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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36-1 | 데흐라둔(Dehradun)에서 격자형 설계 도시 찬디가르(Chandigarh)로 가는 길
Olivia올리비아 2021. 12. 8. 12:35
오늘은 Dehradun(데흐라둔)에서 격자형 설계 도시 Chandigarh(찬디가르)로 가는 날.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어제 호텔 주인 아저씨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짠디가르로 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봐 준 결과, 아침 5, 6, 9시에 I.S.BT.에서 버스가 출발한다고는 했는데... Lonely planet(론리 플래닛) 가이드북에는 5:30am부터 30분? 또는 매 시간마다 버스가 수시로 있다고 했다. 가이드 북을 믿어야 하나.. 현지인을 믿어야 하나.. 좀 헷갈린다. 책보다는 현지인 말을 듣는 것이 더 나을 듯 싶지만 아무리 현지인이라도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먹을거리를 사러 밖에 나갔다. 이른 시간임에도 벌써 환하게 밝아 있는 새벽 골목길의 상쾌한 공기가 참 좋았다.
시장 쪽으로 가니 베이커리가 눈에 띄어 그곳에 들어갔다. 아침 일찍 빵을 팔러 주인이 나와 가게를 정돈하고 직원들은 바닥을 쓸었다. 꽤 많은 종류의 빵과 케익이 있는 이곳.. 특히 케익을 보고 있자니 이 베이커리에서 어떻게 케익을 만들고 있는지 몹시 궁금해졌다. 주방이라도 볼 수 있다면.. 빵 만드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정말 좋으련만...
맛있어 보이는 빵 종류가 많아서 이것저것 보면서 고민하다가 파운드 케익 같은 fruit cake과 Dhal(달. 콩의 한 종류) bread를 샀다. 요즘 masala(마살라)가 들어가 있는 음식은 소화 문제로 기피 대상이긴 하지만.. 달 브레드는 너무 맛있어 보여서 그 맛이 궁금해서 사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다양한 빵을 경험해 봐야지 언제 또 해보리...
숙소에 돌아와서 과일 케익과 달 브레드를 먹었다. 그런데 달 브레드.. 역시 안에 든 spices 향신료가 내겐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결국 맛만 보고 말았다. 과일 케익은 그 식감과 질감이 꽤 괜찮았다. 이 케익에는 동물성 버터를 넣었을까? 마가린 같은 식물성 버터를 넣었을까? 채식 하는 인도인들은 동물성 버터도 안 쓸까..? 어떻게 이런 케익을 만들었는지 정말 궁금... 케익이니까 달걀은 당연히 들어갔겠지.
그렇게 케익과 음료수로 적당히 배를 채우고.. TV 좀 보고.. 가이드북 좀 보다가, 결국은 가이드 북 시간표에 따르기로 하고(대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직감으로..) Vikram(비끄람 - shared auto Rickshaw)을 타러 나갔다.
그런데 비끄람을 어디서 타야 할지 정말 애매... I.S.B.T(Inter State Bus Terminal,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는 방향이 어디인지도 헷갈려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이 도시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정말 없었다.. 지금까지 인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아무도 내 말을 못 알아듣는 이 도시가 정말 낯설게 느껴졌다. 갑자기 길 한복판에서 정말로 낯선 이방인이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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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 하여 I.S.B.T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친절한 릭샤왈라와 사람들은 내게 I.S.B.T의 방향이 저쪽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흰색으로 깔끔하게 페인트칠 되어 있는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다. 그런데 이곳에서 출발하는 버스들이 어찌나 많은지... platform number만 해도 30번이 훌쩍 넘었다. inquiry 창구도 눈에 안 띄고.. 찬디가르로 가는 버스가 대체 어느 플랫폼에 있는지 돌고 돌아도 찾기가 어려웠다.
