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9 서울시향 유카페카 사라스테의 라벨 공연 관람 후기 | 롯데콘서트홀 이용 경험 | 나는 왜 기록하는가
Olivia올리비아 2023. 4. 23. 23:562019 서울시향 유카페카 사라스테의 라벨 - 공연 감상 후기
많은 감상을 썼지만 글자수 제한으로 간단 후기
1. Ravel, La Valse(라벨의 라 발스)
베이스로 먼저 울려주고 바이올린의 짧은 트레몰로, 이어서 점차 악기들이 하나 둘씩 합하여져가면서 장대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이 곡. 무척 멋졌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는데, 큰 소리로 한 번 빵! 터져주니, 오 보통의 연주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익히 알고 익숙한 곡이지만 새삼스럽게 새롭게 멋졌다. SPO 단원들도 엄청 파이팅 넘치고 무엇보다 지휘자의 사인에 경청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스위스 쪽의 합리주의적인 캐릭터와 스페인 쪽의 자유분방한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 라벨의 곡이었다. 기본 뼈대는 왈츠 느낌을 유지하되 그 위에 라벨 특유의 다양한 컬러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덧입힌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들으면서 계속 춤추듯이 몸이 들썩이게 되려는 것을 공연중이니까 좀 자제해야 했다. 팀파니가 무척 인상적이었고, 간만에 비올라의 사운드가 분명하게 들리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만났다.
Jukka-Pekka Saraste(유카페카 사라스테)의 연주는 생각보다 더 드라마틱한 느낌이어서 조금 의외라고 느꼈지만 참 좋았다. 그런데 그 드라마틱한 느낌은 Karajan(카라얀) 같은 지휘자의 드라마틱함과는 결이 다른 표현력이었다. 오케스트라는 well-organized 된 느낌 그 자체였는데, 하나하나 논리적 이유를 가지고 질서정연하게 음악을 쌓되, 그 안에서 사운드의 부피와 공간을 부풀리고 줄이고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 느낌은 세 번째 연주곡인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에서도 느낀 지휘자님의 전반적인 지휘 느낌이다.
2. Mozart, Concerto for 2 Pianos(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연주자들 sound quality가 굉장히 좋았다. 이후 앵콜 곡과는 다른 사운드였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Mozart sound'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1st 주자의 오른손 검지손가락 터치가 왜 그러지, 이상하게 소리가 잘 안 들리고 아슬아슬했다. 이 부분은 연주 내내 종종 신경이 쓰였지만, 전체적인 연주를 살펴보자면 음악의 표현이나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좋아서 곧 큰 신경을 안 쓰게 되었다. 1st 주자의 소리는 로맨틱하고 통통 튀었고, 2nd 주자는 약간 묵직하고 진중한 소리였다. 두 사람의 성격 역시 연주 스타일 그대로이지 않을까 싶었다. 1st 주자가 기가 막힌 스케일들을 연주해내면 2nd 주자는 베이스와 함께 굵직굵직하고 심도있는 연주를 보여주었다. 두 연주자의 호흡은 매우매우 좋았다. 보통 피아노 협연을 하면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배경으로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음악처럼 되고 디테일이 간과되기도 하는데, 지휘자님의 지휘는 협주곡에서도 빛을 발했다. 베이스 담당 첼로들의 연주가 좋았고, Mozart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호른 역시 반짝반짝 빛났으며, 지휘자님은 시종일관 오케스트라의 모든 소리들을 하나하나 각 잡고 컨트롤을 했다. 협연 연주는 정말 매우매우 좋았다. 가끔씩 소리가 뭉개지게 들리는 현상이 있었지만, 이 실황 연주조차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연주는 좋았고, 앵콜 곡 역시 안 시켰으면 어쨌을까 싶을 정도로 협연 연주와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 연주자들이 반가웠다.
3. Ravel, Daphnis et Chloe Suite(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가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벌써 끝났나 아쉬울 정도로 집중해서 들었다. 라벨은 정말 소리를 자유자재로 배치할 줄 아는 소리의 마술사구나 싶었다. 오케스트라 파트 파트마다 고도로 집중하여 듣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관 파트 주자들의 실력이 무척 좋아서 감동이었다. 지휘자님은 참 왼손을 적극적으로 잘 쓰시는구나 싶었다. 왼손 표현력이 정말 예술. 합창과의 조화도 좋았고 장대한 느낌이 좋았다. 한 프레이즈 프레이즈마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 초집중하여 들었는데, 사실 연주가 좋고 감동적이었지만 한 번 듣는 것으로는 부족하여 한 번 더 이해해보려고 집에 오면서 또 들었다. 오늘 지휘자님 연주는 굉장히 논리적으로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그래서 알아듣기에 명료했고 깔끔한 군더더기 없는 연주였다고 말하고 싶다.
공연을 마치고
오늘 연주는 이번에 한국 와서 본 공연 중 가장 좋았다. 3시간밖에 못 자서 컨디션이 별로였는데, 그럼에도 최상으로 즐긴 최고의 연주였다. 물론 음향적 밸런스나 감수성 등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좋은 부분을 봤다. 곡들을 더 공부해봐야겠다. 5월의 밤바람도 참 산뜻하고, 행복한 밤❤
24 May 2019
유카페카 사라스테의 라벨 공연 - 못다한 이야기
오늘 일몰은 이곳에서.
