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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청년 방문팀과 함께 어제 사전 답사했던 N 마을에 홈스테이 하러 가는 날이다. 홍보팀이었던 난 방문팀의 홈스테이를 돕고 사진 촬영을 할 목적으로 방문팀과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홈스테이 인솔을 하러 가기에 앞서, 오전에 내가 할 일은 오늘 떠나시는 어른 방문팀의 그간의 사업장 방문 사진을 인화하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난 오전부터 분주하게 그간의 방문팀 사진을 편집, 포토샵으로 우리 NGO 로고를 넣은 사진을 USB에 넣어 시장의 Fuji film 사진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사진관.. 처음에는 30분이면 된다 하여 그 곳에서 계속 기다렸는데.. 3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계속 5 minutes, 5 minutes.. 하며 조금만 더 기다리길래 계속 기다렸는데.. 40분을 더 기다려도 답이 없어.. 같이 기다리던 pastor Lee.. 결국 폭발.. 인도인들은 역시 느리다며.. 이 사진관엔 다시 안 오겠다는 말을 남기시고.. 못 뽑은 사진은 어쩔 수 없다며 그만 가자 하셔서 오토바이 타고 센터에 왔다. 어른 방문팀이 우리 사진을 기다리다가 일정이 많이 늦어지겠다며 이미 Bangalore(뱅갈로르)로 떠난 뒤였다.

 

(인도인들이 다 느리다는 편견은 매우 위험하다. 인도에서 생활해 보면 인도인들이 왜 느린지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인도인들 전부가 다 느린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현상의 일부만 보고 전체가 다 그렇다고 치부해버리는 일반화의 오류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

 

난 적어도 이틀 이상 홈스테이 인솔로 센터의 자리를 비워야 했기 때문에 그 무렵 함께 홍보부 일을 하게 된 Q에게 홈페이지 기사와 뉴스레터 포토샵 작업을 인수인계 하고 청년 방문팀과 함께 시장으로 향했다.

 

 

 

마을로 들어가기 전, 점심을 먹으러 시장의 한 hotel에 들렸다. 인도는 식당을 hotel이라 칭하기도 한다.

 

 

 

 

입구에서 아저씨가 뭔가를 만들고 있다. 뭘 만들고 계신걸까?

 

 

 

 

 

반죽을 쭉 펴서.. 무슨 소스를 얹고... 이렇게 세모 모양으로 접는다.

 

 

 

식당의 메뉴.

 

 

 

 

pastor Lee가 방문팀을 위해 뭔가를 주문하셨다. 이건 치킨이었던 듯.. 역시 인도인들의 취향대로 coriander(고수)가 듬뿍 뿌려져 있다. 그리고 오른쪽 삼각형 음식은 아저씨가 입구에서 만들던 음식.

 

 

 

 

이건 또 다른 종류의 밀가루 음식. 이렇게 패스츄리처럼 결이 찢어지는 약간은 기름진 음식.

 

 

 

 

청년 방문팀. 낯선 인도 음식을 즐겁게 먹는다^^ 인도 음식점이 더럽다고 느껴 꺼리는 방문자들도 있는데.. 열심히 맛있게 먹는 청년 방문팀이 참 기특하다!

 

 

 

 

이렇게 시골 깊숙이까지 들어와 있는 다국적 기업의 상품들... 좀 무섭다...

 

 

 

 

나가는 길에 다시 본 아저씨.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저렇게 둥글게 돌려 만드는 음식은 'Parota(파로타)' 란다. 인도 음식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점심을 먹고 more.라는 슈퍼마켓에 들러 약간의 간식을 사고.. 마을에 들어가면 못 먹을 라씨를 마지막으로 먹은 뒤

N 마을에 도착했다. 덜컹덜컹 트럭을 타고 한 40여분 동안 먼지 나는 비포장도로를 달렸더니 꼬리뼈도 아프고 온 몸에 충격이...>_<

 

 

 

난 이렇게 화사한 연두색으로 페인트칠한 이장님 댁에서 W, S와 함께 홈스테이를 하기로 했다. 할머니, 며느리, 손자까지 다 나와서 사진을 함께 찍었다.

