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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etano Donizetti(가에타노 도니제티)의 오페라 L'elisir d'amore(사랑의 묘약)을 보고왔다.

비도 오고 계속되는 컨디션 난조로 공연을 가지 말까 고민하였지만, 난 할 수 있어! ㅠ.ㅜ 밥도 먹고 과일과 견과류도 챙겨먹고 에너지를 준비해서 초콜릿 간식까지 든든히 챙겨서 갔다.

 

사랑의 묘약 공연

 


커튼은 처음부터 이미 올라가 있어서 무대가 먼저 공개된채로 연주 시작. 그런데 처음부터 발레 무용수들이 등장을 하는데, 뭔가 연출에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리고서 오페라단 대거 등장으로 합창이 시작되었는데 무대 의상이 왜 이렇게 중구난방이던지, 시대 배경조차 혼란스러운데 왜 이렇게 Adina는 오늘따라 새침떼기던지. 내가 좋아하는 Adina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뭔가 연출하는 의도가 있겠지 생각하고 그를 계속 읽어보려고 했다. Adina 역의 Irina Ioana Baiant는 비가 와서 그런지 계속 음정이 sharp도 되었다가 flat도 되었다가 왔다갔다 하는데, 가수 컨디션은 그럴 수 있는거니까 거기까지 OK. 그런데 왜 이렇게 노래 부르는 데 높은 음의 기교만 있지 영혼이 하나도 없던지. Nemorino 역의 Alessandro Luciano는 또 첫소리 듣고 엄청 놀랐다. 몸에 비해 성량이 엄청 작아서 지금 노래 부르기 싫은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실 한국 오페라의 가능성을 보고 싶었기에 공연을 간 부분도 있어서 감동에 벅찬 공연 후기를 쓰기를 원했다. 지난번 국립오페라단의 윌리엄 텔 공연이 좋았기에 이 공연 역시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다. '한국' 또는 '동양 나라' 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고싶지 않았고, 그렇기에 곡에 집중하고 예술성 부분을 감상하고 싶었다. 그런데 발레 무용수들부터가 너무 생뚱맞았다. 전혀 가수에 집중 안되게 무용수들이 무대 곳곳에서 시선을 분산시켰고, 무대 준비 자체도 예산이 부족했던 것인지.. 준비 부족인가 싶을 정도로 허술했다. 그래도 예산 부족이 아니라 <윌리엄 텔>처럼 최소한의 무대 장치로 상징성 가득한 작품을 연출하려나 싶었는데 그도 아니었다.

무대와 연출은 그렇다치자, 그런데 두 주인공인 Adina와 Nemorino 역의 두 외국 가수가 너무 영혼 없이 부르고 성량도 작았고, 특히 Nemorino가 Belcore와 이중창을 하거나 합창과 함께 노래할 때에는 그 중창의 묘미를 전혀 느낄 수 없어 답답했다. 그래서 그런지 Adina, Nemorino 모두 주요 아리아들이 끝난 후 객석 반응이 어정쩡하고 시큰둥했다.

 

 


오늘 공연에서 말 그대로 '연기'를 하는 배우는 오직 Dulcamara 역의 유준상 씨 뿐이었다. 묵직한 톤으로 균형감 있게 연기하며 노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Belcore 역의 박경준 님 역시 가사 전달력이 좋고 성량 역시 좋았다. 또한 Giannetta 역의 이지현 님 역시 노래가 좋았다. Dulcamara의 유준상 씨와 Giannetta의 이지현 씨가 노래할 때가 이 공연에서 유일하게 숨통 트이고 유일하게 예술성이라는 부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대표 아리아라고 할 수 있는 'Una furtiva lagrima' 는 그래도 Nemorino 역의 가수가 준비를 많이 했겠지, 아무리 성량이 작아도 이 정도는 실망시키지 않겠지 싶어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이 기대 역시 무너졌다. 오히려 오케스트라의 하프와 바순, 클라리넷 소리가 아름답게 도드라져 들려왔다. 전혀.. 음악을 끌고가는 힘이나 무대 장악력을 느낄 수 없었다.

