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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 시 도착 | Ho Chi Minh City

 

오전 10시 경 베트남 Moc Bai(목 바이) 국경과 맞대고 있는 캄보디아 Bavet(바벳)에 도착했다.

 

나를 포함한 여행자 일행은 국경검문대를 통과하기 위해 잠시 버스에서 내렸는데, 한 사람씩 여권 검사를 해야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버스회사 직원이 능숙한 기지를 발휘했기도 한 것 같고 다들 여권상 문제가 없는지 다시 버스에 올라 국경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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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국경에 도착. 우리는 모든 짐을 다 가지고 내려서 국경 검문대 앞에서 기다렸다. 금호 삼코 버스를 이용할 때에는 20~30분 정도 한참이나 기다려야 내 차례가 와서 검문을 통과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검문대 앞에 서자마자 내 이름이 불려졌고 나는 여권을 받아들고 세관을 아주 여유롭게 통과할 수 있었다. 

 

이런 신속한 국경 통과가 가능했던 것은 아마도 아까 우리가 휴게소에서 식사하고 있을 때 버스 회사 직원이 국경으로 먼저 와서 여행자들을 위한 수속을 미리 밟아놓은 덕이었던 것 같다. 아까 휴게소에서 프놈펜 출발 시간이 6시 30분으로 우리 버스와 같았던 금호 삼코 버스가 우리보다 뒤늦게 도착하여 그 버스의 승객들과 직원들을 만나게 되었었다(승객들은 대부분 한인이나 중국계 사람들이었다.).그런데 그 버스회사 직원들은 식당에서 밥 먹기 바쁘더라. 뭐, 일도 밥을 먹어야 하니까 밥 먹는 것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금호 삼코 직원들은 국경에서 비자업무를 도와주면서 터무니 없는 커미션을 챙기고 승객들과 얼굴을 붉히는 것을 이미 여러 번 보아왔고 내 자신도 경험했던터라 내 미움을 산 지 오래다. 커미션이 웬말이냐, 그것도 정도가 있지 너무 비싸다고 항의하자 버스 직원은 기꺼이 버스 회사 내 한국 직원(? - 한국말이 어설프게 가능한 것 보아 한국인은 아니었던 듯)과의 통화 연결을 시켜주었었는데, 그 한국어를 하는 직원 말로는 그런 관행은 어쩔 수 없다면서 양해를 부탁한다는 말만 늘어놓았다. 그런 커미션은 낼 수 없다고, 내가 직접 비자를 신청하겠다고 하자 그렇게 하면 많은 승객들이 나 한 사람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버스 회사가 참으로 부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버스 회사를 다시 찾아가서 한국인 직원을 만나 반드시 한마디 하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으나 여러 말을 하기보다는 그냥 다음부터 이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아무튼 오늘 내가 탄 Phuong Heng 버스는 버스 회사의 방침인지 이 회사 직원인 베트남 사람 특유의 신속한 일처리 기질 때문인지는 몰라도 신속한 국경 통과에 감동이 밀려왔다. 다음부터는 이 버스만 이용할테야.

 

 

 

 

베트남 호치민시 외곽에 접어들었다. 

 

운전기사 옆에 앉은 사람이 바로 국경 통과를 도와주었던 직원이다. 베트남어가 능숙하고 캄보디아어는 조금 하는 것 보아 베트남 사람 같았다. 이 사람은 어디서 도시락을 미리 사왔는지 국경을 통과하자 버스 안에서 우리보다 늦은 식사를 해결했다. 도시락은 베트남식 백반 같은 느낌이었는데 맛있는 냄새가 나서 베트남에 도착하면 이런 백반 종류를 꼭 먹어봐야지 싶었다. 아무튼 노란옷 입은 버스회사 직원 참 프로페셔널하고 멋져보였다. 버스 운전기사도 운전을 하면서도 승객들의 짐을 좌우로 살피고 승객들이 각각 내릴 곳도 체크하는 등 아주 자기 직업에 있어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서 참으로 감동이었다. 이런 기질이 캄보디아 사람들과 베트남 사람들의 차이일까? 늘 무기력하고 대충대충 일하는 캄보디아인들과 철두철미하고 신속한 베트남 사람들은 참으로 대조적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베트남을 다 경험해본 것은 아니므로 민족성과 기질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더 자세히 할 수 있겠지.

