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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제248회 정기연주회 - 박영민의 말러 제3번


한국에 와있는 동안, 장장 100여 분, 6악장의 말러 교향곡 3번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나로써는 흔치 않을 것 같아서 연주회에 다녀왔다. 컨디션이 썩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말러 3번 감상을 위해 밥도 평소보다 조금 더 먹고 에너지를 준비해서 갔다.

 


객관적 정보도 있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과 감상을 적어본다. 오늘은 무언가 길게 적지 않고, "좋은 연주였다." 한 마디만 쓰려고 했는데 집에 오니까 또 그게 안되네..😆 연주 끝나고 나니 컨디션이 더 떨어져서 숨도 차고 어지러움에 난리도 아닌데 마침 어머니께서 내가 좋아하는 새우 튀김을 딱!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계셔서 그렇게 단백질도 먹고 곡물가루도 우유에 타서 달달하게 조금 마시면서 말러 3번 재감상. Lucerne Festival Orchestra(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Claudio Abbado(클라우디오 아바도) 조합인데, 첫 시작부터 베이스의 텐션이 장난이 아니다..! 연주에서 충족 못받았던 말러 3번의 텐션과 균형감들을 충족받으면서 어쩔 수 없이 또 타이핑하고 있는 나😂 눈은 졸음이 가득하고 몸은 곤하지만 오늘 안하고 내일 기록하면 생생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을까.

 

 


부천 필은 10여년 전 임헌정 지휘자가 부르크너 시리즈 연주할 때 접한 이후 정말 오래간만의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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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arl Maria von Weber _ Concerto for Clarinet No.2

연주자는 분명 기량이 있는 연주자임이 확실했으나, 1악장부터 흥분하여 스케일이 빨라지고 오케스트라랑 합도 안 맞고.. 약간 긴장하면 그럴수도 있지 싶었다. 무대 위 여유를 찾으려는 모습도 좋고 잠깐잠깐의 테크닉들이 귀를 사로잡고 표현력도 좋아서 계속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연주였다. 그런데 3악장은 내가 아는 그 3악장이 아니었다. 붓점 리듬 하나도 안들리고.. 계속 달리기만 하는 느낌이었다. 테크닉만 들려올 뿐 연주 철학은 전달이 안되어서, 연주 준비 소홀이 아닐까 싶을만큼, 내가 여기 왜 앉아있지, 조금 기분이 나빠지려고까지 했다. 아무리 실수해도 괜찮지만, 좀 너무했다. 연주자의 기량과 표현력이 훌륭함은 캐치했지만, 준비가 많이 안되었거나 혹은 많이 긴장했나보다. 그래서 오늘의 연주는 좀.. 너무너무...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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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Gustav Mahler _ Symphony No.3

첫 시작이 뭔가 어수선하고 balance가 안 맞는 느낌에 어리둥절.. 뭔가 정돈되지 않은건지 아님 콘서트홀 음향이 원래 이랬던가ㅠ.ㅜ 아님 요즘 너무 좋은 스피커에 귀가 길들여진 것인가..! 뭔가 음향이 나올 듯 말듯 꽉 차는 음향이 아니어서 이게 뭐지 싶었다. 원래 chaos 악장이긴 한데 이건 곡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1악장 중반쯤 가자 현들이 하나가 되면서 균형을 되찾고 그 위에 금관들이 빵! 빵! 덧입혀지니 이제서야 뭐가 좀 맞는 듯 했다. 꽃과 식물에 관한 2악장의 예쁨이 좋았고 콘트라 베이스는 아예 활 내려놓고 피치카토만~ 3악장의 무대 밖에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호른 솔로가 좋았는데, 그 부분을 들으면서 늘 어딜 가나 이방인 취급받던 배경 속 말러의 고독함이란 어떤 깊이었을지 생각도 해보았고, 4악장의 알토 솔로가 좋았고, 5악장의 합창이 좋았으며, 6악장 대망의 Langsam 악장.. 바이올린이 5악장에서 한 템포 쉬면서 에너지 비축하더니 6악장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 특히 악장님의 가녀리고 light한 사운드가 인상적. 주제 선율이 너무 멋져서 이 악장에서만 여러 번을 감동하였다.

 


이번 연주에서 느낀 것은, 부천 필이나 지휘자의 연주에 집중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오직 말러의 3번만 내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말러가 이렇게 썼구나, 말러가 이걸 이렇게 표현했구나. 등등 모든 것이 연주자의 연주를 본 느낌이라기보다 작곡자 말러를 만나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사실 부천 필의 연주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할 말이 없다. 악장님 사운드가 인상적이었고, 트럼본 수석이 멋졌으며, 더블 베이스가 무척무척 멋졌다는 것 정도. 하프는 좋아하는 악기라 연주 들으면서도 정말 좋았는데 이상하게도 연주자들은 기억에 남지 않았다. 이렇게 말러만 남는 현상을 느꼈다면 한편 굉장히 좋은 연주였거나 거꾸로 연주에 임팩트가 없었다는 말이 되는데... 부천 필이 열심히 연주해준 것을 알고 격려의 박수를 보냈지만, 이상하게도 '박영민의 말러 제 3번'은 내 마음에 남지가 않고 오직 말러라는 작곡가의 3번 교향곡만 남았다.

