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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35 | 리시케시(Rishikesh)에서 데흐라둔(Dehradun) 이동 - 데흐라둔의 시장과 부촌
Olivia올리비아 2021. 12. 8. 12:00
Rishikeshi(리시케시)... 너~무 더워서 그냥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숙소에서 쉬었다.
저녁은 Mama가 차려주는 가정식 Thali(탈리)를 먹었다. 서양인들이 맛있게 먹길래 가격은 초큼 비싸지만 나도 한번 먹어봤는데 맛은 soso... 다만 그 밥을 먹는 장소가 마마의 가정집 거실이다 보니 음식이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음식의 맛 있고 없음은 그 분위기에 따르기에...
내가 밥을 먹을 때 함께 먹는 서양인 남자가 있었다. 손으로 짜파티를 먹는 것이 익숙치 않은 모양인지 먹는 폼은 참 어설펐으나 마마의 맛있냐는 질문에.. 마지 못해(ㅋㅋ) 맛있다고 하는 눈치였다. 서양인 두 처자는 내일 떠나는지 마마에게 그동안의 방값을 계산하고 있었다. 어느 한 서양인 커플은 오늘밤 어디론가 캠핑(?)을 떠나는 모양인데, 마마는 약간의 커미션을 받고 여행사를 통한 여행 프로그램 연결도 해주나 보다. (아니면 마마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거나..)
한편, 인도 여성 특유의 파자마를 입은 한 할머니는 USA에서 왔다는데 마마네 거실에 편히 앉아 마마랑 정말 스스럼 없는 대화를 잘 나누곤 했다. (참고로 나중에 MeLeod Ganj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미국인의 인도 비자는 10년이란다.. 헐.. 유럽인도, 한국인도 기껏해야 3개월, 6개월인데.. (러시아인은 9일! ;;) 인도에서도 미국은 절대적인 존재인가 보다. 실제로 많은 인도인들이 American dream을 꿈꾸기도 하고.. 아무튼 그래서 이 할머니가 인도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듯 보였다.) 그 USA 할머니가 머무르고 있는 숙소는 개인 현관도 있고.. 문에는 '마마네 집이 아니니 방해하지 마시오.' 라고 적혀 있는 것 봐서, 아예 마마네 집 건물 한채를 빌려 그곳에서 장기간 생활하고 있는 듯 했다. 뭐하는 할머니일까? 대화라도 나눠볼 것을.. 그냥 얼굴만 보고 헤어진 것이 못내 아쉽다. 하긴..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도 할머니가 은근 바빴다. 아.. 정말 뭐하는 분이었을까.
어쨌든 탈리는 achar(아차르 - 인도 피클)가 생각나는 맛이었지만 마마가 시장 가서 사와야 한다고 해서 좀 아쉬웠다. (어제, 오늘 이틀 마마가 만들어주는 저녁밥을 먹었다. 보살핌 받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다. 마마의 부엌도 잠시 들여다 봤는데, 아들이나 며느리가 식재료를 다듬고 손질하는 모양이었다. 아참, 마마네 집에는 마마의 어머니부터 마마, 마마네 아들 며느리, 어린 손자까지 대가족이 이 곳에서 직접 생활하고 있었고(남자 하인도 있었던 듯..) 그렇게 살면서 남는 방과 옆 건물에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마마의 아들은 자동차 운전, 손님들을 대상으로 여행사 연결하거나, 요가나 마사지, 명상 센터 등을 안내하는 일을 하는 듯 했다. 마마의 며느리는 너무나 착하고 순종적인 사람으로 보였고, 마마의 손자는 약간은 개구장이이지만 꽤 똘똘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리고 마마가 정성스럽게 차려준 음식으로 밥을 물론 잘 먹긴 했지만... 마마가 방값이나 밥값을 계산하는 데에 다소 예민한 모습을 보여서.. 사람은 좋지만 돈에 좀 집착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 점이 좀 아쉬웠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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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머무르고 있는 Mount Valley Mama cottage는 방값이 싸서(하루 Rs.100) 계속 머무르고 싶지만 주황색 옷을 입은 순례자들의 성추행 아닌 성추행(사진 촬영, 신체 접촉 시도, 야유, 쳐다봄)이 견디기 힘들고, 여행자 구역이라(그것도 특히 서양인들) 음식들도 대부분 서양식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고.. 볼 것도, 할 것도 더이상 없거니와.. 리시께시가 워낙 큰 도시라서 이동 범위도 너무 크고... 날은 쨍쨍하여 빨래는 정말 뽀송뽀송 잘 마른다는 장점은 있으나.. (날이 좋아 긴 점퍼를 빨아 널었다.) 무엇보다 너무 덥고................. 마음을 깨끗하게 접고, 귀차니즘을 물리치고........
