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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시내 산책 - 비 내리는 호치민
점심을 먹고 나는 Pham Ngu Lao 인근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나는 여행을 오면서 그간 쓰지 않던 Fuji Finepix s8000fd 카메라를 가지고 왔다. 이 카메라를 쓰려고 일부러 rechargeable battery까지 새로 구입했다. 충전지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뚤뚬뿡 시장(Phsar Tuol Tum Poung)에서 4개에 US$6에 구입했다. 나름 괜찮은 가격에 구입한 것은 같은데 품질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2개에 US$4지만 내게 US$3으로 깎아주는 것이라고 하여 그냥 구입을 했는데, 나중에 비닐봉투를 열어보니 건전지 한 세트에 뜯었다가 다시 셀로판 테이프로 붙인 흔적이 있었다. 여행 중 충전지에 혹 문제가 생길라 당장 가서 교환하고 싶었지만 일단 충전한 뒤 사용해보니 괜찮은 듯 하여 속는 셈 치고 그냥 쓰기로 하였다. 충전지가 부디 오래 가 주었으면 했다. 다음부터 물건을 살 때에는 포장상태도 꼼꼼히 확인하고 사야겠다.
Finepix s8000fd 카메라는 800만 화소에 최대 18배 광학 줌이 되고 화각이 넓어서 지난 2010년 인도에 있을 때에도 유용하게 잘 활용했었다. 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가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화각이 너무 좁아서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카메라는 화각이 넓다.
출시된 지 오래된 카메라이지만 내 생각에는 아직도 쓰기에 참 괜찮은 카메라 같다. (라고 썼는데, 아래에 보면 카메라에 갑자기 노이즈가 생기면서 고장이 났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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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Fuji camera를 들고 호치민 시내를 산책했다. 호스텔 인근부터 어떤 것들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기로 하였다. 여행사, 식당, 카페, 기념품 가게, 옷 가게, 편의점 등 여행자를 위한 가게들이 대부분이었다.
길을 걷다가 재밌는 풍경 포착! 화분을 저렇게 난간에 끼웠는데 식물 뿌리가 난간을 꼭 붙잡고 있을 것만 같다,
Pham Ngu Lao 여행자 거리. 아직 성수기 직전이라 그런지, 아니면 낮이라서 그런지 아직 한산하다.
호치민 시를 달리는 VINASUN TAXI. 'VINA'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 혹시 Viet Nam의 각각 앞 자를 따서 만든 베트남의 애칭인가..? 간판에도 'vina'라는 단어가 많이 씌어 있던데.. 무슨 뜻일까.
이것은 캄보디아 마을들이 그러하듯 마을 입구 문일까. 마을 구역을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 신당을 차려놓은걸까? 아님 절이 있다는 뜻일까?
용 장식이 있는 것으로 봐서 중국식 절 같기도 하고.. 참 독특하다. 베트남의 종교는 얼마나 다양하고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그것이 사람들의 의식과 문화에 어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나저나 내 카메라...ㅠ.ㅠ 한 3년 동안 쉬어주었다가 다시 쓰려니 그간 몸살이 났나. 계속 노이즈가 생기고 채도/색상도 변경되고 있다. 아무래도 조만간 카메라 수리점에 들러야겠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열대 지방이니까 스콜(squall) 맞나? 소나기 덕분에 나는 한 여행사 앞에서 바깥 풍경을 구경하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갑자기 비가 내리면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신기한 것은 이곳 사람들은 입고 있는 두툼한 비옷 앞면으로 오토바이 전면을 가린다는 것.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모토 전면을 덮으면서도 헤드라이트가 빛을 비추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라이트 부분을 이렇게 투명으로 만든 우비도 있다. 게다가 이것은 2인용 레인코트! 획기적인데!
반면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에서는 대부분 이렇게 얇은, 거의 1회용 우비를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이 우비는 가볍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1개에 1,000 riel(약 US$0.25), 쉽게 찢어지고 제대로 말리지 않는 이상 다음번 비올 때 다시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프놈펜에서도 호치민에서 쓰는 것과 같은 두툼한 우비가 제법 눈에 많이 띄고 있다.