 

 

 

 

국경 하나 넘었는데도 벌써 도로 상태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물론 캄보디아 프놈펜(Phnom Penh)에서 베트남 국경까지 오는 길은 특히 국경 지대라서 도로가 잘 깔려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프놈펜에서 시엠립(Siem Reap)까지 향하는 도로는 세계적인 UNESCO 문화유산, 앙코르와트(Angkor Wat)로 향하는 길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그 도로를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도로 컨디션이 아주 나쁘기 그지없다. 물론 최근에는 중국 원조를 받아서 도로 확장공사를 하고는 있지만, 비효율적인 확장 공사 규모로 인하여 이곳으로 향하는 길은 늘상 불편하고 화물차와 승용차가 함께 달리면서 추월할 수밖에 없는 도로는 늘 사고의 재앙지대가 되고 있다. 프놈펜 도심도 매달 늘어나는 차량으로 어찌나 복잡한지... 캄보디아 정부에서는 프놈펜 시 외곽으로 고가도로를 더 만들겠다는 등 도심 내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해보려고는 하지만, 도심 내 근본적 대책이 없다면 제아무리 외곽으로 길을 내봤자 다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뒤섞여 정신 없고 위험하기 그지 없는 캄보디아와 달리 베트남에서는 위 표지판과 같이 자동차와 모토가 다니는 길이 구분되어 있는 것 같다. 위의 사진처럼 자동차가 달려야 하는 길에도 모토가 달리고는 있지만.... 아래 사진을 보면... 

 

 

 

 

결국 모토들이 오른쪽 도로로 빠져나가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어떻게 이런 도로문화가 정착되었을까? 또한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다 헬멧을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캄보디아에서도 헬멧을 착용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기로 되어 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헬멧을 쓰고는 다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찰들이 안 보는 데서는 벗고 다니다가 저 멀리 경찰이 보이면 헬멧을 쓰고 그 길을 통과하고는 한다. 시민 의식이 벌써 이렇게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두 나라 국민들이 쓰는 헬멧 모양 역시 다르다. 

 

 

 

캄보디아에서는 full face helmet을 주로 쓰는 반면, 

 

 

 

 

 

베트남 호치민에서는 shorty helmet 또는 polo style helmet을 주로 쓴다.

 

(*사진 출처

http://www.twincitiesrider.com/helmetguide006.htm,

http://english.vietnamnet.vn/fms/society/68222/drivers-wearing-fake-helmets-to-be-fined--10.html)

 

 

두 국가가 어떻게 이런 다른 모양의 헬멧을 쓰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캄보디아에서는 워낙 교통법규 준수가 안 되다보니 사고가 잦고, 그렇다보니 사람들이 가장 머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두상 전체를 덮는 헬멧을 선호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반면 베트남은 도로 자체에서부터 자동차와 모토 달리는 길이 나뉘어져 있다보니 가볍게 두상을 보호할 수 있는 정도의 헬멧을 쓰게 되었을지도. 

 

두 헬멧 다 일장일단은 있는 것 같다. full face helmet은 머리 전체를 다 커버하므로 안전상 더 안전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귀까지 다 가려야 하다보니 차량 흐름을 들을 수 있는 소리와 양 옆을 볼 수 있는 시야가 shorty helmet보다는 더 제한적일 수는 있을 것 같다. 뭐, 아무튼, 두 나라 모두 가장 자신의 상황과 도로 상황에 맞는 헬멧을 쓰고 있는 것 같긴 하다. 

 

(물론 이는 일반적인 사항인 것이지 전체적인 사항은 아닐 것이므로 지역을 탐방하다가 또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면 새로운 글을 또 올리겠음.)

 

 

 

 

베트남 호치민 시 외곽을 꽤 한참 동안, 한 1시간 30분~2시간 여 달렸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국경에서부터 시내까지의 거리가 꽤 되는구나.

