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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으며 Rawana fall(라와나 폭포) 가는 길.

 

 

폭포까지 가는 길은 이렇게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가야한다.

 

 

한 굽이를 돌 때마다 어떤 풍경이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굽이굽이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스리랑카의 자연.

 

 

 

 

 

푸르른 하늘.

초가을 같기도 하고~

아~ 마음이 참 시원하고나:)

 

 

 

저~ 멀리 폭포가 보인다!

 

 

카메라로 가까이 끌어당겨 바라보니 이런 모습이구나~

세찬 물줄기가 쏴- 하고 떨어지는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폭포에 도착했다.

 

에..?

근데 뭔가 좀 이상하다...?

폭포에 도착했는데 아무런 표지나 비석도 없고..

그냥 이 폭포 하나다..

이상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음.. 아무래도 이상해.

이게 라와나 폭포가 아닌가?

 

이상한 마음에 가던 길로 더 걸어본다.

 

 

길을 걷다보니 아까 본 폭포가 또 나타난다.

아하~ 방금 전 폭포는 그냥 아기 폭포였구나..^^

 

 

정오 무렵이 다 되자 햇볕이 더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는데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니 마음이 시원해졌다.

 

 

폭포에 당도하기 전.

아~ 역시 유명 관광지엔 이렇게 상점들이 없을리가 없지~

Fuji film, 라면 가게 등 여러 가게들이 보인다.

혼자 가이드북도 없이 걷느라고 1시간 반 이상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걸었었는데..

이런 가게들과 사람들을 만나니 갑자기 반갑다..^^

 

 

푸르고 푸르고 푸르도다~

 

 

드디어 도착!

Rawana fall~!!

 

잉~ 근데 영어로 된 설명이 없다...ㅠ.ㅠ

 

이곳에 도착하니 폭포 구경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한 장사꾼이 다가와 stone을 사겠냐고 물으며 계속 따라온다.

난 매몰차게 거절했다.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려는데 장사 상인을 만나니

기분이 갑자기 확 나빠졌기 때문이었다.

 

그 상인을 빠른 걸음으로 피해 다시 폭포 감상에 집중했다.

 

 

 

높은 곳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

이 물줄기는 양쪽이 가파르게 깎인 협곡으로부터 굽이굽이 돌아 아래로 떨어진다.

 

 

쏴- 쏴- 쏴-

 

 

자연 앞에서 너무나 작아 보이는 사람들.

대자연의 위엄...

 

 

 

지금 와서 사진을 보자니 바위 군데군데에 숫자 8과 함께 나뭇잎이 그려져 있는 것이 보인다.

얼마 전부터 여행 이야기를 다른 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이 여행 포스트들을 한 카페에 글보내기를 하고 있는데,

숫자 8과 나뭇잎 사진을 올리자 몇몇 분들이 내가 궁금해 하던 바를 답변해 주셨다.

 

 

정말 감동이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D)

역시 사람들과 함께 나누니 내가 가진 것들이 배가 된다.

몰랐던 것도 이렇게 알게 되고..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이 참 행복하다:)

 

 

폭포 근처를 둘러보다 보니

푸르고도 보랏빛을 띠는 신비로운 빛깔의 나비들이 날아다녔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카메라 배터리가 거의 다 떨어져갔다.

zoom은 차마 못하고 아쉽게나마 나비를 카메라에 담아보려 안간힘을 써 보지만

나비들은 촬영을 안 하면 가만히 있다가도

그 아름다운 자태를 찍어보려고 카메라를 슬금슬금 꺼내면

카메라를 용케 피해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이 아름다운 빛깔의 나비들..

한 쌍으로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자 또 그가 생각났다.

저 아름다운 나비 한 쌍이 그와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난 카메라에 나비를 담을 수 없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나비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 곳으로 소풍을 온듯한 흰 교복을 입은 스리랑카 중.고등학생들이

그림을 그리는 나를 단체로 한참을 쳐다봤다.

쳐다보면 어떠랴~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아름답게 그림을 담고 싶다는데^^

 

흐르는 계곡물이 내 발을 시원하게 간지렸다.

 

 

 

폭포에서 바라 본 풍경.

저 건너편 다리 아래 풀섶에는 원숭이들이 참 많았다.

숙소 주인이 이 곳에 가면 원숭이를 많이 볼 수 있다더니

실제로 특이하게도 흰 무늬가 몸에 군데군데 난 원숭이들이 많이 볼 수 있었다..

