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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8시쯤 Kathgodam(카트고담) 역에서 기차를 타서 새벽 2시쯤 Haridwar(하리드와르) 역에 도착했다.

 

새벽 2시임에도 불구하고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역에는 기차를 기다리는 수많은 여행객들이 바닥에 비닐이나 돗자리를 깔고 노숙(!)을 하고 있었다.

 

내가 갈 최종 목적지는 Rishikesh(리시케시). 이곳 하리드와르에서 리시케시에 가려면 아침 7시 기차를 타야 하는데.. 새벽 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시간이 뜬다. 숙소를 잡기도 그렇고.. Ladies waiting room에 가서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항상 순례객들로 붐비는 하리드와르라서 그런지, 하리드와르 역에는 유난히 난간마다 사람들이 걸어 놓은 빨래가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평생 순례만 하면서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까? 기차역에서는 사람들한테 적선(또는 기부)을 받고.. 갠지스 강에 가서는 자신의 몸을 정화하며 기도하고...'

 

 

 

 

Haridwar(하리드와르) 기차역.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람들은 기차를 기다리며 집에서 싸 온 음식들을 가족과 함께 나눠 먹었다.

 

물론 모든 인도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인도 땅이 워낙 넓고 기차 이동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돗자리에, 담요에, 음식에, 물컵, 바가지(화장실에서 쓰는 것)까지... 정말 한 살림 차려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가방에 이것저것을 많이 넣고 다녔다.

 

한편, 주황색 옷을 입은 순례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던 하리드와르. 주황색의 의미는 뭘까?

 

 

 

 

인도인들을 가까이 만나고 있는 시간.. 이 시간이 참 행복했다.

 

 

아침 7시 무렵 기차가 왔다. 그런데 기차에 타고 있는 수많은 인파들... 기차 안이며, 지붕 위며.. 하리드와르 갠지스 강으로 가려는 수많은 순례객들에 기가 질리는 느낌이었다. 역시 인구의 대국답구나...

 

순례객들은 경건한 느낌보다는 뭔가 up 된 느낌이었다. 축제의 분위기랄까? 어린이들은 입으로 부는 플라스틱 장난감 피리를 불기도 했고.. 주황색 티셔츠와 주황색 반바지를 입은 청년들은 서로 장난을 치며 히히덕 거리는 모습이었다. 흠.. 과연 하리드와르 순례의 의미가 이 사람들한테 뭘까.. 갠지스 강에 가는 사람들은 모두 엄숙한 마음으로 갈 줄 알았는데, 막상 순례지에서 느껴지는 순례자들의 태도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up 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엄청난 인파로 인해 기차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기차에서 내리려는 사람과 타려는 사람들로 질서는 없었다.

 

하리드와르에서 리시께시로 가는 사람들은 리시께시까지가 짧은 거리라서 그런지 종종 기차에 무임 승차를 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객실 안에는 berth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기차가 도착하자마자 기차의 난간을 잡고 지붕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로 젊은 청년들이나 어린 아이들.)

 

어렵사리 내 자리를 찾아서 기차에 앉았다. (1시간만 타고 가면 Rishikesh(리시께시)에 도착했기 때문에 SL(sleeper class)을 끊었다.) 내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공교롭게도 다 청년들이었다. 시선을 한 몸에 받으니 민망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동양에서 온 여자 아이가 신기하고, 나는 그들의 생김새와 말, 행동 그 자체가 신기했다.

 

리시께시로 가는 길은 참 예뻤다. 이곳의 땅은 비옥한 모양이었다. 모래 먼지 날리는 황량한 들판이 아닌.. 곡물들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황금 들판.. 제 잎을 무성히 키우고 있는 나무들.. 그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 그리고 창문에 기대어 턱을 괴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인도인 청년.. 황홀 그 자체였다. 그런데 문제는 점점 날씨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 해발 2,000m 정도 되는 Nainital(나이니탈)과 Almora(알모라)에서 지내다가 평지로 내려와 또 다시 뜨거운 태양빛을 만나니 피부가 예민해지는 느낌이었다. 리시케시에서는 그동안 쓰지 않았던 모자가 필수겠다.

