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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베트남 호치민 가는 길

 

밤새 방 정리를 하고 여행 짐을 꾸리느라 잠을 한 숨도 못 잤다.

 

방 정리가 간단할 줄 알았는데 2년 넘게 캄보디아에서 지내는 동안 각종 책과 옷, 생활용품이 한 짐이었다. 혹시 누군가 방문자가 있어 내 방을 쓰게 될 수도 있으므로 나는 짐 정리를 해두어야 했다. 혹시 어린아이들이 내 방을 쓸지도 모르고 혹은 내 짐을 어딘가로 이동시켜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캐리어와 박스에 내 짐을 꼼꼼이 넣어두었다.

 

그렇게 짐을 대충 다 쌓아놓고 새벽 4시 경 달걀 토스트를 해먹었다. 6시간 여 버스를 타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베트남 호치민까지 가려면 아침 정도는 먹어두어야 했다. 달걀을 반숙으로 익혀 각각 살구잼과 토마트 케첩을 바른 식빵 사이에 끼워넣어 먹었다. 반숙된 노른자가 톡 터져 마치 잼 같이 흐르는 토스트를 난 좋아한다. 커피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잠도 한숨 못 잔 상태이므로 이따 버스 타기 전에 커피 한잔 마셔야지 싶었다.

 

다시 방에 올라와 꾸린 짐을 다시 점검했다. 랩탑과 카메라, 그리고 가이드북 외에는 다른 짐을 간단하게 꾸려가자는 생각이었으나 장기 여행을 생각하다 보니 짐을 꾸릴 때마다 한 가지, 한 가지가 없는 것이 자꾸 아쉬워졌다. 이것저것 넣다보니 가방이 배불뚝이가 됐다. 배낭을 메보니 늘상 메고 다니던 가방도 항상 무거웠던터라 이 배낭이 그리 무겁게 느껴지진 않았다. 인도 배낭여행을 할 때에도 13kg~15kg는 기본으로 메고 다녔었으니까. 혹시 일정 중 hill country를 방문하게 되면 날씨가 쌀쌀할테니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나로썬 침낭과 바람막이 점퍼, 심지어 1인용 전기장판까지 챙길까 생각하였지만, 전기장판은 너무한 것 같아서 애초에 뺐고 침낭과 바람막이 점퍼 역시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고산지대 방문을 대비하는 것은 나름 현명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여행기간을 그 짐을 들고 고생스럽게 다닐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보온용품들을 짐에서 뺐다. 정 추위를 견디지 못하면 현지에서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이미 꾸려놓은 짐이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여보고자 물건들을 넣었다 뺐다 하기를 반복하면서 살짝살짝 졸기도 하였다. 최근 잠이 부족하기도 하였는데 떠나기 전날 밤 이렇게 밤을 새게 될 줄은... 미리 짐을 싸 둘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난 어디를 가나 꼭 여행 전날 밤은 이렇게 짐 챙기면서 밤을 새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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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새벽 5시 25분. 이 시간에 뚝뚝(Tuk Tuk)이 있을리가 없었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이 신도시, 외딴 지역에는... 그래서 늘 이용하던 뚝뚝 아저씨 썬끼어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다행히 아저씨가 받았다. 나는 그 분의 잠을 혹시 방해했나 싶어서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와줄 수 있어요?" "OK." 이 아저씨는 정말로 충성(?)스럽다. 돈도 별로 바라지도 않는다. 주는대로 받는 아저씨. 그래서 어떤 때는 고마운 마음에 일부러 더 쥐어주기도 한다.

 

잠자는 사람들이 깰 새라 조용조용히 계단을 내려와 신발을 신었다. 여행지에서 신을 슬리퍼를 마지막으로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뚝뚝을 기다리는데 한 20여 분이 지나도 드라이버가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혹시나 버스타는 시간보다 늦게 도착할까 노심초사 하는 마음에 모또돕(모토 택시)이라도 타야 하나 싶었는데 마침 한 드라이버가 한 손을 위로 들며 내게 다가왔다. 나도 한 손을 들어 타겠다는 표시를 했다. 모또돕에 오르려는데 저 멀리서 뚝뚝 하나가 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이 썬끼어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 저 멀리서 다가오는 뚝뚝을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자세히 보고 있는데 역시나 썬끼어였다. 모또돕 아저씨에게 미안했지만 저 뚝뚝을 먼저 불렀었다고 이야기하니 아저씨는 흔쾌히 이해하고 떠나갔다. 

 

 

 

 

썬끼어의 뚝뚝에 올랐다. 아저씨는 막 잠이 깬 듯한 까치집 머리에 잠이 덜 깬 얼굴이었다. 문득 뚝뚝 앞좌석에 있는 '뚝뚝 루억'이라고 쓴 코팅된 종이를 발견했다. 뚝뚝을 팔겠다는 뜻과 함께 그 아래에는 전화번호가 적혀져 있을 터였다. '이 아저씨 이제 뚝뚝 일 그만하려나..?' 왠지 모르게 아쉬웠다. 참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내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이 사람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무슨 일을 하든 만남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면서...

