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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토스카(TOSCA) - 정식 오페라 공연인줄 착각하고 갔던 콘서트 공연
공연을 본 지가 꽤 되서 뭔가의 공연을 보고 싶었는데, 마침 Giacomo Puccini(자코모 푸치니)의 <TOSCA(토스카)> 공연이 있었다.
간만에 오페라를 보고싶기도 했고 Puccini(푸치니)의 오페라를 정말 좋아하기에 안 볼 이유도 없었다. 예매 당시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었기에, 토스카 공연이 이렇게 이렇게 있는데 같이 갈래? 하며 티켓을 예매해달라고 지인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오늘, 당연히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으로 달려갔는데, ??? 왜 닫혀있지 의아했다. 날짜를 착각했나 의심도 해봤지만 그건 아니었다. 콘서트홀로 가보라는 어떤 분의 말씀에 의지해서 콘서트홀에 가서 티켓을 수령하긴 했는데 티켓에 콘서트홀로 적혀있는 그게 너무 의아했었다. 토스카 공연 날도 오페라 못지않게 딱 오늘 하루뿐인 것도 그렇고 공연장이 갑자기 바뀐건가, 오페라를 더러 콘서트홀에서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인지 아리송했다. 공연 정보를 분명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 오페라극장 탭에서 봤던 것 같은데🤔 그런데 나처럼 착각하여 오페라 하우스로 오신 분들이 꽤 계셨었음. 그러나 애초에 공연정보를 꼼꼼히 못 본 내 불찰인걸로😂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고서야 알게 되었다. 오케스트라가 여느 클래식 공연 하듯이 메인 자리에 셋팅되어 있고 오페라 극 연출은 아주 최소로 되어있었다. 그제서야 이것이 '콘서트 오페라'임을 알게되었다. 내가 정말 정신이 없긴 없었나보다 싶다ㅠ.ㅜ 평소 아주 신중하고 꼼꼼한 스타일인데(그래서 더러는 병이 날 정도로) 이번만큼은 정말, 그냥, 토스카네~ 공연이 뭐라도 좋으니까 그냥 너무 보고싶어~ 하고 아무 의심 없이 예매했던 것이 원인.. 심지어 미리 공부를 하면 기대치가 높아지기에 지휘자나 출연 음악가 정보조차 살펴보지 않고 정말 머리를 비우고 갔다. 그냥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자체가 좋아서 토스카는 토스카겠지 싶었는데, 분명 토스카는 토스카였으나 기대했던 토스카는 아니었음ㅎㅎ 재밌는 해프닝😂
아무튼 그런 우여곡절이 있었던 공연인데, 정말 말 그대로 오페라공연을 원했었기에 약간 아쉽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바로 생각이 바뀌어서 오래간만에 예당 콘서트홀을 경험해보는 좋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당은 전체적으로 별로 많이 바뀐 것이 없고 모든 것이 거의 그대로여서 약간 놀랍기도 했다. 이 정도면 뭔가 더 변화가 있어야 될 때가 아닌지 의아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외형적인 모습은 그대로이지만 내실에 내실을 다져나가는 모습과 창의적인 기획들과 양질의 공연들을 받아오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공연 이야기로 들어가서, 서울 시향의 첫 시작이 너무나도 좋아서 공연의 종류를 착각했다는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곧 연주에 모든 주의 집중이 되었다. 일단 서울 시향 첫 사운드가 뭐랄까.. 정말 silky해서 놀랐다. 내가 예당 콘서트홀을 너무 오래간만에 경험해서 오는 충격인가 싶기도 했지만 오케스트라의 기량에서 나오는 사운드가 확실했다. 지휘자 John Fiore의 지휘를 유심히 보았는데 표현력이 참 섬세하고 풍부하여 그 모습에 오늘 공연은 성공적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언제나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Puccini가 잘 쓰는 Harp. 아... 정말 푸치니의 음악은 너무나도 로맨틱 그 자체이다. 개인적으로는 푸치니의 La Boheme에서 느낄 수 있는 뉘앙스의 로맨틱함이 토스카에서도 느끼는데 분명 그 결은 다르다. La Boheme은 대놓고 로맨틱인데, Tosca는 극의 내용이 내용이라서 그런지 비장함 속 로맨틱함이 아슬아슬 나올 듯 말 듯 자리하는 느낌이다.