 

 

드디어 Rishikesh(리시께시) 역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역에서 내렸다. 리시께시 역시 갠지스 강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순례자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어떤 한 도시를 방문하는 일은 분명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다. 지도나 사진을 통해 머릿속에 그려본 도시가 신기루처럼 내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상상했던 도시의 이미지는 때로는 맞아 떨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 리시께시의 경우에는 상상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는 도시였다. 지도를 보면 이쪽과 저쪽을 금방금방 쉽게 이동할 수 있을 듯 보이는데, 기차 역에서부터 내가 가려는 High Bank(하이 뱅크)는 거리가 무려 8km에 달하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큰 도시였다.

 

기차역 입구 릭샤 스탠드에서 릭샤 가격을 흥정하려고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기차역에서 High Bank까지 8km나 되는지 몰랐다.. 난 왜 지도의 축척을 보지 않았던 것일까.. 몇 백루피를 부르는 릭샤왈라들에게 난 확 반 가격을 불렀는데, 아저씨들은 8km 거리를 그 가격 받는 것은 no way라고 하여 그제서야 거리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릭샤를 혼자 전세 내서 가면 당연히 요금은 비싸지기에 shared Rickshaw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그것도 비싼 요금을 불렀다. 난 내가 외국인이라서 비싸게 받는게 아닐까.. 의심을 하였지만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빛 아래 8km를 갈 방법은 릭샤가 최선이었기에.. 자기 릭샤를 타라고 흥정하는 여러 릭샤 아저씨들 중 누구의 차에 오를까 잠시 고민을 하였다. 그런데 릭샤 가격을 Rs.50까지 흥정을 하기도 했고 어느 한 믿음이 가는 아저씨가 릭샤에 타라고 손짓을 하며 오르길래 나도 그 아저씨를 따라 여인, 아이 등 사람이 꽉 들어찬 그 릭샤에 올랐다.

 

그렇게 shared auto Rickshaw를 타고 Rishikesh 시내를 달리는 길. 실제 도착해서 만나는 도시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또 다른 모습이어서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남인도 시골을 연상시키는 흙바닥에.. 오래된 낡은 건물들 속에 간간이 보이는 현대적 가게들.. 약국.. 슈퍼.. 음식을 파는 식당 등등.. 모든 것들이 다 내게 자극제였고 내 마음은 흥분과 설레임으로 가득 찼다. 아.. 여긴 이런 모습이구나.. 여긴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나는 지도를 보며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여긴 이런 모습이구나~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는 일이 참 재밌다. 릭샤를 타고 달리며 인도를 구경하는 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이다. 인생의 행복한 때를 손에 꼽으라면 난 주저하지 않고 '인도에서 릭샤 타고 달리며 인도를 바라보는 일' 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길을 달리다 보니 아까 나와 같이 기차역에서 내린듯한 수많은 순례객들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High Bank까지의 거리가 무려 8km라는 말에 릭샤에 올랐는데, 릭샤를 타고 달리다 보니 기차역에서부터 갠지스 강가까지 걸어가는 순례객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들은 이렇게 걸어가는 것도 순례의 한 과정으로 생각하는 듯도 싶었다.

 

릭샤는 흙먼지 날리는 길을 지나서 어느새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깨끗하게 깔린 길을 달렸다. 그러다 오른쪽으로는 강이 보이면서 커브가 급격하게 꺾어지는 어느 한 지점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내렸고, 경찰들이 나타나 허공이나 릭샤에 대고 몽둥이질을 하였다. 릭샤 아저씨도 뭔가 불법? 잘못? 을 행하고 있는지 갑자기 차를 이리저리 옮기며 숨는 시늉을 하였다. 그런데 이 상황이 익숙한지 릭샤 아저씨는 "히히~" 하고 웃으며 행동은 긴급한데 표정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선 사람들을 이렇게 몽둥이로 다루는건가... 폭력을 행하는 경찰들이 좋지 않게 느껴졌고 갑자기 뭔가 긴급해 보이는 풍경이 낯설고 어리둥절했다.

