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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볶음면 - 로차와 미차
오후 3시~4시 경부터 땅거미가 질 무렵까지 프놈펜 시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 이동식 카트.
무엇을 파는고 하니, 볶음면을 파신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로차'라고, 쌀로 만든 short noodle이다. 이 짧은 면 아니면 인스턴트 라면 봉지에 든 면발을 볶은 '미차'라는 것도 있다.
로차와 미차는 면을 채소(주로 숙주 종류), 고기 따위와 볶은 뒤 요청에 따라 오리알 후라이 하나를 얹은 요리이다.
참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했던 것은 저렇게 팬에 오리알 후라이를 할 수 있는 오목한 부분을 만들어 놓은 것. 오리알 후라이 뿐만 아니라 고기도 볶는다.
난 고기 안 넣고 채소만 넣은 로차나 미차를 먹는다. 캄보디아 사람들 말에 의하면 저녁에는 로차가, 아침에는 미차가 건강에 좋다고 했다.
이것은 로차. 고기 없이 채소만 넣은 것은 한 접시에 2,000 riel. (우리 돈으로 약 500원)
캄보디아 특유의 고추가루(?)와 설탕 따위를 볶아 만든 장(醬) 종류와, 약간의 단 맛이 나는 물 같은 소스를 준다.
단 맛이 나는 물 같은 소스는 어간장이냐고 물어봤는데.. 어떤 분들은 맞다고도 했다. 그러나 어간장 특유의 짠 맛은 안 나는 것을 봐서 어간장이 아닌 듯...? (현지인 직원에게 다시 물어보고 정보 수정해야겠다.)
쌀로 만든 짧은 면은 씹는 맛도 있고 꽤 맛있다.
처음에는 안 사먹었었는데, 한 번 사먹으니 맛이 꽤 괜찮아서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퇴근길에 한 접시 사온다.
내 몸에 단백질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에는 오리알 후라이 하나 더 얹어달라고 하는데, 그러면 가격은 500 riel 더하여 2,500 리엘.
이것이 바로 인스턴트 면으로 만든 미차. 이것도 고기 없이, 오리알 후라이 없이 채소만 넣은 것은 한 접시에 2,000 리엘이다.
미차도 꽤 먹을만 하긴 한데 이것을 만드는 가게에 따라 기름을 얼마나 넣고 볶느냐에 따라 느끼함의 정도가 다르다. 오리알도 기름을 잔뜩 넣고 튀기듯 볶는 곳이 있는가 하면 기름 약간 넣고 내 스타일대로 볶아주는 곳도 있다.
참 의아한 것은, 캄보디아 사람들은 대부분의 요리에 많은 기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길거리 간식들을 보면 튀김 음식도 참 발달을 하였는데, 그 이유를 예전에 현지인 직원에게 듣기로는 중국 문화에서 영향을 받아 기름을 많이 쓰게 되었다고...
한국이 어려운 시절에는 가난한 사람들은 기름 요리를 즐기기가 어려웠었는데, 캄보디아는 대부분이 가난함에도 기름을 많이 쓰는 것이 의아하기도 하였다. 기름 값이 싼가.. 싶기도 하였는데.. 한국보다는 저렴하긴 하지만, 기름에 대한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우리 지부에서 밥을 해주시는 아주머니도 대부분 찌듯이 볶거나 지지는 요리를 주로 하는데.. 흠.. 아무래도 그 이유를 다시 물어봐야겠다.
내가 자주 만나게 되는 아주머니.
하루에 얼마나 파시냐고 하니, 아침에 100그릇, 저녁에 100그릇 정도 파신다고 한다.
이것도 아마 우기철, 건기철에 따라 달라지겠지.
우기철에도 로차나 미차가 가장 잘 팔릴 그 저녁 무렵에만 비가 오는 철이 있으니까.. 그런 때에는 아마 판매량이 저조할 터이다.
어쨌든,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것이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간편하고 싸니까 많이 즐기는 것 같다.
작은 카트 안에 요리를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오밀조밀하게 다 갖춰져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아주머니가 우리나라 목욕탕에서나 볼 법한 플라스틱 의자를 몇 개 카트 옆에 늘어놓으면 즉석 길거리 식당으로 변하기도 한다.
포장해가는 손님을 위한 접시, 비닐, 나무젓가락도 다 있다.
비위생적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화(火)식은 그래도 괜찮다.
물론 이런 길거리 음식 중에는 화학 조미료를 많이 넣고 파는 상인들도 있으니까 매일매일 먹는 것은 안 좋겠지만, 한 번씩 이렇게 먹으면서 서민들의 생활이나 문화를 경험해보는 것도 참으로 큰 공부가 된다.
나는 이런 디테일한, 이런 서민들의 삶이 참으로 정겹게 느껴지고 이를 체험하는 것이 즐겁다.
알면 알수록 재밌다.
한국 문화와 비슷한 것을 발견했을 때에는 반갑고, 다른 것을 발견했을 때에는 그 재치와 아이디어, 생활의 지혜에 감탄을 하게 된다.
재밌다. 재밌다. 재미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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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에 찍어놓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펼쳐보며 다시 적극적으로 캄보디아 문화를 써보는 중이다.
지부 책임자 역할을 할 때만 해도 하루에도 메일이 몇 십통씩.. 지부 관리에, 행정에, 인사에, 사업에, 직원 복지에.. 정말 너무 바빠서 글 쓸 엄두도 내지 못하였었는데(그래도 그 시기가 참으로 행복했다.), 이제 새로운 지부장님이 오심으로 나는 조금 여유가 생겼다. 그래도 여전히 바쁘긴 하지만.
30 Nov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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