ACT 1에서는 하프도, 오르간도, 관악기들의 각각의 특색들이 무척 다채로웠다. 그리고 Cavaradossi의 Recondita Armonia는 아름다움 그 자체..💕 심쿵.. 이 맛에 푸치니의 음악을 듣는 것이며, 이 공연에 정말 잘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했다. 사실 Cavaradossi 역의 Massimo Giordano는 오늘 컨디션이 안좋았는지 성량도 잘 안 나오고 뭔가 약한 모습이었다. 또한 ACT 1에서는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만족스러웠지만, 전반적으로 반주가 너무 큰 나머지 가수들의 발음이 잘 들리지 않았고 특히 Tosca인 Jennifer Rowley가 노래하는 부분에서 오케스트라가 너무 크고 Tosca의 발음이 많이 뭉개지게 들려서 이것이 가수의 컨디션인지 밸런스의 문제인지 잠시 생각하게 되었으나 어찌되었든 밸런스는 다소 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 콘서트의 특징이, 항상 오페라에서 오케스트라는 너무 중요하면서도 한편 오페라 무대 장치나 가수가 많이 돋보여서 약간 소외 아닌 소외를 당하는데 오늘만큼은 오케스트라의 음악적인 요소에도 집중해보자는 취지의 콘서트였기에, 한편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더 크게 부각된 것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오페라 극의 밸런스로 보자면 많이 균형이 흔들린 것이 사실. Tosca가 Cavaradossi에게 너무 어리광(?)을 부려서... 아~ 적당히 좀 하고 이제 그만 좀 가주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그래도 눈동자는 검은색으로 해줘요." 라며 끝내는 드립 아닌 드립으로 관객이 웃음바다가 된 것도 재밌었다.
그리고 성가대의 합창 부분은 참 좋았는데, 뭔가 더 나왔으면 좋겠는데 푸치니가 딱 그만큼만 배정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하지만 Te Deum에서 Scarpia가 정말 돋보였다. Lucio Gallo의 노래 실력과 성량이 상당했는데, 성가대를 넘어설 정도의 성량이긴 했으나 버거워보이긴 했다. 이때 있는 힘을 다해 노래하면서 침도 엄청 튄 것은 안 비밀😁 아무튼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미워할래야 미워할수가 없는 매력을 듬뿍 보여준 Scarpia.
오늘의 공연이 콘서트 오페라인만큼 극 연출은 최소한으로 하여 상상력을 자극하였는데, Scarpia는 극 2막에서 칼에 찔린 뒤 쓰러져서 죽는데 2막 마친 후 지휘자 퇴장 시까지도 쓰러져있어 과연 커튼 없는 콘서트홀에서 그 연기 flow를 어떻게 해결할지 무척 궁금해서 intermission임에도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결국 작은 가림막을 든 두 도우미들이 나타나 Scarpia가 막 뒤에서 일어났고, 그 모습을 다 보고 있었던 관객들은 박수를 치고 Scarpia는 손을 흔들며 수줍게 화답😆 재밌었다.
ACT 2의 절정은 아무래도 Tosca의 아리아인 Vissi d'arte, vissi d'amore(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였다. 이때 딱 오케스트라 반주와 성악가의 사운드 밸런스가 정말 잘 맞았다고 느꼈다. 지휘자가 일부러 그렇게 연출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Tosca의 목소리가 아주 선명하게 잘 들렸고 관객 몰입도는 최고였으며 아리아 마지막 부분 잠시간의 pause에서는 관객에서 기침소리 하나 없이 일동 숨죽이고 긴장, 정지. 정말 오늘 관객들은 감동적일 정도로 공연 매너가 정말 좋았고 덕분에 이 아리아가 더욱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
Tosca의 아리아인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는 내용은 너무 슬픈데 선율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공연보러 오기 전, 뮤지컬 <Miss Saigon>의 Bui Doi를 들으면서 '역설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대화를 하였는데, 결은 다르긴 하지만 이 아리아 역시 굉장히 슬픈 상황이 원망스럽도록 아릅답다.
intermission 때마다는 단원들 다 퇴장하도록 제일 늦게까지 남아있다가 매번 조율하는 하프 연주자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하프를 너무 좋아하기에 오늘 하프 연주자도 많이 집중해서 보았다.