 

 

 

폭포 주변의 가게들.

뭔가의 불을 피우는데 그 풍경이 참 멋졌다.

 

 

 

저 버스는 다시 Ella(엘라) 중심가로 돌아가는 버스다.

 

 

다시 계곡.

계곡물이 흐르며 근처의 바위들을 점점 침식시킨다.

 

 

폭포를 드리운 나무 그늘.

 

 

 

 

나뭇잎들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참 화사했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

스리랑카의 맑은 공기와 자연을 통해 몸이 치유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비들이 노닐던 자리.

이 자리에서 물에 발을 담그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며 잠시 동안의 휴식을 취했다.

 

 

 

다시 엘라로 돌아가려는데

내가 아까 매몰차게 거절한 장사 상인이 다가온다.

알고 보니 폭포 근처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분이셨다.

또 나한테 stone을 사라고 할까봐 슬금슬금 피해

다른 아저씨에게 Ella(엘라)로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냐고 물으니

자기 가게 앞이 정류장이라며 여기서 기다리란다.

 

거기서 그렇게 기다리는데

다시 장사 상인이 다가오더니 나에게 Jackfruit(잭 프룻)을 먹으라고 2개나 건넸다.

때가 꼬질꼬질한 손으로 과일을 손질한지라 위생적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내 몸에는 병균을 방어하는 면역 체계가 작동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그 정이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워서 받아 먹었다.

 

먹어보니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Jackfruit 중 단연 최고의 맛이었다!

와~~!! 이렇게 맛있을수가!

내가 맛있게 먹으니 아저씨가 더 원하냐며 과일을 들어 보였지만

난 괜찮다고 했다.

 

미안했다.

사람을 경계하고.. 장사꾼이라고 싫게 여기고 피하고.. 매몰차게 길을 돌아갔었는데..

자기를 그렇게 매몰차게 거절한 사람에게 이렇게 과일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갑자기 내가 너무 부끄러워졌다.

 

사실 여행을 하다 보면 동양인은 한 눈에 보기에도 눈에 딱 띠므로

어딜 가나 주목을 받길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그 관심과 시선들이 좀 부담스럽고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좀 예민했던 것도 같다.

그리고 난 정말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러 기분 좋은 길을 걸어왔는데..

폭포에 도착하자마자 뭔가를 사라고 권유를 하니..

기분이 나쁘긴 나빴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매몰찰 필요는 없었는데..

좀 더 부드럽게, 좋은 말로 거절할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음이 지금 와서 생각해도 참 아쉽다.

(난 <비폭력 대화(NVC)> 좀 공부 해야 돼..ㅠ.ㅠ)

 

그 아저씨가 나에게 과일을 건네지 않았더라면

그 아저씨는 그냥 기분 나쁜 사람이었다고 내 기억에 남았겠지만,

그 사람은 자신을 매몰차게 거절한 이방인에게 과일을 건넴으로써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달리함은 물론 그 이방인을 부끄럽게 했다.

장사는 장사고, 인정은 인정인가 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라로 가는 버스가 다가왔다.

그 아저씨는 버스를 손짓으로 세워주고 이것이 엘라 가는 버스라고 내게 일러 주었다.

참.. 사람 부끄럽게 하는구만..>_<

아저씨.. 미안했어요!

 

 

다시 엘라까지 도보로 올까 하다가 너무 피곤하여 버스를 타니

걸음으로는 1시간 반이 걸리던 그 거리가 버스로는 10분밖에 안 걸렸다.

 

오후에 숙소에 또 혼자 있으려니 참 외로웠다.

이 외로운 순간에 노트북이라도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찔하게도 느껴졌다.

 

오후에는 그냥 미드 <NCIS>, 동생이 보내준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을 보면서 쉬었다.

이상하게 이 여행중에 보는 NCIS는 범죄물인데도 재밌다.

뭔가 통쾌하달까..

범인이 사람을 죽여서 통쾌한게 아니라, 

범죄 심리를 이용하여 interrogate을 하고

'이 사람이 이러이러해서 이런 일을 할 수밖에 없었구나.'를 알게 되니 그게 참 마음이 시원했다.

뭉쳐있던 실뭉치가 풀리듯 사건의 마지막은 항상 명쾌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난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학교 학생상담실에서 몇개월간 상담을 받았었다.

사실 상담을 안 받으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내 선택에 의해서 받게 된 것인데

친구들에게 상담 받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진 않았다.

사실 상담이란 외상만큼이나 심각한 내상을 치유하기 위한 과정이다.