 

나는 이따금씩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면서 가이드북을 통해 오늘 묵을 숙소를 대충 선정해 놓았다. 아직 성수기 시작 직전이니까 예약 없이 가도 당일 묵을 방은 있겠지 싶었다.

 

 

그렇게 호치민 시에 도착. Ho Chi Minh City이므로 줄여서 HCMC라고도 쓰는 이 도시.

 

나는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에서 괜찮다고 하는 숙소를 우연찮게 찾을 수 있었는데, 숙소 내부가 약간 습하고 음침한 것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직 비수기이고 trip advisor, agoda, booking.com 등의 인터넷 예약 대행을 거치지 않고 직접 와으며, 두 사람이 아닌 나 혼자이므로 방 가격을 할인해주겠다고 주인장이 더듬더듬거리는 영어로 최선을 다해 말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아직 이 지역을 돌아보기도 직전이므로 나는 다시 와보겠다고 하고 인근 호텔을 찾아보러 나왔다.

 

그렇게 내 나름의 가고 싶은 호텔을 찾아가던 길이었는데, 길 가다가 오른편에 캄보디아처럼 가로 폭이 좁고 위로 높게 올라간 flat house 형식으로 된 호스텔을 발견했다. 입구 전면이 통유리로 꽤 깔끔하게 되어있는 것이 눈에 들어와서 호스텔이지만 한번 들어가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dormitory보다는 single room에서 저렴하게 묵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외국인들과 어울려는 봤지만 공동 생활을 해 본 적은 없어서 도미토리가 약간 주저되기도 하였었고, 만약 싱글 룸을 얻는다고 할 경우 나 혼자 마음껏 인터넷 강의도 듣고, 음악도 듣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등 할 수 있는 활동의 폭이 넓어질 터였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이 호스텔에 들어가보니 싱글룸은 오늘 full이고 도미토리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가격은 아침식사 포함 US$8로 저렴하긴 했다. 나는 그래도 싱글룸을 얻고 싶어서 고맙다고 하고 나왔는데, 신발을 신으려는 찰나, 그래도 도미토리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보고 가자는 생각으로 매니저에게 방 안내를 부탁했다. 

 

flat house 형식의 이 호텔은 내부도 그리 넓진 않았지만 엘리베이터도 갖추고 있었다. 신발은 입구에서 벗고 맨발로 다니는 곳인데, 맨발로 엘리베이터를 타니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매니저와 통성명을 했다. 매니저의 이름은 Jerm이었는데, 베트남에 와서 처음으로 접하는 베트남 아가씨여서 그런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하였고 베트남 사람들의 삶과 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가는지가 무척 궁금해졌다.

 

방 내부에 들어가보니 무척 깔끔했다. 내가 선호하는 시엠립의 그 호텔과 무척 닮아있는 호텔이어서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내가 방에 들어서자, 자신의 침대에 앉아 랩탑으로 무언가 일을 하던 중년의 여성이 "Hello." 하고 인사를 하였다. 그래. 어쩌면 이 사람과 단 하루일지라도 한 식구로서 함께 자게 되겠구나.

 

나는 리프트를 타고 다시 내려오면서 이 호스텔에 묵을지 생각해보았다. 생각해보니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한번 도전해보고 묵어보기로 결심하고 이 호텔에 이틀 동안 묵겠다고 하였다. 나는 체크인을 하고 도미토리 락커 룸에 가방을 넣어놓은 뒤 점심을 먹으러 밖에 나갔다. 

 

 

숙소가 위치한 곳은 Pham Ngu Lao로 여행자 거리라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 그냥 늘상 베트남에 올 때마다 내리던 버스 하차장이 이 근처였기 때문에 숙소도 이 근처에서 정하게 되었던 것이었는데 여기가 여행자들이 가득한 Bui Viện, Phạm Ngũ Lao, Quận 1 Hồ Chi Minh이었던 것이다. 