ACT 3. 아.. 3막은 정말이지.. 3막 시작 시 첼로 독주.. 연이은 이중주가 정말정말 아름답고 아름다웠다. 첼로 수석이 연주가 뛰어나서 공연 끝나고 만나보고 싶을 정도였다(물론 공연 끝나고 첼로 수석은 단독으로 박수를 받았다.). 첼로의 이중주에 콘트라베이스의 둥둥거리는 베이스가 너무너무 좋았고, 그를 이어받은 하프, 연이어 클라리넷의 연주... 그 3박자가 너무 좋아서 감동이었다. 오케스트라의 표현력이 너무 뛰어났기에, 사실 이 토스카라는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Cavaradossi가 부르는 E lucevan le stella(별은 빛나건만)는 임팩트가 너무 약하게 느껴졌다. 이 아리아가 끝난 후 관객들은 어떤 마음으로 박수를 쳤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서울 시향과 이를 지휘하는 John Fiore의 지휘가 너무너무 감동적이어서 그를 위하여 박수를 쳤다. 정말 진심으로 이 실황 연주는 레코드가 있다면 구입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고, 서울 시향이 정말 준비를 많이 했구나 싶었다.
두 번의 intermission을 거쳐서 140분이라는 시간은 눈 깜짝할 새 흘렀고, 집중해서 즐겁게 본 콘서트였다. 음악이 이렇게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나 싶을 정도로 훌륭했던 Puccini의 음악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다. Tosca를 듣는 내내 Puccini가 정말 대단하며 서울 시향이 진짜 연주를 잘 하는구나, 지휘자 John Fiore의 지휘력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비록 오페라를 보는건줄 착각하고 예매하긴 했지만, 그냥 콘서트 오페라라고 미리 알았더라면 안 봤을지도 모르겠는데 엄청난 착각을 했기에 마주할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공연이었다. 독일이나 프랑스 쪽에서 오페라의 미니멀리즘이나 참신한 연출을 많이 시도하던데, 그런 실험 예술까지는 아닌 일종의 말하자면 갈라 콘서트 형식의 공연이었지만 이런 공연은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깊이 듣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척 환영받을만한 공연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오늘은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집중하는 데에 있어 성악가의 말 소리가 몰입도를 낮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늘은 정말로 푸치니의 오케스트레이션에 푹 빠질 수 있었던 날이었다.
오늘 공연에서는 Cavaradossi가 특히 좀 많이 아쉬워서 집에 와서 몇몇 가수들 것을 들어보았다. 그 중 오늘은 Giacomo Aragall의 Cavaradossi가 정말 마음에 든다. 보이스도 보이스지만 그의 여유로운 연륜이랄까. Massimo Giordano 역시 훌륭한 성악가이지만, Aragall의 연주는 그보다 훨씬 노래하는 데에 폭도 넓고 무엇보다도 여유가 있어서 좋다.
이로써 재밌는 해프닝과 함께 우여곡절 콘서트 후기 끄-읕! 공연이 끝나고 콘서트홀을 나오니 약간 차가운 밤공기에 나뭇잎들이 뿜어내는 기분좋은 자연의 향기들이 무척 좋았다. 사실 추운 날씨에 조금 돌아다녔다고 요즘 장경인대와 발목이 또 말썽이다. 벚꽃을 잘 못 봐서 너무 아쉬워서 벚꽃 찾아 산책 나갔던 날 2만보를 걷고나자 그날부터 또 시작이다. 평소 아픔을 잘 참고 엄살이 적은 나인데도 불구하고 장경인대는 한 번 아프면 특정 각도로 무릎을 구부리는 순간 악 소리가 절로 나도록 너무너무 아프다. 내리막길 내려오는 것이 힘들고 계단 오르내리기는 더더욱 힘이 든다. 그래서 오늘 역시 나오는 데에 무리가 있는건 아닐까 살짝 걱정이었는데 어젯밤 열심히 마사지해준 덕분인지 오늘은 아슬아슬하지만 비교적 별 통증 없이 외출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오늘은 무조건 음악회라며 그간 못 누렸던 문화생활 꼭 누리고 싶어 티켓 예매했는데 장경인대가 또 발목잡았다면 정말 울 뻔..😂 교향악축제를 놓친 아쉬움도 컸었기에 공연 하나가 꼭 보고싶었는데 다행히도 오늘 정말 잘 다녀왔고 음악회 역시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4월 30일. 참 아름다웠던 4월을 마무리한다.
30, Apri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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