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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여행 7 | 루앙 프라방 - 농 키아우(Nong Khiaw) 이동 | 농 키아우 - 라오스 북쪽 산간 조용한 시골 마을 | 라오스에서 만난 인도 레스토랑
Olivia올리비아 2022. 4. 7. 19:56라오스 여행 7 | 농 키아우 여행 Nong Khiaw - 라오스 북쪽 산간 조용한 시골 마을 | 라오스에서 만난 인도 레스토랑
루앙 프라방(Luang Prabang)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나는 조금 더 북쪽으로, Nong Khiaw(농 키아우)라는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지금으로써는 그곳에서 Oudonxay(우돔싸이)라는 곳을 거쳐 태국 북쪽으로 넘어갈 생각이다. 라오스의 남부를 여행하지 못하고 빠져나간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앞으로 아세안 10개국을 다 여행하게 될지, 아니면 태국을 거쳐 인도로 가게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 과감하게 라오스 북쪽으로 하여 태국으로 넘어가기로 결정하였다.
이 숙소의 침대에 누워 바깥 경치를 구경하고 있는 이 순간이 정말로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도 아침 안개가 자욱한 것으로 보아 해가 조금 늦게 뜰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바나나 잎 안에 쌀을 넣고 쪄 낸 음식이 먹고 싶어서 시장 상인들에게 물어물어 이 음식을 구입했다.
캄보디아에도 있고, 베트남에도 있고 있는 이 음식은 바나나 잎 안에 (쌀+바나나), (쌀+돼지고기), (쌀+녹두과 콩 소)가 들어있다. 나는 콩을 좋아하므로 콩 소가 들어간 것을 찾아서 샀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반가운 마음에 한 입 베어물었는데 콩 소가 들어있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뭔가 물컹한 느낌이 들더니 비린내가 입 안에서 확 퍼졌다.. 아마 물컹한 돼지 껍질을 기다랗게 썰어 이 안에 함께 넣었던 것 같다.
비린 향과 맛이 내게 맞지 않아 도저히 다 먹진 못했다.
내가 여행할 다음 목적지 농 키아우는 작은 산간마을이라서 ATM 찾기가 혹 어려울까 싶어 아침에 숙소비 정산도 할 겸 현금을 인출했다.
그리고는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sangthaew(쌍때우) 아저씨 한 명을 만나 northern bus terminal까지 가는 가격을 협상하고(기분 좋게 US$ 3으로 협상), 숙소비 정산 후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쌍때우 드라이버에게 미소 한가득 띄우며 기분 좋게 작별의 인사를 고하고 농 키아우 가는 버스표를 예매했다.
(버스표는 당일에만 예매 가능했다.)
이것이 바로 농키아우로 가는 버스라고 하는데, 손님들은 저 뒷칸에 타고 간다.
나는 은근히 큰 버스와 멀미가 걱정되었었는데 다행히도 사방이 뚫려있는 트럭이라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농 키아우까지는 약 3시간이 소요되는데, 버스 출발 시간은 예정된 11시보다 2시간 뒤인 1시로 정해졌다. 아무래도 경제성을 고려하여 좀 더 기다렸다가 손님들을 더 모아서 가려는 것 같았다.
장거리를 여행하는 손님들의 짐을 지붕에 가득 올린 트럭들.
시간도 많겠다, 버스 정류소의 잡화상점을 구경했다.
장거리 버스를 타고 달리면서 먹기에 좋은 과일, 간식들.
최근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서 그랬는지 갑자기 라오스의 수제 소시지를 맛보고 싶어져서 이곳에 왔다.
소시지 하나의 가격은 8,000 Kip.
나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흔쾌히 OK 하고 가격을 지불했다.
그런데 먹을수록 가격에 의문이 들었다. 이 하나가 8,000 Kip이면 대체 라오스 서민들은 이걸 어떻게 사먹는거야? 뭔가.. 내가 외국인이라고 해서 이 아주머니가 내게 바가지를 씌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맛이 좋았으므로 그냥 여러 생각 말고 기분 좋게 먹기로. 소시지는 채소도 많이 들었고 육즙이 풍부한 맛이 정말 좋았다.
