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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그냥 빈둥빈둥.. 어제 엘라 바위(Ella Rock)를 오르며 무리를 했기 때문에 그냥 쉬기로 했다. Galle(현지인들은 주로 '골'이라 부르고, 외국인들은 주로 '게일'이라 발음한다.)로 빨리 가고도 싶었으나 그냥 하루 푹 쉬고 다음날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오전엔 동네 산책. 아침은 Dal curry & rice / 숙소에 돌아와서는 NCIS, 드라마 '파스타'를 보고.. 낮잠... / 자고 일어나서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누구에게 썼는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할아버지, 할머니께 썼던 듯..) 여행 중엔 가끔 이렇게 빈둥거리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내가 묵었던 방에서 보이는 풍경.

 

Sun Top Guest Inn도 그렇고.. 요즘 이 곳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와서 그런지 다들 게스트 하우스나 호텔을 위한 건물을 공사 중이며.. 마을 주민들의 대다수가 관광객들을 위한 일에 종사를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게스트 하우스, 좋은 환경과 서비스를 제공 받으면서 여행을 하는 것도 좋지만.. 관광객들의 유입으로 인해 이 곳 사람들의 삶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냥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난 여행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 영상을 보며 참 안타까운 것 중 하나는.. 관광객들, 여행자들의 유입으로 인해 현지 사람들의 문화와 삶이 변하고 심지어 '파괴'까지 된다는 것이었다. 현지 사람들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자기네들의 수공예품이나 특산물을 팔며 생계를 이어 나가거나 관광객들을 위한 가이드, 교통수단의 드라이버, 호텔과 연계하여 커미션을 받고 여행자들에게 호텔을 소개하는 일 등에 종사한다. 예전에는 농사를 짓고, 대대로 이어져 오던 가업을 잇는 등 자신이 사는 자신들만의 환경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았을 그 사람들의 삶이 '관광' 이라는 것을 통해서 자꾸만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만약 관광객들이 그 나라나 동네에 와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의 생계 기반은 사라지고 당장 먹을 것을 살 돈조차 벌수 없는 것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능한 것이다.

 

물론 관광이라는 것이 나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문물과 사람들을 통해 한 곳에 '갇혀'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관광객들이 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고 관광객들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생기며 더 넓고 발전적인 사고와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렇게 현지인들은 여행자들과 interact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발명품들이 나오기도 하고.. 각 나라와의 국가 교류, 문화 교류 등 긍정적인 측면들도 참 많다.

 

그러나... 내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꼭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각 나라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문화와 고유의 생활 양식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는데 교통수단의 발달과 관광지 개발로 인하여 점차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 비슷해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몇몇 정말 생각없는 여행자들은 자신의 것들을 고수하며 그 방식이 맞다고 현지인들에게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을 바꾸라고 강요하거나 '폭력적'으로 뜯어 고치기도 한다. 지금은 관광객이나 여행자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가 제일 싫어하는 대표적인 예는 바로 선교사들과 교회다.

 

자신이 가진 신앙을 알린다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때에 따라선 옳지 못할수도 있지만). 난 그들이 가진 '폭력성' 에 화가 난다. 아니, 대체 현지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얼마나 안다고.. 그 사람들이 내 문화와 내 관습대로 살고 있지 않다고 하여 '불쌍'하다고 말하기까지 하는 것은 또 뭐이며.. 그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나 기후, 환경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편리한 생활'을 하게 해준답시고 집들을 다 뜯어고쳐 고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가난하고 어려운 마을에 가서 '무조건적인 도움의 손길'(특히 경제적으로)을 줌으로써.. 자동차, 집, 도로 등 현지인들에게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하고 나중에는 현지인들로 하여금 가치관과 경제 속도의 빠르기가 맞지 않는데서 오는 혼란을 선사하기도 한다.

 

소위 '지구촌' 이라는 말로 세계가 좁아지고.. 비행기를 타면 어디든지 빠른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1일 생활권이 되었는데.. 타문화권을 여행하거나 방문함에 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다른 나라에 가서 "이 문화는 왜 이래? 이건 잘못됐네, 어쩌네.." 하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판하기도 하는데 난 이런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특히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소위 '불청결'해 보이는 나라에서 여행객들의 불만과 비판을 자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불만이 많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나라에 대체 왜 왔단 말인가. 모든 여행자들을 각 나라를 여행할 때 배우고 인정하려는 자세로 여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문화 중심주의적인 시각을 버리고, 문화의 다양성이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숙이고 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 펼쳐지고 있는 부당한 일들이나 인권 등 옳지 못한 일에는 비판도 필요하지만 그 사람들 자체의 삶에 대해서는 비판하거나 판단하려 들지 말자.)

