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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프놈펜 사쿠라 중고 가게 - Sakura Recycling Shop 

 

최근에는 발길이 뜸해졌지만 캄보디아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초기에 내가 자주 찾던 가게가 있다. 그곳은 바로 사쿠라 중고 가게(Sakura Recycling shop).

 

사쿠라 중고 가게는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일본 중고제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인데, 옷, 신발, 가방 등의 패션잡화에서부터 밥솥, 세탁기, 오븐 등의 가전기기 및 가구와 주방용품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취급한다.

 

사실 이곳의 제품들은 중고제품들인 만큼 찢어지거나 깨지거나 약간의 하자나 흠들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구, 가전기기 등의 큰 제품들을 제외하고는 한 품목당 가격이 US$0.35~1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현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고, 그냥 짐작뿐일 수도 있긴 하지만, 이곳의 제품들은 일본으로부터 캄보디아로 '버려졌다'라는 느낌이 든다. 파견 교육을 받을 때, 부유한 국가에서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난한 나라에 '원조'의 형태를 가장하여 저렴한 가격에 쓰레기를 '버린다'라는 내용을 다룬 적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쿠라 중고숍에 올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지만, 일단 물건 가격이 저렴하고, 운이 좋으면 흠이 없는 제품이나 고가의 브랜드 제품들을 아주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기에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인기인 듯하고, 일본으로부터의 이런 중고제품의 유입이 선한 의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캄보디아 서민들의 삶에 보탬이 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도 이곳에서 보물을 찾는 기분으로 이곳을 자주 들락날락하다가 최근에는 이제 생활에 필요한 옷은 웬만큼 갖추었기에 그동안 발길을 하지 않았었는데, 워낙 차(茶)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기구에 관심이 가고, 예쁜 찻잔을 저렴하게 구하고 싶다 보니 사쿠라 가게가 생각나서 오래간만에 이곳에 들르게 되었다.

 

 

 

 

이곳은 St. 271에 있는 사쿠라 중고 가게 가는 길이다. 오염된 물이 흐르는 하천을 중심으로 빈민가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곳에 조만간 프놈펜 제2의 고가도로가 생길 것이라는 뉴스를 언뜻 본 기억이 난다.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조감도를 벌써 설치해 놓았다.

 

 

 

 

그럼 도로 옆 이곳은 도로 공사의 일환으로 철거된 것일까?

 

 

 

 

가난한 분들이 생활하면서 장사하던 곳이었는데.. 그분들은 어디로 가셨을지...

 

 

 

 

한편, 중고샵으로 향하다가 만난 과일 파는 이동식 카트. 과일은 그 자체로도 참 달고 맛있는데, 캄보디아 사람들은 과일을 고춧가루+소금 또는 설탕에 찍어 먹는다. 날이 무더워서 염분이나 당분을 이런 식으로 섭취하려는 것일 거다.

 

 

 

 

드디어 도착. 사쿠라 중고 가게는 프놈펜 시내에 대여섯 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아는 곳 중에서 이곳이 가장 크다.

 

 

 

 

가게에 들어서면 이렇게 옷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사진을 그냥 찍었어도 상관은 없었을 것 같지만, 왠지 눈치가 보여서 사진을 잘 찍진 못했다.

 

 

 

 

 

옷 진열대 뒤쪽에는 이렇게 잔뜩 그릇 및 가방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곳은 몇몇 엄선(?) 된 그릇들이 놓여있는 곳.

 

 

 

 

이곳은 가구가 진열되어 있는 곳.

 

 

 

 

소파, 장식장, 때때로는 피아노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중고용품들을 다 팔고 있다.

 

 

 

 

차를 즐겨마시다 보니 좀 더 예쁜 찻잔에 차를 따라 마시고 싶은 욕구가 생겨 주방용품 섹션을 유심하게 보던 차, 이 섹션에서 그동안 갖고 싶었던 나의 로망인 카렐 차페크(카렐 차펙;Karel Capek)의 찻잔을 2개나 발견하였다!

 

 

 

 

 

Ta-Da~!!

 

카렐 차펙의 유명한 꿀벌 캐릭터가 프린트된 찻잔을 2개나 건졌다. ;-) 가격도 너무너무 착한 각각 US$1. 한국에서는 카렐 차펙 머그 하나가 25,000원을 훨씬 웃도는데 중고샵에서 이런 보물을 저렴한 가격에 사게 될 줄이야!

 

(컵 하나에 3만 원이라니.. 캄보디아에서 생활하다 보니 한국에서 웬만큼 예쁜 디자인의 물건을 사려면 값을 많이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디자인 가격이려니, 또는 문화비려니, 분위기려니.. 하고 구입하기도 하지만, 무엇인가를 담고 마시는 차의 용도를 생각할 때 컵 하나에 몇 만 원이라는 돈은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물론, 디자인으로 인한 무드 조성이나 그로 인한 정서적 충족이라는 측면은 무시할 수 없지만.)

 

 

 

 

참고로 '카렐 차페크(카렐 차펙;Karel Capek)'는 체코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의 이름인데, 홍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카렐 차펙=홍차'로 통한다.

 

카렐 차페크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일본의 한 여성(Utako Yamada)이 이 작가의 이름을 똑같이 따서 '카렐 차펙'이라는 홍차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이 브랜드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소를 자아내는 귀엽고 동화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이 가미된 홍차 틴과 차제구로 유명하다.

 

 

 

 

 

으으~ >_<// 귀여워 귀여워!!

 

차를 마실 때마다 절로 미소 지어질 것 같아! ^ㅡ^//

 

 

 

 

한편, 요런 컵도 구입함. 수색이 예쁜 홍차를 따라 마시면 참 예쁠 것 같아서 구입한 영국의 한 도기 회사 제품인데 이 또한 US$1. 근데 집에 와서 룰루랄라 씻고 뜨거운 물로 소독한 뒤 유심히 보니 컵 한쪽 귀퉁이가 깨져 있는.. ㅠ.ㅠ

 

 

 

 

딸기가 가득한 컵도 1달러 주고 구입했다. 이 컵은 물만 따라 마셔도 참 행복해질 것 같은 컵이다.

 

컵 4개. 4달러의 행복. 저렴한 가격으로 지친 마음과 육신을 달래는, 나를 위한 근사한 시간을 선사해 본다.

 

9 Nov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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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또 들은 이야기인데 확실한지는 알 수 없으나, 이렇게 일본에서 동남아시아 등지에 소위 '버려지는' 물건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물건들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캄보디아 생활 당시에는 '버려진' 것이라는 것까지는 인지했었으나 방사능 오염까지는 생각을 못했었다.

 

캄보디아 내 일본 중고 가게에서 방사능 오염이 된 물건들을 실제로 취급하고 있는지 또는 그냥 루머에 지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반 인류애적인 일은 실제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라면, 동남아시아 내 일본 중고 가게 물품들은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

 

28 Jun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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