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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벌써 목요일이다. 시간 참 빨리 간다. Almora(알모라)에서 뭔가에 물린 후부터 나기 시작했던.. 몸에 나는 원인 모를 가려운 반점이 나아가는 듯도 하다. 그러나 피부가 민감하여 신경이 쓰였다. 혹시 온 몸에 퍼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흉터가 남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High Bank(하이 뱅크) 근처에 있는 Shivananda Ashram(시바난다 아슈람)에 무료 진료를 받으러 갔다. (아슈람은 힌두교들이 거주하며 수행하는 곳인데, Rishikesh(리시께시)에 있는 아슈람들은 무료 진료 등 '무료'로 뭔가를 제공하는 곳이 많았다. 기부금을 사회에 환원하고 베푸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시바난다 아슈람은 요가, 명상 등을 가르치며 원하면 1달 이상 이 곳에서 기부금을 내고 머무를 수도 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security guard가 있어 차와 사람들의 출입 통제를 하고 있었다. (항상 그런건 아니고 일정 시간에는 개방, 일정 시간에는 통제를 하는 듯했다.) 나는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왔다고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시바난다 아슈람은 요가 센터, 명상 홀, 병원 등이 있는 꽤 커다란 공동체적 아슈람이었다. 하늘거리는 흰 사제복..(?)을 입은 마른 남자가 맨발로 내 앞을 휙- 지나가자 영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의 아슈람.. 인도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다면 아슈람에서 1달간 명상과 요가를 배우고 싶다.

 

아슈람 내의 병원을 찾았다. 중해 보이는 환자들이 한 쪽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접수 창구와 진료실 등 갖출 것은 다 갖춘 무료 병원. 이곳에서는 무료 진찰 뿐 아니라 약도 무료로 나누어준다. 그런데 접수를 받는 사람이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 지나야 내 차례가 올 것 같아서 아쉽지만 그냥 Ram Jhula(람 줄라)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이 아슈람을 통하면 바로 Ram Jhula(람 줄라) 다리로 갈 수 있다.) 이번에도 하늘하늘한 흰 옷을 입은 맨발의 사제들..(?)을 만났다. 그 사람들은 나를 앞서 계단을 내려갔는데, 맞은 편에서 계단을 오르던 사람들이 오른손으로 사제 발 언저리의 땅과 자신의 이마를 번갈아가며 치고..(친다기보다 손을 댄다.) 입으로는 뭔가를 외는 듯이 보였다. (이걸 무슨 행위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인도인들은 존중이나 경배의 대상에게 이런 행동을 한다.) 사제들에게서는 뭔가의 기묘한 포스가 흘렀는데..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제에게 경배의 인사를 해야 될것만 같았다. 같은 사람이긴 하지만 왠지 정말 그 사람들에게는 예(禮)를 갖춰야만 할 것 같았다.

 

 

시바난다 아슈람을 벗어나 Ram Jhula(람 줄라) 다리 쪽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강물이나 사원에 바치는 여러 물품들을 팔고 있었고 악세서리, CD, 책 등을 파는 다양한 상점들도 있었다. 유난히 음반가게가 많았던 리시께시.. 비틀즈의 영향 때문일까?

 

 

 

 

Ram Jhula(람 줄라) 다리. 이 다리는 넓은 갠지스 강을 건너 반대편을 오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물론 강에 배가 떠 있는 것도 보긴 했는데.. 일반 사람들은 이렇게 그냥 걸어다니는 듯 했다. 배보다 걷는 것이 더 빠르긴 하지. ㅋ

 

 

 

 

오늘도 사람들은 갠지스 강 가뜨에서 목욕을 하고.. 기도를 한다. (이곳의 물이 Varanasi(바라나시)로 흘러간다.

이곳은 갠지스 강의 상류.)

 

 

 

 

오늘은 람 줄라 다리로 안 가고 그냥 쭉 걸어서 Lakshman Jhula(락슈만 줄라)까지 가 볼 참이었다. 가는 길에 뒤 돌아서 바라본 람 줄라 다리. 참 견고, 튼튼해 보인다. 멋지다!

 

람 줄라 다리 입구에는 경찰들이 있는데, 정확히 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외의 차량 통행을 막는 역할을 하는 듯 보였다.

 

 

 

 

람 줄라 다리를 지나쳐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 이 근처에는 아슈람인 듯.. 공동체인 듯 보이는 뭔가의 네모 박스를 쌓아 놓은 모양의 큰 건물들이 연달아 있었다. 사람들이 사는 곳일까? 아니면 정말 공동체?

