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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213번째 정기 연주회를 보러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정기 연주회


아는 사람들이 단원으로 있기에 선입견을 가지고 감상하지 않기로~ 냉정하게 관람하리라 생각했다😁

 


이번 연주회는 Antonín Dvořák(안토닌 드보르작) 특집이었다. 구성은 서곡, 협주곡, 교향곡으로 딱 교향악단의 전통적인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이다.

 

1. 오텔로 서곡

첫 금관 소리가 아쉬웠지만, 점차 사운드의 균형을 찾아가는 듯 보였다. 첫 곡부터 밸런스가 맞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그래도 나와줄 때 빵빵 나와주니 오케스트라 기량이 좋긴 좋구나 하고 느꼈다.

다만, 곡이 끝나면 여운도 좀 느끼고 싶은데, '누가 누가 박수 빨리 치나' 경연대회에 나온 사람들 때문에 아쉬웠다.


2.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나단조

워낙 유명한 곡이기도 하고 또 좋아하기도 해서 기대가 되었다. 첼리스트 주연선 님의 첫 소리를 듣고 특유의 묵직한 소리에, 소리가 좋아서 놀랐다. 첼로는 악기마다 정말 다양한 음색들이 있고 특히 연주하고 관리해주는 사람에 따라 음색이 결정되는구나 싶다.

첼리스트는 1악장의 어려운 테크닉들을 정말 잘 소화해냈다. 그런데 곳곳에서 소리가 조금 작은 것이 안타까웠다. 1악장을 듣는 내내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많이 도드라졌다. 특히 관 파트가 많이 튀어서 개인적으로는 음악의 디테일들을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첼로와의 조화나 이 곡이 첼로 협주곡임을 전제로 한다면, 관악기들이 너무 크게 튀어나왔고 때때로 템포를 놓쳐서 첼로가 뭐라고 이야기하고 있는지가 잘 안 들릴 정도여서 이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관 파트 주자들의 기량들이 정말 좋음을 느끼면서 이는 곧 2부에서 연주될 교향곡 6번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1악장 클라이막스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대단했으므로 1악장이 끝나고는 반드시 관객 박수가 나오겠구나 예상을 했는데, 정말로 박수가 나왔다. 그 정도로 오케스트라의 1악장 연주가 좋았다.

 


2악장 역시 좋았다. 다만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첼리스트의 저 좋은 연주 테크닉을 가지고 좀 더 깊이감 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었다. 그러나 이 또한 하나의 해석이므로 존중하는 마음 가운데 계속 감상을 이어나갔는데, 이제 오케스트라와 첼로 간 사운드 밸런스도 맞아가고 하니 그 어느 때보다도 감상이 편했고 때때로는 내 스스로의 감상에도 잠기게 되는, 아주아주 편안한 감상 시간이었다. 오늘따라 또 주변 관객들 감상 예의도 아주 좋았어서 너무너무 편안하고 좋았다. 악장님의 바이올린 연주도 훌륭했다.

3악장 역시 나무랄 것이 없었다. 드보르작만의 금관의 반짝임이 좋았고, 드보르작 감성에 푹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3악장의 클라이막스가 정말 좋았다. 첼리스트와 오케스트라 모두 음악에 푹 빠져서 혼연일체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3. 드보르작 교향곡 6번

드보르작이 야심차게 작곡한, 4악장 구성의 교향곡 중 첫 교향곡.

단원들이 인터미션 때 에너지 충전을 잘했는지 1악장부터 패기가 넘쳤다.

드보르작 6번 연주는 너무 편안하게 잘 감상을 해서 좋았다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정말 2부 연주는 관람 분위기도 더 좋아져서 시야 가림도 없었고 더할 나위 너무나도 쾌적한 감상이었다.

단원들 한 명, 한 명 연주를 다 살펴보았는데 모두들 열정 있는 개개인의 연주자였다. 이는 지난 번 부천 필의 말러 3번 교향곡 연주회에서 느낀 것과는 달랐다. 연주 무대에 설 때, 연주자들이 말 그대로 '일' 하고 있는지, 정말로 '연주'를 하고 있는지는 느껴지기 마련인데, 오늘의 연주자들은 특히 교향곡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정치용 지휘자님은 교향곡 전악장을 암보로 연주하는 열정을 보여주셨다. 지난번 말러 교향곡과는 달리, 오늘은 정치용의 '드보르작 교향곡 제 6번'이 남았다. 사운드도 두 말 할 필요가 없었다. 1st/2nd 바이올린의 스테레오 사운드까지 느낄 정도로 현 파트는 완전히 하나가 되었고, 첼로의 피치카토의 음색이 예술이었으며 더블 베이스 역시 멋졌다. 관 파트 한 악기, 한 악기 모두 멋졌고, 팀파니 역시 너무나도 멋졌다. 그 장대한 말러 교향곡 3번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장대한 사운드를 드보르작에서 느낄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안하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간 연주회였는데 연주가 기대 이상으로 정말 좋아 미소가 절로 나왔다.

 

예술의 전당

 

마지막 앵콜 슬라브 무곡은 더한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쉬크하게 마무리. 정말 좋은 연주로 말러 교향곡 3번에 대한 아쉬움을 다 보상받은 듯 하다.

23 May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