 


또한 연출/기술팀에 의한 interruption은 계속되어, Act 2에서는 Nemorino와 Adina의 이중창에서 심지어 무대 조명이 꺼지고 객석 조명이 들어오는 사태가 발생했고, 중요 포인트에서 무대 전환으로 둘의 이중창이 살아나지 못했고, 마지막 합창 부분에선.. 왜 무대 배경으로 이 오페라의 making film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 너무 무대 장치나 연출이나 가수들에 의한 몰입 방해가 심했던, 좋지만은 못한 공연이었다.

예술성이나 철학은 전혀 느낄 수 없었고, Donizetti의 음악도 느낄 수 없었다. 마치 무슨 학예회하는 것처럼 너무 어설프고 도대체 공연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공연 마치고 너무 허탈했다.

너무 비판만 해놓은 것 같아 나로써도 아쉽지만, 오늘 공연은 정말로 그러했다. 힘든 컨디션에 일부러 몸 만들어가며 힘들게 갔는데, 내 시간이 아까웠다.

 

 

 



오늘 예술의 전당 Gaetano Donizetti의 오페라 L'elisir d'amore(사랑의 묘약)을 보고 기쁘지 못했던 마음을 만회하고자, The Metropolitan Opera production의 L'elisir d'amore(1991) - Kathleen Battle(캐슬린 배틀), Luciano Pavarotti(루치아노 파바로티) 주연 영상을 보았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Una furtiva lagrima(남 몰래 흘리는 눈물) 바로 감상하기

 


첫 시작부터 이렇게나 깔끔하고 좋은데.. ㅠ.ㅜ 이렇게나 좋은 오페라를 그렇게 연주했단 말인가..!! 사실 오늘 연주에서는 전통적 사랑의 묘약이기보다 뭔가 새로운 연출을 보여주고싶었던 것 같은데 시도는 좋았지만 일관성이 없고 모든 연출의 포커스는 결국 가수의 노래를 통한 극의 전달에 있지 않냐는 생각인데, 도무지 Donizetti가 추구하던, 가수가 가진 목소리를 최대한으로 발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예술성을 잘 느낄 수 없어서 아쉽고 아쉬웠다. 사실 개인적인 바람은 이 극을 통해 Richard Wagner의 오페라 Tristan und Isolde(트리스탄과 이졸데)까지 생각해보는 것이었는데, 예술을 통한 또 다른 예술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일은 오늘 잘 되지 않았다.

위 영상에서 Kathleen Battle의 안정적인 Adina 역할이 좋고, Nemorino 역의 Luciano Pavarotti야 뭐~ 그냥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L'elisir d'amore(2005) - Rolando Villazón(롤란도 빌라존), Anna Netrebko(안나 네트렙코) 주연 공연에서 Rolando Villazón(롤란도 빌라존)의 풍부한 연기력과 가창력이었다. 특히 'Una furtiva lagrima(남 몰래 흘리는 눈물)'가 정말 좋다. Pavarotti(파바로티) 연주는 예상 가능한 연주지만, 이 가수의 연주는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래.. ㅠ.ㅜ 오늘 공연에서 이 정도의 예술성은 나와줘야하지 않았나 싶다.

 

롤란도 빌라존이 부르는 Una furtiva lagrima(남 몰래 흘리는 눈물) 바로 감상하기


그리고 한편, 어제 토요일은 두 남녀 주인공을 맡은 가수들이 한국 연주자들이었는데 차라리 한국 분들이 하는 공연을 봤으면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오늘 두 외국 연주자가 별로였고 한국 연주자들의 연주들이 훨씬 더 감명깊게 다가왔다. 여러모로 아쉬운 오늘의 공연이었지만, 좋은 가수들의 영상을 통해 이렇게 또 공연에서 충족받지 못했던 감동들을 다시 느껴보았다.

19 May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