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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합창연구학회 - 제3회 학술 연주회
2006년 5월 8일
양재동 횃불센터 사랑 성전
5월 8일, 양재동 횃불센터 사랑 성전에서 한국합창연구학회 <제3회 학술 연주회>가 열렸다.
하필이면 연주 날이 어버이날이라서 이 연주회를 가는 데에 부담감이 없진 않았지만, 성당에서의 오르간 반주 경험으로 평소에 오르간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나는 연주 팸플릿에 ‘곡목 해설 및 오르간 사용법 강의‘라고 적힌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겼으며 또 이번에 안 가면 어느 연주회에서 이런 강의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의 부담을 안고서도 연주회에 가게 됐다.
하지만 유난히도 후덥지근했던 날씨에 사랑성전 로비에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열기가 더해져 너무나 더웠다. 연주도 시작 시간보다 지연돼서 빠르게 진행을 하는 바람에 강의 내용도 기대했던 것보다 풍성하지 못해서 좀 실망했다. 카펠라 콘첸투스를 지휘하는 장우형 분이 나와서 곡목 해설을 하시는데 사람들은 많고 목소리는 작아서 집중도 안 됐다. 오르간 사용법 강의도 오르간이 소리 나는 원리나 곡에서 어떤 setting을 쓰는지에 대해 알려 주어 유익했지만 setting 방법은 솔직히 초보자가 들으면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들을 말이 많았다.
하지만 어쨌든 이번 연주회는 통해서 내가 음악사 시간에 소홀히 넘겼던 내용들을 새롭게 알고 정리할 수 있어서 귀한 시간이었다.
카펠라 콘첸투스의 맨 처음 곡은 Palestrina 곡이었기 때문에 이 곡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음악사 시간에 소홀히 넘겼던 팔레스트리나 양식을 명확히 정리하고 알 수 있었다.
중세의 다성 음악 모테트는 각 성부에 마태복음, 마가복음, 시편 등 각각 다른 성경 구절의 내용과 가사로 불렀다고 했다. 즉 각 성부에 서로 다른 가사를 가짐으로써 다양한 믿음의 모습들을 보여주었지만 결정적으로 알아듣기가 힘들어 결국에는 다성 음악 금지 명령까지 내려졌었다고 한다. 이때 팔레스트리나는 성직자들에게 다성 음악이 전혀 성스러움이 모자라거나 가사의 전달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6성부 미사곡을 작곡하였다고 한다. 즉, 가사의 정확한 전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다성적인 짜임새가 가사의 전달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였는데 이것이 팔레스트리나 양식의 특성 중 하나라고 한다.
팔레스트리나는 당시 유행하던 반음계주의를 철저하게 회피하며 협화음을 사용함으로 다른 작곡가의 음악보다 부드럽고 투명한 음향을 만들어 냈는데, 이는 불협화음의 사용, 감정의 극대화로 남성적인 성향이 강했던 바로크 시대의 음악과는 대조적인 것이라고 한다.
카펠라 콘첸투스는 Palestrina의 4성부 Motets Ab Major의 곡을 아무런 반주 없이 연주가가 첫 음을 내고 곡을 시작했는데, 악기 없이도 음을 잡고 단원들이 그 하모니를 이룬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단원들 각각이 다 성악을 공부했을 텐데 솔로적인 기질을 버리고 각 사람이 자신을 절제하고 조화를 이뤘다. 가사를 이어받으며 노래가 계속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이 신기했고 마이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목소리는 작았지만 울림 있는 소리가 멋졌다. 이 곡은 내가 알고 있던 시편 42:1 말씀이 쓰여서 내게 더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로는 Byrd의 5성부 Madrigal을 연주했는데 5성부는 확실히 4성부보다 소리가 더 풍성했다. Byrd와 Wilbye의 마드리갈은 세속 성악곡이어서 영어 가사가 쓰였는데 그래서인지 확실히 라틴어보다는 훨씬 더 의미의 전달이 잘 되었고 알아듣기도 쉬웠다.