 

 

 

 

다른 팀의 숙소 배정도 도운 뒤 마을을 둘러 보았다. 이곳은 아마 이장님댁 옆집이었던 듯... 귀여운 아기 소 :)

 

 

 

 

소를 구경하고 있었더니 이 소녀가 사진을 찍어달라며 포즈를 잡았다. 소를 너무나 능숙하게 다루던 소녀(?)였다.

 

 

 

 

 

이 마을 사람들은 사진 찍는 것을 참 좋아한다.

 

우리가 이 마을에 홈스테이를 하러 온 목적.. 방문팀에게 인도 가정을 경험할 기회를 주기 위함도 있었지만, pastor Lee의 큰 아웃라인은 방문팀의 홈스테이를 통해 거점을 만들어 장기적 안목의 선교와 개발을 할 계획이라 하셨다. 마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마을과 조율하여 땅을 개발하고.. K 마을이나 M 마을처럼 이곳에도 마을 개발 센터를 세울거란다.

 

흠... 두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있는 마을 개발 센터 사업을 좀 더 구체적으로 깊게 발전시키고.. 다른 마을로의 확장은 좀 더 천천히, 신중히 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 마을 개발 센터를 세움으로써 이 마을 사람들에게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접하게 해주면서 마을 사람들의 삶의 질을 좀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 어떤 것이 더 낫다라고 당장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이러한 고민을 나중에 자원봉사자들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어찌 됐든 이렇게 방문팀의 마을 방문을 통해 마을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 한국인들과 인도인들의 만남..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순수한 느낌보다는.. 뭔가 계획적이고 사업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좀 그랬다.

 

이곳은 시골 중에서도 시골이랄까.. 버스도 안 다니는 이 곳은 차로 40여분을 달려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아마 이 마을 사람들은 외국인이라는 존재를 우리를 통해 처음 안 사람들도 상당수 될 것이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드물다. 내가 보기에는 오직 학교 선생님만이 영어를 조금 하고.. 마을 분들은 약간의 단어만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가 정말 낯설었을텐데도 이방인들의 방문을 미소로 환영하고 선뜻 자신들의 잠자리와 식사를 대접해 주겠다는 사람들... 이 사람들의 삶은 정말 옛방식 그대로다. 물론 문명의 유입으로 옛 것과 새 것의 방식이 절충된 삶을 사는 가정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정들은 땔깜으로 불을 지펴 밥을 짓는 등 전형적인 시골 가정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이장님 형 되시는 분이 자신의 밭을 구경시켜 주겠다 하셔서 함께 밭에 가는 중이다. 밭에 간다 하니 동네 아이들이 따라붙어 손 잡고 함께 가는 중^^

 

 

 

 

드넓게 펼쳐진 대지. 다른 곳들과는 다르게 황량함보다는 풍부함과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물이 많은 곳이라서 그런가보다.

 

 

 

 

"이곳이 우리 바나나 밭이야. 어서 오라구~"

 

 

 

 

와.. 정말 많이도 달렸다. 그냥 따먹어도 되냐고 물으니 이건 먹으면 안 된단다. ㅎㅎ

 

 

 

 

 

수많은 바나나 나무들. 아저씨가 이 마을에서 제일 부자라더니.. 바나나밭. 정말 무지 컸다!

 

아저씨와, 아이들과 함께 바나나밭 구경 중~ 바나나 잎 사이로 비취는 오후의 햇살이 참 멋있다.

 

 

 

 

바나나 꽃도 보이고.. :)

 

 

 

 

바나나 나무를 헤치고 도착한 곳은 아저씨의 또다른 밭. 오이 밭이라 하셨던가..?넓게 펼쳐진 푸르름이 내 기분을 up 시킨다~ 캬~~ 맑은 공기! 기분 좋다~!

 

 

 

 

아저씨가 따주신 무공해 오이. 그냥 먹어도 된단다.

