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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37-3 | 찬디가르(Chandigarh) -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찬디가르 캐피톨 콤플렉스(Chandigarh Capitol Complex) 방문
Olivia올리비아 2021. 12. 8. 14:33
드디어 Punjab state(펀잡 주)와 Haryana state(하리아나 주)가 공유하는 sector 1에 위치한 찬디가르 캐피톨 콤플렉스(Chandigarh Capitol Complex)에 도착했다.
(Punjab(펀잡)과 Haryana(하르아나)의 주도인 Chandigarh(찬디가르)는 중앙 정부가 통치하는 연방직할시다. 원래 Punajab과 haryana 주는 하나의 'Punjab state'였는데, 1966년 11월 1일, 힌두교도들이 주를 이루면서 힌디어를 사용하는 동쪽 지역은 'Haryana'라는 이름을 달고 새로 떨어져 나왔고, Sikh(시크교도)들이 주를 이루면서 Punjabi language를 사용하는 서쪽 지역은 그대로 Punjab state로 남게 되었다. 그런데 Chandigarh는 Punjab과 haryana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 두 주도의 수도 역할을 하는 union territory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이 Chandigarh는 1950년,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이자 도시 계획자인 Le Corbusier(르 코르뷔지에)에 의해 디자인 되었다. ('Le Corbusier'라는 이름은 그가 그의 외조부의 이름을 딴 아호(雅號)이고, 원래 이름은 Charles-Edouard Jeanneret.))
내가 오늘 관람하는 곳은 Chandigarh Capitol Complex(찬디가르 캐피톨 콤플렉스 = 정부 청사 단지)이다.
인도의 찬디가르의 Sector 1(섹터 1)에 위치한 찬디가르 캐피톨 콤플렉스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설계한 정부 단지이며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이다. 면적은 약 100에이커로 건축물들은 찬디가르 건축의 상징이기도 하다.
단지 내 건물들은 세 개의 범주로 구분된다.
의회 궁전 또는 입법부 (the Palace of Asembly or Legislative Assembly = Vidhan Sabha)
사무국 건물 (Secretariat Building)
고등 법원 (High Court)
그 외, 네 개의 기념물 - 오픈 핸드 기념비(Open Hand Monument), 기하학적 언덕(Geometric Hill), 그림자의 탑(Tower of Shadows) the Martyrs Monument(순교자 기념비), 그리고 호수가 있다.
이 곳은 모던 건축 개발에 기여한 르 코르뷔지에의 16개의 다른 작품과 함께 2016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 목록에 추가되었다.
먼저 관람하게 된 곳은 사무국 건물(Secretariat Building)이다.
Secretariat 건물에 다가가니 절로 긴장되게 만드는 삼엄한 경비..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여성 군인이 있었다는 사실. 그것도 남자 군인들까지도 통솔하는 상당한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였던... 인도에서 여성의 지위나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계급에 따라선 때때로 여성이 이렇게 막강한 지위와 권력을 가지고 있기도 한가보다. 라는 생각도 든다.
여군인에게 Secretariat을 보러왔다고 하니 허가증을 보여달란다. 난 당당하게 아까 아침에 tourism office에서 발급받은 허가증을 보여주니, 안쪽으로 들어가서 무슨 도장을 받으란다.
내부에 들어가보니 둥근 반달형으로 디자인 된 2개의 접수 데스크가 있었는데, 그 중 한 곳에 가서 허가증을 보여주니 뭔가의 서류를 더 주었다.
드디어 1단계 검문을 통과하여 보게 된 Secretariat!! 와.. Le Corbusier(르 코르뷔지에) 아저씨가 지었다던 건물 중 하나가 바로 이거구나!!
이 사무국은 Punjab state(펀잡 주)와 Haryana state(하리아나 주)가 공유하는 sector 1.
와... 난 이 건물의 규모에 놀라서 그야말로 "와~" 라는 감탄밖에 안 나왔다. 도시의 모습도 그렇더니 어쩜 건물의 형태도 이렇게나 규칙적이고도 논리적으로 지었을지..
네모난 박스가 쌓아져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 건물.. 답답한 듯 하면서도.. 뭔가 감옥 같기도 하면서도 보면 볼수록 끌어당기는 무엇인가의 매력이 있는 이 건물..!
건물은 수평으로 넓어서 사진 한 컷에 다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나저나 이 볼록 튀어나온 커다란 회색 기둥은 뭐하는 곳일까? 내부가 정말 궁금하다.