다음으로는 서울 챔버 싱어즈의 연주 전 오르간 설명을 했다.
횃불센터 사랑 성전에 있는 오르간은 1992년 3년의 수작업 제작 기간을 거쳐 만들어졌으며 3층 구성으로, stop은 78개이고 파이프는 8,000개라고 했다. 이 8,000개의 파이프는 1음색에 1음정을 낸다고 한다.
오르간의 음색에는 principal(오르간 고유의 소리), flute, string, 관악기풍 소리인 trumpet, oboe 등이 있다. 곡에서 어떤 소리를 주문하느냐에 따라서 stop을 넣고 뺄 수 있다고 한다.
전자 오르간은 내부에 칩이 내장되어 있어서 stop을 메모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 소리는 스피커를 통해 나오기 때문에 예술성은 떨어진다고 한다.
파이프 오르간은 스피커를 따로 쓰지 않고 그 악기 그 자체의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예술성이 있으며 소리는 웅장하다.
파이프 오르간은 목관악기의 소리 내는 방식과 같다고 한다. 일단 바람을 일으키는 기구인 송풍 장치가 (1900년대에 이르러 모터로 바람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이 기구가 없을 때에는 사람이 직접 바람을 내뿜음 - 스무 명 정도의 장정이 발로 밟아 바람을 만들었다고 한다.) 바람을 나무 선을 통해 관에 전달하는데 이 전달 경로를 조정하는 것이 오르간의 건반들과 stop들이라고 한다.
파이프 오르간은 밖에서 봤을 때는 기껏해야 50개 정도의 파이프밖에 안 보이지만 안쪽에 들어가 보면 5m 정도 되는 파이프부터 1cm 정도의 파이프까지 다양한 몇 천 개의 파이프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 각각 다른 파이프는 모두 소리 나는 음정도 다르고 소리 톤도 다르며 바람을 세게 넣으면 큰 소리가 나고 적게 넣으면 작은 소리가 난다고 한다. great 아래에서 2번째 건반이 가장 중요하며 큰 소리가 난다고 한다.
파이프 오르간과 전자 오르간의 차이점은 파이프 오르간은 한번 설치하면 몇 백 년씩 쓸 수 있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있지만 설치비용이 어마어마한데 비해, 전자 오르간은 그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고장이 잦고 20~30년마다 교체를 해 줘야 하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이 오르간 사용법의 설명이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는데 설명을 통해서 파이프 오르간의 소리 나는 원리를 알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음으로 서울 체임버 싱어즈의 연주가 이어졌다.
Aguiar의 곡 Salmo 150은 여성의 la la la...로 시작, 뒤에 남자 Bass의 부 선율이 이어지며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냈다.
Williams의 Antiphon 곡은 오르간 반주가 동반되었는데 웅장한 오르간의 소리와 사람의 목소리가 어우러져서 굉장히 멋졌다. 마지막의 오르간의 웅장한 코드가 마음을 울렸다.
3번째 곡은 Miskini의 Kyrie였는데 합창 시간에 Kyrie를 배웠기 때문에 가사도 잘 들어오고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가사대로 경건한 느낌이 들었고 Christian인 나는 이 노래가 와닿았다. 목소리로 자유롭게 cresc., decresc. 가 되는 것이 새삼스럽게 신기하게 다가왔는데 과연 인간이 목소리로 어느 수준, 어느 정도까지 음악을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경이로운 느낌까지 들었다.
4번째 곡인 Cantus Gloriosus는 돌림노래 같은 느낌이었다. 여성이 Alleluja의 가사로, 남성은 Laudate Dominum의 가사를 가지고 불렀는데 거룩한 느낌이 들었으며 각각의 가사를 가지고 부르다가 Tu solus sanctus라는 가사로 한 음으로 합쳐지는 일치가 대단했다.
그다음은 하모닉스 앙상블의 연주였다.
Allegri의 Miserere라는 노래에서는 high C가 5번이나 나왔는데 인간의 목소리로 그런 높은 음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소름 끼쳤다.