 

인도에는 한국 오이의 3~4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오이도 있지만 이렇게 자잘한 오이도 많다. (문득 주희 언니와 시장에서 이 오이를 사다가 오이 소박이를 담궜던 기억이 난다. 아삭아삭한 식감의 오이가 참 맛있어서 주희 언니가 한국 가기 전 한 번 더 담그고 간 기억이 문득 난다.)

 

 

 

 

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다. 

 

 

 

 

다시 이장님댁으로 가는 중에 마을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이 사진 찍는 것을 참 좋아한다. 너도 나도 독사진을 찍어달라 청하는 아이들. 푸른 옷을 입은 친구가 '맘따' 라는 아이, 그 옆 친구는 맘따의 친구, 그리고 앞에 선 아이는 맘따 동생 '란디니'. 란디니는 사진 욕심이 참 많은 아이여서 자신이 사진 찍기에서 빠지면 항상 울상이었다.

 

이방인들의 방문이 신기했는지 마을을 다니는 내내 아이들이 끊임 없이 우리가 가는 곳마다 몰려 들었었는데, 특히 맘따가 나에게 깊은 친근감을 표시했다. 

 

 

 

 

원래 이장님댁으로 바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대화하려고 했는데 맘따와 란디니가 자꾸 자기 집에 오라고 이끌어서 이 친구네 집에 가게 되었다.

 

란디니는 내 발톱에 매니큐어를 칠해주었다. 맘따와 란디니의 집은 생각보다 좁고 어두워서 무척 놀랐었다.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다가 이 아이들의 집에 들어서니.. 해맑은 아이들의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집은 너무나 어둡고.. 아이들의 침대는 짚더미.. 아이들의 사는 환경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 마음이 짠해졌다.

 

맘따가 집안 일을 하고 있다. 밖에서 본 맘따는 말괄량이 소녀의 모습이었는데.. 이렇게 집안에 들어오니 성숙한 모습을 보임에 잠시 가슴이 뭉클해졌다.

 

 

 

 

맘따네 부엌 살림.

 

 

 

 

맘따가 양을 친다.

 

 

 

동생 란디니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당을 쓴다.

 

사실 집이 가난해 보인다고 해서 불행할거라고 멋대로 추측하는 것은 정말 큰 오산이지만 이 아이들이 이렇게 조숙한 모습을 보이니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다. 어리광을 배우기도 전에 너무 빨리 자란 느낌이랄까.. 

 

 

 

 

 

잠시 후에 맘따의 어머니가 오셨고.. 어머니가 Chai(짜이)를 끓여주시겠다고 하여 맘따가 돕고 있는 중.

 

맘따의 어머니와 맘따, 란디니는 연신 내게 먹고 자고 가라고 청하였다. 너무나 간절했던 그들의 청원에 정말 그대로 눌러앉아 자고 갈까도 싶었지만 방문팀들이 홈스테이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살펴봐야 했고 이장님댁으로 돌아가 이장님댁 홈스테이를 하는 W, S와 함께 하고 그들의 사진 촬영도 해야 했기에, 맘따네 권유는 참 고마웠지만 내일 다시 오겠노라고 힘들게 설득하며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그림 같은 맘따와 란디니 집의 풍경..

 

맘따는 자기 머리빗으로 내 머리를 곱게 빗어주고 내 손목에 파란색 뱅글도 여러 개 걸어주었다. 처음 보는 낯선 이에게 자신의 것들을 스스럼 없이 내어주던 사람들..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시 이장님댁으로 왔다. 이곳에서는 저녁 준비가 한창이었다.

 

 

 

 

Chapati(차파티) 반죽하는 중. 물, 밀가루, 소금 약간을 넣은 아주 심플한 반죽. 반죽하시는 분은 이 집의 첫째 며느리이다.

 

 

 

 

지금은 저녁 준비 중. 무엇을 만들고 있는걸까?고추를 기름에 넣고 볶다가 토마토를 더하고.. 뭔가의 액체를 넣어 만든다.