(당시 리시께시에서 요가나 명상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또 꼭 이루어야겠다는 마음의 결심이나 목표도 크지는 않았던 듯 하다.)
6 Aug 2010
오전 중 과감하게 check out. 격자무늬로 설계되었다는 Chandigarh(찬디가르)에 가기 위해 중간 도시 Dehradun(데흐라둔)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런데 다정다감한.. 허스키한 목소리의 '마마'와 다시 언제 재회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서운하기도 했다.
그동안 머물렀던 숙소 Mount Valley Mama Cottage가 있는 High Bank(하이 뱅크)에서 기차역까지는 무려 8km... 조금 비싸더라도 오늘은 shared Rickshaw를 바로 잡을수가 없어서 개인 릭샤를 타고 이동했다.
릭샤를 타고 기차역 근처의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는 거리는.. 첫날 기차역에서 하이 뱅크까지 느꼈던 거리보다 훨씬 더 멀게 느껴졌다. (실제로 왔던 길과는 다른 길로 가기도 했다. 아저씨가 더 돈을 많이 받으려고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아예 길 자체가 그렇게 나 있는 듯 했다. 릭샤 아저씨는 상당히 믿음직한 사람이었다.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사람 행동이나 말을 보면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잘 깔린 아스팔트 포장도로 때문에 때로는 도시적이기도, 드넓은 들판을 바라보면 때로는 시골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 리시께시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
아저씨가 워낙 정직한 분이어서 다소 비쌌지만 릭샤 비용을 기분 좋게 지불하는데, 릭샤왈라도.. 릭샤왈라 옆에 걸터 앉은 또 다른 친구도 일제히, "저 버스가 Dehradun 가는 버스에요." 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낯선 여행자가 힌디어를 못 읽을거라 생각하고 이렇게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인도인들. 정말 고마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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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흐라둔으로 올라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버스는 어느새 꽉 찼다. 여행을 하다보면 언제나 좁은 버스 안에 나의 커다란 배낭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아 항상 곤욕을 치르곤 한다. 배낭은 버스 머리맡의 선반이나 의자 밑, 또는 복도에 두어야 했는데.. 오늘은 내 옆에 사람이 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 옆자리에 두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버스가 출발하여 다른 동네로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타서.. 결국엔 내 옆자리에 한 남자가 앉게 되었고.. 그 남자는 친절하게도 내 가방을 통로 쪽에 잘 놔주었다.
그런데 Almora(알모라)에서 카일라스 할아버지에게 나쁜 일을 당해서 그런지.. 아무래도 남자들을 자꾸만 피하게 된다. 내 옆자리에 남자가 앉았다는 사실이 계속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불편했다. 그 남자와 몸이 조금이라도 닿는 것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좁은 좌석 탓에 그 청년과 몸이 계속 닿을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창가 쪽으로 몸을 피하고 그저 아름다운 길 풍경만 감상하기로 했다.
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 초록의 나무들이 가득한 산길... 리시께시에서는 곡식들이 잘 자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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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탄 버스는 데흐라둔이 종착역이 아니었다. 옆 남자에게 데흐라둔이 어디냐고 물으니 조금만 더 가면 된다며, 자기도 데흐라둔에서 내린단다. 한번 말문을 트니 그 남자는 내게 계속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옆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편하게 여겼었는데.. 말을 하다 보니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괜히 피했던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갑자기 풍경이 바뀌고 한 마을이 나타났다. 조금 있으면 금방 데흐라둔에 도착하겠다.. 싶었는데 비가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큰일났다. 숙소 찾아야 하는데...
나는 이 버스가 데흐라둔의 I.S.B.T(Inter State Bus Terminal-시외 버스 터미널)에서 내려줄 줄 알고 터미널 비슷한 곳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자가 자신을 따라 내리란다. 급하게 배낭을 메고, "여기가 데흐라둔 맞아요?" 했더니 맞단다.
버스에서 내렸더니 비가 그치지 않고 더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청년에게 여기서 데흐라둔 기차역을 어떻게 찾아가냐고 했더니 앞으로 쭉 직진하면 된단다. 나와 청년은 비 속에서 정신 없이 인사를 나누고 그렇게 헤어졌다.
