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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여행 - 블라인드 마사지 | 호치민 영화 대학교 | FAHASA 파하사 서점 | 호치민 도시 산책

 

갑자기 만난 소나기. 비가 어느 정도 잦아들자 나는 Vietnamese Traditional Massage Institute를 찾아가보기로 하였다. 캄보디아 프놈펜과 시엠립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Blind masseur(블라인드 마사지사)를 베트남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여 어떤 곳일지 궁금하기도 했고, 지난 밤 잠 한숨 못 자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긴장하며 달려왔던터라 나는 이제 점심도 먹어 배도 부르겠다, 조금 걷기도 했겠다, 마사지 받고 릴렉스하면 딱 좋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The Blind Association of Ho Chi Minh City 입구. Chợ Thai Binh 시장 바로 건너편에 있다.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 가이드북에 표시된 지점과는 약간 달라서 근방에서 좀 헤매긴 했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왜 가이드북에 굳이 '호치민 시'의 맹인 협회라고 써놓은 것인지가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봤다. 

 

 

 

 

The Voice of Vietnam의 기사로 추측건대 베트남에는 44개 주에 약 1,700여 명의 시각 장애인이 있고 각 주마다 이런 맹인 협회 센터가 있는 것 같다. (*참고 : http://english.vov.vn/Society/VND500-million-to-help-blind-people-to-welcome-Tet/111585.vov)

 

 

 

 

입구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마사지 받는 곳 안내 팻말이 붙어있다. 

 

 

 

 

입구에서 먼저 마사지 비용을 계산하면 점자로도 무언가 쓰여져 있는 티켓을 준다. 안내된 방으로 들어가서 마사지사에게 티켓을 내밀면 이렇게 내가 마사지 받을 공간으로 안내해준다. 커다란 한 방 안에는 커텐으로 각각 파티션을 쳐놓은 독립된 공간이 대여섯 개 정도 되었다. 

 

나는 안에 들어가면 갈아입을 가운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마사지사에게 물어보니 어설픈 영어로 자꾸만 "take off, take off" 했다. 나는 속옷 차림으로 기다렸는데, 나중에 마사지사가 들어와서는 그 속옷마저 다 벗으라고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마사지사 앞이라지만 다 벗는 것이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지만 제대로 된 마사지를 받기 위해 속옷까지 탈의하고 마사지를 받았다.

 

 

 

 

이 마사지사가 해주는 마사지는 참 독특했다. 먼저 등에 베이비 파우더와 타이거밤 같이 화한 허브 오일을 섞어서 등 전체에 고루 발랐다. 나는 땀을 흘리고 왔던터라 과연 이 마사지사가 맨 살에 어떻게 마사지를 하는가 궁금했는데, 베이비 파우더를 바르니까 놀랍게도 피부가 보송보송해지면서 마사지 받기에도 좋은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신기했다.

 

이곳의 마사지는 3종류가 있다. 시간 당 40,000d / 60,000d / 70,000d. 세 가지가 어떤 차이점이 있냐고 물으니 영어를 전혀 못하는 할머니 안내원이 바디 랭귀지로 말해주기를, 4만동짜리는 약한 마사지이고 6만동 마사지가 내게 적합하고 좋다고 했다. 나는 한 시간에 60,000d(약 US$3) 인 마사지를 선택했는데, HCMC(Ho Chi Minh City)의 Blind Association의 숙련된 마사지사가 마사지를 해준다더니, 과연 마사지 방식이 독특하기도 하고 받는 재미가 있었다. 살살 마사지하는 것 같은데 이 마사지사는 나의 아픈 근육을 어떻게 그렇게 찾아내서 눌러주던지, 정말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숙련된 마사지사들도 여러 명이 있을텐데 나는 이 날 마사지사를 잘 만난 것 같았다. 다음에 한번 더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이 맹인협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하여 마사지를 받고 나와서 협회 건물을 둘러보고 싶었다. 무슨 강의실도 있는 것 같고, 강당도 있고, 약국도 있던데... 궁금해서 기웃기웃거리며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나는 건물 경비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것이었다. 사진 찍기를 제지 당하자 왠지 건물을 둘러보는 것도 조심스러워져서 아쉽지만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마사지를 받고 나오니 몸이, 특히 다리가 홀가분해지고 기분도 더 나아졌다.

 

 

 

 

맹인협회 건물을 빠져나오면 왼편에 이 식당을 만날 수 있다.