 

(생각은 많은데 말로 정리가 잘 안 되니 답답하다. 내 주장과 생각을 어떻게 하면 일목요연하게, 논리적으로 잘 주장하고 전달할 수 있을까...)

 

 

 

 

다시, 여행 이야기로 돌아와서... 숙소 창문을 통해서 바라 본 숙소 주인 아주머니의 정원이다. 예쁜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my garden, my garden..이라며 'my'를 꼭 붙이시던데.. 나도 이 아주머니처럼 "내꺼에요~" 하고 말할 수 있는 정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줌마 초큼 부러움~~

 

 

 

 

 

간만에 음악도 들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만 보다가 오래간만에 iPod도 정리할 겸 음악을 랜덤 재생 시켰는데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3(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나왔다. 예전에는 뭔가 내 정서에도 안 맞고 노래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들으니 정말 아름다운 곡이었다. 한동안 계속 Ravel piano concerto in g minor에만 빠져 지내다가 이곡을 들으니 한 곡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자꾸 더 많은 곡들을 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국에 가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Galle로 떠나야 한다. 내일은 떠나야지, 다음주 수요일까지 콜롬보에 도착하여 다시 인도로 떠날 수 있다. 엘라에서 생각보다 많은 날들을 머물러서.. 남은 일정들이 타이트해졌기 때문에 약간 불안하다. 저녁거리를 사러 동네 조그만 슈퍼에 갔다가 슈퍼 아저씨에게 Galle 가는 방법을 물어봤다. 버스 정류장도 물어보니 내일 아침 6시 30분까지 자신의 가게 앞으로 나오면 된단다. 내가 친구들과 가게를 방문하다 혼자 가기 시작하니 아저씨가 내게 이것저것을 물었다. 아저씨는 종종 인도 Trivandrum(트리반드룸)에 가서 인도 음식들이나 옷(Saree(사리)라고 했던 것 같다.) 등을 스리랑카로 들여온단다. 한마디로 인도의 물품들을 수입해오는 것. 그래서 그런지 아저씨의 영어는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여느 스리랑칸보다도 수준급이었다.

 

하루를 여행 하느라 이곳저곳 바쁘게 돌아다니지 않고 설렁~설렁~ 이렇게 동네 현지 사람들과 대화하며 보내는 것도 참 재밌었다. 뭔가를 꼭 구경하고, 사진을 찍어야 여행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이렇게 현지만의 공기와 문화와 사람을 통해 머리의 아무런 여과지 없이 현지를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도 여행의 한 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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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화폐>

 

스리랑카의 화폐는 한국 것보다 화려하다. 한국 화폐는 색이 좀 수수한데, 스리랑카는 좀 더 화사하달까...

 

 

Rs.2,000 화폐(우리 돈으로 약 20,000원). 앞면에 이렇게 스리랑카의 고대 유적지인 Sigiriya(시기리야)가 새겨져있다. 스리랑카에서 시기리야는 정말 상징적인 존재인가 보다.

 

 

 

 

뒷면에는 시기리야를 올라가면서 봤던 동굴 속 벽화가 새겨져 있다.

 

 

 

다시 Rs,2,000의 앞장. 자세히 보니 이렇게 코끼리와 사람들 그림이 새겨져 있다. 지폐에 새겨져있는 그림인데 뭔가 캐릭터 같은 느낌.. :)

 

 

 

 

한 일주일 전쯤 올랐던 Sigiriya rock(시기리야 바위)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이것은 Rs.500 화폐(한화 약 5,000원).

 

 

 

 

 

뒷면엔 이렇게 꽃이 그려져 있는데.. 왠지 내 느낌엔 이게 Buddhism을 상징하는 것 같다.

 

 

 

 

 

스리랑카의 원주민인가... 뭔가 스리랑카만의 민속적 분위기가 난다. 아~ 스리랑카는 지폐마저 내 마음을 사로잡는구나~

 

16 Ju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