요즘 해가 길어져서 일몰 시간이 거의 8시. 낮이 길다.
뽀로로는 임시 전시 작품인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대로 있네~ 🎼지휘하는 뽀로로도 귀엽고 ☔singing in the rain 뽀로로는 얼굴이 가로등보다도 우산보다도 크고 엄청 귀엽다😁
오늘 Jukka-Pekka Saraste(유카페카 사라스테)의 라벨 연주는 좋았다. 그런데 Maurice Ravel의 La Valse와 Daphnis et Chloe의 사이에 굳이 왜 생뚱맞게 W.A.Mozart의 2 piano concerto를 넣은 것인지 프로그램 상 의아하긴 했다. 작곡가 간 시대가 통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히 무슨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닌 것 같고... 연주회 주제는 유카페카 사라스테의 라벨로 잡아놓고 Lucas & Arthur Jussen 형제가 가운데 샌드위치처럼 끼어서 Mozart의 연주를 했다니... (물론 이들의 연주는 빛났고 칭찬해주고 싶다..!) 차라리 Maurice Ravel 같이 French composer인 Francis Poulenc의 concerto for 2 pianos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핀란드 지휘자가 'French' 감수성으로 한 연주회를 구성하는 것은 무리였던가..!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뭔가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지휘자님의 연주는 매우 인상깊게 다가오긴 했는데, 과연 그것이 정말 Maurice Ravel의 감수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냐.. 는 약간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다. 연주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 이건 뉘앙스의 부분도 있기 때문에.. 흠... 그냥 잘하는 것과 뉘앙스까지 표현해내는 부분은 다른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건 정말 말 그대로 'talented' 해야.... 연주는 잘 보았는데 이런저런 다양한 측면에서 많은 생각 해보게 된다.
그나저나 오늘 또 새삼스레 느낀 점은 롯데콘서트홀 공간 내 시설물 영어 표현들이 상당히 영국식이라는 것..? 인도에서 쓰던 영어들 그대로여서 익숙하긴 한데 미국 문화에 친숙한 한국에서 미국 느낌이 아니어서 오히려 새삼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UX. 공간이 어떻게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하고, 공간이 어떻게 곧 사람들에게 일종의 화살표가 되어 아주 자연스럽게 길을 안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콘서트홀에 들어서서 공연을 관람하고 귀가할 때까지의 동선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극장들이 원형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야외 테라스나 홀 내에 standing table이 많은 것과 그 테이블의 크기에 따라 사람들이 머무르는 시간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도 최근의 경험들과 연관지어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나 왜 이런거 생각하고 있지😂 그냥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는 일이 재밌나보다. 그런데, 으.. 벌써 새벽 3시 30분이다. 나는 왜 잠을 미루면서까지 이 별 대단치도 않은 글들을 자꾸 쓰고 싶고 기록하고 싶은걸까?
프랑스의 철학자 몽테뉴(Michel Eyquem de Montaigne, 1533-1592)는 자신의 에세이를 세단계로 썼다고 했다. 처음에 쓴 에세이에 두 번째는 새로운 생각을 보태 조금 길게 하고, 세 번째는 복잡하게 고친 뒤, 이 세 단계를 거치면 마지막에 주석까지 달아 마무리했다.
생각은 언제나 불완전하며 인간과 시대는 늘 변한다. 그 급변하는 시대 속, 사람들은 어떻게 사고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핵심 가치는 무엇이며, 무엇이 우리를 이끌어가고 있는지. 그렇다면 오늘 하루 우리의 삶을 더욱 이롭게 하는 데에 내가 가진 재능과 생각들은 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그냥 그런 생각들을 해본다.
항상 마음에서 떠오르는 말이 있다. 대상에 대한 사랑은, 그 대상을 알고 싶은 관심이라는 것(curious). 따뜻한 세상 같지만 겉모습을 따라 쉽게 판단해버리고(judge by its cover), 사람의 내면의 가치에 대한 부분들은 많이 간과된다. 오늘 서울시향의 연주는 화려하고 멋졌지만, 한편 딱 거기까지인 것이 아쉽다. 모두가 들뜬 잔치 같은데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편, so.. what..? Jussen 형제의 경우에도 그들의 연주력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그들 외모에 대해 가치 평가하는 글들을 더 많이 보면서 어쩐지 씁쓸해지기도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새벽에 쓴 아무말 대잔치. 새벽 글은 위험해 ㅠ.ㅜ
25 May 2019
'클래식 음악의 모든 것 > 클래식 음악 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213회 정기 연주회 - 드보르작 특집 (0) | 2023.04.23 |
---|---|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 예술의 전당 관람 후기 | 루치아노 파바로티, 롤란도 빌라존 공연 추가 감상 (0) | 2023.04.22 |
박영민의 말러 제3번 공연 관람 후기 |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말러 교향곡 3번 감상 후기 (0) | 2023.04.22 |
로시니 오페라 윌리엄 텔(Guillaume Tell 기욤 텔) - 예술의 전당 한국 초연 관람 (0) | 2023.04.20 |
오페라 토스카(TOSCA) - 예술의 전당 콘서트 오페라 라이브 공연 (0) | 2023.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