 

 

 

 

중국식 꽃빵인가 싶었다. 캄보디아에도 화교의 영향력이 대단한데 베트남에도 그러한가 궁금해졌다.

 

 

 

 

맹인협회 바로 앞에 있는 Chợ Thai Binh 시장. 규모가 크진 않고, 이 건물 왼편으로 채소, 고기, 생선 등을 파는 야외 상점이 쭉 늘어서 있다. 

 

 

 

 

 

마사지 받고 나서 여유가 있어진 나는 시장 앞 풍경들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장 앞에서 팔도 라면 광고 발견! Mi Han Quốc. 이 정도는 나도 알아볼 수 있다! ㅎㅎ 'dich thuc' 이건 무슨 글자인지 구글 번역해보니 '진정한' 이라는 뜻이란다. 그럼 해석은 '진정한 한국 면' 정도..? 시장에 이렇게 큰 간판을 걸어놓을 정도면, 베트남에서 한류가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길을 걷다가 The Stage - Movie University of Ho Chi Minh City(Trường đại học San khấu - điện ảnh Thanh phố Hồ Chi Minh)를 발견했다. 영화 학교라니! 안그래도 베트남의 대학교가 궁금하던 차에 처음 만난 대학. 들어가보기로 하였다.

 

 

 

 

사실 나는 입구가 이렇게 되어 있어서 저 포스터들만을 보고는, 처음에는 극장인 줄 알았다. 

 

 

 

 

베트남 극장에서 어떤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는지 궁금해지면서, 갑자기 인도의 Darjeeling(닫르질링)에서 봤던 Big Bazaar의 INOX 영화관이 생각나기도 하였다. 왜 갑자기 그런 향수가 몰려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도 그럴것이, 학교 입구에 이렇게 티켓 부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학교 학생들이 출연하고 있는 작품인 것인지, 아니면 영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렇게 영화관 또한 운영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학교 건물.

 

학교 건물은 앞의 영화관이 딸린 둥근 건물과 뒷면의 네모진 건물이 있었다. 앞의 둥근 건물에서는 거울이 많이 달린 연습실에서 학생들이 연기, 무용 등을 연습하고 있는 것을 봤다.

 

 

 

 

둥근 건물 뒷편 네모진 학교 건물 안에 들어가봤다. 막 수업을 마쳤는지 학생들과 교수가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학생들과 조금이라도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지만 낯선 분위기에 조용히 학교를 둘러보기만 했다. 이곳 학생들도 많이들 오토바이로 통학하나보다.

 

 

 

 

베트남도 캄보디아와 마찬가지로 지상층을 ground floor로 하고 2층부터는 1층이라고 표시한다.

 

 

 

 

학교 게시판에 붙어있는 사진들을 통해 이 학교 학생들의 활동을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었다. 

 

이 학교를 구글링해보니 전공이 Film Director-Television / Stage direction / Actor Drama Film / Filming / Actors Theatre opera / Designed art scene-cinema 이다. 

 

같은 이름으로 수도 하노이(Hanoi)에도 대학이 있던데, 생각해보니 베트남에서는 대학, 회사 등이 대도시인 하노이와 호치민을 중심으로 두 개의 branch를 두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베트남의 영화 학교를 잠시나마 둘러보니 호치민의 영화 산업은..? 베트남의 영화 산업은...? 궁금한 점들이 마구 늘어난다. 

 

 

 

 

 

나는 학교 내부를 더 둘러보고 사진으로도 기록을 남기고 싶었지만, 이곳에서도 역시 경비원에게 눈총을 받았다. 학교 내부에는 영화 포스터, 학생들의 성적표 등이 붙어있어 흥미롭고 재미났었는데 사진을 더 찍다가는 경비원이 뭔가 한마디 할 기세라서 아쉽지만 더는 못 보고 학교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래.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지. 학교나 관공서 등 공공기관을 촬영하는 것은 예민한 일이 될 수 있으므로 사진 촬영을 조심하라고 했던 어떤 블로거의 글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사진 촬영은 어디를 가서나 조심해야 하는 일이니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학교를 나와 길을 계속 걸었다. 이제 막 베트남에 도착했으니 나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호치민은 캄보디아 비자 문제로, 단합 여행으로 몇 번이나 오긴 했었지만 항상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오곤 했으므로 나는 이 지역을 주의 깊게 둘러보지 못했었다. 하루하루 보물을 찾듯, 모든 보는 것을 통해 공부가 되어지길 바란다.

