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 라흐마니노프의 우울증 치료를 도운 니콜라이 달 Nikolai Dahl 박사
Olivia올리비아 2022. 5. 24. 08:20오늘 아침 음악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
Sergei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2 in c minor, 2nd movement
원래 2번의 3악장을 들으려다가 2번의 2악장이 우연히 플레이되서 들었는데 2악장이 참으로 아름답다.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끊임 없이 벗어나는 조성, large chord, arpeggio의 broad, wide한 면을 좋아한다. 간만에 들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ㅠ.ㅜ 살짝 차가운 가을날 아침에 참 잘 어울리는 음악인 듯.
어린 시절부터 가정의 몰락, 아버지의 부재, 형제의 죽음 등의 너무나 큰 일들로 참담한 시절을 보낸 라흐마니노프. 학생 시절 생애 처음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인정을 받으며 화려한 데뷔를 하였으나, 뒤 이은 교향곡 1번의 혹독한 비평, 약혼자 가정의 결혼 반대, 기대하며 만난 존경하는 작가 톨스토이마저 자신의 음악을 혹평하자 그의 우울증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물론 톨스토이가 사과하긴 했지만 상실감으로 몸부림칠 때, 주변의 권유로 만난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Nikolai Dahl)'. 의사이자 아마추어 비올라 연주자, 열광적인 음악 애호자였던 그는 자기 암시 치료로 라흐마니노프의 우울증 치료를 도왔고, 결국 라흐마니노프는 우울증에서 벗어나 곡을 작곡했는데, 그 곡이 바로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하고 현재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달 박사에게 헌정했다.
우울증을 극복하고 최고로 아름다운 곡을 쓴 라흐마니노프. 확실히 환경이라는 것은 때론 사람을 짓누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가능성을 가둬둔다. 혼자서는 이 모든 것을 벗어날 힘이 도저히 없을 때 그의 곁에서 힘을 북돋아준 달 박사. 그가 음악 애호가이기도 했다니 라흐마니노프에게 자기암시 치료와 함께 얼마나 많은 힘이 되었을지 잠시 상상해본다.
우울하고 고단했던 예술가의 삶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가장 최고의 예술 작품을 만나는 통로, 길이 되기도 한다.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통해 그의 정서를 감지해본다. 그의 음악은 우울하지만 아름답고 슬프지만 찬란하다. 그가 그의 삶에서 경험한 모든 아픔들은 예술의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어 그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만들어낸다. 예술가는 이렇게 자신의 고난과 아픔을 딛고 그것을 그저 슬픔이 아닌 아름다움으로까지 연결하고 창조해내는 능력이 있기에 예술가라고 불리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내 인생에서 어떤 예술 작품을 만들고 남길 수 있을까?
음악을 공부해 온 사람 입장에서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 박사를 바라보면, 음악가의 인생에서 음악을 같이 들어주고 공감하고 대화할 수 있는 인생의 companion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음악을 듣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에너지를 얻는다. 음악을 전문적으로까지 논하지는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함께 감상하며 이것저것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그 사람이 남자친구, 남편이라면 더더욱 행복할텐데.. 라는 생각을 해 본다. :-)
31 Oct 2017
크리스티안 짐머만(Krystian Zimerman)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전악장
(2악장은 11:08부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