 

 

 

 

말러 3번 교향곡 공연 마치고, 밤의 장미🌹

 

17 May 2019

 


어젯밤 <박영민의 말러 제 3번> 공연 후 집에서 또 본 Claudio Abbado(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말러 교향곡 3번.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말러 교향곡 3번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3번 감상하기


연주를 보고 온 직후였고, 라이브 연주에서 크나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었지만 부천 필의 연주에선 느끼지 못한 불충족감이 있어서 보이는 연주로, <Luceren Festival 2007> 영상으로 들었다.

어제는 주변 관객들의 감상 태도가 좋지 못해 계속 음악 몰입에 방해를 받아서 속상했다. 리듬 타는 손가락 제스처나, 마지막 악장의 finale인 팀파니의 사라지는 듯한 그 멋진 연주에서는 발랄하게 고개를 흔드는 모습까지... 클래식 음악은 누구에게나 오픈되어 있고 전문지식이 있지 않더라도 누구나 이 말러 연주를 즐길 권리가 있기에 그 감상하는 모습 역시, 그럴 수 있어. 하고 존중해주고 싶었지만, 계속 '나의 말러' 감상 몰입에 방해를 받자 외면하고 싶었고 하지만 계속 보였고 느껴졌고 하필이면 중요한 순간들마다 방해를 받았다. 그럼에도 말러의 '그' 순간들을 느끼며, "그래도 연주 잘 들었어." 하며 긍정 마무리를 했다. 그래야 속상함이 덜할테니까.

 


하지만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내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느낌은, 어제 공연 중 타인에 의해 몰입에 방해를 받음으로써 뚝뚝 끊긴 말러에 대한 인상이었다. 오페라 <윌리엄 텔>을 본 그 다음날 아침 또다시 떠오르는 공연의 감동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어제 공연에서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긴 받았고 속상하긴 했나보다. 속상함이 아직 해결이 안된 것이다. 라이브 공연은 기회있을 때 보면 정말 좋지만, 한편 내가 귀하게 듣고 싶은 곡은 함께 관람하는 peer audience에 대한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신중해야겠다 싶다. 라이브 공연.. 앞으로는 기회가 있다고 함부로(!...?) 보게 되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좋지 않은 느낌을 계속 간직하고 싶지 않아서, 어제 못다 본 Abbado의 연주를 봤다. 말러의 음악 속에서 어제의 속상함을 위로받고 싶기도 했고 더욱 집중도 해보고 싶었다.

 

 

 

 


Lucerne Festival 2007의 연주자들은 무척 화려하다. 그만큼 이 말러 3번 교향곡을 연주하는 자부심도 있어보이고 professional함이 철철 넘친다. 정말 놀라운 점은 100여 분 동안의 연주, 그것도 말러의 연주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연주자들 대부분이 고도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6악장도 마치 1악장 초반을 연주하는 것처럼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Abbado의 연주를 들으면서 진한 위로를 받았다. 1악장의 빛나는 금관, 2악장의 발랄함, 3악장의 아련함, 4악과 5악장의 인성과의 조화.. (5악장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새로웠다.) 대망의 6악장은... 말러 교향곡 5번의 Adagietto 느낌도 조금 나는데.. Abbado가 연주하는 6악장은 약간 절제된 듯 차분하지만, 그렇기에 터져야 할 클라이막스에서의 카타르시스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어제 실황으로 미처 못 느꼈었던 그 카타르시스가 충족되고.. 이후 팀파니의 둥-둥-거리는 연주는... 이 세상에 모든 아름다운 인생을 쏟아내고 아름답게 퇴장하는 한 영혼의 뒷모습이 떠오르는 연주랄까... 그런 이미지가 스치는데 지휘자 Abbado의 얼굴이 화면어 비추어지니.. 그 모습이 마치 Abbado의 삶이지 않을까, 오버랩이 되기도 하였다. 팀파니의 마지막 잔향까지도 무척 아름다운데.. 6악장을 마무리하는, 모든 악장의 마무리인 단 하나의 음은 1분 이상 계속 지속된다... 말로 표현은 안되지만, 그 표현을 통해 아.. 이것이 말러라는 사람이구나.. 아.. 이것이 말러라는 사람만이 음악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감동이구나 싶었다. 게다가 Abbado의 지휘... 정말 카메라들이 이 연주 장면 연출을 잘했다. 마지막에 오케스트라를 비추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 곡을 끝내는 Abbado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여 잡아주었는데.. 이 대곡의 연주를 마치는 Abbado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음이 사라지고 나서 그 잠깐의 여운의 시간.. Abbado는 내면의 모든 감정이 스치는 듯 했다.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닌데도, 그 느낌이 왠지 공감이 되어서 울컥 눈물이 났다. 그리고는 공연장의 정적... 그 여운까지 포함하여 Abbado가 자신의 연주를 완전히 마치고 지휘봉을 내려놓자 그제서야 쏟아지는 관객들의 박수.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도록 너무나도 좋은 여운이었다.

 

18 May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