 

그런데 락슈만 줄라로 계속 걸어가려 했는데 어느 순간 길이 막혔다. 뒤에서는 경찰들이 이런 나의 행동을 다 보고 있는 듯 하다.. 흠.. 뭔가 샛길이 보이는 듯도 했지만 더 이상 가기가 애매하고.. 자칫 길을 잃을 수 있으니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나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다시 시바난다 아슈람과 람 줄라 상점가 사이의 메인 도로로 올라갔다. 어제 갔던 Devraj coffee corner - German bakery & restaurant을 또 찾아가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이쪽 길에도 어찌나 주황색 옷을 입은 청년 순례자들이 많던지.. 내가 여자라서 눈에 띄는 것도 있지만 동양인이라 더 눈에 띄는 것은 당연지사.... 땀 냄새 풀풀 나는 남자 행렬들과 함께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은 참 힘들었다. 남자들은 나를 보고 자기네들끼리 키득거리기도 하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자기네들끼리 뭐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나를 놀려 먹을지 고민을 하는 듯도 하고... 정말 분위기가 안 좋아 그 도로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지만 빠져나갈 다른 길도 없었다.

 

묵묵히 걷고 또 걸어 Devraj coffee corner에 도착했다.

 

 

 

 

 

오늘도 역시 서양인 여행자가 많은 이 곳. German bakery를 겸하고 있는 이 곳의 빵 맛이 궁금하기도 하고, 스파게티가 또 먹고 싶어 Mushroom spagetti with garlic bread를 주문했다.

 

인도 우유로 만들었는지.. 오늘도 치즈는 그 특유의 비린 향이 났지만.. 버섯이 가득 들어간 스파게티는 정말 맛있었다! 어제 Green Italian Restaurant 에서 먹었던 그 고무 같던 알리오 올리오보다 훨씬 낫다! 갈릭 버터를 발라 살짝 구운 통밀 빵도 맛있었다. 빵은 아주 큰 기술력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서양식으로 꽤 충실하게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사람 구경하며, 음식 맛을 충분히 음미하며 레스토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이 레스토랑 바로 옆의 서점에 들러서 명상과 요가에 대한 책, 세일하는 Paulo Coelho의 중고 책들을 열심히 구경했다. 리시께시가 아무래도 명상과 요가의 중심지로 소문이 나 있다 보니 서점에 들어가면 이런 책들이 눈에 쉽게 띄었다.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명상에 대한 어떤 책은 너무나 흥미롭고 유익해서 그 자리에서 다 읽고 말았다. 우리가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걱정, 근심, 스트레스로 생을 낭비하고 있는지... 내 머릿속에서는 어떤 생각.. (근심과 걱정, 미래에 대한 계획, 하고 싶은 것 등등..)이 떠나지를 않는데 언젠가 조용하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명상을 제대로 경험하고 훈련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명상이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명상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실천하는 것은 왠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그것을 할 마음의 준비나.. 그것을 열망하는 마음이 모자르기 때문일 터..

 

 

오늘도 리시께시는 너무나 더웠다. fan을 별로 안 좋아해서 안 틀지만, 그걸 틀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한 낮의 리시께시는 정말 더웠다.

 

그래도 숙소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선풍기 바람을 쐬는 그 찰나의 순간이 행복했다. ^^ (특히 그 순간이 땅거미가 지는 저녁 무렵이면 더더욱 환상이다..)

 

스파게티가 너무 당겼던터라 오늘도 스파게티를 먹긴 했지만 속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이상하게 속이 느끼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다. 이럴 때 먹으면 더더욱 안 좋다는 것을 알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Lays 과자와 탄산 음료를 샀다. 짭짤하고 자극적인 레이즈 감자칩과 탄산 음료를 먹으면 속의 느끼함이 줄어드는 것 같아서이다. 아.. 정말 속을 고쳐야 하는데.. 자꾸만 문제가 되풀이 되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어느덧 저녁이다. 창문 밖으로는 마당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이야기를 나누며 'Mama'가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들을 먹는 서양인 여행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일찌감치 불을 끄고 누워 그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귀를 기울여본다. 여행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듯 했는데, 기운이 있다면 일어나서 나도 대화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있어 일어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행을 하면서 이것저것 정말 많이 배우고는 있지만.. 내 근원적인 문제는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느꼈다.

 

5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