이건 사담인데, 캄보디아와 베트남이 국경을 맞대고 있고 프놈펜과 호치민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데 왜 호치민에서 쓰는 polo style helmet이 프놈펜에 유입되는 것이 더뎌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분명 두 나라를 오가는 사람들이 한 두번쯤 판매를 생각해봤을 법도 한데 왜 프놈펜에서는 모토용 shorty helmet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인지... 또 한가지 의문인 점은 2013년 호치민을 찾았을 때에 사이공 스퀘어(Saigon Square)에서 당시 한국에서도 한창 유행 중이던 캐스 키드슨(Cath Kidston) 가방이 쫙 깔려있는 것을 봤었다(물론 모조품이겠지만). 그런데 왜 프놈펜 시내에는 하나도 볼 수 없는 것인지, 왜 모든 것에서 캄보디아는 베트남보다 한 발 더 늦는 것인지 궁금했었다. 분명 프놈펜ㅡ호치민 사이를 오가는 사람이라면 호치민에서 물건 구해다가 프놈펜에서 판매할 법도 한데 왜 그런 사람들이 없는 것인지 궁금했었다. 나는 이 의문을 가진 지 한 6개월쯤 지나서야 프놈펜 FOS(Factory Outlet Store)에서도 처음으로 캐스 키드슨 꽃가방을 팔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왜 캄보디아는 항상 베트남보다 이렇게 늦는걸까? 가방 공장은 주로 베트남에 있어서 그런걸까? 호치민의 유행을 재빠르게 읽어 프놈펜에 재빨리 가져다 파는 부지런한 사람이 있을 법도 한데 지금까지는 캄보디아에서는 그런 신속함을 볼 수가 없었다. 분명 유통망을 꽉 쥐고 있는 상인들 등 무슨 구조적인 이유가 있긴 있을 것이라 생각되긴 한다.
참 로맨틱해지고 있는 나의 카메라. 알아서 분위기를 이렇게 잡아주다니.. 이것도 나름 매력적인데! ㅎㅎ;;
캄보디아에서는 시내버스가 운영된 지 이제 10개월 정도 되었는데, 베트남에서는 버스가 당연한 듯 이렇게 다니고 있다. 이곳의 버스 노선도는 어떨까. 환승 제도는 있는지? 조만간 로컬 버스를 이용해봐야겠다.
자꾸만 나도 모르게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비교하게 된다. 캄보디아에 오래 있었다보니 아무래도 베트남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또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나라이면서도 국경 하나로 삶의 모습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음이 매우 신선하고 새롭다. 이런 새로운 환경에 캄보디아의 현재 모습을 비추어보며 캄보디아를 무시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하지만 베트남의 경제 상황이나 시민들의 삶 규모가 아무래도 캄보디아보다 더 잘 정돈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쿨하게, 사실은 인정하자. 캄보디아보다 베트남이 훨씬 더 질서가 잡혀있는 나라인 것은 사실이다. 시민들의 삶 수준과 시민 의식도 훨씬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호치민이 특히나 더 경제 도시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호치민 한 부분만 보고 베트남 사람 전체 모습이 그러하다고 단정지을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캄보디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베트남은 모든 면에서 캄보디아보다 훨씬 더 앞서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늘 바쁘게 사고하고 늘 바쁘게 걸어다녔던 나. 비가 옴으로 잠시 멈춰 서 있는 이 시간 동안, 이 스콜이 새롭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나는 어느새 이 동남아시아라는 환경 속에서 점점 더 감수성이 무뎌져 가는 것은 아닐지, 내심 내 자신이 걱정되었다.
그래. 환경에 동화되거나 이끌려가지 않고 그간 놓치고 있었던 새로운 시각을 다시 얻기 위해, 같은 것도 늘 새로운 것 같이 바라보고 남들이 못 보는 유일한 그것을 보기 위해서 떠나온 여행이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더더욱 일부러 카메라를 꺼내들어 비오는 장면을 여러 차례 찍고 또 찍었다.
to be continued...
25 Nov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