건물 사진을 열심히 찍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또 다른 군인들이 나를 한 작은 사무실로 불렀다. 안으로 들어와서 여권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군인은 내 여권과 허가증을 가져가서 한 직원에게 전달했다. 그 사무실 안에는 나 같은 또 다른 서양인 여행자들이 permission을 기다리는 듯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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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방문 허가가 떨어졌다. 나와 한 서양인 남녀 커플은 한 군인의 안내를 받아, 바로 위의 사진 오른쪽 하단에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 곳이 바로 Secretariat의 출입구인 모양이었다. 이제 드디어 내부를 구경할 수 있나 싶었는데, 우리는 입구에서 한번 더 막혔다. 몸 수색과 가방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양인 남자는 바로 그 앞에서 몸 수색을 했고, 서양인 여자와 나는 여자라는 이유로 한 천막 안에 들어가서 몸과 가방 수색을 받았다. 내 가방을 검사했던 여성 군인(..?)은 내 가방에서 어떻게든 수상한 물건을 찾아내야겠다는 일념이었던지, 내 모든 것들을 샅샅히 뒤지며 내 가방을 뒤집어놨다. 그러다가 iPod을 보고는 뭐냐고 물었는데, mp3 player라고 했는데도 미심쩍은 듯 쳐다보다가 다시 내 가방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다.. 으휴.. 검문 덕분에 내 가방은 순식간에 me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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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의 검문을 통과하여 우린 드디어 Secretariat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우리를 안내한 군인이 우리를 2층인가, 3층의 어느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군인이 누군가에게 또 우리의 허가증을 내밀었는데.. 그거 또 permit을 받느라 꽤 상당 시간 앉아 있어야 했다. 덕분에 내부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긴 했지만.. 그래도 Secretariat 구경 한번 하기 힘들다!!
그 사이 나와 서양인 커플은 안면을 트고 인사를 했다. 프랑스에서 온 커플은 자신들이 건축학자라서 Chandigarh를 보길 원한다고 했다. 그들은 다른 곳은 안 보고 바로 이 곳 Chandigarh로 온 모양이었다. 흠.. 아무래도 건축의 대가인 Le Corbusier가 이 도시를 설계하고.. 또 이 곳에 여러 건물들을 지었으니.. 과연 이 도시가 궁금할 법도 하다. 그 커플은 내가 피아노를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하자, 이곳에 왜 왔냐고 물었다. 피아노와 건축이 그렇게 상당한 괴리감이 느껴지는 학문인가..;; 그냥 알고 싶고, 보고 싶고,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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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부 관람 허가를 받은 우리는 한 군인을 따라 어디론가 올라갔다. 계단 없이 길쭉한 나선형의 오르막길로 이루어져 있는 길은 아까 정면에서 본, 볼록 튀어나온 회색 기둥이었다.
Secretariat 내부는 기괴한 듯, 기묘한.. 외부와 똑같은 색의 회색 건물이었고.. 군데군데 빨강, 노랑으로 포인트를 주었달까..? 어쨌든 이런 페인트칠이 기괴함 중의 활발, 발랄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부 촬영은 허락되지 않아 사진을 찍진 못했다.)
우린 그 나선형의 길과 엘리베이터, 어떤 계단을 올라 우린 건물의 옥상에 도착했다.
Secretariat 건물의 옥상에서 바라다 본 모습. 왼쪽이 Vidhan Sabha(비단 사바 : 주 의회)이고 오른쪽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High Court(대법원, 고등법원)이다.
도시 곳곳 정말 나무가 많은 찬디가르.
옥상에서 바라본 Chandigarh는 '숲'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어쩜 이 도시에는 이리도 나무들이 많을까... 이것은 르 꼬르뷔제의 도시 설계 철학일까?
저 멀리 보이는 High court(대법원). 엄숙한 법원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한 것일까? 초록, 노랑, 빨강으로 포인트를 준 이 건물은 엄숙한 법원이라기보다 미술관 정도의 느낌을 준다.
이 Secretariat의 내부도 이렇게 빨강, 노랑의 포인트가 곳곳에 있는 것을 봐서, 그리고 그 분위기가 너무나 비슷한 걸로 미루어 보아 Secretariat과 high court.. Vidhan Sabha 등의 Capital complex는 Le Corbusier가 한꺼번에 계획하고 설계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High court는 이렇게 건물 외관도 재밌지만, 안에서 보면 더 재밌는 곳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Vidhan Sabha(비단 사바 : 주 의회).
Secretariat이나 Vidhan Sabha나 high court... 모두 'Modern' 그 자체다. 건물들은 철골이 드러나 있는 것(이를테면 Paris의 'Pompidou center')은 아니면서도.. 뭔가 내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비단 사바 옥상의 이것은 무슨 용도일까?
한편, 다시 Sscretariat의 옥상. 옥상에도 곳곳에 이렇게 식물들을 심어 놓았다. 콘크리트와 식물.. 회색과 초록색이 조화가 낯선 듯 하면서도 조화롭다. 그리고 식물을 심어 놓을 곳조차 계획된 설계 안에서 철저하게 계산된 것이 보여 놀라웠다.
옥상에서 뭔가의 일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상층 계급은 아닌 듯 했다.
언뜻 보면 그냥 마룻바닥 같기도 한 Secretariat의 옥상. 이 사무국의 전기시설, 물탱크 등 중요 시설물들이 이 옥상에 감춰진 듯, 드러난 듯 있었다.
회색과 초록색 식물.. 그리고 파란 하늘의 조화가 싱그럽게 느껴진다.