결국 감대로 찾아간 어느 곳에서 찬디가르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냐고 물으니 바로 그 앞이라고 했다. 그래도 정확히 하고자.. 아무래도 터미널 매점에서 일하는 상인들은 버스 정보에 빠삭할거라 생각하고 2명의 매점 아저씨에게 재차 물어 플랫폼 확인을 했다. (인도인들은 가끔 정보를 확실히 몰라도 친절을 베풀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불확실한 정보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잘못된 정보를 받은 여행자들은 종종 인도인들에게 화를 내곤 하지만.. 이것이 인도인들의 손님에 대한 예의란다.) 그 중 인상 좋은 아저씨에게는 버스 시간도 물었는데, 9시 반에 버스가 온단다. 지금 시각은 8시 반.. 앞으로 1시간이나 남았다. (론리 플래닛도, 숙소 주인 아저씨도.. 버스 시간 모두 다 틀렸다.. 터미널 매점 상인이 가장 정확해..ㅠ.ㅠ)
아침이 부실했기에 버스 시간을 친절하게 알려준 아저씨의 매점에서 인도에서 지내면서 처음 본 Elaichi(cardamom in Hindi) milk를 샀다. Elaichi(일라이치)를 좋아하기도 하고.. 처음 보는 우유에 호기심에 샀는데.. 맛은... 비릴 것을 예상했으나 역시 비렸다.. (인도 우유가 다 비리다기보다 내가 비위가 약한 듯 싶다.) 어쨌든 인도인들은 뭐든 flavourd 된 것을 참 좋아하는 듯 했다. 우유도 여러 맛이 있고, 두유도 여러 맛이 있고.. Lassi도 여러 맛이 있고.. 뭐든 첨가해서 먹는 것을 좋아하지 심심한 맛은 별로 안 좋아하는 듯도 싶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나 지루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엎질러진 액체류에.. 쓰레기에.. 터미널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던지.. 앉아있기가 참 불편한 곳이었다. 시간이 좀 흐르자 청소하는 아저씨가 와서 의자까지 옮기고 들어내며 청소를 하는데.. 계속 쓰레기들을 한 방향으로 날려버리듯 쓸어서 먼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걸 피하려고 의자에서 일어나 먼 곳에 서 있는데.. 문득 청소하는 분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내가 만약 이렇게 청소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피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물론 더러운 것을 피하는 것은 청소하는 사람을 떠나서 또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잘 가지 않는 시간을 때우려고 iPod을 꺼내 카드 게임을 했다. 게임을 여러 번 해도.. 아무리 게임에 집중을 해도.. 날은 점점 뜨거워지는데 시간은 정말 지루하게도 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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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루하고 더운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버스를 타고 Chandigarh로 출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누가 인도인들은 게으르고 느리다고 했던가. Chandigarh행 버스가 오자 일제히 버스로 달려들어 창문으로 가방을 던져 넣고 자리 쟁탈전을 펼치고.. 서로 먼저 타겠다고 벌떼처럼 입구로 몰려 드는 소동을 겪고 나서야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인도인들은 시간에 매우 밝으며 정확하고 빠르고 신속하다. '인도인들=느리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고정관념을 깨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한 젊은 남자와 할아버지 옆에 가까스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버스를 타고 달리는 길. 역시나 차창 밖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버스는 굽이굽이 산길을 타기도 하고.. 평지를 달리기도 했는데 작은 마을마다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오르기도 했다. 온 몸을 검은색 옷으로 두르고 히잡을 쓴 무슬림 여인.. 어린 꼬마들.. 할아버지... 다양한 사람들이 버스에 타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런데 문제는 날이 참 더웠다. 버스 창문이 사방으로 열려 있지 않았더라면.. 아니, 창문이 열려 있어도 버스 안으로 들어오는 훅훅 찌는 바람에 땀이 삐질삐질 나는 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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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더위를 간신히 참아가며 한 3시간쯤 달렸을까.. 갑자기 버스가 어느 한 장소에 섰다. 기사도 쉬어가고 화장실에 가고 싶고 배고픈 손님들도 배려하여 일종의 '휴게소'에 선 것이다. 그곳은 휴게소라고 딱 갖춰진 곳이라기보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꽤 큰 규모의 레스토랑과 화장실이 있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주로 화장실을 갔고, 몇몇 사람들은 그 틈을 타 식당 안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과자를 사먹었다.
나는 곁에 탄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었다. (버스에 타고 초반에 내 옆에 탄 남자의 허벅지가 자꾸만 내 다리에 닿아서 너무나 신경이 쓰이고 싫었는데.. (일명 '쫙벌남') 중간에 그 남자와 홀쭉한 할아버지가 자리를 바꿔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영어를 잘 못하셔서 대화가 많이 통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힌디어를 못하니..) 짠디가르까지 얼마나 더 걸리냐고 물으니 시계의 1을 가리키며.. 'ek' 어쩌고 하긴 했는데.. 할아버지가 가는 데까지 1시간 걸린다는 건지, 정말 짠디가르까지 1시간이 걸린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정황상 짠디가르까지는 앞으로 3시간을 더 가야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잠시 화장실에 간 '쫙벌남'이 자신의 아들이라며 army라고 했다. 흠.. 인도 army를 참 자주도 만나는군... (이상하게도 어딘가로 이동하면서 만나게 되는 남자들의 대부분이 자신을 army라고 소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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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버스가 출발했다. 사람들이 휴게소에서 기운 충전을 해서인지 버스 안 분위기를 한결 활발해졌다.
인도에서는 땅이 워낙 넓다보니 버스로 장거리를 달릴 일이 많은데, 언제 어디를 몇시간을 달려도 지루하지 않은 곳이 바로 인도였다. 인도의 아름다운 환경과 풍경..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고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드디어 시간상으로도 찬디가르에 다 와가고.. 서류 가방을 든 사람들이 하나 둘 버스에서 내리면서 버스가 점점 비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렸다. 이런.. 찬디가르에 도착하면 제발 비가 멎었으면 좋겠는데..!!
(to be continued....)
8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