 무리를 지어 있는.. 차장으로 보이는 아저씨들한테 깔까행 버스를 물으니 친절하게 가르쳐주어 턱이 높은 버스에 간신히 올랐다. 처음에는 버스 안에 사람들이 많이 없었지만 날이 어둑해지고 버스는 곧 만원이 되었다.

 

깔까 역으로 가는 버스 안. 점점 어두움이 내려앉는 찬디가르 근교.. 인도 현지인들의 땀냄새..(향신 냄새라고 해야 할까..? 인도인 특유의 냄새가 있다.) 섞인 만원 버스 안에서 현지인들과 살을 부대끼며 함께 앉아있는 이 순간이 갑자기 믿기지 않는다. (어쩌다가 한 커플이 나를 사이에 두고 내 양쪽으로 앉게 되었는데, 자리를 비켜주고 싶었지만 좌석 사이가 좁아 어려워서 그냥 앉아 가게 되었다. 영어 섞인 대화를 주고 받는 커플.. 인도인들은 연인끼리 무슨 대화를 주고 받을까? 싶었는데 역시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는 심플한 대화다. 그 연인의 모습이 참 부러우면서도.. 나와는 국적이 다른 인도인이지만 뭔가 친근감이 느껴져서 그 사이에서 참 훈훈했다. ㅎㅎ)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인도의 풍경들을 바라보니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인도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편안하다.

 

문득 내가 사랑받고 있는 참 행복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는 엄마, 동생,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계시고, 날 좋아해서 항상 내게 섭섭함을 느끼는 아빠가 있고, 친척들이 있고, 친구 S가 있고.. NGO 일을 통해 만난 A언니, H 언니, Q, T, A... 무엇보다 함양에 사는 JH 언니!! 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편안하고 든든해졌다. 대체 내가 무엇이관대 많은 외국인들이 내게 예쁘다고 하며 말을 걸고..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고.. 부족함 투성이인 나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도 잘 대해주는 것인지... 정말 여행을 통해, 외국 경험을 통해 난 내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가고 있고 내가 사랑 받을만한 존재임을 깨달으며 자존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여행을 혼자 해서인지 힘든 날은 내가 나를 쓰다듬으로 수고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스스로를 보상하고 있으니 말이다. 참 커다란 발전이자 발견이 아닌가!! 상담 선생님 K가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싶다.

 

한편, 찬디가르 외곽은 발전하고 있는 중이라 그런지 공기도 탁하고.. 공사하는 곳도 많고.. 여기저기 높은 건물도 많고.. 나무와 풀이 많은 찬디가르 중심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높은 건물들 사이에서 문명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McDonalds(맥도날드)를 발견하니 우울해지고 있는 회색빛 날씨만큼이나 내 마음도 조금은 우울해졌다. 내 욕심이겠지만 인도는 지금의 이 순수하고 거침 없는.. 꾸밈 없는 모습이랄까..  다른 나라와 똑같은 발전의 모습을 거치면서 빠르고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도시인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인도인들 특유의 정서가 남아 있는 나라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찬디가르 외곽과 크고 작은 마을들을 지나 버스가 Kalka 역에 가까워져 온다. 찬디가르에서 깔까역까지는 1시간여 거리라고 했는데.. 이제쯤이면 내릴 때가 되었는데.. 싶지만 어디에도 역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승객들은 알아서 제 갈 길을 가고.. 버스는 텅 비어 가는데.. 도대체 깔까역은 언제 도착하는 것일까? 싶은데.. 버스가 무슨 차고지 같은 데로 들어갔다. 여기서 쉬어가는건가? 싶었는데 사람들이 주섬주섬 짐을 챙겨 다 내린다.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물으니 이 곳이 깔까역 근처란다.

 

버스에서 내리긴 했는데..  날이 많이 어두워졌고, 가로등이 별로 없는 길은 칠흑 같이 어둡고.. 역을 찾아가는 일이 걱정이 되었다. 같이 버스에서 내린 어떤 남자에게 다가가 깔까역이 어디냐고 물으니,  자신을 army라고 소개한 인도인 남자는 자신도 역에 간다며 서투른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며 함께 걸었다.

 

정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길.. 무거운 배낭을 메고 어둠 속을 더듬으며 걷느라고 휘청휘청, 어지러웠다. 지나가는 차들의 헤드 라이트에 의지하여 차도 옆의 큰 돌들이 잔뜩 깔린 흙길을 위태위태하게 걸었다. 남자는 나를 앞장 서서 걸으면서도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뒤돌아보며 나의 안전을 신경써 주어 참 고마웠다. care 받는 느낌.. 이 느낌이 참 좋았다. Kalka 지리도 모르고 길도 너무 어두운데, 안전도 신경써 주고.. 무엇보다 남자라서 무척 밤길이 든든했다.