 

 

베트남에서도 볼 수 있는 Family Mart 편의점. 

 

 

 

 

오픈 준비 중인지 웬만한 공사는 다 끝내고 각종 설비를 가져다놓는 중이었는데, 이미 운영 중인 Family Mart에도 가봤지만 이 편의점은 굉장히 깔끔한 분위기다. 호치민 시 어느 곳에서나 Circle K 라는 편의점도 많이 접할 수 있긴 하지만, 길을 걷다가 Family Mart를 만나면 밝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베트남 사람들은 과연 Family Mart가 일본 편의점 체인인 것을 알고 있을까? 일본 편의점이 이곳에까지 이렇게 이름을 내어주고 있다니 놀랍다.

 

 

 

 

나는 지도 없이 그냥 걸었다. 혹시 길을 잃는다 하더라도 호치민에는 고층 빌딩들이 많으니 그 빌딩들을 중심으로 길을 다시 찾으면 될 터였다. 그냥 자유롭게, 지도 없이 걷고 싶었다.

 

 

 

 

재밌는 국수 집 로고 발견. 기발한 로고도 참 영감을 주지만, 그 나라와 그 지역색이 들어간 로고를 볼 때 특히 재미나다. 전세계 로고 콘테스트는 없나? ㅎㅎ 로고만 구경해도 참 재밌을텐데.

 

 

 

 

나의 카메라는 점점 더 왔다갔다 하는 상태가 되고...

 

 

 

 

사진을 대놓고 찍기가 미안해서 조금 빠져나와서 찍었는데, 사진 제일 왼편의 카트 위 형형색색의 젤리 같은 것들이 들어있는 통이 내 호기심을 사로잡았다. 캄보디아에 있었다면 뭐냐고 단번에 물을 수 있었을텐데... 이곳 길거리 노점상들은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소통을 하려면 내가 완전히 까막눈, 말 못하는 사람이 되니 어찌나 답답한지. 아무튼 저 다양한 종류의 젤리를 넣어 음료를 만들어주는 곳 같았다. 일종의 버블티? 베트남도 캄보디아만큼이나 요즘 버블티가 유행일까?

 

 

 

 

큰 대로로 나왔다. 빨간색 저 건물 ila 는 교육기관인 듯 하였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외국인이 운영하는 교육기관이었다. 외국어를 주로 하여 가르치는 곳인데 2013년도 호치민, 하노이, 다낭(Danang), 붕타우(Vung Tau)에 있는 ila center에서 35,000명의 학생들이 공부했단다. 이곳도 인터내셔널 스쿨 붐일까. 

 

 

 

 

 

근데 호치민도 프놈펜만큼이나 폭이 좁고 위로 높은 건물이 많구나. 왜 그런걸까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사람들에게 땅을 나눠줄 때 많은 사람들이 큰 대로 길가 땅을 선호해서 이렇게 가로 폭이 좁고 위로 높은 건물이 생길수밖에 없었다고.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회, 문화, 경제적인 뭔가의 이유가 더 있을것만 같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다.

 

 

 

 

ila center 왼편에 있는 것은 Pullman hotel이다. superior twin room 기준으로 1박에 약 US$150 정도이다.

 

 

 

 

 

지도 없이 길을 걷다가 나는 FAHASA 서점을 만났다. 안그래도 서점에 가보고 싶었던 차에 잘됐다. 이 서점은 베트남 정부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서점이다.

 

 

 

서점은 매우매우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만큼이나, 어쩌면 한국보다도 더 훌륭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연령대별, 주제별로 정리가 무척 깔끔하게 잘 되어 있었다.

 

 

(*사진 출처 : http://saigon-today.blogspot.com/2009/10/fahasa-book-store.html)

 

서점의 규모와 수준을 보니 호치민이 얼마만큼 발전되어 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서점에 나와있는 책들을 통해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젊은 층들은 TOEFL, IELTS 등 어학 공부에 열중이고, 어린 아이들 역시 어릴 적부터 영어, 음악 등 각종 지식과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교재들이 무척이나 다양했다. 내가 이런 환경에서 자랐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캄보디아에서는 너무나 귀한 피아노 악보도 종류가 무척 다양했다. 손가락 테크닉 연습곡인 하농(Hanon)도 있고, 심지어 피슈나(Pischna)도 있고, 유명 작곡가들의 곡을 쉬운 버전으로 편곡해놓은 것도 너무나 많았다. 한국보다 더 낫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악보로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운다면 분명 아이들은 폭넓은 음악 경험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마침 카메라 배터리가 나가서 교재 이름을 기록해오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쉽다.