사람이 겉으로 피를 흘리고 있는 것보다도 더 끔찍한 것이 바로 사람 마음이 다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다쳤으면 전문가를 통해 치유해나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건데

요즘은 물론 인식이 많이 바뀌고는 있지만,

사람들은 '정신과 마음'에 이상이 있어서 병원을 찾는다고 하면 그것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들이 있다.

아무튼 그 시선들이 싫어서 이야기하진 않았었는데..

난 상담 받길 참 잘 한 것 같다.

그때는 안 그랬지만 지금은 친구들에게

내가 예전에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상담 받은 적이 있노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담을 통해 난 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내가 고집하던 방법만이 아닌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되었고

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점차 배우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과정중에 있긴 하지만 내 인생에서 내가 제일로 잘한 일을 꼽으라면

난 학생 상담실에 찾아가서 힘들지만 매주 상담을 받은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상담을 받으니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참 좋다.

물론 이 여행 당시에는.. 내가 아직도 어렸던 상태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서툴렀던 나여서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NCIS를 보면서 범죄자를 '나쁜 사람'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그 사람의 행동 동기와 마음을 생각하고..

그것을 또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빗대어 다른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살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어서

L 난 그 미드를 볼 때마다 뭔가를 더 배우며 성장해 나가는 마음마저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죽은 시체들이 매 회마다 등장하는 그 미드를

불 끈 방에 혼자 누워 어떻게 봤었나 싶긴 하다.

그런데 그 두려움보다도 사람 심리 연구랄까.. 그런 생각이 더 컸기 때문에

이미 본 것도 여러 번 돌려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Kandy의 Pink house에서부터 만나 Nuwara Eliya, Ella에서까지 만난 양배추 머리의 외국인이

Ella village restaurant에서 인터넷 하는 것을 보고는

레스토랑 주인에게 이곳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 사용 가능하냐고 물어봤었는데

선을 연결하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저녁 무렵, 저녁도 먹을 겸 인터넷을 하러 갔다.

 

일단 dk와는 대부분의 대화를 네이트온 쪽지로 하고 있었으므로 

네이트온에 들어가 쪽지를 확인하고 열심히 답장을 보내고 있었는데

J가 들어와 인사를 했다.

참 반가운 부산 사는 J~

천방지축인것 같으면서도 참 속도 깊고 생각도 많은 아이여서..

센터에서 몇개월을 함께 지내는 동안 그 아이에게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항상 들었었는데..

인도에서의 아픔을 한국에서 잘 치유하고 있을지..

인도에서 살이 더 빠져서 뼈만 앙상 했었는데 한국 가서 살은 많이 쪘는지 늘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먼저 아는 척도 해주고 대화도 하니 참 반갑고 고마웠다^^

기특하게도 검정고시 준비 중이라며 8월달에 시험을 보는데

자신의 미니홈피에 1촌평으로 시험 화이팅 하라고 글 남겨 달라기에 

알았노라고 했는데.. 너무 느린 인터넷 사정으로 결국 못 남긴 것이 너무 미안하고 아쉬웠었다.

근데 J가 나 스리랑카에 있는 것을 어찌 알고는

여행은 재밌냐고 물으며 '그'에 대한 소식도 물었다.

아.. 또 가슴이 아프면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반갑기도 하고...

아무튼 J가 그의 연락처를 모르는 것 같아 연락해 보라고 그의 메일 주소를 알려줬다.

 

인터넷으로 할 일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데

손전등 가져오는 것을 깜빡했었다.

와.. 숙소로 가기 위해 가로등 하나 없는 산길을 오르려니 정말정말 무서웠다.

오로지 내 감각과 낮에 봐 두었던 지형에 의지하여 산길을 올라가는데

산에서 짐승이라도 마주칠까 얼마나 떨었었는지...

그렇게 떨다가 저 멀리 불 켜진 희미한 게스트 하우스의 불빛을 보고 또 얼마나 반가웠었는지...

 

그렇게 숙소에 들어와 또 혼자가 되었다.

낯선 스리랑카에서 정말로 그가 오늘 인도로 떠났고.. 혼자가 된 그 외로움 속에서

오래간만에 인터넷을 통해서나마 J의 부산 사투리를 들으니 참 마음이 정겨웠고 J가 참 고마웠었다..^^

 

J야! 누나가 다시 만나면 꼭 맛있는 빵 만들어 줄게~!!

보고 싶데이~~!!

 

14 Ju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