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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 30 | 달랏 여행 Da Lat | 크리스마스 이브 | 쑤안 흐엉 호수 Xuan Huong lake | 숙소 옮김 | 월동용품 구매 | 베이커리 구경 | 베트남 교회

 

아침. 나는 이 호텔 숙박비 4박을 agoda(아고다)를 통해 예약&결제했지만 2박만 자고 2박은 포기하고 나오기로 결정했다.

 

배낭을 짊어지고 프론트 데스크에 이르자 아침으로 인스턴트 누들을 먹고 있던 두 명의 receptionist가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본다. 

 

체크아웃을 하겠다고 하니 조금 놀라더니 이내 여권을 내어주었다.

 

과연 이들에게 agoda에서 메일을 보낼지... 잘 모르겠다. 환불을 못 받는다 하더라도 나는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보다는 손해를 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나왔다.

 

사람이란 그런 것 같다. 환경이 참 중요하고 잠자리가 중요함을 여행을 하면서 많이 느낀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벌써 나이가 들었다는 뜻일까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젊다고 해서 구차하게 힘든 환경에서 견딜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내 성격 같으면 돈 500원, 1,000원을 아끼기 위해 어떤 환경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돈 조금을 더 주고 내가 조금 더 편안한 방법으로 선택을 하게 되었다. 돈에 대한 관념, 내가 돈을 쓰는 방식은 확실히 캄보디아 경험 이후로 많이 변화된 것 같다.

 

 

 

달랏 시장 쪽으로 향하다가 골목 한 귀퉁이에서 국수 장수를 만나게 되었다.

 

 

 

아침 국수. 

 

베트남어를 잘 하지 못해 이름도, 어떤 음식인지도 잘 모르지만 현지인들이 아침으로 이걸 많이 먹는 것을 봐 왔었다. 베트남까지 왔는데 이 경험 한번 못해보고 가면 아쉽겠다는 생각에 나도 자리에 앉았다.

 

나는 이 오동통한 우동 같은 면보다는 가느다란 실면을 더 선호하지만 이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아침을 먹고 산책 겸, 운동 겸 달랏(Da Lat) 도심의 골프장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학교인가..? 한 담장에 붙어있던 광고.

 

이곳에서도 태권도를 가르치다니.

 

과연 작고 작은 나라 한국의 영향력이 대단하긴 하구나.

 

 

 

 

이곳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는 곳인가 보다.

 

이렇게 체스도 가르치고.

 

 

 

 

달랏 골프장.

 

 

 

 

골프장 옆 도로.

 

 

 

 

이런 중심가에 다다르게 되었다.

 

(나는 이 중심가가 내가 묵었던 숙소 인근일 줄은 이때는 미처 몰랐다. 달랏 전체는 워낙 구불구불한 도로들의 연속이기에, 도로와 도로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만나지는 경우가 만났다.)

 

 

 

 

Xuan Huong Lake(쑤안 흐엉 호수).

 

그 둘레가 무려 7km에 달한다고 한다. 호숫가 따라 운동하기에 딱 좋을 듯.

 

 

 

 

호숫가 근처에서 뭔가 방송을 열심히 하길래 궁금해서 들어가 봤다.

 

 

 

 

무슨 박람회인 듯싶었는데, 아직은 대낮이라 상인들이 장사 준비 중이었다.

 

 

 

 

 

베트남의 소수민족들과 그 지역의 농산물, 특산품을 전시하는 부스인 것 같다.

 

 

 

 

커피로 유명한 베트남답게 역시 빠질 수 없는 것이 커피.

 

 

 

 

내가 베트남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질 좋고, 맛이 너무나도 훌륭한 커피를 매일 마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진상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엄청난 지름의 커피 핀들이 쫄-쫄-쫄~ 커피 만들어내는 중.

 

이런 장면을 보면 나도 모르게 행복해진다. 매일 아침을 신선한, 진하고 향긋한 커피 향을 맡으면서 시작하고 싶다.

 

 

 

 

박람회장을 나와 다시 호숫가를 걸어 시내 중심가로 돌아가려는데 낚시하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띈다.

 

이 Xuan Huong lake(쑤안 흐엉 호수)는 인공 호수라고 들었는데, 그래도 고기들이 제법 있나 보다.

 

낚시 경험이 전무한 나는, 문득 낚시하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시내 중심가 쪽 호수 풍경.

 

 

 

 

 

꽃의 도시답게 온갖 꽃으로 이 호수 인근 공원을 꾸며놓았다.

 

많은 젊은이들이, 연인들이 이곳에 와서 점심을 먹고, 또 사진도 많이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는 하루 숙박비 US$10인 이 호텔, 이 공간을 즐기기로 한다. 더 이상 호텔 밖에서 방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참으로 깔끔한 호텔이었다.

 

 

 

 

벽걸이 tv에 테이블과 의자, 냉장고, 옷장까지 있다.

 

그리고 날이 워낙 추워서 그런지 따뜻한 물과 함께 아티초크 차(artiso tea)도 구비되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 차가 아티초크 차인지 나는 잘 몰랐다. 그저 이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마시는 차인데 차 맛이 좋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것이 아티초크라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더욱 아티초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즐기게 되었다.)

 

 

 

 

이렇게 거울 달린 화장대도 있어서 나는 이곳에서 무엇인가를 적거나, 또는 마시고 먹기도 하였다.

 

 

 

 

호텔 밖으로 보이는 전경.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 모습이 보여서 참으로 좋았다.