(나중에 농 키아우에서 소시지 가격을 조사해 본 결과, 개당 5,000 Kip 정도면 reasonable한 가격이었다.)
튀김 간식.
쌀을 튀겨 만든 간식도 있고.
진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터미널 한 켠 tea stall을 찾았다.
라오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TEA POT 연유 광고.
그리고 눈에 띄는 나무 기둥에 설치해놓은 신상.
드디어 출발 시간.
두 딸과 함께 여행하는 프랑스 부부를 만났는데, 프랑스인 남편은 이곳에 와서 당황한 듯 내게 말을 걸었다.
"당신도 이 트럭 타고 농 키아우에 가나요? agency에서 표를 끊었나요? 이 트럭은 agency에서 말한 트럭과는 너무나도 다른데..."
그들은 나처럼 직접 터미널에 와서 표를 끊지 않고 여행사를 통하여 표를 예매한 모양인데, 그들이 상상했던 버스의 모양과 현실의 트럭이 너무나도 달라 무척 당황한 모습이었다.
프랑스인 부부의 두 딸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는데, 트럭을 타고 가는 내내 큰 딸은 소설책을 보고 작은 딸은 chemistry를 공부하고 있었다. 부인은 놀랍게도 힌디(Hindi) 책을 꺼내서 보고 있었다! 나 인도에 관심 많은데!! 안 그래도 인도에 갈까 말까 어떻게 방향을 정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힌디어 책을 보는 외국인을 만나니(그것도 라오스에서) 완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트럭 동승자 중에는 독일에서 온 청년도 있었다. 그는 으레 이런 로컬 트럭을 이용하는 것이 너무나도 익숙한 듯이 트럭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중국에서 만들어진 듯한 미니 초코파이를 트럭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현재 6개월 째 동남아시아를 여행 중인데 max 1년이라는 기한을 두고 자신이 어디에 정착해서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찾을 예정이라고 했다. 결국 유럽인들도 생김새만 다를 뿐 우리가 삶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내용은 세계 어딜 가나 공통적인 인간의 고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청년은 트럭을 타고 가는 내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종교(아마도 불교인 듯) 관련 명상 서적을 집중하여 정독하는 모습이었다.
트럭에는 라오스 현지인들이 함께 동행을 했다. 사실 내게 있어 이 트럭을 타는 일이 기분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렇게 가까이서 라오스 현지인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살을 부대낄 수 있다는 데에 있었다. 비록 라오스 언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들의 트럭 이용 방식이 참 재밌었고(아무것도 없는 휑한 도로에서 기다리다 보면 이렇게 지역 간 이동하는 트럭이 나타나고, 현지인들은 수신호로 트럭을 세워 자신이 갈 목적지를 타고 트럭에 오른 뒤 원하는 곳에서 또 운전기사에게 신호를 보내 내리곤 했다.), 길을 가다가 채소 상인을 만나면 트럭을 세워 채소를 단체로 구입하기도 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이들의 솔직하고도 소박한 일상을 가까이에서 하니 왠지 라오스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
한편, 트럭에는 팔에 부목을 대고 붕대를 엉성하게 두른 남자가 타기도 하였었는데, 그는 병원에 다녀오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 남자가 처치받은 팔을 유심히 살펴보며 라오스 의료 시설 및 현실의 어떠함을 대충 짐작해보게 되었다. 추측건대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엔이나 루앙 프라방 같은 대도시 외에는 제대로 된 의료 시설과 전문인 인력을 갖춘 곳이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을은 아스팔트 도로 포장이 안 되어 있어 도로의 흙먼지가 그대로 도로변 식물들과 주민 가옥에 날아가 회색빛을 입히고 있는 모습이었다.
트럭은 한 4시간 여를 달려 해가 지기 전에 농 키아우에 도착했다.