 

 

 

 

썬끼어의 뚝뚝을 타고 시원하게 아침공기를 가르면서 베트남 가는 버스 정류소로 향하는 길. 여명이 밝아오는 하늘이 참 예뻤다. '여명'이라는 말, 2007년 온 가족이 유럽여행을 가던 날 인천공항을 가던 리무진 버스 안에서 아빠가 말해 준 단어였는데... 

 

 

 

 

오늘 호치민에 타고 갈 버스는 이 버스이다. 항상 금호 삼코(Kumho Samco) 버스를 이용하다가 이날은 바로 그 옆에 있는 PHUONG HENG 회사가 눈에 띄여 이 버스를 이용해보기로 했다(이틀 전 미리 예약). 좌석도 깔끔해보이고 요즘은 버스 안 wi-fi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지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게 되어있고, 또한 금호 삼코 버스를 탈 때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점이었던 화장실이 버스 안에 없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금호 버스는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내게는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더 불쾌함과 멀미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나는,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나요?" "아니요, 없어요." 라는 대답을 듣고 단번에 이 버스를 예약했다. 금호 삼코와 같은 비용 US$10에 슬리핑 시트, 화장실 없는 버스가 마음에 들었다.

 

 

 

 

출발 당일 아침. 중국인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어느 나라를 가든 다 그러리라 짐작이 되지만 캄보디아 내에도 특히 중국 관광객이 많이 늘어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많은 캄보디아인들이 기본 중국어는 다 구사하는 듯 하다. 버스는 승객이 한 1/3 정도만 차서 승객 입장으로서는 한적하고 좋았다.

 

 

 

 

버스 타기 전 근처 시장에서 연유커피 한 잔을 샀다. 큰 컵으로 달라고 했는데 무려 5,000 riel(약 US$1.25)이나 받았다. "왜 이렇게 비싸요?" "5,000리엘이에요." "다른 데서는 2,000리엘인데 비싸네요." 하자, 옆 집 상인이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그러자 커피 상인은 한 잔에 2,500리엘 커피 2잔 용량이기 때문에 5,000리엘이 맞다고 하였다. 그래도 비싸긴 비쌌다. 이거랑 똑같은 용량으로 집 근처에서는 2,000리엘인데...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외국인에 특히 여행용 배낭을 메고 있어 캄보디아를 잘 모른다고 생각해서 비싸게 부른거 아닌가 싶기도 하였지만, 다른 커피 가게를 찾기도 뭐하고 해서 그냥 돈 주고 마시기로 하였다.

 

 

 

6시 30분. 버스에 탑승. 이제, 드디어 여행 시작, 베트남으로 떠나는구나..!! 

 

 

승용차와 오토바이가 질서 없이 다니는 이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를 이제 벗어나는군. 이곳이 과연 그리워질까..? 

 

 

 

 

 

 

이 복잡한 시내, 출근길 한복판에서 조깅을 하고 있는 사람. 요즘 프놈펜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Herbal Life가 들어온 지는 벌써 1년이 넘었고, 건강 보조제, 건강 보조식품 광고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리고 생긴 지 한 5~6개월 정도 된 캄보디아 최대 쇼핑몰 AEON Mall(이온 몰). 일본은 이 쇼핑몰을 유치하기 위해 이미 10년 전부터 현지 법인을 설립하였고, 시장 조사는 약 3년을 하였단다. 한국식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이곳에 들어와 현장에 대한 공부와 이해 없이 무작정 부딪치는 많은 한국인들과는 대조되는 점이다. 나도 한국인이긴 하지만 한국인들은 이런 점을 특히 지양하고 빨리 한국식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고 할 경우 선진국을 대하는 태도와 동남아를 대하는 한국인들의 태도는 너무나도 많은 차이가 난다. 개발도상국, Developing country. 말 그대로 발전 중인 나라일 뿐이지 우습게 볼 나라들은 아닌데 말이다. 동남아시아 내 많은 한류 열풍들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내가 경험하기로는 한국인이어서 반가워하고 우대해주는 그런 분위기는 많이 없다. 오히려 현지인들의 반응은 싸늘하기까지 하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못난 행동들을 많이 하고 다니는 것이다.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역시나 경제 대국으로 떠오르며 동남아시아 내 영향력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중국과, 이미 동남아시아 내에서 영향력을 확장해 왔었던 일본. 베트남에 가도 이 두 나라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왠일로 한산한 Monivong Blvd. 왼쪽 한일 건설이 시공 중인 Gold Tower 42는 2008년 3월 착공에 들어갔지만 거의 6년이 다 되어가도록 완성될 기미가 안 보인다. Sihanouk Blvd.와 Monivong Blvd.가 교차하는 프놈펜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지만 계속 지연되고 있는 이 건설은 한국인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나는 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밤을 샜는데도 잠이 쏟아지진 않았다. 다만 이따금씩 잠깐잠깐씩 졸긴 했다. 아직은 국경도 안 지났고 베트남에 도착 직전이라 몸이 긴장해서 그런진 몰라도 그렇게 피곤한 줄은 모르겠더라.