 

 

 

 

우리가 부엌에 있으니 온 가족이 문간에 서서 우리를 지켜보며 즐거워 한다. :)

 

 

 

 

 

아마도 차파티와 함께 먹을 처트니 만드는 중. 이 집은 부자 집이라서 이렇게 믹서가 있었다.

 

 

 

 

이장님댁 가족 중 한 분. 뭔가를 열심히 갈고 있다. 코코넛이었던 듯..

 

 

 

 

고추와 싱싱한 코코넛 간 것이 믹서에 들어있다.

 

 

 

 

고추에 토마토 볶던 것을... 믹서에 더해서 토마토&칠리 처트니를 완성해낸다.

 

 

 

 

동그랗게 떼어 준비해 놓은 짜파티 반죽.

 

 

 

 

치띠는 양파를 손질하고...

 

 

 

 

다른 분은 짜파티 반죽을 밀고 있다. 나에게도 만들어 보라 해서 열심히 짜파티 반죽을 밀어보는데 동그랗게 밀기가 쉽지가 않다. W도 열심히 반죽을 밀어보는데 예쁜 모양으로 밀기가 역시 쉽지가 않다..^^

 

 

 

 

 

그때 이장님의 사촌(?) 분이 바나나를 갓 따왔다며 우리에게 보여주러 부엌에 들어오셨다. 와.. 이렇게 따다가 후숙시켜 먹는구나.. 바나나를 '따' 먹을 수 있다니.. 열대 기후라서 가능한 일. 참 신기했다^^

 

 

 

 

이것은 혹시 우리가 배고플까 식전에 주신 튀밥. 약간의 turmeric powder(강황 가루)와 curry leaf(커리 잎)을 섞어 만든 쌀 튀긴 것이다. 역시 향신료는 인도 음식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구나~ㅎㅎ 한편 이 나라에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음식이 있다니.. 신기했다.

 

 

 

 

지금은 짜파티 굽는 중~

 

 

 

 

짜파티는 기름 없이 구울수도 있지만 이 집에서는 이런 기름을 팬에 약간 둘러 짜파티를 구워 내었다. (Ghee였던 듯 하다.)

 

 

 

 

유쾌했던 저녁 만들기 시간:)

 

 

 

 

쌓여가는 차파티들. 모두가 함께 차파티를 만들면서 사진도 함께 계속 찍었는데 가족들이 즐거워해서 기분이 좋았다.

 

 

 

 

짜파티를 다 구워내고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짜파티와 처트니, 라이스와 버터밀크로 정겨웠던 저녁시간:)

 

이 집 역시 손님들에게 짜파티를 엄청나게 권했지만 배가 불러 많이 먹지 못함이 아쉬웠다. 그런데 라이스와 버터 밀크(요거트와 비슷).. 아저씨는 밥에 밀크.. 약간의 소금과 함께 해서 참 맛있게도 드셨는데 난 너무나 느끼하게 느껴져서 죄송하지만 남길수밖에 없었다. S, W도 짜파티는 잘 먹었지만 버터 밀크 라이스만은...ㅎㅎ;;

 

이장님댁 가족과 함께 만들어 먹어서 더욱 더 맛있었던 짜파티와 처트니. 훈훈했던 저녁식사 시간:)

 

이렇게 저녁식사가 끝나고는 이장님댁의 첫째 며느리님이 손님용으로 만들어 놓은 침대(!)가 있는 창고(?!) 같은 곳에서 쉬고 자라고 우리를 안내했다. 그렇게 쉬다가.. 씻으려고 했는데 따로 화장실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 이 마을엔 집집마다 화장실이 없었고 우물에서 길어 온 물을 보관해 두는 집 안의 우물이랄까.. 여튼 이런 장소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우린 따로 조명시설도 없는 그 어둠 속에서 손전등에 의지하여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물동이에 물을 떠 서로의 머리에 부어주며 머리를 감고(참 특별했던 경험! S야, 고맙다!) 조금은 불편하고 낯선 창고 같은 곳에서 밤벌레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 들었다.

 

 

29 Jan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