 

릭샤를 탄 사람들은 알아서 중간중간 내려 제 갈 길을 갔다.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나 혼자 남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곳 지리가 아직 감이 안 오는 나는 릭샤 아저씨의 등 뒤로 연신, "High Bank 아직 안 왔어요?" 하고 물었고 아저씨는 기다리라며 묵묵히 운전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High Bank 도착. 하이 뱅크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많이 묵는 지역이기도 하고 방값이 싸다고 해서 오게 된 곳인데, 등산로 입구 같은 곳을 지나자 수많은 호텔과 게스트 하우스들이 산길을 따라 펼쳐졌다.

 

나는 Lonely planet에서 보고 눈독 들여둔 Bhandari Swiss Cottage에 곧장 갔다. 그런데 full이란다. 배낭 여행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경치가 확 트인 곳이라고 해서 기대했었는데.. 이런...ㅠ.ㅠ 

 

프론트에 서서 안타까워하고 있는 나를 보고 한 나이 든 서양인 아줌마가 나를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매니저에게 남는 방에 대해 물었다. "OOO씨 오늘 나가지 않아요? OOO호 오늘 비지 않아요?" 그런데 매니저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줌마가 어느 정도의 방을 원하냐고 해서 그냥 잠자고 씻을 곳이면 충분하다고 하자 이 적극적인 아줌마는 싸고 좋은 숙소가 있다면서 나를 옆 숙소로 이끌어 방을 잡는 데 도움을 주었다. "여자 혼자서 한 3일 머무를건데 적당한 방 있나요?" maid까지 있는 이 숙소는 저렴하게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Rs.400~500의 제법 높은 가격을 불렀다. "잠만 자고 씻을건데 숙소 값이 왜 이렇게 비싸요!" 하고 아줌마는 나를 또 다른 숙소로 이끌었다.

 

아줌마가 "이 곳도 싸고 좋아요." 라고 말한 그 곳은 론리 플래닛에서 본 기억이 나는 Mount Valley Mama Cottage였다. "여자 혼자서 3일 머물 저렴하고 좋은 방이 있나요?" 다행히 이곳은 비어 있는 저렴한 방이 있었다. 서양인 아줌마는 임무를 마쳤다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해서 좋은 여행을 하라는 행운의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이 아줌마의 친절이 어찌나 고마웠던지~^^ 매일매일을 낯선 이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다.

 

자신을 'Mama'라고 소개하는 Mount Valley Mama Cottage의 주인 아주머니는 내게 두 방을 보여주었다. 어둡고 습한 1층 방과 전망이 좋은 환한 2층 방.. (두 방 모두 화장실이 딸린 방이었다.) 그런데 두 방의 가격 차이가 Rs.100였다. 한국 돈으로는 Rs.100가 얼마 안 하는 돈이긴 했지만.. 나는 두 방을 왔다갔다 하며 잠시 고민을 했다. 통장 잔고가 아무리 넉넉하여도 budget travel을 지향하고 있던 나로썬 Rs.100가 큰 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도에 왔으면 인도의 물가에 적응해야지. 인도에서 Rs.100가 얼마나 큰 돈인데!!

 

결국 나는 1층 방을 택했다. 1층 방값이 더 저렴해서 선택한 이유도 있긴 했지만, 1층에 머무르면 시골집을 연상시키는 빨래줄과 평상이 있는 마당 풍경.. 사람 좋은 'Mama' 아줌마.. 여행자들이 대화하는 것, 밥 먹는 것 등을 언제든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처마 아래 그늘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ㅎㅎ

 

내가 방을 정하자 '마마'는 간단하게 전기, 불, 물, 문 자물쇠 등 숙소 사용 방법을 알려주었고, 아침 먹었냐면서 아침을 원하면 이 곳에선 음식도 저렴하게 판매하니 언제든지 '마마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마마가 보여주는 메뉴판을 보니 빵, 오믈렛, 커피, 포리지 등 서양식에 파라타, 라이스 등의 인도식도 있었다. ('마마'는 '엄마'라는 뜻. 인도에서도 엄마를 '마마', '엄마' 라고 하는데 세계 어디를 가나 엄마, 아빠를 부르는 호칭이 매우 비슷함이 신기하다.)