 

숙소 인근에는 아까 <론리 플래닛>에서 봤었던 맛집들이 즐비했다. 'Mumtaz'라는 인도 요리집을 보고서 '오래간만에 인도 음식 먹어볼까?' 하면서 마음이 설레이기도 하였지만, 베트남에 왔으니 일단 베트남 음식을 먹는 것이 이곳을 체험하기에 적합한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쭉 걸어가는 내내 쌀국수 집, 백반집, 여행자 카페 등 여러 가게들 앞에 선 직원들이 메뉴판을 내밀며 자신의 가게에서 먹고 가라고 유혹하였다. 그런데 나는 아까 버스 안에서 버스회사 직원이 먹던 그 백반에 이미 마음이 가 있었던터라 자연히 백반집을 찾게 되었다. 밤을 새고, 새벽 4시에 달걀 토스트 하나 먹고, 커피와 군고구마를 먹으면서 달려온 베트남. 나는 밥과 반찬이 있는 집 밥 같은 밥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자리잡게 된 이 곳! 

 

나의 첫 선택지는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닌 길거리 레스토랑이었다. 베트남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 낮은 식탁에 몸을 수그리고 밥을 열심히 먹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었다. 반찬도 별로 기르져 보이지 않고 건강식 같아 이 동네를 한바퀴 돌다가 어느 정도 사람이 빠져나가자 나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가 이곳에 자리를 잡자 사람들이 나를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아마도 저 길 건너만 해도 저렇게 여행자들이 가는 음식점이 있는데 굳이 왜 이런데서 먹느냐는 얼굴 표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진짜 베트남 사람들이 먹고 사는 그 음식을 맛보고 싶었다. 음식에는 가장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정서가 깃들여 있으니 말이다. 

 

 

 

 

나는 반찬으로 달걀부침을 골랐다. 그러자 밥 위에 채소 샐러드 조금과 소스, 그리고 국이 나왔다. 이렇게 한 끼가 25,000d (이만오천 동(Vietnam Dong: VND))이다. 현재 환율이 US$1 = 21,000d 이니까 25,000d은 한화 약 1,300원 정도.

 

 

 

 

향 나는 이 국이 참 맛있었다. 고수도 조금 들어간 것 같고, 무지 연하디 연한 어떤 채소도 들어갔는데 그 독특한 풍미가 참 마음에 들었다. 단 맛도 살짝 났는데 그것은 옥수수 알갱이들에서 배어나온 맛 같았다. 이것이 베트남 가정식인가? 진짜 베트남 가정에서는 무엇을 먹고 살까? 베트남 가정도 한번 방문해보고 싶어진다.

 

그렇게 밥을 먹고 있는데 문득 저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전화기를 꺼내들더니 크메르어로 통화하기 시작한다..? 캄보디아 친구에게 듣기로 호치민이 '캄푸치아 크롬(Kampuchea Krom)'으로 원래 크메르 땅이었다고 하던데.. 이곳에 역시 캄보디아인들도 살고 있구나 싶었다. 낯선 국가에서 캄보디아 사람을 다시 만나니 반갑긴 반갑네.

 

한편, 내 옆 테이블에서 밥을 먹던 할머니. 생선을 열심히 발라서 밥 한그릇 뚝딱 하시더니 커피 한잔 시켜놓고 밥 먹고 있는 내 옆에서 담배 연기 폴폴 피우기 시작. 나도 밥을 다 먹고 가이드북 뒤적이고 있는데 할머니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뭘 보냐면서, 어디에 묵냐면서, 얼마에 묵냐면서, 자신의 친구가 호텔을 하고 있으니, 싸게 해줄테니, 여기서 멀지 않으니 그곳에 오라고... 호텔 숙박비 벌써 냈냐고, 오늘 당장 묵을 수 있냐고를 거듭 물었다. 괜찮다고 하고 나중에 이용하겠다고 했는데 명함을 기어이 내게 쥐어주었다. 

 

이렇게 저렇게 만나게 되는 베트남 사람들. 신선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도대체 어떤 나라일까? 내가 알지 못하는 베트남의 매력에 푹 빠져보고 싶다.

 

to be continued....

 

25 Nov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