 

밤의 경험은 더욱 특별했다. 침대에 누우면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들이 보임은 물론, 키 큰 나무 사이로 재빠르게 지나가는 고산지대 특유의 안개구름들도 감상할 수 있었다.

 

 

새롭게 옮긴 숙소는 무척 깔끔하고 쾌적했지만 난방 장치가 없어 무척이나 추웠다.

 

 

 

안 그래도 체질상 몸이 무척이나 차고 추운 나는 몸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 연초까지 이 지역에서 지내려면 아무래도 이 기후에 적응해야 했다.

 

모자라도 사기 위해 달랏 야시장을 찾았다.

 

나는 털 모자를 20,000 dong (약 US$1)에 샀다. 물론 흥정은 필수였는데 내가 원하는 가격에 잘 산 것 같다. 저쪽 언덕 위 달랏 극장 근처에서는 US$3 정도를 부르던데 이곳에서는 US$1에 사다니... 역시 발품을 파는 대로 좋은 가격에 좋은 물건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알록달록 모자들.

 

달랏 사람들의 필수품.

 

 

 

 

나는 너무 추워서 두꺼운 양말 하나도 샀다.

 

 

 

 

달랏에서 유명한 LINH HOA 베이커리.

 

크리스마스 분위기 한가득이다.

 

 

 

 

색소폰 부는 산타가 가게 입구에서 손님들을 반긴다.

 

 

 

 

케이크 사러 온 수많은 사람들.

 

이 베이커리에는 언제나 항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이렇게 작은 미니 케이크도 판매한다. 가격이 25,000 VND. 약 US$1.20. 참으로 저렴한 가격이어서 나도 하나 사서 촛불 하나 켜놓고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낼까 하다가 케이크가 별로 먹고 싶진 않아서, 굳이 케이크보다는 그냥 길거리의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기로 했다.

 

 

 

 

인상적이었던 것.

 

두리안 파운드 케이크.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결국 못 먹어보고 도시를 떠났다. ㅠ.ㅠ)

 

 

 

 

베이커리 한편에서 열심히 빵 굽는 사람들.

 

나도 빵 만들던 시절이 그리워졌다. 다시 반죽을 만지면 어떤 느낌일까?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

 

 

내가 이곳에 도착하던 날부터 계속 준비 중이더니 이제 거의 오픈 임박한 새로운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꽤 이곳에 공을 들이는 듯했다.

 

조금만 더 일찍 완성했더라면 내가 첫 게스트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ㅎㅎ

 

 

 

 

숙소 쪽으로 향하다가 한 언덕길 발견.

 

사람들도 올라가길래 나도 무심코 올라가봤는데 교회가 있었다.

 

 

 

 

캄보디아보다 교회나 성당이 더욱 일반적인 베트남.

 

베트남의 교회는 어떨지 궁금해서 입구를 서성이다가 나도 들어가 보게 되었다.

 

 

 

 

 

아직 예배 시작 전인지 입구에서는 안내원들이 성도들 자리를 안내하고 있었다. 나도 그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오게 되었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착석해 있었다.

 

성당인지, 교회인지 궁금하였는데 성모 마리아 상은 눈에 띄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일찍 숙소에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교회를 만나니 나도 예배를 드리고 들어가기로 하였다.

 

 

 

교회는 시설이 매우 깔끔하고 좌우 벽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크리스마스 예배 관련 광고들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베트남어는 잘은 모르지만 영어에서 차용한, 또는 영어 그대로를 쓴 몇몇 글자들을 통해서 대략의 분위기와 흐름이 이해될 듯하였다.

 

 

 

 

이윽고 촛불을 든 성가대의 등장과 함께 예배가 시작되었다.

 

 

 

 

전 세계인이 다 아는 크리스마스 캐럴, 찬송가가 장시간 불렸다.

 

 

 

 

찬송은 계속 이어졌다.

 

교회의 유아부부터 초등, 중등, 고등, 대학부, 청년부, 장년부, 노년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팀이 크리스마스 찬송을 준비하였다. 교회의 전 성도가 이날을 위해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한 듯싶었다.

 

 

 

 

 

약 1시간 넘게 찬송이 진행되더니, 복음 관련 연극도 진행되었다. 

 

그러고는 목사님의 길지 않은 설교가 있었고, 기도 후 예배가 끝났다. (카톨릭 성당이 아니었다.)

 

저녁 7시부터 9시 조금 못 되기까지 약 2시간에 걸친 크리스마스 이브 특별 예배였다.

 

미처 예상치도 못했던 곳으로의 발걸음은 타국에서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장만한 나의 월동용품들.

 

한국 돈으로 약 2,000원이 안 되는 돈으로 알뜰하게, 실하게 장만을 잘하여 뿌듯했다.

 

모자를 쓰니까 완전 겨울 분위기. 정말 포근했다. 

 

1,000원으로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니. 역시 돈은 편리한 것이긴 하다.

 

한편, 손이 많이 탄 것은 가슴 아프긴 하다. 고산 지역은 햇빛이 한번 나면 따뜻하긴 한데 어떤 때는 너무나도 강렬하여 쉽게 잘 타기도 한다. (그래서 고산지역 어린아이들 볼이 빨갛게 탄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어떤 곳보다도 미백 제품과 선글라스가 필수인 곳이 고산 지역임을 새삼스레 다시 실감하게 된다. 앞으로 손에도 미백 크림을 듬뿍 발라야겠다.

 

나는 이렇게 베트남의 고산지역, 추운 기후 속에서 2014년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24 Dec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