 

길을 걷다가 남자가 방향을 왼쪽으로 틀었다. 역은 보이지 않고.. 논? 밭? 이 있는 시골 같은 느낌... 이 남자가 혹시 나를 으슥한 곳으로 이끌고 가는 것은 아닐까.. 고마운 마음이 듦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상상에 조금 무서웠다. 남자와 함께 걷고 있으니 사람들이 다 우리를 쳐다봤다. 여자.. 그것도 외국인 여자와 함께 밤길을 걸으니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언제 역에 도착할까.. 싶었는데 곧이어 철로가 보이고 불 켜진 역전이 보였다. 남자가 안내한 곳은 역으로 바로 가는 지름길이었던 것이다.

 

깔까역에 잘 도착했다. 남자가 타는 기차는 한 30분 뒤면 온단다. 내가 탈 기차는 내일 새벽 5시 30분 차라서 난 역에서 밤샘을 해야 했다.

 

남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긴 했는데.. 더 이상의 대화를 못 나누고 너무 그냥 헤어졌음이 미안하다.. 어느 역에나 으레 여성 전용 waiting room과 샤워실이 있기 마련인데.. 깔까역엔 남성 전용 방밖에 없어서 당황스러운 마음에 내가 예민해졌기 때문..

 

남자는 뭔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은 눈치였으나.. 내가 여기저기 역 안의 머물 곳을 찾아다니자 내 눈치를 보며 멀찌감치 떨어져서 걷더니.. 어디로 갔는지 곧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 사람에게 이렇게 대하면 안되는데 자꾸 남자 앞에서 고마움을 표현 못하고 가시 투성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 아이도 혹시 그래서 내게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후회와 자책.. 내 못난 마음과 행동이 너무나 미워졌다. 난 아직 너무 어린 것 같다.

 

 

밥을 안 먹은지 한참 되어 저녁이나 먹자 싶어 Slice mango juice를 파는 매점을 찾았는데.. 이 역엔 어째 매점도 없고.. 참 허술하게 생긴 IRCTC refreshment room(매점 겸 식당)만 있을 뿐이었다. 깔까역이 생각보다 규모가 작구나...

 

IRCTC에서는 Slice juice도 안 팔고.. 콜라도 Pepsi밖에 없었다..ㅜ.ㅠ 아쉬운대로 Pepsi를 사서 식당 한켠에 앉아 아까 sector 17에서 산 veg. burger와 함께 먹었다. 그런데 버거에는 아침에 먹었던 버거보다 더 많은 jeera(Cumin, 커민)가 들어 있었다...ㅠ.ㅠ 햄버거는 맛있는데 향신료가 요즘 속에 너무 안 맞아 jeera를 툭툭 뱉어가며 먹고 있는데, 밥 먹을 자리가 없는.. 시아버지, 시어머니, 아들, 며느리, 손자에 친척들까지.. 한 대가족이 나와 합석을 하였다.

 

가족들은 나를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눈치였다. 뭔가 이렇게 만난 김에 인도인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왠지 뭔가 소심해 보이는 가족들... 그저 자신들의 음식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그들은 Chapati(차파티)와 curry라고 해야 하나.. sambar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걸쭉 국물이 있는 요리를 함께 시켜 먹었는데, 남자들이 차파티를 먹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다.  2개는 그냥 기본이고.. 식당 종업원들은 남자들이 차파티 접시를 비우기가 무섭게 새 차파티들을 리필해 주었다. 그리고 인도인들이 밥 먹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니, 차파티부터 먹고 후에 밥을 먹었다. 차파티는 밀가루 음식이라 밥보다 금방 배가 부른 느낌인데.. 저렇게 먹어도 되나 싶다. 난 금새 배 불러오는 느낌이 부담스러워 밥부터 먹는데 말이다.. 남자들은 이렇게 열심히 먹는 반면, 며느리는 깨작깨작.. 아이 먹이느라 정신이 없다. 세상 어디를 가나 엄마들의 모습은 똑같은가보다.

 

천장이 굉장히 높은 이 식당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다른 인도인들의 밥 먹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 깨끗지 않은 이 식당에서 밥을 열심히 먹는 인도 서민들.. 그리고 식당에서 열심히 일하는 종업원들.. 갑자기 이들에게 애틋한 애정이 느껴졌다.