 

사실 한국 어린이들이 피아노를 배우는 코스는 하농(Hanon), 체르니(Czerny), 베토벤(Beethoven), 소곡집 정도로 너무나도 획일적으로 정해져있다. 피아노 교재와 악보는 무척 방대하긴 할텐데 그 중에서 교사가 선택하여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은 너무나 획일적이고 그 범주가 무척이나 제한적이다. 한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 기본 소양이 된 것까지는 좋은데,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높은 기대치는 아이들이 피아노를 음악으로 받아들이고 음악 그 자체를 즐기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을 피아노라는 감옥에 가두어두기 십상인 환경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다. 물론 요즈음에는 피아노 교사 양성기관도 훌륭한 수준으로 올라오고 있고 '피아노 어드벤쳐' 등 다양한 피아노 교수법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피아노를 잘 치는 척도가 바이엘이냐, 체르니100이냐, 체르니 40, 또는 체르니 50으로 자리잡게 된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아이들은 다양한 작곡가의 음악을 접하면서 음악을 즐기고, 그 다양한 작곡가 나라의 문화도 자연스럽게 배우고, 이런저런 곡들을 시도해보면서 성취감과 끈기와 지구력을 기를 수 있을텐데, 음악교육기관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방법이 몇 번을 연습하고 동그라미 치는 것, 때가 되면 음악경연대회에 한번 나가는 것, 학원 내 정기연주회에 출연하는 것, 학교 내신 시험을 돕는 것 등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 물론 목표치를 정해주고 그것에 도달하도록 돕는 것도 교육의 한 방법일수는 있겠지만 그 방법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악 그 자체를 즐긴다기보다 목표치에 달성하는 것 자체가 음악을 배우는 목적이 되어버린다. 오늘날 아이들이 음악을 배우는 현실을 볼 때에는 피아노를 하나의 필수 과정으로 배우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어릴 적에는 하기 싫은 마음으로 겨우겨우 바이엘, 체르니 등의 한국 특유의 정해진 피아노 코스를 다 떼고 손 놨다가 성인이 되어서야 피아노 더 배울걸 하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다. 사실 음악을 'stop'했다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도 참 언어적으로 어폐가 있다. 음악은 일상 그 자체에서 즐기는 것, 언제나 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어찌 음악교육의 관념이 이렇게 자리잡혔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FAHASA 서점의 훌륭한 책 배열과 또한 각종 문구류, 장난감류, 선물류 등을 흐뭇하게 지켜보면서 이 서점에 언젠가 한번 더 와서 하루종일 책만 구경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색연필을 보니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나에게 있어 그림은 늘 그리고 싶은 것이었지만, 워낙 진득하게 앉아서 한가지 일에 집중하기보다 멀티 플레이를 하는 산만한(?) 성격이다보니 그림을 그릴 여유는 못 만들었었다. 하지만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사는 것은 일단 배낭 짐부터 줄이고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보드게임을 보자 보드게임이 너무너무 하고 싶어졌다. 이럴 땐 혼자서 여행을 하는 것이 안타까워진다. 두 사람이었다면 당장 보드게임 하나 사서 시간 날때마다 즐길 수 있었을텐데... 맥주 역시 혼자 마시는 맥주보다 둘이 마시는 맥주가 더 맛있고 ㅎㅎ

 

 

 

 

 

나는 보드게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평소에도 즐겨했던 SUDOKU 책을 샀다. 요즘에는 스도쿠 앱도 많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도 스도쿠를 즐길 수 있긴 하지만, 손으로 직접 쓰면서 하는 스도쿠는 또 느낌이 다르다. 난 늘 필기를 즐겨하는 사람이니까 더더욱 책을 선호한다.