버스 터미널 앞에는 이렇게 거대한 카르스트 지형이 웅장한 자태를 뽐냐고 있었다.
Lonely Planet 론리 플래닛 가이드북에는 농 키아우의 지도가 나와있지 않았다.
감으로 시내까지의 방향을 잡고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야 한다는 말인데... 날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래도 씩씩하게 현지인들에게 물어물어가면서(가이드북 뒷쪽에 있는 라오스 생존 회화를 통해) 시내 중심가까지 왔다.
농 키아우의 석양은 게스트 하우스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불안함을 상쇄시킬만한 아름다움이었다.
농 키아우의 메콩강 다리 위에 서서 감탄을 하며 석양을 지켜봤다. 1분 1초 지나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태양빛은 시시각각 아름다운 색으로 푸르른 하늘을 물들였고, 어두움이 내려앉은 자연의 실루엣 역시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제 태양이 많이 넘어갔다.
잔잔한 메콩강이 잠잠히 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사실 농 키아우에 오기 전에 한 블로거의 글을 통해 농 키아우 숙소 정보를 얻었다.
그 블로거가 상당히 그 숙소에 만족했으므로 나도 그 숙소 이름을 찾아가보리라 싶었는데 다리를 건너자 생각보다 단시간 내에 그 숙소를 찾게 되었다. 더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것이, 큰 배낭을 메고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다니던 나를 그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발견하고는 먼저 반가운 "사바이디~!" 인사를 날리며 내게 손짓을 하였던 것이다.
숙소는 소박한 시골집 분위기였는데, 가구는 낡았지만 주인이 정성들여 청소하고 침대보, 이불 등을 매만진 흔적들이 눈에 보였고, 또 언제든지 무료 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하여 이 정도면 꽤 만족스러운 곳이라고 생각하고 이곳에 배낭을 내려놓게 되었다.
빠른 속도로 체크인을 하고 wi-fi 비밀번호까지 받아든 나는 숙소 바로 옆 인도 레스토랑으로 달려갔다.
그 블로거가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Chennai restaurant인데, 인도가 너무나도 그립고 인도 음식 역시 그리운 마음에 인도 현지보다 가격은 몇 배 비쌀지라도 오늘만큼은 인도 음식을 먹으리라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모든 인도 요리를 다 먹어보고 싶었다.
불을 밝혀 놓으니 레스토랑 분위기가 더욱 운치 있어졌다.
내가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테이블에 손님들이 더 늘었다.
서양 여행자들이 많다는 것은 이곳의 음식 맛이 꽤 괜찮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인도 음식은 꽤 spicy한데.. 생각보다 많은 서양 여행자들이 인도 음식을 즐기러 온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모험심이 강한 사람들인건가? 아님 그만큼 인도 음식이 전세계적으로 많이 보편화 된 것일까? 아니면 이곳의 음식 맛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
나는 steamed rice와 malai kofta를 주문했다.
양은 적었지만 너무나도 맛있었던 말라이 코프타.
그렇게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자 정적이 흘렀다.
농 키아우는 라오스 북쪽 산간의 조용한 시골 마을로 여행자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인데 최근 그 특유의 아름다운 카르스트 지형으로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고.
오늘은 루앙 프라방에서 농 키아우까지 트럭을 타고 오면서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 썼으므로 반드시 샤워를 하고 싶었는데 산 속 깊이 위치한 농 키아우의 밤 공기는 생각보다 찼다. 그래서 겨우 얼굴과 발만 씻고 새벽 한기에 대비하여 두툼한 점퍼를 입고 담요를 접어 두툼하게 만든 뒤 그 안에 들어가서 강의를 들으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 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문득 농 키아우의 밤 하늘이 궁금해졌다. 청량한 밤공기도 마실 겸 발코니에 나가보니..... 와우~~!! 별들이 나를 향해 쏟아질 것 같이 밤하늘 가득 밝은 빛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감동에 젖어 한동안 그렇게 별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21 Jan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