 

그러는 한편,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밥에, 차파티에, 향신료가 가득 들어간 음식을 먹고 싶은데.. 속이 안 좋아 그렇게도 좋아하는 인도 음식을 잘 먹을 수 없음이 참 속상했다. 하지만 인도 서민들의 식문화를 이렇게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니.. 그 자체로 참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식당을 나와 또 다시 역 안에서 머물 곳을 찾았다. 여성 전용 waiting room이 없으면 dormitory라도 있겠지.. 싶었는데 역의 규모가 작아 그런지.. 정말로 머물 수 있는 방이 없었다..

 

그러다가 에어컨이 나오고.. 소파가 있는 휘황찬란한 VIP room이란 곳을 발견했다. (first class 손님들의 waiting room) 하룻밤 선잠을 자기에 참 안성맞춤인 곳으로 보였다. 난 어차피 외국인이기에 그곳에 잠시 들어가 있어도 별 상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들어가려 했으나.. (인도인들은 차림새부터 3rd class와 first class가 갈리지만 외국인은 그렇지 않으므로..)  입구에는 어떤 한 여자가 지키고 앉아 사람들의 출입을 감시하면서 돈을 받고 있었다. 난 여자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여자는 막무가내로 나를 막았다.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아서 지나가던 영어를 할 수 있는 여자에게 통역을 부탁했는데.. 알고 보니 이 vip waiting room이 24시간이 아니라.. 밤이 되면 문을 닫는 곳이란다.. 여자는 시계를 가리키며 10시면 문을 닫는다면서 나를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아.. 시간은 이제 겨우 9시인데.. 내일 새벽 5시 30분까지 어디에서 어떻게 기다리나.. 근처는 워낙 시골 같은 길이라 숙소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난 밤을 보낼 방법을 찾기 위해 역장을 찾아가 여성 전용 waiting room이 없냐고 물었다. 역장은 남성 전용 waiting room이라고 적힌 곳을 가리키며, 여성.남성 combine room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방엔 여자 한 명 없고 오직 남자들 뿐... 발 벗고 정말 말 그대로 노숙자처럼 생긴 남자들이 가득한 그 곳에 들어가서 잠을 잔다는 것이 무서웠다. 그래도 한번 들어가볼까.. 하여 들어가봤는데... 아.. 정말로 그 냄새 나고 무서운 방 분위기란...ㅠ.ㅠ 돌아다니다가 침대가 있는 방도 발견했는데.. 그곳 역시 남자들 차지라 있을 곳이 정말 없었다..

 

 

 

깔까 기차역(Kalka Station) (사진 출처 : Wikimedia commons)

 

할 수 없이 야외에서 밤샘을 해야 했다. Shimla행 기차 플랫폼에 가서 적당한 밴치에 배낭을 내려놓고 의자와 배낭을 와이어로 묶어 자물쇠를 채워 두었다. 이 플랫폼에는 그나마 매점 두어개가 있었지만 정말 횅한 느낌이었다. 책 좀 읽고 일기 좀 쓰다가 눈 좀 붙여야지 하는데.. 비가 내렸다. 비가 오니 참 쌀쌀해진다 싶었는데, 쌀쌀한 날씨에 벌써 점퍼를 갖춰 입은 어떤 남자 둘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한 남자가 자신을 소개하며 서툰 영어로 몇마디 건네더니 금새 자기와 나는 '친구'라며 내 Korean phone number까지 알려달란다. 이것저것 대화를 하며 비오는 역에 앉아 이야기 하는데, 두 남자 중 좀 더 적극적인 남자가 은근슬쩍 자꾸자꾸 내 손이며 허벅지를 쳤다. "Don't touch."라고 하니 그 순간은 "sorry."지만 또 계속 그런다. 약이 오르고 기분이 나쁘다.

 

그 친구들이 잠시 자리를 뜬 틈을 타 잠을 청했지만.. 비로 인해 추워진 날씨와 얇은 빨강 추리다 바지 천을 뚫고 무는 모기들 때문에 잠이 쉽사리 안 온다.. 그러는 사이 역에서는 화물 담당 포터들이 짐을 나르고 있었다.. 힘든 일을 하기 때문에 표정 또한 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사를 건네자 반가운 미소로 답인사가 돌아와서 기분이 좋고 훈훈해졌다. :)

 

잘 가지 않는 시간.. 동생이 2년 전 선물해 준.. 여행을 하면서 정말 유용하게 잘 쓰고 있는 iPod으로 뮤지컬 Notre Dame de paris(노트르담 파리) 음악을 들으며 카드 게임도 하는데.. 배터리도 다 닳아가고.. 졸립긴 한데 잘수는 없고.. 점점... 정신이 몽롱해진다...

 

9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