 

나는 일단 아침을 먹기 전에 씻고 싶어서 짐을 풀고 샤워를 하기로 했다. 짐을 풀고 있는데 내 옆방을 쓰는 서양인 아가씨들이 나시 원피스를 입고 편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몇몇 사람들은 마마가 차려준듯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 나도 얼른 씻고 저런 여유를 만끽해야지~!!

 

그런데 내 몸이 끈적거려서 습하다고 느껴졌던 방은 샤워를 하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습했다. 방에 있으면 있을수록 습한 냄새와 기운이 엄습해왔다.. 방 자체의 습함도 있는데 화장실이 딸려 있어서 더더욱 습한 것 같았다. 이럴 바에 화장실이 없는 방이 차라리 낫겠다. 아.. 지금이라도 2층 방으로 바꾼다고 할까.. 여러가지 장점을 생각하며 나름 합리화 하여 차지한 1층 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불도.. 화장실도.. 어두운 방도... 그런데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곧이어 들어온 한 커플이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아! 저 커플이 2층의 그 환한 방을 차지하면 어쩌지?!!

 

나는 고민고민 하다가 결국 마마에게 방이 습하다고 지금이라도 방을 바꿀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마마는 이미 2층 방은 그 커플이 차지했고.. 다른 방이 하나 있는데 보겠냐고 물었다. 그 방은 마마네 가족들이 지내고 있는 건물에 있는 방이었는데 방금 사람이 나갔다면서 어떤 남자가 침대보를 정리하고 방을 쓸고 있었다. 그런데 이 방이 훨씬 넓고 깔끔.깨끗하고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공용 화장실을 쓴다는 이유로 방 값이 하루에 Rs.100!! 어야디여~~!! 난 바로 방을 바꾸겠다고 마마한테 말을 하고 짐을 옮겼다. 완전 감사했다^^ 정말 엄마라고 느껴질 정도로 친절하고 따뜻한 마마 덕분에 앞으로 이 곳에서 잘 지내다 갈 수 있을 것 같다.

 

 

방도 기분 좋게 옮겼겠다, 이제 밖으로 나가 리시께시를 느껴봐야지~!! Almora(알모라)에서 입맛이 없고, masala 음식이 속에 안 맞을 때 Lonely planet에 나온 피자, 파스타를 판다는 리시께시의 '먹을 곳' 목록을 보고는 리시께시에 오길 얼마나 갈망했었던가!  (인도에 온 이후 처음으로 '서양' 음식이 너무 당겼다. 특히 동생이 보내준 드라마 <파스타>를 보고는 Sri Lanka에 있을 때부터 파스타 생각이 정말 간절했었다. 알리오 올리오~!!)

 

나는 당장 파스타를 파는 Green Italian Restaurant을 찾아갔다. Lonely planet에는 이 레스토랑이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장작불로 구운 채소 피자와 뇨키와 카넬로니를 비롯한 수입 파스타를 먹기 위해 스와르그 한복판에 있는 이곳으로 끊임 없이 찾아온다.'

 

 

Green Italian Restaurant가 있는 스와르그로 가기 위해선 Ram Jhula(람 줄라) 다리를 건너야 한다.

 

 

엄청난 규모의 커다란 람 줄라 다리. 갠지스 강 위의 이 다리는 오직 사람들만 건너갈 수 있는 다리인데, 가끔씩 오토바이가 지나가기도 했다.

 

다리를 건너 스와르그 아슈람이 있는 쪽으로 넘어갔다. 갠지스 가트가 있는 이 곳 리시께시에도 하리드와르에서 봤던 주황색 순례자들이 엄청 많았다. 그런데 여긴 하리드와르와는 달리 좀 덜 경건한 느낌이다. 순례자들이 내게 말을 걸고(대부분의 순례자들이 남자-주황 티셔츠에 주황색 반바지를 착용), 나를 보며 "beautiful!"을 외치고, 내 사진을 찍고, 놀리고, 웃고... 꼭 놀림 받는 기분이었다.