비가 너무 내려서 배낭에서 우산을 꺼내기 위해 어느 음식점 옆 처마 밑에 섰다. 자기네 집 처마 밑에 서 있다고 낯선 여행자를 경계할 줄 알았는데.. 그 음식점의 주인은 너무나도 친절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에서 그 호의가 느껴져서.. 잠시 몸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고마웠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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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을 찾아가는 중에 Lonely planet에서 봐두었던 호텔이 눈에 들어와 그곳으로 갔다. 그런데 론리 플래닛에 나온 것보다 훨씬 더 비싼 방값.. 비수기인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방값이 왜 이렇게 비싼지.. 기차역 근처로 호텔이 많다더니.. 별로 보이지도 않고.. 가까스로 찾아 들어간 다른 호텔도 숙소 값이 너무 비쌌다. 흥정을 시도해 봤지만 다들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빗속을 뚫고 기차역 쪽으로 더 걸어가서 어느 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오른쪽으로는 중급 정도의 호텔이 있었고, 왼쪽 숙소는 낡았지만 왠지 가정집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그쪽으로 들어가 봤다. 방값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금방이라도 귀신이 나올 듯 습하고.. 낡고.. 오래된 방... 주인은 방값을 더 깎아준다고는 했지만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낸다는 것이 상상이 안 갔다.. 잘 봤다고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아까 본 그 중급 호텔로 갔다.
그런데 그 곳은 방이 full이란다.. 하는 수 없이 근처에 저렴하고 괜찮은 호텔이 없냐고 물어보니.. 주인 아저씨가 한 호텔을 소개해줬다.
그 호텔에 가보니.. 방은 방금 전 본 중급 호텔보다 좀 못하긴 한데.. 그래도 아까의 그 낡은 가정집 분위기의 숙소보다는 훨씬 궁전이었다. 조금 비싸더라도 이 근처에서 이만한 숙소를 못 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체크인을 했고.. 침대 시트가 좀 지저분해 보여서 새 시트를 달라고 하자, 이곳에서 일하는 청년이 세제 냄새가 강하게 풍겨 누가 봐도 '나 새로 빨았어요.' 하는 시트를 흔쾌히 내어 주었다. ㅋ (사실 생각 같아서는 방값이 비싼 데흐라둔에서 머무르지 않고 바로 찬디가르로 이동하고 싶었지만, 데흐라둔에서 찬디가르까지 무려 6시간이나 걸리기에.. 찬디가르에 도착하면 어둑해질 것이고.. 그럼 숙소 찾기가 두렵겠다는 생각에 그냥 안전하게 데흐라둔에서 머무르기로 한 것이다.)
체크인을 하면서 아저씨한테 내일 Chandigarh 짠디가르(찬디가르)로 가는 버스 시간을 물어보니, 아저씨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시간을 알아봐 주었고 아침 5시, 6시, 9시에 I.S.B.T에서 찬디가르행 버스가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I.S.B.T.까지는 Vikram(비끄람 - shared auto Rickshaw)으로 한 30분 걸린다고 했다. 혹시 내일 비끄람을 타고 가면서 괜히 '외국인 가격'을 내고 싶지 않아 주인 아저씨한테 현지인 비끄람 가격을 물어보니 only Rs.10란다. 좋았어~ Rs.10. 30분. 나는 조금이라도 찬디가르에 일찍 도착하여 짠디가르를 구경하고 싶은 생각에 새벽 5시에 출발하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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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이 많이 늦었다. 데흐라둔은 관광할 생각이 없었는데, 점심을 먹으러 거리로 나오니 나도 모르게 데흐라둔의 시장을 구경하게 되었다.
기차역 바로 앞에 위치한 데흐라둔의 시장. 이 시장은 정말 길었고.. 그 분위기와 모양새는 뭐랄까.. 꼭 어릴 적 엄마, 동생이랑 함께 다니곤 했던 G동 시장의 모습을 닮았다. 뭔가 재래시장스럽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모습..
데흐라둔엔 베이커리도 굉장히 많았다. 빵, 케익을 어쩜 그렇게 예쁘고 맛있어 보이게 만들어 놓았던지... 생각보다 많이 발달되어 있는 베이커리 산업에 놀랐다.
시장에는 한편 펀자비 드레스(Punjabi dress), 사리(Saree) 등의 옷을 파는 가게와 각종 전자제품을 파는 곳이 많았다. 양쪽으로 펼쳐진 상점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 자전거, 오토바이.. 때로는 자동차가 지나다니는데.. 그러고 보니 이곳은 명동? 정도의 느낌이 나는 곳이기도 했다. 데흐라둔의 시장은 내가 인도를 다니면서 지금까지 다른 어느 곳에서 보지 못했던..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진한 삶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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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끝으로는 시계탑이 있었고, 그 시계탑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펼쳐진 도로는 시장과는 대비되는, 완전 세련 그 자체였다. 그 세련된 도로에는 여러 브랜드 쇼핑몰들과 고급 레스토랑들, 커피집 등이 줄지어 서 있었다.
