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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전시 - 임파스토 기법을 통해 작가와 마주한 시간
화가 Van Gogh(반 고흐, 1853-1890) 관련 영화 재개봉을 앞둔 요즈음, 우연인지 필연인지 책장에서 10여년 전 서울 시립 미술관의 <불멸의 화가 반 고흐 : Van Gogh Voyage Into The Myth>에서 구매한 카탈로그 북을 발견했다. 이런 전시 관련 책자나 티켓들을 발견할 때면 신기한 것이 전시나 공연 당시 느꼈던 느낌들이 머리속에 떠올라 순식간에 추억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흔적들이 일종의 개인 타임머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들이구나 싶다.
미술 전시들을 관람하다 보면 자연스레 여러 화가들의 작품이 각 시대마다 역사적 흐름 속, 시대 사조나 화풍 등으로 서로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았기에 아무래도 한 전시 속 다른 화가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보게 되는데, 예전에 일본 미술 관련 전시를 갔다가 근대 일본과 네덜란드 화풍에 영향을 받은 고흐의 그림을 보고 알던 작품인데도 뭔가 더 묘한 매력에 반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기에 온전히 고흐만 감상할 수 있는 이 전시에 마음이 끌렸었는데 일단 전시 동선과 작품 간 간격이 매우 좋아서 작품을 감상하기에 편안했고 그래서 그런지 작품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고흐 전시회에서는 그림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무엇보다도 나는 Impasto(임파스토) 기법에 매료되었다. 유화 물감을 두텁게 칠해 나이프나 붓 등으로 도구의 자국을 남겨 표면에 약간의 입체감과 다양한 질감을 주는 기법이라고 하는데, 작품에 그대로 남아있는 붓자국들을 보고보고 또 바라보면서 동시에 그의 인생에 관한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마치 고흐라는 100여년 전의 인물을 눈 앞에서 만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가 피어나는 시기에 그린 그림 속 붓자국을 보았을 때는 왠지 나도 기뻤고, 좌절의 시기에 그린 그림을 보았을 때는 그 그림 앞에 그의 슬픔의 깊이가 어떠했을지 나는 감히 추측도 할 수 없지만 나 역시 굉장히 숙연해지면서 그 그림 앞을 차마 떠나기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어느 전시를 가나 무척 집중해서 감상하는 편이지만 그렇게 이 전시 역시 전시 마지막 즈음에 속이 메스껍고 두통이 올라올 정도로 고도로 집중해서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미술관을 나설 무렵 날은 어슴푸레 어두워져가고 있었고 불 밝혀진 좋아하는 정동길을 걸으며 전시의 여운을 잠시간 느꼈던 기억까지도. (10년 전 기억인데 생각나는 것이 정말 신기)
데카당스(Décadence)와 보헤미안(Bohemian)
나는 이 세상에 빚과 의무를 지고 있다. 나는 30년간이나 이 땅 위를 걸어오지 않았나! 여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림의 형식을 빌어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다. 이런 저런 유파에 속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남기고 싶다. - 1883.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
고흐의 삶, 그리고 인간의 감정이라. 어제 Gustav Mahler Symphony No.2(말러 교향곡 2번)를 감상하면서도, 요즘 공연중인 뮤지컬 Jekyll&Hyde(지킬 앤 하이드)를 감상하면서도, 뮤지컬 Notre dame de Paris(노트르담 드 파리) 속에서도.. 정말 신기한 것이 내가 요즘 접하고 있는 예술 속 공통적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바로 Décadence(데카당스)라는 부분이다. 그렇다보니 Queen(퀸)의 Bohemian Rhapsody(보헤미안 랩소디)에서의 그 'Bohemian(보헤미안)'이라는 표현 역시 그냥 표현이 아니었구나 하는 심오하고도 깊은 깨달음이 온다. 1789 French Revolution(프랑스 혁명) 이후의, 아니, 15세기 프랑스 중세 때부터도 있었던 보헤미안이라는 개념이 19세기 말 Van Gogh(반 고흐)를 포함하여 Henri de Toulouse-Lautrec(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Arthur Rimbaud(아르튀르 랭보), Charles Baudelaire(샤를 보들레르) 등을 거쳐 (그런 맥락에서 Giacomo Puccini(자코모 푸치니)의 La Boheme(라보엠)은 너무 낭만적으로 그려진 면이 있다.) 위에 고흐가 보낸 편지에도 드러나있듯 Alfred Doblin(알프레드 되블린), Virginia Woolf(버지니아 울프), James Joyce(제임스 조이스), Robert Louis Stevenson(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등이 쓴 인간 심리를 그녀낸 소설들, 1960~70년대 미국의 히피 문화, 그리고 영국 록밴드 Queen(퀸)에 이르기까지. 물론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고 이건 지극히 개인적 생각에 불과할지 몰라도, 우연인지 필연인지 현재 접하고 있는 예술들 속 이 보헤미안이라는 부분과 인간 심리와 감정에 대한 묘사라는 부분들이 너무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놀라움에 이렇게 짧게나마 메모를 해본다. 나누고 싶은 말이 정말 많다.
5 Dec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