 

캄보디아에서도 위와 똑같은 출판사의 책을 사서 풀곤 했었는데 베트남에서도 만났다. 이 책은 인도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혹시 인도 출판사인가..? 아무튼, 나는 가장 레벨이 높은 Genius를 골랐다. 그런데 풀어보니 어라? 책을 잘못 골랐나 싶을 정도로 너무 쉬웠다. 어떤 것은 3분 안에 풀 수 있을 정도였다. 쉽든, 어렵든 스도쿠를 하면서 이것저것 생각도 하고, 또한 생각도 정리할 수 있어서 나는 스도쿠를 즐긴다.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평소 늘 위가 좋지 않아 배고파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이곳에 와서 마음이 편한지 나는 허기를 느꼈다. 사실 마사지 받고 많이 돌아다니기도 하긴 했다.

 

 

 

숙소 쪽으로 돌아가다가 BMV라는 반 미(Banh Mi) 샌드위치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반 미는 프랑스식 바게뜨 안에 고기, 생선, 채소 등 기호에 따라 속을 채워먹는 베트남식 샌드위치이다. 샌드위치 하나에 20,000d(약 US$1). 가격도 저렴하길래 이곳에서 난 달걀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주문하여 포장했다.

 

그리고는 숙소 근처 공원 벤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여유 있게 먹으려고 했는데... 아뿔사, 샌드위치를 꺼내자마자 샌드위치가 땅에 빨려들어가듯 쏙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사실 샌드위치를 방금 막 만들었기에 뜨거운 상태였고(BMV에서는 바게뜨를 오븐에 한번 구워 샌드위치를 만듦), 이걸 종이 포장에 넣어주었었는데, 포장해가서 야외에서 먹고 싶어 비닐봉투에 넣어달라고 했었고, 공원까지 길을 걸어가는 중 샌드위치를 보호하고자 비닐 입구를 꽉 오므렸던 것이 화근이었다. 꽉 오므려진 봉투 속에서 뜨거운 열기에 종이가 흐물흐물해졌고, 그 때문에 샌드위치를 꺼내자마자 흐물해진 빵과 함께 내용물 일부가 떨어졌던 것이었다... 으... 

 

아쉽게나마 남아있는 샌드위치 맛을 보는데, @o@ !!! 그 맛이 너무나도 훌륭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이 샌드위치 한번 더 사먹어봐야지 싶었다.

 

나는 소화도 시킬 겸 더 공원에 앉아있었다. 호치민 시민들이 저녁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동그랗게 원을 그려 베트남식 제기를 차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배드민턴을 치기도 하였다. 이것을 보며 나는 환경이 사람에게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공원이라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니 사람들은 이곳에 온다. 벤치가 있으니 자연히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휴식도 취하고, 간식도 먹고, 어떤 이는 책도 읽는다. 배드민턴 네트가 있으니 사람들은 배드민턴을 하게 된다. 이런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면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또 다른 모습이 되었겠지. 그래서 사람들에게 환경이 참으로 중요하고, 한 지역과 국가를 이끄는 리더의 생각과 지도력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숙소로 돌아왔다. 어렸을 적부터 수학여행 등을 통해 누군가와 공동으로 방을 써보긴 했지만,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한 방을 쓰는 이런 도미토리 경험은 또 처음이다. 낯설기도 하면서 재밌다. 어떤 나라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곳에 와서 머무르는 것일까? 그것만 인터뷰해도 꽤 재밌는 자료가 나올 것 같다.

 

 

 

 

방 안에는 개인 락커룸이 있다.

 

 

 

 

나는 upper bed로 배정받았다. 낮은 침대보다 이것이 privacy에 있어서는 더 나을지도 모른다.

 

 

 

 

TV도 있고, 탁자도 있다. 한 방에 6명 생활이므로 6명이 이걸 다 공용하기에는 물론 무리지만 말이다. 

 

 

 

 

화장실은 방 안에 있다. 구조를 보아하니 어쩌면 이 호스텔은 처음부터 호스텔로 설계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single/double room에 2층짜리 침대 3개를 가져다놓고 호스텔로 활용하고 있는 것일지도. 

 

여행 첫 날. 나는 샤워를 하고 잠자기 전 오늘 찍은 사진들을 정리했다. 오늘 하루 보고 배우고 느낀 점이 너무 많아서 다 정리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지난밤 밤을 새웠던터라 잠을 자야할 것 같았다. 

 

나는 일찌감치 누워 잠을 청했다. 도미토리 룸이지만 에어컨에, wi-fi, 깨끗한 시트와 침대...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것이 없는, 모든 것이 감사하고 편안한 밤이었다.

 

25 Nov 2014