'와.. 인도에 이런 브랜드의 음식점이 있다니.. 와.. 이런 브랜드의 장난감 가게도 있구나.. 이야.. 이런 옷가게도 있군.' 시장을 벗어나자 부자들의 동네가 확실해 보이는 고급 상점들이 즐비한 이 곳..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온 데흐라둔인데.. 이런 모습들을 보자 마치 별천지에 와 있는 듯 싶었다. (실제로 데흐라둔은 교육으로도 매우 유명한, 생각보다 유명하고 큰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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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ala(마살라) 음식은 몸이 안 받고.. 그저 뭔가 깔끔하고 개운한 태국 음식이 먹고 싶어 찾아간 Yeti restaurant. 이곳은 외관부터가 완전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안에는 air conditioner가 빵빵하게 돌아가고 있고, 유니폼을 차려입은 종업원에.. 가게 분위기도 고급, 그곳을 방문하여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고급.. (그 사람들의 생김새와 차림새, 그리고 먹고 있는 메뉴를 보면 알 수 있다.) 그저 맛있는 것이 먹고 싶어 찾아갔을 뿐인데.. 그렇게 부자 동네에서 우연치 않게 고급 레스토랑을 경험하게 되었다.
나는 태국 soup과 중국식 veg. fried rice를 시켰다. 역시 태국 스프를 먹으니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은게.. 정말 좋았다. 중국식 볶음밥은 약간 기름지긴 했지만.. 고급 레스토랑이어서 그런지 정말 재료나 맛에 신경을 엄청 쓴 느낌의.. 맛있는 밥이었다. 다 먹진 못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간만에 지출이 엄청났지만 꽤 만족스러웠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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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되돌아가는 길에는 잠시 Gandhi park(간디 공원)에 들렀다. 사실 간디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볼거리가 많지 않은 데흐라둔에서 유일한 볼 곳 중 한 곳이 이 곳이기 때문이다.
공원은 그리 크진 않았다. 중간에 간디 동상이 서 있고.. 방사형으로 설계된 공원에는 나무와 꽃 등 수많은 식물들이 심겨져 있었다. 꽤 깔끔하게 만들어진 공원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공원 여기저기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노숙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흠.. 조금만 나가도 금방 부촌이 펼쳐지는 이 동네에..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니.. 뭔가 좀 아이러니 했다. (사실 산업화 이후로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거지'가 등장하긴 했다. 런던에서 거지들이 생기면서.. beggar's opera 라는 것도 생겨났지..)
어쨌든 나도 그 틈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햇빛은 강했지만 참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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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벗어나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해가 자취를 감추려고 하는 시간은 세계 어디를 가나 황홀할 것이다. 배가 차서 아까보다는 한결 느긋한 마음으로 거리를 구경했다. '현대적'인 상점들 사이로는.. 사탕수수 주스를 파는 노점상 등 서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웃통을 벗고 런닝만 입고 땀 뻘뻘 흘리며 살아가는.. 왠지 정직할 것만 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참 흐뭇.. :) 그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삶의 터전 바로 앞에 거대하게 서 있는 거대 쇼핑몰과 레스토랑들은.. 아무래도 씁쓸함을 불러일이키는 것이었다. 쇼핑몰과 레스토랑들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삶의 처절한 현실과 모순이랄까... 뭐.. 그런 것들 때문에 잠시 마음이 복잡했다. (하지만 또한 그런 생각도 든다. 이런 서민들의 모습을 '불쌍하게 보는' 나 자체의 시선에도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그냥 그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갈 뿐인데 내가 괜히 나의 감정과 생각을 그들에게 대입하여 그들은 '불쌍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시계탑 쪽으로 갔다. 방사형 도로라 차들이 정신 없이 지나가는데.. 신호등은 없는 이곳. 어느 모녀가 길을 건너려고 할 때 나도 그들 틈에 끼어서 함께 길을 건넜다. 순간, 가족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을 보호하기 위해 사방을 살피며 길을 건너는 사리를 입은 한 여인의 모습에서 '엄마'라는 존재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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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북적거리는 시장에서 초코과자 hide & seek와 음료수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요즘에는 왜 이렇게 자꾸 단 과자들이 당기는지 모르겠다. 체력이 달려서 그런가..
저녁 대신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며 인도 TV를 봤다. <Top chef Australia>를 방영하고 있었는데 인도에서도 이런 외국 reality show가 인기인 듯 보였다. 간만에 요리 프로그램을 보니 요리가 하고 싶기도 하고.. 요리 프로그램을 보며 설레였던 옛 생각도 나서.. 재밌었다.
그렇게 저녁 시간을 보내다가 청년이 새로 꺼내 준 새 시트(물론 얼룩이 있고 꼬질꼬질하긴 했지만..ㅎ;;)에서 정말 간만에 비교적 깊은 잠을 잤다.
7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