Secretariat 건물 뒷쪽으로 보이는 풍경. 시내 중심가와 반대쪽이라 저쪽은 가보질 못했다.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군인이 안내하여 왼쪽의 턱에 올라가서 본 Capitol complex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프랑스 커플과 나는 군인의 감시 하(?)에 옥상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Chandigarh의 멋진 전망을 감상했는데, 그 커플은 건축학도들이라 그런지 이 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건축물들을 다각도에서 찍으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 남자가 여자 모르게 뒤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도 인상적.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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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건물 관람을 시작할 때 군인이 Secretariat의 내부(사무실)를 구경시켜줄 줄 알았는데.. 내부 관람은 전혀 없었고.. 옥상 관람이 다였다.. 물론 옥상으로 오며 가며 내부를 관람하긴 했지만.. 그래도 좀 아쉬운 감이 있었다. 군인은 우리에게 Vidhan Sabha를 관람할 수 있는 또 다른 허가증을 내주었다. 그 허가증을 받고 나오는데 Secretariat을 나오자마자 숨통이 트인 우리.
우린 Parliament(Vidhan Sabha)로 이동하면서 가벼운 이야기들을 나눴다. 프랑스 여자는 내가 피아노 전공 학생이라 하니 solo 연주를 하는지, orchestra 협연도 하는지.. 피아노를 얼마나 쳤는지 이것저것을 물으며 흥미와 관심을 보였다. 내가 피아노를 한다고 하면 한국 사람들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릴 적 배웠던 피아노를 지금까지 유지해 오지 못한 것을 상당히 안타까워하곤 한다. 이 프랑스 여인도 피아노에 대한 환상이 있는 듯 했다.
내가 서울에 산다고 하니, 프랑스 여자는 서울이 낯설지 않다며 파리의 건축 학교에 많은 Korean 학생들이 있다고 했다. 흠.. 확실히 프랑스에 한국인 유학생들이 많은걸까?한국에 산다고 하면 한국이 어딘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던데.. 서울을 안다고 하니 반갑긴 하다.
나는 때마침 뮤지컬 <Notredame de Paris(노트르담 드 파리)>의 음악에 흠뻑 빠져 있을 때라서 프랑스인들을 만난 것이 더더욱 반가웠다. 뮤지컬 이야기를 하니 여자가 반갑게 웃으며, 자기 친구가 건축과 음악과의 조화를 연구한다는 말을 했다. 음악에 따라 움직이는..? 또는.. 건축물의 모양이 따라 달라지는..? 여튼 그런 음악과 건축의 조화를 연구하고 꿈 꾼다는데.. 그 친구가 그걸 매우 어려워한단다. 참 좋은 아이디어 같다. 음악이.. 어찌 보면 이질적으로 보이는 건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니.. 프랑스 여자의 친구가 꿈꾸고 있는 것은 마치 내가 예전에 꿈 꾼.. 테마별로 방.공간을 만들어 사람의 그날그날의 생체 리듬이나 mood에 적합한 음악과 차를 함께 제공하여.. therapy적인, healing space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이상하게도 그 음악과 건축의 조화를 꿈 꾼다는 프랑스 여인의 친구를 만나면 뭔가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고, 마치 뭔가의 일을 함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생각을 말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생각이 복잡해져서 말하지는 못했다.. (지나고 나니 말하지 않은 것이 많이 아쉽다...)
아무튼 잠깐 만났어도 너무나도 따뜻하고 좋았던 프랑스 커플 :-)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함께 Vidhan Sabha(비단 사바) 내부를 관람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벌써 3시가 넘었다. 6시나 7시까지 sector 17로 돌아가 가방을 찾아 I.S.B.T로 이동을 하려면 얼른 서둘러야 한다. 난 high court만큼은 꼭 보고 싶어서.. 그리고 폐품으로 꾸며놨다는 Nek Chand Fantasy Rock Garden만큼은 꼭 보고 싶어서 아쉽지만 비단 사바 보는 것은 포기하기로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잠깐 빨리 비단 사바를 둘러볼 수 있을까 하여 아쉬운대로 안내 데스크에 가서 내부 관람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말을 들으니, 역시나 내부가 워낙 크고 넓어서 관람하는 데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 같았다. 난 프랑스 커플에게 Vidhan Sabha는 내부 촬영이 불가능하여 카메라를 입구에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는 정보를 주고.. 아쉬운대로 프랑스 커플과 안녕을 했다.. 우린 서로 여행을 잘 하라고 행운을 빌어주며 작별의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High court로 향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사람들 만날 때마다 주려고 뽑아온 내 사진과 연락처를 건넬 생각을 헤어질 때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뭐.. 여행자들과의 잠깐의 만남이 후일 긴 인연으로 이어질 확률은 적지만.. 그래도 혹시 사람 인연은 모르는 것이니 인연의 끈이라도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으려만... 어쨌든 그들을 만난 것은 참 즐거운 일이었다. 사소한 것에 감동을 받는 나로썬 내게 관심을 가져주고, 말을 걸어주고, 웃어주는 프랑스 커플이 참 고맙게 느껴졌던 것이다.
(to be continued...)
9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