 

 

 

 

Green Italian Restaurant에 도착했다. 이곳은 Swarg Ashram 근처에 있다.

 

서양식을 파는 곳이라서 그런지 역시 식당에는 서양인 여행자들이 있었다. 리시께시에는 이곳 외에도 중동, 유럽 등의 continental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들이 많다.

 

 

 

 

이곳에선 중동 음식 Falafel, Hummus를 비롯하여 pizza, pasta 등 International dish들을 팔았다. 나는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와 레몬 소다를 주문했다.

 

 

 

 

스리랑카에서부터 그렇게도 당기던 파스타! 인도 우유로 만들어서 그런가.. 치즈가 약간 비릿하지만 맛은 있었다. 그런데 식감이 고무 같아 실망.. 알리오 올리오인데 마늘 가루를 넣었는지.. 마늘은 보이지 않고.. 구운 마늘 좋아하는데 아쉬웠다.

 

그래도 Chowmein과는 차원이 다른 파스타로 만족하자. 간만에 맡는 허브 향(아마도 오레가노..?)도 좋으니 말이다. ㅎㅎ

 

한편, 통유리로 되어 있는 식당 밖으로는 좁은 골목 사이로 지나다니는 리시께시의 주황색 순례객들이 보였다. 그들은 식당 안의 내가 신기한지 연신 식당 안을 들여다보며 지나갔는데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 찍기 시도도..

 

그런데 이 순례객들은.. 순례를 온건지 놀러온건지 모르겠다. 경건한 모습도 아니고.. 마치 친구들이랑 놀러온 느낌을 풍기는 순례객들이 많았다. 게다가 순례객 청년들이 지나갈 때마다 진동하는 땀냄새는 정말...ㅠ.ㅠ 순례객들은 주로 젊은 청년들이었는데 휴일도 아니고 평일인데다가 방학도 아닌데 학생들일리는 없고.. 대체 뭐하는 사람들일지 정말 궁금했다.

 

 

 

 

밥을 먹으면서 보였던 바깥 풍경. 서점이 하나 있었는데 'Pasta'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또 다른 책 하나는 Aravind Adiga의 <The White Tiger(화이트 타이거)>. 아까 숙소에서도 어떤 서양 여자가 읽고 있었는데, 어느 서점을 가더라도 꼭 만나게 되는 이 책은 나도 꼭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이후 내 최애 소설 중 하나가 된다.)

 

그토록 먹고 싶었던 파스타. 아침도 안 먹었는데 한 접시를 다 못 비웠다.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주인이 음식이 안 좋았냐고 물으며 small stomach를 가졌단다. 이 말에 문득 Sunitha가 생각났다. 항상 내게 "you have a small stomach."라며 잘 먹으라고 이것저것 챙겨주고 어쩔 땐 먹여주기도 했던 수니따.. 수니따가 그립다.

 

 

 

 

고무 같았던 파스타를 먹고 나니 소화가 잘 안 되고 머리 아프고 배도 아팠다. 좀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Lakshman Jhula(락슈만 줄라) 쪽으로 산책을 하기로 했다.

 

 

 

 

락슈만 줄라 가는 길. 길이 참 깨끗하고 좋았다. 길 양쪽에는 Yoga, meditation, massage center들이 있었다. 원래 이곳은 요가와 명상으로 유명했던 것일까? 아니면 비틀즈가 다녀간 이후로 더 유명해진 것일까? (론리 플래닛에 따르면 1960년대 비틀스가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아슈람을 머문 이래 리시께시는 영적 추구자들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나와 있다.) 어쨌든 나도 이곳에 왔으니 요가와 명상을 한번쯤 배우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날이 너무너무 덥다! 내일이라도 당장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곳의 햇빛은 대단했다.