 

 

캄보디아(Bavet)-베트남(Moc Bai) 간 국경에 도착하기 직전에 휴게소에 들렀다. 식사 및 휴식 시간이 한 20여 분 정도 주어졌다. 시간은 9시 30여 분 정도 되었는데 사람들은 아침을 먹는걸까? 이른 점심을 먹는걸까? 나는 그저 사람들이 밥 먹는 동안 레스토랑 입구에서 파는 간식들을 열심히 구경하며 이따금씩 다리 스트레칭도 하였다.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간식들. 금귤(Kumquat)도 있어서 문득 한국의 겨울날이 생각났다. '낑깡'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과일.. 먹어본 지 한참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캐슈넛(cashew nut)과 피스타치오(pistachio)도 판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견과류가 저렴하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 파는 것들은 대부분 베트남에서 들어온 수입산인 것으로 알고 있다. 캄보디아에 캐슈너트 생산지가 있긴 하지만 그 껍질을 벗길 수 있는 가공 공장이 많이 없어 생캐슈넛 그대로 베트남 등지로 수출한다. 베트남에서는 캐슈넛을 가공하여 전세계로 수출하는데 베트남은 전세계에 공급되는 캐슈넛의 1/4을 공급하고 있다. 생캐슈넛은 1kg에 약 US$1.5에 판매되지만, 껍질을 벗기는 등 가공하여 판매할 경우 kg 당 US$8~12까지도 받을 수 있기에 베트남이 캐슈넛으로 얻는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캄보디아에는 가공공장만 들어서도 캄보디아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경제 효과가 높아질텐데 왜 캄보디아에는 가공 공장 투자가 잘 안 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었다. 2014년 1월 코트라 프놈펜 무역관 뉴스레터에 의하면, 깜뽕 톰(Kampong Thom) 주에 캐슈너트 시험 가공공장이 들어설 것이고 껍질을 벗기는 가공이 완료되면 국내 바이어들에게 1kg당 12달러에 판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2014년 말 경인 지금도 시장의 대부분의 캐슈넛은 베트남 수입산인 것으로 미루어보아 아직까지 국내 생산량의 전국적인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말 경 깜뽕 츠낭(Kampong Chhnang) 주에 가던 도로 옆 양 길가에 고구마를 엄청 많이 팔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가격도 1kg당 1,000~2,000 riel(약 US$0.25~0.50) 정도로 무척 저렴했었다. 고구마도 이렇게나 많이 나고, 캄보디아 정부가 특히 밀어붙이고 있는 쌀도 좋은 평을 받으며 해외에 수출할만큼 훌륭하다고 하는데, 그간 캄보디아에서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나는 늘 의문이었던 것이 왜 캄보디아에서는 이렇게 훌륭한 농산물들을 가지고 그것을 가공, 상품화하는 공장, 회사가 발달하지 않았는가였다. 왜 농산물을 특산품화 시키지 못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캄보디아의 톤레 삽(Tonle Sap)도 너무나 안타까운 곳 중 한 곳이다. 자기 소유의 땅이 없는(또는 가질 수 없는) 베트남인들이 주로 그 호수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곳은 캄보디아의 자연유산이며 엄청난 수산자원의 보고인 곳이다. 그런데 그곳을 방문할 때에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단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상가옥, 수상학교, 관광객들을 위한 수상 레스토랑 정도이다. 내가 만약 나라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라면,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들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더욱 돋보이도록 부각시키고, 이미 있는 자원들을 바탕으로 그 지역만의 특색을 충분히 살려 그곳 경제를 활성화시킬 방안을 연구하여 시행하게 할 것이며, 그곳에 살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까지도 다 포용하면서도 베트남과 캄보디아 모두 살릴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을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입사귀가 달린 귤. 오래간만에 본다. 이곳 날씨도 점점 서늘해지는 시기라서 이런 과일들이 나는건가...

 

 

 

 

또 한 켠에서 팔고 있는 간식들.

 

 

 

 

밤도 팔고 있다. 프놈펜의 프사 트마이(Psar Thmei)에 가면 한껏 뜨겁게 달군 자잘한 돌들(?)을 밤과 뒤섞어서 군밤으로 팔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먹기 좋도록 깎아놓은 망고와 파인애플, 감과 파파야. 요즘 캄보디아에 한국산 감이 저렴한 가격에 들어오고 있다고 들었다.

 

 

이제 이 휴게소를 지나 카지노 밀집 지역을 지나면 5분도 채 되지 않아 곧 국경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to be continued....

 

25 Nov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