이 곡을 들으면서 르네상스 시대의 선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지만 하모닉스 앙상블은 화음의 일치라기보다는 개인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렸기 때문에 아쉬웠다.
하지만 Brahms의 Wiegenlied는 단어의 마지막 발음 처리들이 잘 들려 노래를 부르는 데에 발음 처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으며 공부가 많이 되었다.
3번째 Passecreaw 곡은 한 사람, 한 사람씩 같은 가사를 이어 받으며 노래를 불렀는데 Bass는 마치 Double Bass 같은 깊고 웅장한 소리가 났다.
다음은 서울 마스터즈 콰이어의 연주였다.
첫 번째 곡인 O Magnum Mysterium은 구유에 누인 주님과 마리아를 찬양하는 노래였는데 분위기가 따뜻하며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중간중간 natural이 나오면서 불협화음인 듯한 소리가 나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2번째 곡은 Hrusovsky의 노래였는데 3번을 Ave Eva!라고 부르면서 끊어지는 느낌으로 시작되었다. 가사가 간결하고 곡도 심플했으며 노래 방식은 staccato와 같은 방식이었다. 우렁찬 노래는 아니었지만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곡이었다.
3번째 곡은 오르간 반주가 쓰였는데 오르간이 setting을 바꾸면서 flute, oboe의 선율을 노래하기도 했는데 홀을 울리는 발 페달 bass의 울림이 인상적이었다. 노래와 오르간의 oboe 선율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노래가 이어지는데 오르간의 oboe 소리는 마치 작은 trumpet 같은 소리가 났다. 오르간으로 그런 목관 악기의 소리들을 표현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마지막은 서울 레이디스 싱어즈의 노래였다.
Nance의 곡은 9/8박의 변박이 나타났으며 오르간과 horn이 나왔는데 horn의 부드러운 소리가 너무 좋았다. 오르간은 때때로 translate로서 음색의 변화를 줬으며 호른과 오르간의 소리가 잘 조화되어 멋진 반주를 만들어냈다. 노래 가사 seal의 소리가 계속 등장하면서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이 곡은 마치 영화음악처럼 어떤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감동 있는 음악이었다.
이현철의 도라지 곡은 발음이 정확히 전달되었으며 힘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단원들이 스스로 노래를 즐기면서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선율은 우리나라 것인데 느낌은 중세 노래 같은 느낌이 났다. 아리랑 곡은 가사가 굉장히 부드러웠다. 이 곡은 뭔가가 더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냥 끝나버려서 아쉬웠다.
마지막 곡은 Nystedt의 Hosanna였는데 합창 시간에 배웠던 H-o-o-o-sanna가 들려서 공부가 된 음악이었다. 선율을 따라가면서 가사가 비는 곳에 o-o-o를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불러 줌으로써 훨씬 더 리듬감과 박자가 사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곡은 정말 대단했다. 어느 성부 하나 뒤처지지 않고 Alto건 Soprano건 모든 성부가 다 잘 들렸다. 마지막에 여러 성부가 Hosanna in excelsis! 하면서 한 음으로 합쳐졌는데 정말 환상적인 곡이었다.
이 연주회에서는 모든 합창 단체가 다 뛰어난 연주를 보여줬지만 개인적으로 서울 레이디스 싱어즈의 노래가 마음에 들었다.
날도 더운 데다가 어버이날인데 계속 진행이 더뎌져서 솔직히 중간에 그냥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계속 참으면서 듣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단체의 노래만을 남겨놓고 있었는데 서울 레이디스 싱어즈의 노래는 관중을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있었다. 노래도 모든 합창 단체 중에서 제일 즐기면서 불렀고 호소력이 있었다. 마지막까지 참고 본 보람이 있었다.
이번 연주회는 아주 색다른 연주회였다. 팸플릿과 연주가 전부인 보통의 연주회에서 곡의 설명과 오르간 사용법까지 곁들인 해설이 있는 흔치 않은 연주회였던 것이다.
앞으로 이런 연주가 활성화돼서 대중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클래식 연주가 보편화되며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즐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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