 

한편, 여성 서양인 여행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시 티나 발목이 보이는 치마, 반바지를 입고 다녔다. 내가 보수적인 남인도 시골 마을에 있어서 그랬던 것일까? 발목이 보이는 것은 인도에서 가장 야한 일이라고 들은 나는 철저하게 긴바지만을 입고 다녔었는데 서양인들은 그런 것을 모르는 것인지, 개의치 않아 하는 것인지.. 짧은 옷들을 잘 입고 다녔다.

 

멋진 리시께시의 풍경들을 구경하며 걷고 있는데 주황색 청년 순례객들이 또 나를 놀렸다. 왜 서양인들에겐 안 그러면서 이 동양 여자애는 그렇게도 잘 놀리는 것일까?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아님 혼자 다녀서 그런가... 순간, Q랑 같이 왔어도 놀림을 당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적한 돌담길을 지나 Lakshman Jhula(락슈만 줄라) 다리 쪽에 다다르자 상점들이 즐비한 사람 북적거리는 골목이 나타났다. 그 곳에는 Caffe Coffee Day도 있었고 Himalaya cosmetic shop도 있었다. 나는 마침 로션이 다 떨어져 히말라야 샵에 가서 크림과 화이트닝 크림을 샀다.

 

 

 

 

Lakshman Jhula(락슈만 줄라) 다리. 참 견고해 보이는 Ram Jhula도, Lakshman Jhula도 걸을 땐 약간씩 흔들거렸는데 아슬아슬~ 재밌었다. 이 다리를 건너자 Devraj Coffee Corner - German Bakery & restaurant이 나타났다. 이곳은 다양한 나라의 음식, 특히 빵, 파스타, 피자 등 다양한 서양식을 파는 곳이라 그런지 서양인들이 많았다.

 

사진은 Devraj...에서 찍은 것. 전망이 정말 좋았다. 나는 이 전망 좋은 곳에서 Papaya juice 한 잔을 시켜놓고 사원과 갠지스 강, 가뜨 풍경, 사람들...을 구경했다.

 

 

 

 

다리를 건너는 수많은 사람들과 갠지스 강 가뜨에서 목욕하는 사람들.

 

 

 

 

 

 

가뜨(Ghat)의 풍경.

 

 

 

 

거대한 13층 높이의 Swarg Niwas Temple(스와르그 니와스 사원).

 

 

 

 

갠지스 강과 산과 사원.

 

 

다리를 건너자 약간의 가파른 언덕이 나타났고, 그 언덕을 오르자 몇몇 상점들이 있는 넓은 광장이 나타났다. 아까 Devaraj coffee corner에서 파파야 주스를 마시긴 했지만 날이 너무 더워 또 목이 말랐다. 한쪽에서 Mausambi(모삼비)를 즉석에서 갈아 파는 주스 노점상이 보였다. 그런데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비쌌다. 결국 그냥 Slice mango juice를 사먹었다.

 

광장을 지나서는 여러 과일.채소 가게들과 작은 슈퍼들이 즐비한 거리가 나타났다. 나는 그쪽에서 물과 바나나를 샀다. 그리고는 한 10~15분여쯤 걸었을까.. 다시 High Bank가 나타났다. 리시께시 거의 한바퀴를 다 돌아본 것이다. 이제서야 리시께시 지리가 이해가 된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미드 <NCIS>를 보면서 쉬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살인자가 나오고.. 시체가 나오는 NCIS가 무섭고.. 폭력적이고.. 충격적이긴 한데.. 이걸 볼 때마다 재밌고.. 일종의 뭐랄까.. 대리만족..? 성취감.. 뿌듯함을 느낀다. 사건을 해결되는 과정이 뭔가 납득이 가고.. 범죄자의 심리도, 피해자의 심리.. 그리고 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경찰들의 심리도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흠.. 생각해보니 자꾸만 무서워도, 충격적이어도, 폭력적임에도 NCIS를 보는 이유는 당장은 해결이 안 되는 수많은 트라우마와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 내가 NCIS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NCIS의 사건은 언제나 풀리고 해결되기 때문이다.

 

4 Aug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